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고가의 유명한 제품은 못 써 봤지만, 그만저만한 저가의 튜너 여러 대를 거쳤습니다.
별 도움은 안 되겠지만, 재미로 읽어 주십시오.
튜너 평가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앰프, 스피커에 따라 소리가 다르고, 또 수신률이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니, 그 차이를 넘어서 높낮이를 매기기 힘듭니다.
제가 평가를 할 능력은 없구요, 그저 초보자가 느낀 개인적 감상으로 재미삼아 읽어 주세요.
1. 화신소니 CT-870
(빌린 사진입니다. 위가 CT-870, 아래가 CT-850입니다)
국산 튜너 가운데 인기가 가장 좋은 기종이지요.
처음으로 들였던 튜너이자, CD보다 더 좋게 들리는 튜너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놈입니다.
해상력이야 당연히 CD가 낫지만, 음악을 해상력으로만 듣지는 않겠지요.
저는 5만 원인가 6만 원에 구입한 것 같은데, 얼마전 장터에서 15만 원에 나온 걸 보았습니다.
찰랑거리는 고음과 화사한 소리는 좋았습니다만, 조금 가는 소리로 느껴졌습니다.
870과 850은 모델명만 다르지 내용은 동일하다고 합니다.
2.듀얼튜너 CT-18
CT-870의 외관이 별로라고 생각해 들였습니만, 소리도 쓸 만했습니다.
독일계 소리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해 준 놈입니다. 단단하면서도 맑고 청명한 소리가 났습니다.
밤에 불끄고 들으면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지금도 듀얼튜너가 장터에 나오면 살까 말까 망설이게 됩니다.
3.마란츠 ST-5
(빌린 사진인데 ST-500이군요. ST-5와 모양이 똑같습니다만, 제것은 우드케이스가 있었습니다)
유명세 때문에 들였습니다만, 제 취향과는 맞지 않는데다, 메모리가 되지 않아 사흘만에 방출했습니다.
ST-500과 동일 모델이라고 하네요.
디지털 튜너인데도, 소리는 일제 소리 같지 않은 나름대로 굵은 소리가 나왔습니다.
4. 프로톤 튜너 A103
마란츠튜너를 반품하고 대신 구입한 튜너입니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찾을 길 없어, 인터넷 검색을 열심히 한 끝에 대만에 본사가 있고, 주로 북미시장에서 평가를 얻고 있는 회사가 프로톤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소리는, 제가 들어본 튜너 가운데 가장 CD에 가깝고 매우 디지털적입니다.
수신율 최강입니다. 배경이 매우 정숙합니다.
음악적인 맛은 좀 떨어집니다만 독특한 소리로 느꼈습니다.
이건 친구에게 강탈당했습니다.
(이건 찍어놓은 사진이 없는데, 인터넷에서도 못 찾겠네요)
5. 야마하 튜너 T-80
(듀얼 튜너 위의 튜너입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버튼 하나가 가출해서 저렴하게 구입했습니다)
매우 유명한 T-85의 동생뻘되는 튜너입니다. 소리는 대동소이하다는 고수님의 말씀을 듣고 구입했습니다.
수신율이 매우 좋았습니다만, 제 취향이 아니라서 몇 주만에 방출되었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일본계통의 소리가 전혀 아닙니다.
화신소니와는 정반대로, 약간 꺼끌꺼끌하면서 자연스러운 소리인데, 저는 매력없는 소리로 느꼈습니다.
6. 파이오니아 튜너 F-91
(찍어 놓은 사진이 없어서 인터넷에서 퍼왔습니다)
모양과 소리 모두 고급스러운 튜너입니다. 1987년 발매가가 600$이니 상당히 고가였구요.
소리는 화사하고 해상력이 좋았습니다.
부산에 계신 좋은 분에게 저렴하게 구입했는데 (얼마전 이 분이 어디에선가 이 튜너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쓴 글을 읽었습니다), 지인에게 강탈당했습니다.
지금의 시스템으로 들으면 더 좋은 소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약간 날카로운 소리로 느낄 수도 있었겠네요.
7. 그룬디히 튜너 MT-100
(위가 그룬디히 튜너이고 아래가 데논 튜너 TU-800입니다)
작은 놈이 소리가 매우 좋더군요. 같은 독일제라도 듀얼과는 색깔이 상당히 다른 튜너입니다.
시원시원하고 굵은 소리가 납니다. 남들은 모양도 좋다고 칭찬하더군요.
지금도 가지고 있는데, 다른 튜너 때문에 뒷전에 물러나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복귀하겠지요.
8. 브라운 튜너 ce-1020
(위가 스코트 튜너, 아래가 브라운 튜너입니다)
지금껏 들어본 튜너 가운데 가장 고급의 소리로 느꼈습니다.
대구의 좋은 분께서 딘-RCA변환 케이블과 여분의 램프도 끼워서 저렴하게 양도해 주셨습니다.
그룬디히 MT-100보다 무대가 넓게 펼쳐지면서 해상력도 조금 더 나은 것 같았습니다. 그룬디히의 질감과는 다른 종류의 소리이구요. 브라운의 다른 튜너와도 음의 색깔이 조금 다르다고 하네요.
사진은 좀 그렇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보면 외관이 꽤 괜찮습니다.
9. 데논 튜너 TU-800
(사진은 위를 참조하세요)
금성 튜너 GST-1000을 사러 갔다가 듣게 된 튜너입니다.
금성 튜너가 유명해서 한 번 들어 보려 했는데, 적어도 그 자리에 있던 세 명의 귀에는 이 튜너가 더 좋은 소리여서,
같이 갔던 지인이 구매했고, 제가 빌려서 들었습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발매가도 상당했는데, 소리도 의외로 좋더군요. 우유같은(MILKY)이라는 표현이 떠오르는 튜너입니다.
독특한 질감이 있으면서도 나름대로 내줄 소리를 내어 주는 튜너로 느꼈습니다.
10. 스코트 튜너 330-D
처음으로 들어본 진공관 튜너입니다. 자태가 멋있는데다, 소리도 좋습니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소리란 바로 이 튜너의 소리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MPX를 붙이면 스테레오가 되는데 저는 모노로만 들었습니다. 지인의 물건인데, 결국 MPX를 새로 구입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다른 이의 품에 가게 되어 있지요.
위의 튜너 가운데 8.과 10.만 제외하면 모두 20만 원 미만이니, 그 가격대에서는 적어도 한 번은 들어볼 만한 자격을 갖춘 기기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이나 객관적 성능을 제외한 제 개인적인 기호도는 8≥7>10>2≥9의 순입니다.
11. 앞으로...
아직 들어 보고 싶은 튜너들이 많이 있습니다. 얼마전 장터에 나왔던 오디오랩 8000T도 가지고 싶고요, 브라운의 다른 모델들, 텔레풍켄의 옛날 튜너들, 수모 찰리, 켄우드 990D, 쿼드 FM4도 궁금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음반질에 돈을 너무 많이 써서, 당분간은 참으려고 합니다. 나중에 혹시 여유가 생기면, 위의 튜너와는 다른 계통의, 하이엔드를 지향하는 튜너들, 매그넘이나 오디오랩, 자태가 매력적인 온다 같은 튜너들을 들여 보고 싶네요.
12. 안테나
이 달 안으로 드디어 옥상에 안테나를 설치할 생각인데, 그렇게 해 놓고 보면 옛날에 들었던 튜너들이 어땠을까 더 궁금해질 것 같습니다. 고수님들의 한결같은 말씀이 튜너 업그레이드보다는 실외 안테나가 훨씬 더 업그레이드라고 하네요.
재미로 읽어 주셨으면 했는데, 사진도 별로인데다 재미도 없는 글이 되었네요.
첫댓글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튜너에 따라서도 소리에 차이가 많은가 보네요 ~ 처음알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