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 프로필 이미지
MBCK 공식 벤츠동호회 국내최대최초의벤츠카페 벤츠자동차동호회
카페 가입하기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여행/테마 스크랩 해외지역 튀니지 천일야화 -49> 여고생 Hana
LoBo(이완호) 추천 0 조회 518 15.05.05 10:38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젠두바의 밤을 지배하는 주인은 따로 있었다.

1시반에 개짖는 소리에 깼다 다시 잠들었는데 지금 3시에도 여전히 그 개가 짖고 있다.

가끔 깨갱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짖으며 지나가는 소리, 또 멀리서 화답하는 소리도 들렸다. 공포스러운 밤이다,

이 나라엔 아직 사료 먹여 키우는 애완견 개념이 없다. 자기 밥값보다 사료가 더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튀니지에서 만나는 개는 한국개로 착각하면 안된다. 낮에 황무지나 오아시스에서 단독으로 들개와 맞닥트리거나 밤거리에서 개떼와 조우하게 되면 저~엇 되니 필히 조심해야 된다.

어쩌면 저 개새끼가 24시간 내내 짖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내가 이 도시의 주인이다 " 라고

그런데 진짜 그랬다, 아침 7시반에 도시의 소음속에서 희미하게 그러나 꾸준하게 그 개소리가 들려 왔다.

 

밤 늦도록 1층 로비에선 술먹고 흥에 겨워 떠드는 소리. 단체로 무슨 춤을 추는 것도 같고

2층 복도에선 애들 소리, 어른 전화통화 소리

창밖 거리에선 차와 사람들 길거리에서 떠드는 소리.   여러모로 참 인간적이다 못해 안면방해의 도시다,

 

아무래도 아침에 수염을 깎아야겠다.

원래 여행 끝나는 날 거국적으로 밀어 버리려고 했었는데 관리를 안하니까 스스로 지저분하게 느껴져 견딜 수가 없다. 털이 난 부분은 로션, 썬크림도 안 묻고 좀 더 길어지니 고슴도치, 복어다. 돼지주둥이처럼 빼서 껄끄러운 수염을 느껴보는 Tic 같은 버릇도 생겼다. 어느 날은 잠바 지퍼에 끼기도 했다. 멋있는 구랫나루를 바랬지만 원래 털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현실은 염소다, 사실 수염을 못 깎아 좀이 쑤시는 원인이 따로 있다. 첫날 항공사에서 받은 면도용품 세트 때문이다. 뻑뻑한 질레트 면도 거품을 쭉 짜서 턱에 덕지덕지 바르고, 그 고유의 향기를 맡으며, 체스말처럼 생긴 영국브랜드 3중 면도기로 슥슥 밀어버리고, 따끔거리는 스킨 로션으로 마무리 하는 그 느낌이 간절하게 그리워졌다.

꼬리가 개를 흔든다 (왝더독 Wag the dog) 더니 인간은 어느새 수염이 있어 면도를 하는게 아니라 면도용품을 즐기기 위해 수염을 기르고 있다. 현지인과 동화되기 위해 수염을 길렀는데 아랍인으론 안 보이고 필리핀인이 되어 버렸다, 여행 20 여일만에 수염을 깎아야 되는 이유만 잔뜩 늘었다. 이젠 깔끔한 한국식 면도문화로 회귀하고 싶다.

 

방안은 깜깜하지만 아침이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하늘은 먹구름과 흰구름이 뒤섞여 장엄한 회화를 그려내고, 러시아워를 소화하는 젠두바의 아침은 분주하고 활기찼다. 동남아 도시들과 달리 크락숑 소리가 안 나는게 인상 깊다

 

 

 

 

 

아침상을 기대하고 1층으로 내려 왔는데 로비부터 식당 바닥까지 온통 비눗물 청소중이다.

 

식당 아저씨에게 아침 먹으러 왔다니까 온전한 탁자를 하나 내준다.

 

뚱땡이 아줌마는 오늘 아침도 열심히 마포걸레질이다.

남자들이 조금만 더 깨끗이 써도 저렇게 매번 대청소를 안해도 될텐데...그 인력과 시간을 객실 청소로 돌렸으면 지금보다 별 두개는 더 달지 않을까 ?

 

잠시후 서빙된 아침상. 커피와 우유 인심은 후한데 재미없다,

아저씨에게 재미없다고 했더니 버터만 하나 더 가져왔다. 디시 이야기했더니 그제야 재미없다고 실토한다.

따뜻한 우유만 마셔댔더니 주전자가 비었다

 

아저씨가 미안했던지,빈 주전자를 거져가 따뜻한 우유를 반이나 담아왔다,

 

욕심껏 다 마시고 ' 함둘레, 함둘레 ' 하며 아저씨에게 인사하고 일어나는데 ' 곤니찌와 ' 라고 화답을 하는것이다,

헤어스타일은 중국, 얼굴형은 한국, 수염은 일본 ... 얼른 정체성을 찾고 싶다,

 

' 어젯밤 복도까지 시끄럽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 ' 투숙객이 아니였나 ? 아침일찍 퇴실했나 ? 호텔이 조용하다.

나도 빨리 방을 비워줘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들었다

9시 조금 넘어 면도용품을 챙겨 욕실로 갔는데 양말 하나를 다 빨때까지도 온수가 안 나온다. 면도를 포기했다.

히터에 양말만 누렇게 태워 먹었다. 오늘만 신고 버려야 할 것 같다.

 

복도에서 목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내 방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돌리고 있다. 이 나라는 노크하는 기본 매너는 없나보다.

10시쯤 방을 비워줬다, 히터가 탐이 나는데 배낭에 들어가긴 좀 째다

 

로비에서 주인남자에게 아인드람 (Ain Draham) 루아지를 물어보니 5분 걸어가야 한다고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바로 옆 루아지 터미널이라고 생각하고 혹시나 물어본건데 ... 젊은 사환을 부르더니 나를 안내해 주라고 시켰다.

그를 따라가 보니 어제 밤 Grill 식당 근처에 파란색 루아지 터미널이 있었다. 빨간색 띠의 루아지는 장거리, 이 파란 루아지는 중거리, 노랑 띠는 단거리. 터미널이 따로 있다.

 

사환의 도움으로 무사히 아인드람행 루아지를 탈수 있었다,

맨뒤에 자리가 딱 하나 남아 있어서 이내 출발했다

 

 

옆 자리 아저씨가 모라고 하며 내 무릎을 자기 것인양 주무르더니 내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자기 양손을 깍지 껴서 Joint 시늉을 한다.

또 모라고 계속 말을 하길래 그 옆에 영어하는 아가씨에게 뭔 말이냐고 물으니, 자기도 모르겠단다.

 

아저씨랑 아가씨가 계속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 받기에 부녀지간인줄 알았다, 나중에 보니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이 나라에선 다단계 사업하면 대박날 듯.

낯선사람들끼리 허물도 없고 가족애나 동료애 같은게 강해서 혈연,지연,인간관계를 팔아먹는 사업이 재격이다.

 

루아지는 블라레기아 근처를 지나 본격적으로 초록의 산야를 넘나든다

비도 멈추고 하늘은 화창하게 개었다. 이 주변이 튀니지인들의 여름 휴양지라는게 이해가 된다.

 

 

 

 

산정상에 오르자 다시 비가 흩뿌리고 물안개가 자욱해졌다,

 

아가씨가 내 다리를 튀니지 와서 다친거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어렸을때 병을 앓았다고 이야기 해줬다.

아가씨는 꽤 성숙해 보였는데 21세 지금 고등학생이었다.

내가 찾아 가는 아인드람 호텔을 물어보니 좋은 곳이라고 한다, 숙박비를 물어보니 25 dinar 쯤 ...하더니 자기가 호텔까지 안내해서 얘기해 주겠다고 한다.

내 나이를 묻길래 맞춰 보라니 못 맞춘다. 그래서 Fourty 라고 뒤를 잘라버렸다

 

루아지 요금은 얼마냐고 물으니 2.7 dinar (1,620 원)

자기가 차비도 낼려고 해서 펄쩍 뛰며 ' 무슨 소리냐 내껀 내가 낸다 '고 3 dinar 를 줬더니 0.3 잔돈까지 거슬러 주었다

 

아인드람 초입에서 여고생이 내리라고 해서 우리 둘만 먼저 내렸다,

곧바로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는데 뒤에서 지나가던 승용차가 우리를 태워주었다, 숙소까지는 내가 걷기엔 꽤 먼 거리였다

Panorama hotel 에 도착했다. 물론 이름만 호텔이고 규모는 3층 동네 며관수준 (아래사진 오른편 건물)

 

여기까지 무사히 데려다준게 고마워 ' 오늘 저녁 살께. 5~6쯤시에 만나 저녁먹고 음악 듣자 ' 고 했다. 여고생이 내 전화번호를 묻는데 없다고 했더니 왜 없냐며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기 연락처를 적어 준다. 이름이 Hana

"  나 전화 없는데 어떻게 연락하지 ? " 했더니 Hana 가 호텔 직원에게 ' 이분이 부탁하면 자기에게 전화해 달라 '고 직접 얘기해줬다

"  오늘 수업 없냐 ? "

"  피앙세 만나고 난후 시간 괜찮다 " 고 하며 갔다.

 

호텔 젊은 직원은 영어가 유창했다,

한국에서 인터넷 보고 왔으니 잘해 달라 했더니 알았다며 아침포함 34 -> 25 dinar (15,000 원) 에 해준다고 선심쓰듯 생색을 냈다.

 

2층 방을 둘러보았다. 히터도 들어오고 주방이 갖춰진 팬션이었다,

창밖을 보려고 커튼을 확 젖히자 커튼봉이 고리에서 빠져 축 늘어졌다. 소파를 밟고 올라가 다시 고리에 올려 놓았다. 호텔측에서 이런 걸 모를리 없을텐데 그냥 임시변통만 하고 있다, 나쁜 !

 

 

예전 프랑스인들의 휴양지라는데 그 영화가 무색하게 숙소들이 낡고 규모가 작았다,

이 정도면 돈 많은 유럽인들을 위한 방이 아니라 현지인이나 나같은 배낭족들에게 맞는 수준이다.

 

 

창밖을 내다 보았다.

바로 앞집에 가려져 전망이 그리 좋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보?던 지저분하고 매연많은 도심지가 아니라 완전 산속에 휴양지다. 이탈리아 중세 산자락 마을 같기도 했다

문제는 비바람이 장난 아니라는 거. 언덕길을 오르던 아저씨 우산이 비바람에 뒤집혀 수습하기 바쁜 걸 보니 오늘 일정이 깝깝하다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 숙소를 나왔다

지름길인줄 알고 뒷마당으로 나가보니 문이 잠겨 비를 다 맞고 다시 호텔 안으로 들어와 큰길로 나갔다,

1층 길가에 식당은 피자집이었는데 일반 음식 메뉴도 적혀 있다. 호텔 직원에게 지금 이 메뉴 가능하냐니 그렇단다

안쪽으로 해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의외로 인테리어가 근사했다

 

남자직원이 주문을 받고 아줌마가 주방으로 들어가 뚝딱뚝딱 요리하는 소리가 들린다. 오래지않아 음식이 하나하나 나왔다

오믈렛도 맛있고

 

Ojja Normal 도 대박이다,

 

레몬쥬스도 가공쥬스가 아니라 즉석에서 직접 짠 것이었다

 

배부르게 먹고 9.5 dinar (5,700 원)

저녁은 몇시까지 하냐니 6~7시에 문닫는다고, 필요하면 룸써비스를 해주겠다고 해서 알았다고 했다.

내가 봐도 이런 날씨에 이런 산등성이에 손님이 늦게까지 올 일이 없을 것 같다

 

호텔직원에게 근처 Wi-Fi 되는 카페를 물어서 내려간다. 내가 빗속으로 뛰어들자 직원이 우산을 빌려 주었다

내리막길을 한참 가도 카페가 안 보여 한 여자에게 물어보려니 그냥 도망가 버렸다.

 

페인트로 자신있게 Wi-Fi 와 Cyber cafe 라고 쓴 곳을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안된다고 해서 도로 나와 더 내려간다

 

드디어 호텔직원이 말한 카페 발견. 빨간 어닝에 나무 여닫이문이 있는 가게다

이젠 세상 어느 구석까지도 인터넷이 안되면 찻집도 하기 힘든 세상이 돼 버렸다,

 

차를 큰걸로 시켜놓고 집에 안부를 전했다  0.5 dinar (300 원)

 

바텐더에게 가서 까치담배 하나 팔으라고 동전을 내미니 뭘 계속 물으며 주머니에서 자기거 하나 꺼내준다.

돈을 극구 안 받는다,

 

실내인데도 엄청 춥다,

튀니지에 카페는 항상 만원인데 오늘은 두 카페 모두 손님이 다섯손가락 이내다. 바텐더들이 나와서 탁자에 앉아 TV 를 보고 있을 정도다

바지가 젖어 다리는 차디차서 더 버티지를 못하고 3시 조금 넘어 나왔다

 

비가 그칠줄 모르고 계속 내린다,

언덕길을 오르다 내 우산도 뒤집어져 그냥 접어 들고 올라온다

 

처마만 보이면 숨다 가다를 반복했다.

비가 워낙 세다보니 다른 남자도 나랑 똑같이 하면서 올라가고 있다,

 

 

 

 

 

문하나 만한 구멍가게로 쏙 들어갔다. 실내도 딱 그 크기에 어두컴컴했다.

별로 많지도 않은 상품중에 음료수와 과자와 땅콩등을 닥치는 대로 달라고 했다. 음료수에 먼지가 뽀얗게 앉았길래 좀 닦아 달라니 주인남자가 자기 손으로 쓱쓱 문질러 줬다.

비가 이렇게 오면 남은 시간 실내에 갇혀 군것질이나 해야 할 것 같다  6,0 dinar (3,600 원)

 

비 쫄딱 맞고 호텔로 들어와 프런트앞 소파에 풀썩 앉으니 호텔 직원이, 날씨가 춥다며 ' 커피 ?  티 ? ' 하고 묻는다

지금 따뜻한 차가 가장 필요한 순간이긴 하다. 밀크커피 한잔 달라고 했다

잠시후 깨끗한 찻잔에 제대로 뽑은 카페라떼를 가져왔다, 계산하려니 내일 체크아웃할때 하라고...

따뜻한 차가 들어가자 발걸음이 좀 떨어진다

 

방에 와 아까 나갈때 숨겨 놓은 돈부터 찾아봤다. 다행히 거기에 고대로 있었다

이 사진속에 어디에 숨겨 놓았을까 ?  정답은 맨 아래에...

 

항공사에서 준 면도기

 

이 제품은 용도가 뭔가 뒷면을 봐도, 시력좋은 내가 해독불가 할 정도로 글씨가 너무 작았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 확대해 보니 데오도란트 (deodorant) 였다

 

면도용품을 챙겨 욕실로 갔다.

오래간만에 해서 여기저기 조금 상처가 나긴 했지만 깔끔하게 밀어 버렸더니 속이 다 후련했다,

 

구멍가게에서 사온 것들

 

라지에타위에 젖은 양말과 신발을 올려 놓고 그옆에 앉아 사온 음료수 한병을 다 마셨다

 

4시 조금 넘어 다시 호텔 프런트로 내려가 직원에게 Hana 전화 번호를 주며 연결을 부탁했다.

전화기 너머로 Hana 목소리가 들려왔다 " 다시 젠두바에 와서 오늘은 힘들어요. 내일 봐요. 전화 할께요 "

내일 일찍 Hana 가 전화하면 모를까, 난 내일 오전에 여기를 떠날 것이다. 만남과 헤어짐은 하늘의 뜻이겠지.

 

방에 와 창문을 여니 비가 막 들쳤다.

하늘에 대고 욕 한번 해주고 창문을 닫았다. 날씨가 최악이다

 

빵빵한 책가방을 맨 학생이 비를 맞으며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다.

그래도 넌 좋겠다. 조금만 더 가면 따뜻한 방과 엄마가 널 반겨 줄테니 ...

 

빗물이 모여 수로를 타고 거세게 흘러 내리고 있다

 

5시...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더니 사탕만한 우박이 후두둑 떨어진다

이러다 이 산동네에서 며칠 고립되는거 아냐 ?

 

 

 

이런날 혼자 방에 있으니 절로 눈물이 나올거 같다

집에선 현주랑 짱이가 고구마 쪄 놓고 따뜻하게 겨울저녁을 보내고 있다는데 ... 이번 여행은 막판까지 외로움과 추위와의 싸움이구나

 

 

음악 틀어놓고 땅콩으로 저녁 요기를 하고 있다.

 

 

사람이 그립다. 누구라도 지금 내 곁에 있다면 그에게 푹 빠져 버릴 거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 ! 

" 똑 ! 똑 ! "

조심스럽게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내가 잘못 들었나 했다, 비 퍼붓는 이 밤에 내 방을 찾아 올 사람이 있을까 ?

이 객실은 중간에 전실이 있어서 밖에 문 노크소리가 직접 들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한번은 내다 봐야 할거 같아 1~2 초후 일어나 살짝 문을 열어 보았다. 인상이 선한 총각이 쟁반을 들고 내 방문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  나 안 시켰는데 ? "  했더니

"  와..노..리 ? " 어슬프게 내 이름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제서야 아까 호텔 직원이 룸서비스도 해 줄수 있다는 말이 기억났다. 내가 필요하면 내려 가겠다고 말했는데...

그냥 돌려 보내는 것도 아닌거 같아 방에 놓아 달라고 옆으로 비켜났다. 쟁반을 내려놓고 저만치 돌아가는 청년에게 다시금 " 고맙다 " 고 하니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고 내려갔다

 

하나하나 정성껏 호일로 싼 그릇을 벗겨 보았다

 

한 접시에는 오믈렛과 계란찜과 셀러드가 담겨 있고 뚝배기엔 죽이 담겨 있었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구멍가게에서 사온 웨하스와 음료수와 땅콩으로 저녁을 떼워 배가 빵빵한데도 이 음식이 식기 전에 그 정성이 바래기 전에 먹어야 한다

 

열심히 맛있게 그릇을 깨끗히 비웠다.

비록 유료라 해도 이 밤 외로움과 추위와 적적함에 쩔어 있는 사람에게 이런 따뜻한 저녁상이 배달되면 감동 안할 사람이 있을까 ?

사람이 그립다고 한 순간 기적처럼 사람의 정이 와락 품안으로 안겼다,

튀니지를 여행하며 받은 관심과 사랑은 그 어느 나라보다 많았고 오늘까지도 매일매일 날 감동시키고 있다,

배가 너무 불러 식식거리며 꼼지락거리를 찾아 다니지만 아까보다 훨씬 행복하고 포근해졌다,

내일 또 힘을 내고 여행을 떠날 에너지가 완충되는 기분이다.

 

브라운관 TV 를 켜고 허리가 부러진 리모컨을 아무리 눌러봐도 한 채널에서 고정.

못 알아듣더라도 화면이라도 좀 보며 시간을 떼우려고 했는데 뿌연 형체만 나오는 최악의 화질이다. 꺼 버렸다,

8시쯤 되자 나무잎과 전선줄을 할퀴고 가는 바람소리가 더 세졌다 

 

방과 욕실에 조명이란 조명은 다 켜 놓았다. 스맛폰에 음악도 크게 틀어 놓았다.

밖이 어두워질수록 더 불안해져서 잘때도 켜 놓아야 할 것 같다.

 

밤 9시도 안된 시간. 머리맡에 음악을 틀어 놓고 침대에 누워 있다

갑자기 ' 이러다 급사하면 아무도 모르겠구나 ' 싶은 공포감에 벌떡 일어났다

여기선 하루 24시간중 절반 이상을 혼자 숙소에서 보내고 있다. 이런 외로움은 여행준비하며 전혀 고려해 보지 못한 변수다,

 

밤 12시가 넘어가자 점차 잠이 깨고 정신이 말똥말똥 해졌다, 긴긴 밤이 걱정이다.

창밖 바람과 비소리가 많이 잦아 들었다,

 

 

오늘 지출 :  루아지   2.7

                 점심      9.5

                 티         0.5

                 과자      6                      합  18.7 dinar  (11,220 원)

 

 

 

※ 돈을 숨겨놓은 장소는  <왼편 벽에 걸린 액자 뒤>

 

 

 
다음검색
댓글
  • 15.05.05 12:25

    첫댓글 이 선생님은~
    전인미답 여행가이세요.
    작은 부분까지 너무 잘 담으시고~
    보는이가 직접 여행을 다녀온것 처럼
    착각이 될 정도로 글도 잘 쓰시고 부럽습니다~
    몸무게도 잘 조절하실 것 같아 보입니다.
    저는 여행 한 번 다녀 오면 5kg씩이나 오른답니다.
    그래도 여행 쵝오

  • 작성자 15.05.05 13:08

    튀니지 한번 다녀오세요 5kg 빠져요

  • 15.05.05 23:33

    @LoBo(이완호) 드신 식사 사진으로 올린 것을 보면 아무래도 줄기 보다는~ 떡실신

  • 15.05.06 13:25

    대단하새요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