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산삼이야기
제 이야기를 해서 조금 뭣합니다만 저도 좀 신비하게 느꼈던 일이라. 한때 오대산 월정사에서 저 상원사를 오르내리면서 포행정진 한답시고 왔다 갔다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월정사에서 밥을 싸가지고는 상원사 쪽으로 올라가는 거예요. 올라가다가 공부가 되면 그 자리에서 얼마씩, 심지어 몇 시간씩 서 있기도 하고. 그때는 거기에 차가 전혀 안 다녔어요. 또 다리가 좀 아프면 냇가의 바위가 아주 좋아요. 적당한 데 가서 몇 시간씩 앉아 있기도 하고. 여름에는 물이 참 좋거든요. 한강의 원류입니다.
들어가서 덤벙 목욕도 하고. 옷이 검으면 옷 벗어 가지고 설렁설렁 흔들어서 바위 위에 한 두어 시간만 말리면 꾸들꾸들해요. 입을 만해요. 그러다가 또 배고프면 도시락을 먹곤 했었는데. 어느 날은 상원사에서 내려오다가 월정사로 가는 길인데 길섶 바로 내(川) 사이에 큰 바위가 있는데 바위 위에서 정진을 했어요. 몇 시간을 했어요. 몇 시간을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밤인데, 얼마를 공부한답시고 앉아 있으니까 누가 옆에서 이래 콱 차요. 콱 차도 처음에는 보지 않았어요. 그냥 그대로 정진한답시고 앉아 있었는데, 얼마 있다가 또 누군가 콱 차요. 그래 옆을 이래 돌아보니까 큰 물체가, 나보다 더 큰 것 같아요. 시커먼 놈이 앉아 있어요. 꿈틀거려요. 아, 짐승이구나 싶대요. 그러자 좀 정신을 차리니까 안개가 자욱해요. 안개에 물 냄새가 아주 진하게 나요. 비가 올 것 같아요.
대충 꾸려 가지고 얼른 올라가자 싶어서 월정사로 내려가야 되는데, 제 걸음이 그때도 아주 느렸는데 그날은 얼른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챙겨 가지고 막 뛰어가다시피 갔어요. 막 상원사 올라가니까, 상원사 초당이라고 건물이 있습니다. 초당에 막 올라가자마자 소나기가 막 쏟아지기 시작하는 거래요. 그때 이틀 간이나 비가 그냥 막 퍼부었는 거래요.
그래서 상원사로 올라가는 길이 끊기고 그 마을의 집도 떠나가고 사람도 다섯 명인가 여섯 명인가 죽었다고 하는 큰 물난리가 난 적이 있어요. 저는 지금도 초월스님 체험했듯이 신비감을 느낍니다. 이 공부의 공덕이다 그런 생각을 해도 좋겠는데. 이 공부를 하다가 보면 아주 오묘한, 말로 글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것을 흔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한 가지 더 해 드릴까? 이것도 제 이야기인데. 그때 초가을쯤 됐는데, 낮인데 상원사에서 막 내려오다가, 거기 조금 내려오면 화전민이 그때 있었어요. 화전민이 심마니 노릇도 하고, 즉 산삼도 캐고 화전민으로 사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화전민 집이 바로 길섶에 있어요. 그 집을 지나니까 여인의 울음소리가 아주 참 슬프게 울대요. 너무 슬프게 들립디다.
그냥 우는가 보다 하고 지나가서 삼일쯤 뒤인가 절에서 들으니까 그 집의 남편이 죽었다는 거래요. 아이가 육남매인데 그날 죽었는 거래요. 그래서 살길이 막연하다고 하면서 원주스님이 쌀을 한말 가지고 내려가시대요. 그러고 한 이십 일쯤 지났을까. 그 집 옆을 또 지나는데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는지 애들이 막 싸워요. 울고불고. 조금 있다가 그 어머니 되는 여자 분이 나오대요. 그 여자 분을 만나자마자 내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어요.
그 생각나는 것이 뭐냐? 한 달포 전쯤, 오대산에 가면 조개골이라는 골짜기가 있어요. 조개계골을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대요. 조개골을 들어가다 보니까 입구에 집이 몇 채 있고 그 위에는 집이 없어요. 다 소개되고. 집 뒤로 한참 올라가니까 묘가 두 기가 있어요. 묘 옆에 앉아서 정진을 좀 하다가 거기서 도시락을 먹었어요.
먹고 앉아 있는데, 정진한다고 앉아 있는데 저만큼 뭐가 하얗게 보여요. 뭔가 봐도 모르겠어요. 얼른 일어나 가지고 가 보니까 하얀 뱀 새끼가 두 마리가 엉켜있어요. 백사래요. 한참 이래 보니까 신기해요. 보고는 또 앉아서 공부를 했어요. 한 두어 시간은 했을 거래요. 하고는 일어나서 몸을 좀 푼다고 좀 왔다 갔다 하다가 보니까 아직도 있는 거래요. 자상하게 보다가는 문득 생각이 나는 거래요.
“백사 옆에는 산삼이 있다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산삼 생각이 나대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봤지요. 그런데 한족 구석진 곳에, 산삼은 삼지 오엽이래요. 가지가 세 개 나고 잎사귀가 다섯 개래요. 그 이야기는 들었거든요. 삼을 한 번도 안 봤어요. 그런데 직감적으로 산삼이다 싶어요.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옆에도 두 포기가 더 있는 거래요. 그래도 난 뭐 산삼이라고 직감적으로 느끼긴 했지만 캐고 싶은 그런 생각이 없었어요. 보고는 그냥 내려왔어요.
그런데 그 여자를 보니까 그 생각이 문득 들어요. 그래서 내가 그 보살한테 저기에 캘 게 있다고 하니까, 아 그러냐고. 호미를 가지고 나오라고. 그래 거기서 한 십리는 떨어졌을 거래요. 데리고 가가지고 내가 산삼을 가리키니까 깜짝 놀라면서 막 가가지고 확 이렇게 부둥켜안으려고 하는 것 같은 그런 모습을 취하면서 나를 보더니 캐도 되냐고 물어요. 아, 캐시라고. 그렇게 캐는 걸 보고는 나는 그냥 내려왔어요.
그분이 그날 그 주변을 샅샅이 봤겠지. 보고, 보고, 또 보고 또 봤겠지. 일곱 뿌리나 캤는 거래요. 진짜 산삼인 거래요. 한 뿌리는 삼백 몇 년이나 된 그런 산삼이었어요. 서울의 종로5가에 가서 감정을 하니까 한 뿌리는 삼백 몇 년 됐다고 하대요.
그때 한진고속의 조중훈씨가 월정사 법당 짓는 데 시주를 많이 했습니다. 거의 그분이 짓다시피 했어요. 그분이 산삼도 오대산 산삼이 좋다 해서 산삼 백년짜리 한 뿌리만 누군가 캐 주면 고속버스 한 대를 주겠다고 했었는 거래요. 고속버스를요. 그 보살이 일곱 뿌리를 팔았는 거래요. 나중에 이야기가 들리는데 고속버스 세 대 값을 받았다는 거래요. 하루는 나한테 삼산 다 판 돈이라고 하면서 돈을 가지고 왔어요. 그래서 나는 필요 없으니까 애들이나 잘 키우라고. 그랬더니 훗날 서울로 이사도 하고 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어쩌다가 상원사에 오면 한 번씩 들르곤 했던 그런 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산삼도, 요즘은 그 산삼을 발견하면 내가 먼저 먹을 것 같아요. 그러니 안 보이는 거라. 그 때는 참 순수했어요. 그런 걸 전혀 생각을 안 했어요. 순수하고 때 묻지 않고. 남들이 볼 때는 어쨌는지 몰라도 내 자신은 그랬어요. 그렇게 좀 맑고 깨끗하게 사니까 보였는 거래요.
수행은 보통사람이 그냥 평범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특별한 대단함이 있습니다. 훗날 공부가 잘 돼서 신통한 그런 경계 같은 것도 느끼면 참 “오직 이것뿐이다, 이건 뭐 안 할 수가 없다. 막 밀어내도 아무리 말려도 할 수밖에 없는 공부가 바로 이 공부다” 할 수가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참으로 애쓰면 대단한 것을 체험할 날이 있을 겁니다.
무여 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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