[찬샘별곡 Ⅱ-97]아름다운 사람(28)-소천원素泉園 주인
<아름다운 사람> 28번째 주인공으로 소개하려는 친구를 친히 알게 된 건, 나의 ‘인생 2막’에 있어 일종의 행운. 고교 동기동창으로 이름 석 자를 안 지는 10여년이 넘었으나, 친히 알게 된 건 귀향 이후로 불과 5년여 전. 게다가 고향마을의 옆옆 동네(2km 이내)인 데도, 같은 반을 한번도 안해 정말 몰랐다.그 친구도 마찬가지였을 듯, 동향이므로 오수중을 졸업한 내 친구들의 친구일 것은 뻔한 일(나는 초교 졸업 후 전주로 유학을 갔다).
아무튼, 그저 교문校門을 3년간 같이 드나들었다는 이유 하나로, 친구들의 일이라면 자기의 이해득실에 상관없이 애경사를 비롯해 ‘영순위’로 챙기는 친구를 본 적이 없는데, 이 친구를 빼놓을 수 없다(순천에 사는 또 한 명의 친구-우당 김택수-도 그렇게 드문 인간이다). 전북지역동기회 회장을 10년 넘게 하면서도 군소리 한번 안했다한다. 친구의 고향은 <춘향전>에도 ‘구홧뜰’이라는 지명으로 나오는 유서깊은 임실군 오수면 국평마을(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남원성에 가기 전에 졸병들과 모이기로 한 곳). 2019년 한 여름(8월 17일) 밤에 자기 생가로 고교친구 40여명을 모아 띵까띵까 동네잔치를 했다. 플래카드도 걸리고 한밤중까지 시끄러울 정도로 난리가 아니었는데도, 동네 양반들이 몰려나와 덩달아 막춤까지 추셨다.
5년 밖에 안됐는데, 이 친구와 즐거운 일화는 숱하게 많다. 가까이는 지난주 이 친구의 안내로 ‘꿈’의 천왕봉을 올랐다. 서울의 친구가 가이드 해달라는 말에 평일인데도 달려와 비싼 저녁까지 사주며 반겼다. 중학교때 마라톤 선수여서인지 6학년 8반인데도 체력이 ‘이만기’같다. 중산리에서 천왕봉까지 2시간 주파(이건 솔직히 말이 안된다). 저질체력인 나 때문에 3시간 넘게 걸렸는데도 불평 한마디 없이 되레 격려 칭찬해주었다. 고마운 친구. 첫째 부지런하고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이다. 밭농사를 300여평이 넘게 짓는데, 큰아들답게 농산물을 동생들과 나눠 먹는다고 한다. 노조 활동 등 청춘을 바친 ‘한국통신’이라는 좋은 직장에 대해 불혹의 나이에 한계를 느꼈던 모양이다. 미련없이 사표를 던지고 제2의 길을 찾았으나, 한동안 형수와 슈퍼를 경영하며 힘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00자원’을 아시리라. 막말로 ‘고물상’인데, 이게 '효자직장'이 되어 잘 되는 것같다. 고향의 생가를 잘 고쳐 취미이자 특기인 분재盆栽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 고향집을 아름답게 장식, 일주일이 멀다않고 오가는 ‘세컨드하우스’가 됐다. 친구들과 술자리라면 무조건 자기가 내겠다고 달려드는 게 유일한 흠이다.
이제 이삼년 후엔 ‘노후를 즐길 만큼 돈도 벌었다’며 고향집 안주安住를 꿈꾸고 있다. 집 앞에 자그마한 공원公園을 공들여 만들었다. 이름하여 ‘소천원素泉園’. 소천은 소생이 지어준 호인데, 논어 팔일편의 공자와 제자가 나누는 대화에서 따왔다. ‘회사후소繪事後素’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먼저이다’의 뜻으로, 진심에서 우러난 마음 씀씀이와 사람 됨됨이가 그 친구의 인품人品을 닮은 것같아 지은 것이다. 노부를 모시고 있는 나를 생각해 명절 때마다 최고의 민속주인 ‘한산소곡주’를 2병씩 대문 앞에 놓고 간다고 해서 그 친구를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게 아니다. 흐흐. 언제 어디서든 친구들이 온다면 ‘맨발’로 뛰어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마음씨의 소유자. 열두 살 외손자를 끔찍이 사랑하는 할아버지, 군대에서 소개팅으로 만난 현모양처 형수와 의견 충돌 한번 없는 금실 좋은 부부, 주말마다 3박4일 생가인 세컨드하우스에서 밭일에 전심전력하는 모습 등이 너무 보기 좋고 아름답기 때문에 칭찬하는 것이지, 어떤 흑심黑心도 없음을 알 사람은 다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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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 성姓으로, 형邢(형나라 형)씨, 이름이 ‘관우’임을 알만한 친구들은 다 알았을 터. 아름다운 친구, 그의 건실한 노후설계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