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모두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상력이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애니메이션이었다. 고등학생들이 학교를 배경으로 펼치는 이야기라서 공감하기 쉬웠던 것 같다.
죽기 일보 직전에 시간을 되돌아갈 수 있는 타임리프 능력을 얻은 주인공 마코토. 마코토는 그 능력으로 자유롭게 시간을 오가며 하고 싶었던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들을 다 이룬다. 여동생이 뺏어먹었던 푸딩을 미리 먹어버리기, 노래방에서 10시간 노래부르기 등 여고생이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어할만한 일들을 모조리 다 해치우는데 이 부분이 참 재미있었다. 하지만 마코토를 좋아하는 치아키의 진심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자꾸 시간을 되돌리고, 그것 때문에 정작 정말 필요한 일에는 되돌릴 수 없게 되어버렸을 때에는 너무 답답하고 안쓰러웠는데, 내가 답답해 했던 부분은 치아키의 고백을 듣고 싶지 않아했던 그 부분이었다. 사실 그 전에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어 했기 때문에 타임 리프가 동이 난 것이겠지만 영화에서 부각되어 보인 것은 내가 답답해 했던 그 부분이었다. 그 시절이 어느 정도 지나있는 나는 마코토가 왜 그런 마음이었는지 충분히 공감되고 이해할 수 있고 또 그런 사건들로 인해 풋풋한 학원 드라마가 완성된 것일테다.
나는 평소에 ‘모든 사건들의 +와 -가 합쳐지면 0이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연계에 있어 물의 순환이나 나의 건축학과에서 일어나는 재료의 순환...(누가 나의 모나미 붓펜을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아도 설계실 책상에는 이름모를 누군가의 붓펜이 굴러다니는...) 우스갯 소리지만 이런 까닭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난 후부터 모든 일에 조심스러워졌고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밝게 대하려고 노력해왔다. 마코토도 소소한 일상 속 즐거움에 타임리프를 쓰는 것도 좋지만 그런 시간을 되돌리는 일들로 인해 무엇이 바뀌게 되는지, 그리고 치아키의 진짜 마음이 얼마나 꺼내기 힘들었던 것인지, 자신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졌다면 영화의 전개는 재미없어졌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모두에게 조금 더 좋은 방향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