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 ‘서해랑길 52코스’
호남평야의 중심 전북 김제는 언제 찾아도 좋은 곳이다. 봄이면 광활한 진봉들녘에 청보리가 넘실대고 여름이면 따가운 햇살 아래 초록의 만경평야가 가을 황금들녘을 준비한다. 결실의 장관이 펼쳐지는 시기에는 우리 농경문화의 진수를 담아낸 흥겨운 잔치마당도 펼쳐진다.
추억과 정감이 넘치는 풍요의 고장, 김제로 떠나는 여정에서는 흡족한 포만감이 넘쳐난다. 가슴 탁 트이는 지평선에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다양한 종교적 명소도 갖추고 있어 마음을 다독이는 여정으로도 꽤 괜찮은 곳이다.
마침 서해랑길 52코스는 김제의 심포항을 지나 망해사~진봉들녘~만경강~새창이다리 등 대한민국 농경문화의 원류를 훑는다. 올여름 만경강 따라 이어진 수수하고 소박한 길섶을 거닐며 우리의 내력에 푹 젖어 보는 것은 어떨까?
김제는 북쪽의 만경강과 남서쪽의 동진강이 서해바다에서 만나는 동안 뾰족한 원뿔 모양을 그리며 만들어낸 곳이다. 그 툭 튀어나온 땅 전체가 광활한 들녘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다는 곳이다. 반도의 북쪽을 차지한 진봉면의 논 면적(2130㏊)은 여의도(290㏊)의 7.3배에 해당한다. 아래쪽 광활면의 논(604㏊)을 합치면 그 면적이 여의도의 거의 10배다. 서해랑 52코스는 만경강 따라 이어지는 김제의 소박하고도 정감 있는 길들을 담아낸다. 총거리 19.61km, 약 5시간 정도가 소요 된다.
서해 최고의 낙조 포인트 ‘망해사’
심포항~망해사
서해랑길 52코스는 주로 새만금방조제로 생긴 간척지와 그 제방을 따라 걷는 길이다. 몇 구간에서 야트막한 산능성이를 만나지만 대부분이 평지로 걷기에 부담이 없다. 심포항 주변에도 여느 포구처럼 차박을 즐기는 이들이 눈에 띈다. 새만금 방조제가 설치되기 이전 심포항은 근동에서 꽤 유명한 포구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명맥이 옛 추억이 되고 말았다. 물론 낙조 감상지로서 유명세는 여전하다.
심포항을 빠져 나와 진봉산으로 향한다. 김제의 산자락은 산이라 부르기보다는 구릉에 가까운 지형이다. 만경평야가 서해와 만나는 진봉면 심포항 인근에 야트막한 산봉우리가 하나 있다. 해발 72m의 진봉산이다. 정상에 오르면 서해랑길 52코스 안내 표지판이 설치된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3층에서는 새만금 간척지와 광활면의 들녘을 한눈에 감상할 수가 있다. 진봉산을 내려오는 길목에 두곡서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등산로는 망해사까지 이어진다.
서해랑길 52코스의 명물은 백제 고찰 망해사(望海寺)다. 서해 최고의 낙조 포인트라 불리는 곳이다.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솔숲 속에 아담한 가람이 옴팡지게 들어 앉아 있다. 절집의 외양은 비록 수수하지만 내력은 깊다. 642년 백제 의자왕때 세웠으니 1400년의 역사를 지닌 사찰이다. 망해사는 전형적인 임해사찰로 선방은 물론 종각, 절집 마당에서 바다가 바라다보이고 파도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바다를 바라다본다’는 망해사는 이제 새만금사업으로 담수호를 바라다보게 되었다. 그렇다고 가슴 뭉클한 서해의 낙조가 어디로 가는 것은 아니다.
가을이면 결실의 장관이 펼쳐지는 곳
만경들녘~새창이다리
망해사를 지나 밭둑길을 걷다보면 사진 촬영에 좋을 녹색명소 전망대도 나선다. 길은 갈대숲을 따라 이어지는데. 군데군데 서해랑길 안내표지판도 설치돼 있다. 국사봉 능선을 따라 이성산을 만나고 산 아래로 간척지 샛길이 만경들을 따라 이어진다.
만경들녘은 1926년 화포리, 소토리, 청하면 동지산리 일대 5360m, 392㏊ 규모의 화포 방조제의 준공으로 개간된 만경강 하구의 해안 퇴적 평야이다. 만경은 글자대로 풀면 두둑이 만개라는 뜻으로 이는 곧 들이 넓다는 뜻이다. 만경리, 몽산리(몽산들)의 평야는 벽골제와 함께 오랜 저수지의 하나인 능제의 개간된 농토다. 이 들녘은 가을이면 결실의 장관이 펼쳐지는 곳으로 때를 맞춰 우리의 전통 농경문화를 담은 ‘김제지평선축제’가 펼쳐진다.
곡창지대 김제의 또 다른 상징물은 ‘벽골제’다. 벽골제는 신라 때부터 내려오는 저수지로 풍요로운 들판을 적셔 온 생명의 젖줄에 다름없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벽골제의 축조 시기는 서기 330년. 규모도 매머드급이다. 다섯 개의 수문을 뒀는데 가장 먼 것끼리의 거리가 3㎞를 넘었다. 벽골제는 조선 초까지 김제, 만경, 부령(현 부안), 정읍 등 5개 군현에 용수를 공급했다. 하지만 세종 2년(1420년)에 내린 폭우로 제방이 유실되면서 부터 제 구실을 못했다. 이후 일제강점기인 1925년 동진농지개량조합에서 이 제방을 관개용 수로로 개조해 그 원형이 크게 훼손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방길을 따라 가다보면 새만금 광역 탐방로 공원이 나서는데 만경 8경 중 1경인 만경강의 만경낙조 감상지다. 만경강은 근동의 평야를 관개하는 대동맥이다. 멀리 노령산맥의 서사면에서 발원하여 여러 지류인 고산천, 소양천, 전주천, 삼천 등의 하천을 합류하여 완주, 익산, 김제, 옥구의 저 지역을 관류하며 서해로 흘러 들어간다.
길은 습지 사이 데크길을 지난다. 서해랑길 안내 표지판을 따라 걷다 보면 52번 코스의 종착지인 신창 나루터 새창이다리가 보인다. 신창은 과거 만경강의 역사·문화교류의 장소로 대표적인 나루터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새창이다리는 1933년 일제가 김제평야의 미곡 반출을 위해 만든 다리다. 이제는 퇴락했다. 다리는 사람들만 통행할 수 있게 막아 놓았고 전망대가 있다.
성숙한 한여름의 들녘, 광활한 지평선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는 듯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 한 구석엔 어쩌면 장대한 스케일에 대한 동경이 늘 잠재해 있다. 이 같은 갈증의 해소를 비로소 김제에서 풀어냈다면 과장일까?
김제, 이곳만은 둘러보자
김제는 요즘 치유관광의 명소로 뜨는 곳이다. 문화유산의 보고 ‘금산사’며 서해 낙조 포인트 ‘망해사’, 천주교 ‘수류성당’, ‘ㄱ’자 한옥교회‘ 금산교회’ 등 유서 깊은 종교 명소가 자리하고 있다.
*금산사 김제시 금산면 모악산 기슭에 자리한 금산사는 김제 사람들의 안식처에 다름없다. 599년(백제 법왕 1년)에 세워진 대찰 금산사는 사철 운치 있는 절집이다. 경내를 포행하다보면 어느덧 마음의 평안과 여유를 맛볼 수 있다. 금산사는 빛나는 문화유산의 보고이기도 하다. 때문에 온가족이 문화역사기행지로 삼을 법하다. 국보 62호 미륵전을 필두로, 대장전(보물 827호)·석련대(보물 23호)·혜덕왕사진응탑비(보물 24호)·5층 석탑(보물 25호)·방등계단(보물 26호)·6각다층석탑(보물 27호)·당간지주(보물 28호)·석등(보물 828호) 등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금산교회 보기 드문 외양의 교회다. 우리나라의 교회 초기형태인 ‘ㄱ’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예배당이 남녀유별을 지키기 위한 공간으로 건축돼 있다. 금산사 입구에 자리한 금산교회는 1905년에 세워져 1908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수류성당 수수한 외양과는 달리 수류천주교회는 내력 있는 성지다. 1890년대 호남의 세 개 성당 중 하나로 동양권에서 가장 많은 신부를 배출한 곳이다. 주민의 90%가 신도인 교우촌을 이루고 있으며 이민용 감독의 영화 <보리울의 여름> 촬영배경으로도 알려진 곳이다
여행메모
가는 길
승용차
서해안고속도로~동군산IC~대야교차로~만경교차로~진봉·심포방면~심포항
대중교통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김제공용터미널~김제 19, 18, 15, 15-1, 15-2번 시내버스~안하(심포)
*원점 회귀 택시(1만 2000원)
뭘 먹을까?
시원 쫄깃한 ‘백합’ 서해바다를 품고 있는 김제의 최고 별미는 백합이다. 미식가들은 백합을 조개 중 최고의 맛으로 친다. 백합은 몸에도 좋다. 철분, 핵산, *칼슘, 타우린 등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어 원기회복, 특히 간장보호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슬기, 바지락 등 대체로 간장보호에 좋다는 것들은 한결 같이 국물 맛이 좋다. 백합도 마찬가지다. 쌀과 백합살로 쑨 백합죽도 부드럽고 고소하며 은박지로 싸서 구이나 생합으로 맛봐도 제 맛을 볼 수 있다. 심포항의 연서횟집 등이 맛집으로 통한다. 백합 1kg 4만 원
김형우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장(관광경영학 박사)_ 신문사에서 20년 동안 관광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전 세계 50여 개국, 전국 각지의 문화관광자원 현장과 정책을 취재했다. 지금은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을 통해 대한민국관광 명품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출처: 정책 주간지 공감
첫댓글 김제...천천히 느긋하게 둘러보고 싶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