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림산방과 쌍계사(전남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문화와 역사의 향기가 그윽한 진도의 보배
이름처럼 보배로운 섬인 진도(珍島)에서도 문화와 역사의 향기가 가장 그윽한 곳은 운림산방과 쌍계사일 것이다. 운림산방과 쌍계사는 진도에서 제일 높은 바위산인 첨찰산(485m) 기슭에 안겨 아늑한 운치를 자아낸다. 첨찰산은 임진왜란 때 서산대사와 사명당이 승병을 이끌고 왜군과 싸운 곳이기도 하다.
1981년 10월 20일 전라남도기념물 제51호로 지정된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시(詩)·서(書)·화(畵)의 삼절(三絶)로 불린 소치 허련(1807~1890년)이 향리에 세운 화실 겸 거처다. 이곳은 소치 허련과 아들 미산 허형, 손자 남농 허건이 남종화의 맥을 이었고 방손인 의재 허백련이 화필을 익힌 곳이어서 남종화의 본산으로 일컬어진다.
당나라의 왕유가 시조이며 명나라의 동기창이 제창한 남종화(남화)는 역사의 흐름과 인간성을 밑바탕으로 한 시정이 풍부한 산수화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춘 이인문(1745~1821년)과 추사(완당) 김정희(1786~1856년)가 대표적 거장으로 꼽힌다. 소치 허련은 추사 김정희로부터 서예와 그림을 배웠다.
남종화의 본산으로 일컬어지는 운림산방
허유라고도 불리는 소치 허련은 1856년(철종 7년) 9월 스승인 추사 김정희가 타계하자 고향에 내려와 초가를 짓고 운림각이라고 일컬었고 거실은 묵의헌이라 했다. 마당에는 연못을 만들고 다양한 화훼와 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허련이 사망한 후 아들 허형이 이곳을 매각하고 떠나면서 운림산방은 예전의 모습을 잃었다.
그 후 허형의 아들 허윤대가 운림산방을 다시 사들였으며 1982년 허형의 아들 허건이 운림산방의 예전 모습을 복원했다. 운림산방(雲林山房)이라는 이름은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숲을 이룬 것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운림산방은 ㄷ자형 한식 기와집으로 정면 우측 3칸은 화실이고 나머지는 방으로 꾸몄다. 안채는 一자형 초가로 왼쪽으로부터 방, 부엌, 안방, 윗방, 광의 순서로 배치했으며 중앙의 안방 앞쪽에는 툇마루를 놓았다.
화실 안에는 허씨 일가 3대의 복제된 그림이 전시되어 있으며 기념관에도 복제화, 수석, 그릇,·단지·등 허련의 소장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운림산방 앞에는 가로 33미터, 세로 27미터 크기의 연못이 있다. 연못 가운데, 자연석으로 쌓은 작고 둥근 섬에는 허련이 심은 배롱나무(백일홍) 한 그루가 서 있어 운치를 돋운다.
쌍계사 옆으로는 천연기념물 제107호인 상록수림이 펼쳐져
운림산방과 이웃해 있는 쌍계사(雙溪寺)는 857년(신라 문성왕 19년) 도선국사가 창건하면서 절 양쪽으로 계곡물이 흐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그 후 여러 차례 중건했고 우리나라 역대 고승들의 전기를 모아 엮은 책인 <동사열전>의 저자 각안(1820∼1896년)이 1880년부터 머물며 대법당과 시왕전, 첨성각을 중수했다. 1980년 도훈이 해탈문을 세우고 여러 당우를 지어 오늘에 이른다.
현재 남아 있는 건물로는 대웅전과 명부전, 해탈문,·요사채, 종각 등이 있다. 지금의 대웅전은 1697년에 지은 것으로 밝혀졌다. 1982년 보수할 때 ‘숙종 23년’이라는 상량문 기록이 발견된 까닭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 건물인 쌍계사 대웅전은 1985년 2월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21호로 지정되었다. 명부전은 예전의 시왕전을 바꾼 이름으로 안에는 지장보살상과 30여 점의 나무 조각상이 있다.
진도 쌍계사는 1697년 제작되어 1999년 8월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21호로 지정된 목조삼존불좌상과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22호인 시왕전목조지장보살상, 삼층석탑, 2기의 부도 등의 유물을 간직하고 있다. 삼층석탑은 1920년에 조성되었으며 정견의 부도는 1700년, 월하의 부도는 조선 후기에 세워졌다.
쌍계사 옆에는 1962년 12월 천연기념물 제107호로 지정된 상록수림이 펼쳐진다. 이곳에는 동백나무, 후박나무, 졸참나무, 참가시나무, 느릅나무, 감탕나무, 말오줌때, 쥐똥나무, 삼색싸리, 돌팥(돌동부) 등 다양한 식물들이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잘 유지하며 자라고 있다.
# 드라이브 메모
서해안(15번)고속도로-목포 나들목-목포시-2번 국도-삼호-810번 지방도 및 49번 국지도-화원-77번 국도-문내-18번 국도-진도를 거친다. 진도읍에서 의신면 돈지리 쪽으로 2km쯤 달리다가 좌회전해 3.2km쯤 가면 운림산방 앞 주차장이다. 영남 지방에서는 남해(10번)고속도로-순천-2번 국도-벌교-보성-장흥-강진-18번 국도-해남을 거친다.
# 대중교통
서울, 광주, 목포 등지에서 진도로 가는 고속버스 및 직행버스 운행. 진도읍에서 사천리 방면 군내버스 이용.
# 맛있는 집
진도의 대표적인 토속 별미로 간재미가 있다. 간재미는 노랑가오리의 사투리로 회나 찜, 찌개, 탕 등으로 이용되는데 회무침이 가장 일반적이다. 먹기 좋게 회를 뜬 간재미를 막걸리로 씻고 고춧가루, 식초, 참기름 등을 넣어 버무린 맛이 새콤달콤하면서 매콤해 진도 특산 전통주인 홍주와도 잘 어울린다. 진도 일원에 간재미 전문점이 즐비하며 맛은 거의 비슷하다.
# 숙박
운림산방 인근에 운림펜션(☎061-544-7758), 한들가든(☎061-544-9980), 우리집산장(☎061-544-2618), 사천동산민박(☎061-543-5700) 등이 있다. 이외에 진도 곳곳에 숙박업소가 즐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