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로 대표되는 농산물시장 개방이 이뤄진 1991년에 외국산 고기가 대량으로 국내시장에 진입하는 데 맞서 양돈농가들이 의기투합해 설립,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기업형 협동조합이 있다.
국산 고기로는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없앤 이천시 부발읍 가산리의 <도드람양돈조합>은 ㈜도드람을 세운 뒤 현재는 조합원 800여 명(126만두)에 연간 생돈 180만 두를 출하, 228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표적인 축산업체다.
특히 양돈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종돈과 사양관리, 가공유통 등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일된 시스템으로 계열화하는 등 기업형 협동조합 운영을 위기를 성공의 발판으로 전환, 사료공장과 도드람 푸드 LPC 경영권을 인수한 거대 기업형 조합으로 발돋움했다.
발상의 전환은 부산물 ‘도드람’
함께 살자는 이념에 경영을 더했다 농산물 개방으로 전국의 축산농가가 술렁이던 1990년 초 ㈜도드람의 전신인 이촌양돈조합이 불가 13곳의 농가 참여로 결성됐다. 하지만 이촌양돈조합은 대다수 이론과 실무능력을 겸비한 양돈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이었다는 점이 다른 조합과 다른 출발임을 시사했다.
대부분의 축산농가가 농촌을 떠날 때 이촌양돈조합은 놀랍게도 불과 3년 만에 조합원 수가 240농가로 늘었고, 현재는 700여 농가가 참여하는 기업형 조합으로 급성장했다.
진길부 조합장은“조합결성 당시 13명이라는 적은 수로 시작했지만 다들 양돈 산업에 대한 경험이 있던 전문가들이어서 사료 공동구매와 비용절감으로 얻은 이익의 3%를 수수료 형태로 조합에 투자하는 데 선뜻 합의했다”며“여윳돈이 생기면 고스란히 양돈 기술력을 높이는 데 사용하고 선진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해 조합원 농가에 접목시킨 게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때부터‘도드람에 가면 뭔가 희망이 있다’는 말이 마을 곳곳에 입 소문을 타면서 확산됐다.<도드람>은 설립 초기부터‘협동조합은 이제 생산을 넘어 어떻게 팔 것인가에 사활을 걸고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도 급속한 시장 변화에 적응해야만 한다’고 판단, 함께 생산하며 살자는 조합의‘정신’에 기업적인‘경영’마인드 접목을 시도했다.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양돈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가의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도드람>의 선택이었다.
진 조합장은“조합이 자신의 권한 축소를 두려워하지 말고 변화의 물결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경영기법을 도입, 원칙은 지키고 효율성은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도드람>은 또 종돈과 사양관리 가공유통의 통일된 시스템으로 계열화를 시도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조합의 규모는 점점 커지면서 협동조합 시스템을 넘어 좀 더 전문적인 경영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모아졌다.
이에 <도드람>은 조합 대의원회를 거쳐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협동조합정신 위에 기업경영을 접목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도드람>은 고기 가공과정을 인정받아 HACCP, ISO9001 인증을 획득하는 한편 국내 최초로 생산지와 생산자를 실명으로 표시하는‘농장 실명제’를 통해 소비자 신뢰의 기본구조를 만들었다.
이 같은 남다른 품질과 위생에 관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엄정하기로 정평이 난 일본 후생성으로부터 안전성을 인정받아 검역면제업체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와 함께 <도드람>은 2001년 세계식품학회에 <도드람> 포크를 출시해 세계 최고의 고기라는‘Wonderful Meat’로 호평 받기도 했다.
>2006년 브랜드전 참가
미지영역에대한끝없는도전
사료와 양돈, 가공을 한꺼번에 <도드람> 조직도에는 국내 대부분의 협동조합에 없는 직함이 하나 있다.
전문 CEO인‘상임이사’직이다. <도드람>의 전문경영인 영입은 협동조합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새로운 시도였다.
우리와 달리 외국은 많은 협동조합이 전문 CEO를 도입해 운영 중이며, 조합원들은 경영권에 대해 그 어떤 권한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또 조합장과 CEO는 조합의 양 수레바퀴처럼 역할분담을 해 안정적인 운영을 도모한다.
조합장은 조합원 관리 및 대외협력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조직 확대 및 조직의 안정성을 책임진다. 반면 전문경영인은 생산, 조직, 영업 등 조합의 전반적인 경영 관리를 기업화시키는 작업과 조직의 효율적인 운용 방안을 모색하고,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의사 결정 등 전반적인 업무를 관할한다.
순수 협동조합의 형태를 넘어 기업형 조합으로 변화를 모색한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진길부 조합장은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양돈조합을 설립한 양돈 전문인이고, 경영학을 전공한 원종섭 CEO는 삼성에 입사해 CJ 임원까지 역임한 전문경영인이다. 이들은 <도드람>을 협동조합의 지배구조와 기업형 의사결정 체제를 결합해 조합의 공익성과 기업의 역동성을 효율적으로 접목시킨 기업형 협동조합의 모델을 정립해 간다.
<도드람>은 또 인적자원 및 조직개발에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 <도드람>은 연봉중심 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해 조합 복무규정을 수정해 기존 연공서열 중심의 조직구조를 성과 중심의 평가 보상체제로 개선했다. 2005년 인적자원의 능력향상을 위해 신입사원 연수교육을 비롯하여, 모든 직원 및 조합원에게 다양하고 체계적인 교육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도드람 인재 육성 기금’ 1억 원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밖에 <도드람>은 생산을 책임진 조합원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특히 국내 유일한 양돈전문연수원을 설립해 조합원 기술교육, 새로운 기술개발 및 조합원 대상 기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같은 <도드람>의 다양한 노력은 조합원과 직원, 조합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경제공동체를 가꿔나가는 기 반이 되었다.
<도드람>은 양돈산업의 핵심 구성요소인 사료, 양돈, 도축 및 가공을 계열화시켰다. 조합은 종돈과 사료, 양돈 기술을 농가에 지원하고, 농가는 이를 바탕으로 생산한 돼지를 출하하는 한편, 도드람 LPC, 바른터, (주)도드람푸드 등 계열사가 각각 도축, 가공, 유통을 담당하는 일체형 경영방식이다. 하지만 <도드람>의 계열화 과정에서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도드람>은 결국 2005년 사료와 도축장 문제를 해결하면서 완벽한 형태의 계열화가 완성됐고, 사료의 경우 1992년 자체 공장을 설립해 운영오던 것을 1998년부터 주문자 상표 부착생산방식(OEM)을 도입해 가능케 됐다. 이에 따라 광주축협 목포 사료공장과 농협중앙회 청주공장, 농협중앙회 안동공장 등이 OEM 생산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해 <도드람>의 농가에 공급한다.
2005년, 사료와 도축장 문제를 해결하면서 완전한 계열화를 이루었다
특히 <도드람>은 OEM 방식이지만, 전략적 제휴관계의 사료회사에 자사직원이 직접 나가 생산, 품질검사를 맡으면서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어 사실상 조합이 직접 운영하는 사료공장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드람>은 OEM 방식이지만 직원이 직접 나가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또 <도드람>은 2004년 12월 안성축산진흥공사를 인수, 도드람 축산종합처리장(LPC)을 확보하세 됨에 따라 도축물량도 기존 물량의 2배 이상 확대했다. <도드람>은 계열화 방식으로 생산농가의 취약한 부분인 유통과 판매를 조합에서 일괄 책임지는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 조합운영의 기본 목표는‘조합원인 양축농가에 보다 많은 이익을 제공한다’라는 약속을 이행해 더욱 빛을 발한다.
조합원 교육
“조합원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생산에서 유통까지 모든 경로를 계열화해 조합원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료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외부자본을 끌어들여 공장을 설립하려 했지만 조합원측과 마찰이 생기자 과감히 공장을 포기하고 OEM 방식으로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선례입니다.”
<도드람> 산하의 양돈기술연구소는 양돈관련 기술교육과 기술지원 그리고 전산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HACCP 국제인증 추진, 무항생제 사육기술 연구및 보급, 산학협동 및 국제교류 활동 등을 각각 지원한다.
분뇨처리 방법을 주로 연구해온 환경팀은 도드람 조합원 분뇨처리 시스템을 개발해 각 농가에 보급했으며, 분뇨를 생물여과수로 변화시킨 뒤 액비로 사용하거나 필요할 경우 정화 처리해 방류한다.
회계지원팀도 농장의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다양한 컨설팅을 실시하며 시장개방에 맞서 농가 스스로 조합을 만들고, 생산 공정을 통일해 고품질 청정 돈육을 생산·공급한다. 이들은 농가양돈의 지속적인 생산성 제공에 따른 경쟁력 향상을 위해 축산농가의 조타수 역할을 담당한다.
진 조합장은“외국 축산업체들과의 경쟁은 종돈기술과 마케팅에 좌우될 것”이라며“도드람은 100년을 내다보고 기술개발 등에 무한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100년을 내다보는 기술 개발 – 진길부 조합장
대표자: 진 길 부 주소: 경기 이천시 부발읍 가산리 주요작목: 양돈 매출 및 시설 규모: 돼지 150만 두. 연매출 728억 원. 특징: HACCP, ISO9001 인증 국내 최초로 ‘농장 실명제’ 실시. 사료, 양돈, 도축 및 가공을 계열화 시킴
출처 : 농촌정보문화센터(농업경영혁신시리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