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말
긴글을 통해 공연히 평지풍파만 일으키고 기존에 평온하게 개를 기르시던 분들에게 갈등만 생기게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맺음말로 내용을 정리하려고 한다. 많은 분들이 남방문화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의외라고 생각됐다.
우리민족문화의 원형을 기마민족에서 찾으려는 분들을 위해서 유라시아 기마민족에 대해서 더 설명하겠다. 최초 기마민족의 출현은 기원전 8세기경에 '킴메리아인'이었다. 그후 남부러시아 지역에서 홀연히 나타나 킴메리아인을 정복하며 고대 서아시아 제국을 무너뜨리고 갑자기 북방으로 돌아간 스키타이인과 '신의 채찍'으로 불리며 게르만족을 밀어내면서 로마를 위협했던 훈족(흉노족), 북방 바이칼호 근처에서 일어나 한세대도 지나기 전에 북경과 바그다드와 키에프를 함락시킨 몽골족이 기마민족의 선조들이었다.
유라시아 대륙의 초원과 사막을 2천년 동안 지배하던 기마민족문화의 상징은 문명에 반대되는 야만이었다. 세계 고대문명의 발생지는 기후가 온화한 곳이었다. 아시아의 메소포타미아문명, 인더스문명, 황하문명과 아프리카의 이집트문명이 그러하고 유럽에 크레타문명이나 미케네문명도 지중해연안에 따뜻한 지역이고 문명발생지인 아시아나 아프리카에 인접한 곳이었다.
문명의 발생지에서는 고대부터 정착농경이 이루어지고 가축사육이 있었던 것이다. 북방스피츠견의 원산지인 북유럽과 시베리아는 문명의 발생지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진 툰드라와 타이거지대였고 세계사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기원후인 중세인 것이다. 정착농경민족이 일찌기 고대에 도시문명을 일으킨 것과 달리 북방초원의 거친 자연환경에서 살아가며 추위와 배고픔과 가난함을 이기는 법을 터득한 강인한 기마민족 궁사들의 침략에 대해 문명제국들은 오랜 세월동안 무력해 있었으며 기마민족이 세계정복자의 자리를 내놓은 것은 화약의 발명으로 문명제국들이 총포로 궁사를 맞서게 된 불과 3백 년 전의 일이다.
우리민족이 상고시대에 요령지방과 한반도 북부에 걸쳐 고대문명국가를 세우고 단군조선신화를 이룩한 민족이라고 한다면 민족문화의 원형을 일방적으로 기마민족에서 찾으려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것이다. 북방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남방문화에 거부감을 갖게 하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열등감으로 이어져서 진돗개의 기원을 알려고 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을 보고 답답함을 느꼈다. 필자가 '촌철살인'의 표현능력을 갖지 못한 것을 탓하고 있다.
진돗개 기르기는 애견가들에게 생각을 많이 하게하는 취미생활이다. 그렇기 때문에 논리적 사고를 한다면 오류를 줄일 수 있고 진돗개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진돗개에 관한 연구에서 첫 출발점은 진돗개가 어느 계통의 고대견에서 갈래를 이룬 개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산지에 있는 진돗개의 모든 유형을 연구조사대상으로 삼아야 했다.
이와 같이 개별판단을 가지고 보편판단을 도출해 내는 것을 '통계적 귀납추리'라고 한다. 그러나 진돗개의 원형이 일방적으로 북방스피츠견이라고 했던 분들은 전국의 진돗개 중에서 연구자의 선호도에 따라 선별된 대상을 상대로 하여 귀납추리를 했던 것이다. 그 선별에서 탈락된 대상은 연구자의 주관에 의해 퇴화견으로 판단되어 제외되었고 그런 과정을 거쳐 얻어진 결론이 진돗개는 북방스피츠견에 속한다는 보편판단이었던 것이다. 귀납추리 방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진돗개가 북방스피츠견이라는 논리에는 적확하게 어느 계통이라는 말이 없다. 이치에 맞는 조상견이 없기 때문이다. 원인은 귀납추리방법의 오류에 있는것이다. '진돗개는 북방스피츠견이다.'는 잘못된 전제를 근거로 하여 결론을 도출해 내어서 진돗개는 큰 골격과 중장모와 작은 귀라야 한다고 한다. 왜 북방스피츠견이냐고 하면 위의 결론에 해당되는 진돗개를 예로 들어서 북방스피츠견이라고 한다.
이와같이 근거와 결론이 반복되면서 생겨나는 오류를 '순환논리의 오류' 라고 한다. 정상적인 통계조사에 의해서 얻어진 귀납추리의 결론을 가지고 연역추리를 하였다면 가장 이상적이고 공감이 가는 진돗개상을 알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진돗개를 연구하시는 분들이 고대견의 형태를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고대견의 형태를 이해하면 진돗개가 엘크하운드나 사모예드에 속한다는 말은 하실 수가 없다. 영국 Equinax사에서 출판되고 '도서출판 아카데미서적'에서 1995년에 번역 출판한 제11권에는 개에 대해서 비교적 상세히 설명이 되어 있다.
스피츠견종에 대한 설명에서 스피츠란 명칭의 유래는 독일에서 유래했고 독일어로 란 "뾰족한 것"을 의미하며 뾰족한 주둥이와 귀를 가진 독일견종을 그 이름으로 불렀다. 현재 3대륙에 걸쳐 스피츠견종에 속하는 품종에는 유럽 중.북부에 경비견 역할의 견종과 북극에 인접한 곳에 썰매견. 순록목축견. 사냥개와 "아시아와 북아프리카의 파리아견"( 주인없는 들개) 중국의 챠우챠우와 일본의 사냥개 몇종이 있다고 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라고 한 개들중에서 "아시아의 파리아견"은 오지에 사는 아시아딩고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북아프리카의 파리아견"도 사진을 보면 아시아딩고나 호주의 딩고와 유사한 모습인데 유럽의 동물학자들은 귀가 직립한 개들은 모두 '스피츠견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아시아스피츠견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그대로 옮기면,
유럽의 동물학자들은 이 개들을 '아시아 파리아견'이라던가 '원종에 가까운 스피츠견'이라고 불렀던 반면, 호주의 동물학자들은 '아시아딩고'라고 했다는 점이다. 각자 자기쪽의 개들을 주체로 하여 명칭을 다르게 붙였을 뿐이고 같은 계통의 고대견이라고 한 점은 동일하다. '북아프리카의 파리아견'이라는 개들은 외견상 아시아와 호주의 딩고와 거의 유사하다. 전 세계의 개들이 하나 내지는 두종에서 분화됐다고 하고, 딩고는 인도 북부의 늑대에서 분화된 고대견이 확실하기 때문에 북아프리카의 파리아견이 제 삼의 조상을 갖고 있지 않는한 아시아의 딩고가 서남아시아를 거쳐 북아프라카로 이동했을 가능성은 충분한 심증이 간다.
대영박물관의 자연사분과 연구원인 'J.C. 블록'이 쓴 '인간과 가축의 역사'에서 딩고에 대해 말하기를 '선사시대에 서아시아와 동아시아 일대에 널리 분포했던 것이 확실한 개의 매우 흥미로운 후손으로 보호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였다. 위와 같은 이론이 최근 동물학에 관한 세계적 석학들의 주장이며 우리나라 진돗개 연구자들이 필히 참고해야할 내용인 것이다.
그동안 진돗개가 속한다고 했던 북방스피츠견종의 원산지는 북반구의 극지대 부근에 확산되어 있는 타이거와 툰드라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따라서 이개들은 육체적 특징과 함께 두꺼운 이중 몸털에 덮여있고 발도 발가락 사이까지 긴 털에 덮여있다. 긴 털에 말린 꼬리는 잠잘 때 코를 그 속에 묻어 북극의 추위를 견디는 역할을 한다. 어느 모로 보나 진돗개의 조상이 될 수 있는 공통점은 찾아 볼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진돗개의 홑개는 유럽동물학자들의 분류법에 따라 스피츠그룹으로 분류하여도 1만년 전 원종에 가까운 스피츠견에 해당되는 것이다. 유럽에서 발견된 약 1만년 전의 개라고 생각되는 머리뼈가 모양과 크기에 있어 호주의 딩고와 놀랄 정도로 비슷해서 현재 있는 여러 가지 개들의 가장 가까운 동물로 추측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고대견의 특징인 발달된 후두부, 얕은 액단의 긴 주둥이를 가진 머리뼈와 출토된 모든개의 어깨높이가 대략 50Cm정도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야생개인 '리카온'은 집개와 상관이 없는 품종이지만 아시아의 딩고와 호주의 딩고, 북아프리카의 파리아견과 같은 개들은 현존하는 개들 중 가장 오래된 1만년전 고대견의 모습이며 집개와는 교배도 이루어지고 후세도 정상적인 유전력을 갖는다. 진돗개에서 특징이 잘 갖춰진 홑개들은 고대견에 가장 근접한 모습이고 개의 족보에서도 가장 높은 항렬에 속하는 형태를 갖고 있어서 진돗개가 인위적으로 작출된 개가 아니고 고대부터 진도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고대견들은 동물학자들이 고대 인류와 가축의 이동, 문화의 이동을 연구하는 자료로 관심을 갖고 있는 귀중한 품종이며, 여러 형태의 개들이 분화를 이룬 계통도에서 가장 위에 속하는 유전인자의 근원인 것이다. 고대견 형태의 진돗개가 진도의 어려운 환경에서도 멸종되지 않고 보존되어 왔다는 것에 대해서 육지의 애견가들은 진도 주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논리에서는 '분할의 오류'라는 것이 있다. 한약재처럼 결합해서 하나가 되었을 때 최대한의 약효가 나타나는 것을 하나씩 분할하면 효능이 사라진다는 논리이다. 진돗개에도 특징과 성능이 다른 개들이 진돗개의 범주 안에 존재함으로써 진돗개전체의 매력과 신화는 살아있게 되는 것이다. 그
러나 '결합의 오류'라는 것이 있다. 색의 삼원색처럼 독립하여 이름을 갖고 있으면 아름다운 색깔인데 모두 섞어버리면 어두운 검은색이 된다. 숲속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새소리가 듣기 좋다고 해도 수십종의 새들을 한울타리 안에서 함께 지저귀게 하면 시끄러운 소음이 된다. 진돗개의 각기 다른 형태를 '자연'이란 명분아래 현상태로 놓아두면 칙칙한 검은색이 되고 한꺼번에 지저귀는 시끄러운 새소리가 될 수 있다.
현재의 진돗개를 논리이론에 맞추어서 형태와 용도별로 분리하여 이름을 붙이면 여러 유형의 매력있는 품종으로 살아날 수가 있는 것이다. 칙칙한 검은색이 색의 삼원색으로, 다시 두가지색이 혼합하여 여섯 가지 중간색도 만들어질 수 있고, 오케스트라처럼 서로 다른 수십종의 악기가 악보대로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연주를 하여 듣는이의 심금을 울리는 합주곡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진돗개에는 최소한 몇 가지 품종으로 나눌 수 있는 유전인자가 있으며 각각의 품종은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매력있는 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번쯤 그런 눈으로 진돗개를 바라보시기 바란다.
사상의학에서 사상체질을 나눈 이제마의 논리는 음과 양이근본이었다. 서로 다른 두 근원이 만나서 태음과 태양, 소음과 소양이 나온 것이다. 요즘은 더 세분화하여 팔상으로 구분하는 법도 있다고 하지만, 근원은 음과 양인 것이다.
진돗개도 아시아딩고와 몽골견의 유전인자를 두 근원으로 하여 현존하는 진돗개를 관찰해 볼 때 중간형이 하나로 일정하게 나온다는 것에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며 세분하면 아시아딩고를 더 닮은 중간형과 몽골견을 더 닮은 중간형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세계 여러 민족의 문화에는 우열이 없다고 한다.
유럽의 문화가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문화보다 더 우월한 것이 아니고 유럽이 더 부강할 뿐이다. 한의학의 사상체질도 각 체질 간에 우열이 없다. 소음과 소양체질이 태음과 태양체질보다 더 열등하지 않듯이 진돗개도 여러 유형의 개에 이름을 붙여 독립을 시키면 훌륭한 진돗개들이 독립되어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동양에는 음양오행설에 따른 상생의 원리가 있다. 음.양의 2기와 '목.화.토.금.수'의 5행으로 만물의 생성소멸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오행은 서로 순환하며 다음에 오는 것을 낳음으로서 서로 살며 발전해 간다는 원리이다. 진돗개에도 상생의 이치를 대응해 보자.
아시아딩고라는 고대견이 있으므로 몽골견이 진돗개의 외형을 갖추었고 두 원형의 개들이 중간형의 우수한 개들을 많이 세상에 내놓았다. 중간형은 아무리 우수해도 양쪽에 원형의 개들이 있으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한쪽의 원형이 사라지면 중간형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상대방이 존재함으로써 모두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상생의 원리가 진돗개에도 적용되는 것에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 그
러나 일방적 북방스피츠견기원설은 상생의 원리와 정반대의 이치이다. 엘크하운드나 사모예드를 닮은 진돗개들이 진도에 거의 없으니 현존하는 진돗개는 모두 잡종견이나 퇴화견이 되어야 하고 엘크하운드 닮은 개들은 원산지에서 인정하지 않으니 현존하는 진돗개를 서로 죽이는 이론인 것이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가 모든 일을 그르치게 만드는 것이다.
여러분이 진도에 있는 모든 진돗개의 주인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여러분이 논리적 사고를 즐기시고 문화를 이해하고 경제논리에 밝은 분이라면 다양한 애견가의 취향에 따라 현존하는 진돗개를 분리하여 이름을 붙이고 우열의 기준이 없이 독립된 품종으로 만들어 놓을 것이다. 독립된 품종의 진돗개를 사서 기르는 분은 우열의 기준이 없으니 즐거워서 좋고 주인은 경제적 이득이 되어서 좋을 것이다. 상생의 원리는 이런 것이다.
한국미의 아름다움은 소박한 생명성에 바탕을 둔 자연스러움에 있다. 한국미 탐색에 생애를 바친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한국의 아름다움은 논두렁 밭두렁 같은 곡선에 있다고 했다. 진돗개는 당연히 한국의 개이지만 원산지는 전남진도이다. 수천년 세월동안 진돗개를 보존해 온 전남과 진도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진돗개도 다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흔히 호남을 '예향'이라고 하고 전남은 '민속의 보고'라고 한다. 이 나라 예인의 반은 호남에 있고 호남 예인의 반은 진도에 있다는 말도 있다. 88올림픽의 식전행사는 고싸움이 한국인의 투지를 보여 주었고, 폐막식에서는 강강술래가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는 자리에서 둘 다 전남의 민속이 그 자리를 차지했는데 그중 강강술래는 진도의 민속이다.
호남인의 심성은 '동국여지승람'이나 '여지도서'같은 문헌에 기록되기를 인심순후, 순후지풍, 거인순박 등의 어구를 사용해서 호남인을 표현했다. 진도는 우리나라의 중요무형문화재인 강강술래(제8호), 남도들노래(제51호), 진도씻김굿(제72호), 진도다시래기(제81호) 가 있고 그 외 2종의 전남무형문화재와 수많은 민요가 있다. 천연기념물로는 진돗개(제53호)와 의신면 사천리의 상록수림(제107호), 임회면 상안리의 비자나무숲(제117호), 조도면 관매리의 후박나무숲(제212호)이 있다.
진도에서 배출한 많은 예능인들이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나, 조선후기의 서화가 "소치 허유"선생과 "남농 허건"선생, "의재 허백련"선생같은 분들과 63년에 예총회장, 69년도에 국전운영위원장을 맡은 서예가 "소전 손재형"선생같은 분들이 진도 출신이라는 것은 진도문화의 품격을 말해 주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진돗개가 진도에서 오랜 세월동안 자연적으로 살아와서 오늘의 진돗개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진도주민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지 않는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문화의 멋을 느끼고 만들줄 아는 진도주민들의 정서에 따라 가장 보기 좋고 유능한 개들을 선별해서 보존해 온 진돗개가 최근 몇십년 사이에 보았던 형태인 것이다. 진돗개는 한국의 개이기 전에 진도 주민들이 보존해 온 개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진도적인 개가, 가장 원산지의 맛이 나는 개가 가장 좋은 개이다. 느슨하고 소박하고 여유있고 자연스런 아름다움의 개를, 진도의 수많은 민요와 춤과 굿과 놀이에 어울리는 진돗개를 진도주민들이 보존해 왔다는 것에 깊이 생각해 보면, 진도주민들의 정서와 다른 형태의 진돗개를 표준화 하려는 일이 얼마나 무지한 일인가를 알게 될 것이다.
일제시대에 경주 토함산에서 무너진 석불사가 발견되었다. 조선총독부는 데라우찌총독의 방침대로 석굴 보수공사를 하였다. 이면에는 '조선민족은 미개한 민족이라 위대한 문화유산 하나 지키지 못한다. 우리가 최신 설비와 재료로 완벽하게 보수해 줄터이니 이것이 한일합방의 뜻이니라.'는 과시용이었다. 그때 조선의 자연스러운 예술미에 깊은 감동을 받았던 '야나기 무네요시'가 1919년 6월호 지에 다음과 같은 통탄의 글을 실었다.
"나는 이것이 석불사의 수리가 아니라 새로운 파손행위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기사는 비록 과학적인 수리를 했다 하더라도 아무런 예술적 수리는 알지 못한 것 같다. ... 될 수만 있다면 저 돌담을 파괴해서 그 수리는 조선인 자신에게 맡기고 싶다. ...석불사는 다행히도 왜구의 화를 면했다. 그러나 수리라는 이름아래 새로운 모욕을 당했다....나는 파손된 채로 있는 그때의 사진과 수리후의 사진을 비교해 보면서 예술을 모르는 죄많은 과학의 행위를 미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야나기 무네요시'의 글이 지금의 진돗개 애견가들에게 전해 주려는 의미를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는 중국의 신기에 가까운 공예의 예술에서 인간미를 못 느꼈고 완벽을 추구하는 일본의 예술에서는 자연과 괴리되는 것을 보았는데 조선의 예술에서는 영혼의 안식처같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맛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애상에 찬 자연미'나 '영탄의 미'로 설명한 조선의 미도 조선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진도애견가들이 진돗개를 좋아하는 것은 진도인이 만들어낸 진도의 문화가운데 한 부분을 좋아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시기 바란다.
나는 이글의 처음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친 이발사의 심정으로 글을 쓴다고 말했고 이제 글은 다 끝났다. 모두가 다 잘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면 이발사는 순수 영화나 찍는 이름없는 감독이 되어 진평왕릉 같은 분위기의 진돗개나 기르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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