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노숙인들에게 밥을 주는 곳은 지금도 많고 앞으로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누가 그들의 영혼을 가슴에 안고 애통하며 고민하며 수고하겠느냐”
밥이 아닌 생명을 맡기신 주님...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밥에 정신이 팔려 주님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셨는지 잊고 있었던 것이다.
주님이 내 손에 맡긴 것은 밥이 아니라 생명이었던 것이다.
“네 주님..!
이제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그의 생명을 얻으라고 주님이 나에게 친히 보낸 사람임을 명심하겠습니다.”
그 이튿날인 월요일 새벽,
마침 신림동 동산교회 청년부 목사로 일하고 있는 큰 아들이 몇 명의 교회 청년과 함께 봉사하러 서울역에 나왔다.
오늘도 어제와 똑같이 만취한 그 노숙인이 저쪽에서 나타났다.
나를 보더니 쏜살같이 달려와 때리겠다고 주먹을 쥐고서 위협을 했다.
옆에서 이 광경을 본 아들이 반사적으로 자기 몸을 날려 나를 방어했다.
“아들,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내가 오늘 저 사람의 말을 주님의 말씀으로 들을 거야.”
내가 의연히 그 사람을 맞으니 아들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내 뒤로 물러섰다.
“야! 너 내 머리 하나에 얼마가 걸려 있는 줄 아냐?
너 나 때문에 먹고 살잖아.
우리가 밥 먹으러 들어 갈 때마다 짤칵 짤칵 머리수가 계산되는 것 다 알아.
그런데 그 돈 다 어디다 떼어 먹고 음식을 이따위로 만들어 오는 거야!?”
나는 어제 이 말이 너무 억울했고 기가 막혔다.
‘누가 당신을 위해 돈을 지원한단 말인가?
누구든지 당신네들과는 마주 서서 이야기조차 하기 싫어하는 상대인 것도 모르고….’
하지만 오늘은 그의 말이 다 옳다고 생각했다.
나는 속으로 ‘맞아요! 주님이 넘치도록 공급하시고 후원해주셨어요’라고 했다.
내가 자신의 말을 인정하는 것 같은 기미가 보이자 그 노숙인 아저씨는 기세가 더욱 등등해졌다.
“이제야 네 년이 내 말을 알아듣는군.
우리 고기반찬 해줘! 콩나물과 김치국은 지겨워.”
“예. 고기반찬을 해드릴게요.”
“네 가족들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정성껏 해와!”
“예!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사자처럼 으르렁거리던 그 사람이 양처럼 순해졌다.
주님! 저 영혼을 내 손에 맡겨주세요
그 날 이후로 ‘소중한 사람들’은 한 번도 고기가 빠지지 않는 네 가지 이상의 반찬과 국으로 노숙인들에게 나눌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동역자들이 힘들어 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는 모습은 나에게 말할수 없는 행복을 준다.
오늘도 그 노숙인이 이런 말을 했다.
“이렇게 많은 고기를 사서 수백 명에게 먹이다가 아줌마 거덜 나면 어쩌지?
내가 아줌마 망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해줄게.”
그들의 소리를 마음을 다하여 주님의 소리로 듣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주님이 부탁하는 소리로 들을 수 있으면 그들과 똑같아질 수 있다.
나는 주님이 아무리 놀라운 변장을 해도 잘 찾아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
주님은 어떠한 모습으로 변장하고 올 것인지를 이미 우리에게 알려주셨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님의 이 기본적인 변장술을 지나 더 난해한 변장을 알아내야 한다.
내 뺨을 치는 자, 무례하고 험악한 자, 나를 멸시하고 조롱하는 자, 후욕하는 자, 능욕하는 자, 핍박하는 자, 나와 원수된 자,
이제 누구든지 나에게 관계된 사람은 주님이 그에게 생명 주시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눈치채야 한다.
유정옥 : 서울역 노숙인들을 섬기는 소중한 사람들의 대표회장이며, 인천 인일여고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펌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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