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 증상에 안맞으면 독약 !!!
현재 많은 사람들이 보양제라고 하면 그저 허한 몸을 보충하는 용도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허증에는 氣(기)·血(혈)·陰(음)·陽(양)의 구분이 있는 데다, 보양제마다 각기 독특한 약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잘못 사용했을 경우 허증을 보양하는 효과를 얻기는커녕 도리어 건강과는 상반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음허증을 가진 환자가 ‘인삼’을 보양제로 복용했다면, 이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음허의 증상이 개선되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元陽(원양)의 항진이 가중되어 경미한 경우 코피가 흐르는 정도로 그치지만 심각한 경우는 뇌일혈 등을 초래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양허(陽虛)의 증상(추위를 타고, 사지가 차고, 소변을 오래 보고, 대변이 묽고, 혀에 백태가 끼고, 맥이 느리고 힘이 없는 증상)이 있거나 기허(氣虛)의 증상(피곤하고, 입맛이 없고, 소화가 안 되고, 배가 고프지 않고, 사지가 나른하고, 숨이 가쁘고, 식은땀이 나고, 혀의 색이 옅으면서 백태가 끼고, 맥이 약한 증상 등)이 있을 때 ‘생지황’ 같은 음액을 보양하는 약물을 복용한다면, 아궁이의 불이 꺼져갈 때 장작으로 불을 더 지피는 것이 아니라 찬물을 한 바가지 끼얹는 것과 같다.
오히려 양기(陽氣)를 더욱 손상시킴으로써 질병이 악화될 수 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가 되면 종종 스스로 체력이 약하다고 느끼고 흔히 보약을 찾게 되는데, 이처럼 체력을 도와주는 보약의 선택도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보법은 기(氣)·혈(血)·원음(元陰)·원양(元陽) 등 인체를 구성하는 기본물질의 손상이나 장부기능의 쇠퇴를 치료하는 한의학 고유의 치료방법이다.
기본물질의 손상으로 나타나는 허증의 종류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인체에서 그 작용이 각기 다르므로 쇠약해진 물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음허(陰虛)와 양허(陽虛), 기허(氣虛), 혈허(血虛)증으로 나타나게 된다.
* 기허증은 기의 작용이 약해지면 발생한다.
일례로 혈액과 진액 같은 물질의 비정상적 유실을 야기해 과다월경, 출혈, 식은땀 등의 증상이 생기며 특히 기허로 야기되는 출혈에 귀비탕을 사용해 보기섭혈(補氣攝血)을 하게 된다.
귀비탕을 기본처방으로 사용할 수 있다.
* 혈허증은 장부조직의 자윤과 영양상태가 떨어져 발생한다.
주요증상으로 일명 일황오백사불양(一黃五白四不養·얼굴이 푸석하고 광택이 없고 얼굴 결막 입술 혀 손톱색이 창백하거나 옅다. 심장 간장 두목 사지를 혈액이 자양하지 못하다)의 증상을 야기한다.
혈허는 혈액의 과도한 소모, 생성부족 이외에 기부족으로도 발생하므로 이때에는 당귀보혈탕처럼 보혈약에 보기약을 첨가해서 보혈의 효과를 배가시킨다.
당귀보혈탕을 기본처방으로 사용할 수 있다.
* 음허증은 원음이 쇠약해지면 ‘건조증과 원양의 편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와 동시에 원음의 쇠약은 장부기능의 실조를 야기하는데, 육미지황탕을 기본처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음허증상은 양쪽 광대뼈 부위가 붉고, 가슴이 답답하며 불면, 이명, 화를 쉽게 내거나, 마른기침, 가래는 없거나 피가 섞인 가래, 수척해짐, 허리와 무릎에 힘이 없고 통증, 월경과소 혹 폐경 등이다.
* 양허증이다. 원양은 각종 생명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지의 근원이다.
다른 기본물질과 다른 점은 주기적인 변화의 과정으로 낮에는 양기가 밖으로 분출돼 각종 활동이 이루어지고 밤에는 되돌아와 저장되니 점차 휴식과 수면상태로 들어가게 한다.
사계절의 변화를 따라 체내에서도 생리리듬의 주기적인 변화가 있다.
이런 양기의 주기적인 변화는 인체가 수시로 외부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후조건에서도 체내의 환경과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원양이 쇠약해졌을 때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열량부족으로 추위를 타는 것이며, 이외에 신진대사의 감퇴와 약화가 나타나니 기초체온하락, 땀은 없거나 약간 나는 편이며, 소화기능 감퇴, 딸꾹질 등 증상이 나타난다.
원양의 쇠약은 선천적 부족과 후천적 소모 및 손상이 원인이다.
특히 약물에 의한 손상으로 나타나는 양허증은 암이나 다양한 염증질환에 어떤 증상이 나타나든 간에 천편일률적으로 ‘청열해독’하는 찬 성질의 약물을 흔하게 처방하는 관행이나, 이런 종류의 약물을 한 번 처방하기 시작하면 거듭 같은 처방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인체의 양기가 나날이 손상을 받아 고갈되는 부작용을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보양의 대표적인 한약물이 녹용이다.
이상과 같이 체력을 보강하고자 사용하는 보약도 엄연한 약이므로, 그저 몸에 좋다고 무분별하게 복용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전문적인 병리지식과 이에 따른 적확한 맞춤약의 적용이 요구되니 보약의 오남용에 따르는 부작용과 위험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도움말=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서운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