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제대로 못 가르친 한이 남아서요.”
한겨울 한파에도 전기장판에 의지해 사는 팔순 할머니가 수년간 쌈짓돈을 모은 100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전남 진도군 의신면 사무소 직원들은 최근 이 지역에 있는 한 사찰 주지 스님으로부터 만원짜리 100장 한 묶음을 받았다. 주지 스님은 “한 할머니가 무릎이 아파 직접 올 수 없어 대신 전달하도록 부탁한 돈”이라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당부하고 돌아갔다. 면사무소 직원들은 기탁자가 의신면 진설리에 사는 이공심(83·사진)씨인 것을 확인하고 감사의 인사라도 전하러 할머니의 집을 찾아갔다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이씨는 5평 남짓한 단칸 방에 보일러도 틀지 않고 전기장판에 의지해 살고 있었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역시 형편이 어려운 3남 2녀, 자녀들이 보내준 용돈을 1천원, 5천원씩 모아 100만원이 되자 꼬깃꼬깃한 돈을 전달한 것이다.
이씨는 15일 “아들의 중학교 학비를 주지 못해 논두렁을 걸으면서 하염없이 눈물 흘렸던 기억이 뚜렷하다”며 “나도 못 배웠지만, 특히 어려웠던 시절 5남매를 키우면서 제대로 입히지도, 가르치지도 못한 것이 지금도 가슴에 한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진도군은 소중한 돈을 할머니의 뜻대로 인재육성 장학기금으로 쓰기로 했다. 연합뉴스
영치금 한푼두푼 모은 ‘사형수’
서울구치소에서 11년째 복역 중인 사형수 이규상(42)씨가 지난 6일 그동안 꼬박꼬박 모아온 영치금 300만원 전액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맡겼다.
이씨는 사형수 교화승인 박삼중 스님에게 지난 7일자로 보낸 편지(사진)에서 “부끄러운 액수이지만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보시하게 됐다”고 기부 동기를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는 저와 같은 (불행한) 사람이 없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이씨는 불행한 성장기를 거치며 주먹쟁이가 됐고, 급기야 30대 초반 살인사건에 연루돼 사형 선고를 받았다. 10년 전 그의 노모는 아들을 살리고자 부산 자비사로 삼중 스님을 찾아가 통사정을 했으나 스님이 미처 챙기지 못했다. 삼중 스님은 “어느 날 서울구치소에 들렀다가 한 사형수가 다가와 자신과 어머니의 관계를 밝힌 뒤 노모의 별세 사실을 알려와 큰 충격을 받았다”며 “허튼 약속이 남긴 죄책감에 이씨를 상좌이자 자식으로 삼기로 맹세하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편지 말미에 ‘서울국립선원에서 혜담(慧潭) 합장’이라고 적었다. ‘서울국립선원’은 서울구치소를 이르는 말이고, ‘혜담’은 그가 받은 법명이다.
삼중 스님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극한의 심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형수의 기부가 사회에 훈훈한 기운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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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부가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해줍니다.
죄가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이부분에 약간이나마 맞는것 같습니다... 죄를 짓기전에 더 큰 깨달음을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