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인터넷 사이트와 서비스에 익숙해지고 의존하게 되면서 나의 습관과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이 변하고 있는 것도 정상은 아니었다. 나의 뇌가 기능하는 방식이 바뀐 듯했고, 나는 한 가지 일에 몇 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는 무능력함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중년에 들어서면서 머리가 무뎌져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뇌가 단순히 일시적으로 표류하는 정도가 아님을 깨달았다. 나의 뇌는 굶주려 있었다. 나의 뇌는 굶주려 있었다. 뇌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가 제공되기를 바랐고, 더 많은 정보가 주어질수록 더 허기를 느끼게 된 것이다. (1장 컴퓨터와 나, p36)
책을 읽는 것은 깊이 생각하는 행위지 마음을 비우는 행위가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을 채우고 보충하는 행위였다. 독자들은 글과 생각, 내부적인 감감 흐름에 더 깊이 빠져들기 위해 주변에 산재한 자극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이는 깊이 읽기가 지닌 독특한 정신적 과정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우리 정신의 역사에서 이 “불가사의하면서도 이례적인 일”을 가능케 한 것은 책이라는 기술이다. 독자들의 뇌는 단순히 글을 읽을 줄 아는 뇌 이상이었다. 이는 문학적인 뇌였다. (4장 사고가 깊어지는 단계, p101~102)
신경가소성에 대한 연구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형성하는 정신적 능력, 즉 신경 회로가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책에 담긴 이야기나 주장을 파악하는 훈련을 통해 보다 사색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성향을 갖게 되었다. 매리언 울프는 “독서가 가능하도록 스스로를 재배치하는 법을 이미 배운 뇌는 새로운 생각을 더 잘 받아들인다”며, “읽고 쓰는 것을 통해 촉진된, 점차 더 섬세해지는 지적 능력이 지적 활동의 목록에 추가되었다”고 했다. 깊이 있는 독설을 위한 그 고요함은 스티븐스가 이해한 대로 사고의 일부가 되었다. (4장 사고가 깊어지는 단계, p115)
온라인 저작물들의 검색 가능성은 목차, 색인, 용어 색인과 같은 오래된 검색 보조 수단의 변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역시나 그 영향력은 다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쉽고 빠른 검색을 가능케 한 링크 덕분에 인쇄 미디어에 비해 디지털 문서 사이를 건너뛰어 다니기가 더욱 단순해졌다. 문서에 대한 집중력은 더욱 약해지고 일시적인 것이 되었다. 검색 또한 온라인 저작물의 분절화를 초래했다. 검색엔진은 종종 우리가 그때그때 찾는 내용과 깊이 연관 있는 문서의 일부분이나 문장의 몇몇 단어를 보여주며 우리의 관심을 끌지만 이 저작물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만한 근거는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웹에서 검색할 때는 숲을 보지 못한다. 심지어 나무조차도 보지 못한다. 잔가지와 나뭇잎만 볼 뿐이다. (5장 가장 보편적인 특징을 지닌 매체, p139)
구텐베르크의 발명으로 대중화된 고요함이 의미와 정신의 일부였던 깊이 읽기의 관행은 점차 사라지고, 계속 감소하는 소수의 엘리트만의 영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우리는 역사적인 표준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 아마존의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조스는 킨들을 소개할 당시 스스로를 찬양하는 듯이 말했다. “책과 같이 매우 진화한 물건을 택해 개선하는 것은 참으로 진취적인 일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읽는 방식까지 바꿀 것이다.” 이는 거의 확실하다. 사람들이 읽고 쓰는 방식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바뀌었고, 이 변화는 글이 인쇄된 종이에서 빠져나와 컴퓨터의 방해 기술의 생태계 속에 장착됨에 따라, 더디기는 하지만 분명 계속될 것이다. (6장 전자책의 등장, 책의 종말? p163~164)
지금쯤 독자는 이 책 자체가 주제와 상반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 스스로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다면 적어도 나는 어떻게 조금이라도 일관성 있는 서술 방식을 유지하면서 수백 페이지의 글을 쓸 수 있었을까? (…) 쉽지는 않았다. (…) 독자적으로 일하고 매우 은둔적인 성격을 지닌 나는 연결을 끊겠다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 이 책이 거의 완성되어 갈 무렵 나는 다시 매분마다 이메일 알림 서비스를 받고 있고, RSS 리더기로 되돌아갔다. (…) 정말 환상적인 기기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기가 없이는 살 수 없을 것만 같다. (9장 검색과 기억, p287~289)
메리 헬렌 이모디노 양은 “특정 사고에 있어서, 특히 다른 사람들의 사회적 심리적 상황에 대한 도덕적인 결정에 있어 우리는 적절한 시간과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 인터넷이 우리의 도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 우리의 살아 있는 통로의 경로를 바꾸고 사색 능력을 감소시키고, 우리의 생각뿐 아니라 감정의 깊이도 바꿔놓는다고 말하는 것은 그리 성급한 결론은 아닐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니콜라스 카 - 교보문고 (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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