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야 원래 지금시대를 사는 사람들 이전부터 있어왔다.
급속도로 변해가는 산업화로 인해 그 길들의 의미가 잊혀져 가다가
어느 정도 먹고 사는 일이 여유로워지면서 되돌아보게되는 건강, 힐링,...
제주 올레를 필두로 지리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강릉바우길 등등
각 지자체마다 그 지방의 전통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연계하여 길을 만들었다고
소개해 왔다. 이제는 어느 지방에 가더라도 '00길'은 그 지방에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관광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변산 마실길이 개통될 당시 신문과 인터넷에 마실길 소개 기사를 봤다.
'또 하나의 길이 생겼구나'
이 정도의 생각이 전부였다. 서산 태안반도 바닷가의 솔향기길에 다녀 온 후
바다의 특징과 길의 특징이 그다지 잘 살려내지 못한 듯한 인상이 있어
L기자의 취재동행이 반갑지만도 않았다.
토요일 아침 음성으로 버스를 타고 내려온 동행자들과 함께 승용차에 올라 변산으로 향했다.
봄날 상춘객들로 도로는 북적였다. 새만금방조제를 지나고 격포에 도착.
야영장에 텐트 한 동을 덩그라니 쳐 놓고 채석강으로 향했다.
변산마실길 3구간의 마지막이 채석강을 끼고 격포항까지 가는 길이다.
채석강과 사람들과 바다를 두리번거리며 격포항에 도착.
내소찜질방 후배가 일러준 군산식당을 찾아가니 이른 점심시간임에도 가게는 만원이고 밖에는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있다. 한적안 부근의 다른 식당으로 가서 여유로운 식사를 한다.
항구 입구의 수산시장과 경매센타를 둘러본 후 마실길로 접어들었다.
항구 좌측에 전쟁기념관?처럼 비행기와 탱크, 로켙, 장갑차 등을 전시해 놓은 곳에서 시작된 궁항가는 길의 시작은 가파른 계단이었다. 계단을 올라 언덕 위에 오르자 찌푸렸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져 내린다. 금새 쏟아질 기세다. 궁항 가는길에 이순신 촬영세트장에 들렸다.
길은 바다를 우측에 두고 이어져 있었다. 헌데 대부분의 길은 콘크리트 포장길이다.
궁항에서는 동네 골목길을 돌아 바다로 나오자 지방도와 연결되어 고개를 올라서자
새로 지은 리조트 건물에서 계단을 내려서서 상록해수욕장에 접어들었다.
솔 숲을 따라 해수욕장 끝에 다다라 잠시 휴식.
3시간 정도 걷고 지친 표정의 일행과 마실길에 대한 기대가 별거없다는 데서오는 상실감.
언덕을 올라서자 군부대의 진지를 따라 길이 이어진다.
다시 바닷가로 내려서서 걷다가 비구름이 심상치 않아 걷기는 단념하기로 했다.
경찰휴양소 앞에서 도로로 나섰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강풍에 고개도 못 들 지경이다. 도롯가 가게 앞 처마에서 비를 피하며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시간표의 시간에 버스가 오지 않아 그저 기다린다.
결국 택시를 불렀는데 곧 버스가 와서 택시 취소하며 버스에 올랐다.
격포야영장에서 차를 몰아 곰소 내소사 입구 찜질방으로 갔다.
비는 소나기처럼 변해있었다.
밖에서 추워 떨며 고기 구워먹기는 글렀다.
식당에 앉아 안주인 정순씨가 차려주는 별미에 걸으며 주렸던 배를 채워가기 시작한다.
연맹일로 서울 간 재창이를 대신하여 구조대 후배분들이 와서 같이 자릴했다.
예정했던 마실길 모항까지의 구간은 비로 중간에 취소했다.
걸었던 구간이 마실길의 짧은 한 구간에 지나지 않겠지만 하얗게 뒤덮인 콘크리트 포장길은
'이건 아니다'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다른 구간들은 어떨지 모른다.
자연 그대로 옛부터 선조들이 걸었던 비포장길을 잘 살려
경치 좋고 걷기 좋은 길이 더 많은 곳에 있길 바랄 뿐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73F638517F33610B)
![](https://t1.daumcdn.net/cfile/cafe/24485738517F336B35)
첫댓글 좋은곳은 다 가시네요.
아흐.
맛있겠네요.
변산 가시면 꼭 맛보세요 줄포막걸리^^
늙어 가는지 퍼뜩 자리를 차고 일어나지지가 않아요.
맘만 오락가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