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제 6장
絶代神學 圓月冊 !
< 절대자환신기(絶代紫環神氣) >
유가일맥 최고의 신공(神功).
유가일맥은 원래 가르치는 직업을 지닌 사람들이 오랜 세월을 통해 서서히
하나로 뭉쳐져 탄생된 독특한 학파(學派)라 할 수 있었다.
금기서화와 예(藝), 학(學)을 남에게 가르치던 이들은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무예를 창안해내어 종내에는 무림의 일맥이
되고 그 독특한 무예로 일가(一家)를 이룬 것이었는데....
---- 절대자환신기(絶代紫環神氣)
이것은 천하에서 가장 화려한 무공이라 할 수 있었다.
일단 절대자환신기를 운공하게 되면 전신에 물거품같은 자색고리의 서기가
겹겹이 일어나 전신을 뒤덮는다.
흡사 자색고리거품의 서기속에 사람이 서 있는 형상이라고나 할까!
그렇다.
이 절대자환신기는 유가일맥의 모든 무공의 근본이 되는 선천강기로써
천하의 어떤 내공보다도 뛰어난 내가기공이었다.
< 천도삼결(天圖三訣) >
무학의 이론만으로 따진다면 천하에 이 천도삼결을 능가할 무학은 존재
하지 않는다.
천도삼결은 곧 절대자환신기를 펼치는 삼초의 장법, 팔초의 조공(爪功),
일초의 권공(拳功)이라 할 수 있었다.
가히 천하의 모든 무학이 담겨져 있는 무공이 바로 이 천도삼결이었는데..
천도삼결 제일결 ----
백암장강(白岩掌강)
장공(掌功)의 최고경지,
극성으로 펼치게 되면 쌍수에서 백색의 강기가 뻗어나온다.
이른바 장강이라 불리우는 엄청난 진기의 집결체,
천하의 무엇이라도 단숨에 가루로 만들어버린다.
이 천도일결 백암장강은 다시 삼초로 구분되어 있었다.
천도이결
미가소수조(彌伽素手爪)
팔초로 나뉘어져 있는 조공(爪功)
일순간에 천지사방에 새하얀 손이 가득 찬다.
그 순간 가공스러운 조력이 상대의 심장을 찢어낼지이니....
천도삼결
무영신벽(無影神擘)
아무런 형체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아지랑이 같은 희미한 기운만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게다가 이 무영신벽의 진정한 위력을 아는 사람도 전무하다 할 수 있었다.
이 천도삼결 무영신벽은 유가일맥 중 최고의 기재로 손꼽히고 있던 백의
종사 소단성마저도 대성하지 못한 무공이었던 것이다.
산사태의 시작은 일개 작은 돌멩이다.
허나,
그 작은 돌멩이가 산 아랫쪽으로 굴러떨어지면서 다시 좀더 큰 돌멩이를
자극하고, 그 돌멩이는 다시 좀더 큰 암석을 움직이고, 종내에는 산 전체
가 무서운 기세로 증폭되어 흘러내리는 것이 바로 산사태인 것이다.
무영신벽의 위력은 바로 이 산사태에 비유할 수 있었는데....
[ ......! ]
소연황의 이마에 문득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는 백의종사 소단성의 서찰을 모두 읽은 후 옥갑 속에 들어있던 서책을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서책의 내용은 바로 유가일맥의 비전절예인 유문총경이었다.
그 절예들 중에는 소연황이 이미 구결로 알고 있는 무공들도 적지 않았다.
허나, 대부분의 무공들이 실전된 유가의 광세절학들이었다.
[ 으음.... 절대자환신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초절한 내가강기이며
호신강기이다. 또한 천도삼결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지독하다! ]
[ 내가 지금껏 구결로만 알고 있었던 본문의 모든 절예들은.... 이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어린애 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
소연황의 놀람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유가의 절예 몇가지는 진정한 유가일맥의
절예에 비하면 실로 하찮기 이를데 없었던 것이다.
유문총경의 후반부에는 병기를 사용하는 절예가 수록되어 있었다.
< 원월책(圓月冊) ---- 십이선법(十二扇法)
유가일맥의 비전기병인 원월섭선으로 펼치는 선공(扇功).
이 원월책 ---- 십이선법은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 열 초식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황홀하리만큼 아름답기까지한 기예(奇藝)
이 원월책 ---- 십이선법의 특징은 위력이 클수록 그 초식의 동작이 더욱
우아하다는 점이었다.
일단 원월섭선이 펼쳐지면 신월(新月)과 아미월(蛾眉月), 반월(半月),
만월(滿月)에 이르는 수백여 형태의 월영(月影)이 허공으로 쏟아져 나온다
흡사 원월섭선에 그려져 있는 온갖 월형(月形)이 모두 형체가 되어 쏟아져
나오는 듯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원월책 ---- 십이선법 중 일초에서 구초까지는 극강한 초식과 잔인독랄
한 초식, 극쾌한 초식 그리고 괴이막측한 초식으로 구분된다.
남은 후삼초는 신인의 경지에 달해야만 연성할 수 있는 절대신학이었는데
그 위력은 가히 추측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원월섭선은 총 삼십육개의 부챗살로 이루어져 있는데 후삼초를 펼칠
시에는 섭선 자체에서 근 일장 여에 달하는 서른 여섯 가닥의 선환강
이 뻗어나온다. 그 위력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원월책 ---- 십이선법을 대성하기 위해서는 신(身)과 선(扇)이
합일되는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 으음.... 구전으로만 전해져 오기로.... 원월섭선이 고금제일의 위력을
지녔다 하더니만 명불허전이로구나. ]
소연황이 내심 혀를 내둘렀다.
동시에,
그는 새삼 백의종사 소단성의 손에 쥐어져 있는 부채에 시선을 돌렸다.
부채의 형태는 일반적인 부채와 크게 달랐다.
먼저 그 크기가 일반부채의 두배 정도에 달했다.
게다가 그 형태또한 일반적인 섭선과 달리 파초선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더욱 특이한 것은 부채의 전면에 신월(新月), 아미월, 반월, 만월 등....
천공의 달이 점차 만월로 변했다가 다시 그믐달로 변해가는 형상이 일렬로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는 점이었다.
[ 흐음.... 이것이 바로 원월섭선이로구나. ]
소연황은 조심스럽게 백의종사 소단성의 유체에서 원월섭선을 빼들었다.
촤라라락....
원월섭선이 쫘악 펼쳐졌다.
경쾌한 음향이 석실안을 진동했다.
허나 이 순간 소연황의 눈에는 은은한 놀람이 떠올라 있었다.
[ 음.... 이제보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무겁구나. 이 원월섭선을 만든
재질은 설산에서 일백년 만에 겨우 한치씩 생성된다는 백빙석인 듯 한데..
싸늘한 한기(寒氣)
그리고 팔을 잡아뽑을 듯한 엄청난 중량....
촤라라락....
원월섭선이 다시 접혀졌다.
소연황은 거침없이 원월섭선을 품속에 갈무리 한 후 다시 유문총경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헌데....
유문총경의 가장 마지막 장, 그곳에는 유가일맥의 무공이 아니라 서찰식의
글귀가 적혀있지 않은가.
< 본좌는 강호를 횡행하다가 우연히 하나의 물건을 얻은바 있다.
그것은 바로 칩십이단천수리표(七十二斷天袖理標)이다. >
[ 칠십이단천수리표? 내가 이미 허리에 차고 있는 이 일흔 두 개의 비표를
말하는 것인가 ? ]
소연황이 고개를 갸웃했다.
소단성의 서찰에 의할 것 같으면 그 칠십이단천수리표는 유가일맥의 병기
가 아니었던 것이다.
< 원래 칠십이단천수리표는 이미 멸문이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청해
용문성(龍門城)의 지존신물(至尊神物)이다. 곧 과거 용문성 전 문도
들의 생사여탈권을 취고 있던 무상신위의 지존병기로써 그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음이다.
허나 용문성은 이미 멸문되었음이니 지존신물, 칠십이단천수리표는
단지 하나의 병기로 밖에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칠십이단천수리표를 경시하지 마라.
칠십이단천수리표는 이단(異端)의 괴문파 용문성 최고의 병기였는 바
여기 칠십이단천수리표로 전개하는 무공을 남기니 후대에게 도움이
되기 바란다. >
혈화우(血花雨) ----
칠십이단천수리표로 전개하는 비검술,
이것은 유가일맥의 무공은 아니다.
허나 백의종사 소단성은 혈화우의 초식이 워낙 뛰어나 후대를 위해 남겨
놓지 않을 수 없었는데....
혈화우,
칠십이단천수리표로 펼치는 혈화우는 단 두개의 초식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천리표화 -- 혈무영(千里飄花 血舞影)
누군가의 피를 보아야만 회수가 가능한 죽음의 초식,
칠십 이 개에 달하는 수리표가 일제히 허공을 뒤덮는다.
허나, 노리는 부위는 다르다.
칠십 이개 부위의 사혈을 동시에 방어하지 못하면 천하의 그 누구라도
죽을 수밖에 없다.
환도출사화(環刀出射華)
수천, 수만 개의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는 듯한 위력을 발휘하는 엄청난
비검술이다.
칠십 이 개의 수리표에서 각기 한 자 길이의 검강이 형성된 채 허공을
거미줄처럼 얽으며 사방 오십여 장 범위를 제어한다.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
[ 으음.... 지독하구나. 본문의 기예에 비해 추호의 뒤짐도 없다. 다만
내력의 소모가 많고 정대함이 좀 뒤떨어지기는 하나 괴이신랄한 점에 있어
서는 오히려 더욱 무서운 무공이다. ]
소연황의 입에서 감탄성이 흘러나왔다.
허나 이 순간 그를 더욱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은 이 칠십이단천수리표가
용문성이라는 이단의 괴문파의 지존신물이라는 점이었다.
[ 용문성.... 소단성 조사께서는 용문성이 이미 멸문되었다고 하셨지만
용문성은 지금으로부터 오백년 전에 복원되어 당대에 이르러서는 청해 전역
은 물론이고 천축에까지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막강한 단체이다. ]
---- 청해 용문성.
---- 일천년 전에 멸문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가 오백년 전쯤 재등장하여
당대에 이르러서는 더욱 가공스러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이단의
괴문파.
아아....
놀라운 일이 아니겠는가.
용문성의 재등장.
그리고 그 지존신물, 칠십이단천수리표....
문득 소연황의 입가에 미소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 용모는 비록 추하기 그지 없었으나 어쩐지 화사하게만 느껴지는 그런
미소였다.
[ 이 칠십이단천수리표가 용문성의 지존신물이라 이것이지? 내가 이것을
지니고 있는 한.... 용문성의 전 고수들은 내 명령에 따라야 한다 이 말인
가 흣! 재미있구나. ]
야망이련가?
아니면 천하를 향한 원대한 어떤 계획이 그의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단
말인가....!
소연황의 눈빛은 무서울 정도로 불타오르고 있었는데....
× × ×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소연황은 바로 그날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공연마에 몰두하기 시작
했다.
그야말로 침식을 불문하고 삼매경에 빠져 잃어버렸던 유가일맥의 비전
절예들을 차례로 연성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점차 그의 지병이었던 칠양선천신맥의 증세는 갈수록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소연황의 화후는 하루가 지날수록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급성장
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는 가운데 그렇게 일세서방의 지하 깊은 곳에서 한 명의
절대영웅의 탄생이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 × ×
석실,
소연황은 그 중앙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에 열중해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점차 그의 전신모공으로부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자색고리형태의 서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색고리들의 서기는 점차 짙어져 갔다.
종내에는 자색고리거품에 휩싸이는 듯 했다.
어찌보면 하나의 커다란 자색 산호초를 보는 듯 하다고나 할까 !
이때였다.
스스.....스스슷....!
자색고리의 서기들이 점점 더 강렬해지면서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소연황의 몸이 점차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지 않은가.
부공삼매(浮空三昧)의 경지,
그렇다.
뉘라서 이 사실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만학서생 소연황
칠양선천신맥을 타고나 그 지력이 뛰어나고 신명이 과인지경이기는 하나
육체적으로는 오래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로 병약하던 소연황이 아니던가
헌데....
바로 그 소연황이 불과 육개월여 만에 부공삼매의 경지에 이르러 있음이니
진정 믿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허공에 떠올랐던 그의 신형이 점차 다시 바닥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전신을 뒤덮고 있던 자색거품같은 서기도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그의 눈이 뜨여졌다.
[ ......! ]
자색의 광휘가 그 눈속에서 떠돌다 스러진다.
혜성같이 현현한 눈빛이었다.
( 으음.... )
소연황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신이 깃털처럼 가벼워졌음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뿐이랴!
체내의 곳곳에는 용암과도 같은 진력이 넘실대는 듯 했다.
[ 흠.... 이제 나를 괴롭히던 칠양선천신맥의 증세는 완전히 치유가 된 듯
하구나. 아니 오히려 극양진기로 융화되어 본신진력으로 바뀌어버렸음이니
진정 내가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을 복연이다. ]
문득 그의 입에서 대소성이 터져나왔다.
[ 하하하핫.... 이를 일러 전화위복이라 하던가! ]
격동에 넘친 대소성,
소연황의 웃음소리는 예전과 크게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도 언제나 밝은 웃음소리를 터뜨렸던 그였다.
허나 그때의 웃음소리는 자신의 처지를 애써 잊고자하는 어딘가 쓸쓸해
하는 웃음이었으나 지금의 웃음소리는 진정 밝고 활기찬 웃음소리였던
것이다.
[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의 용모가 환원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허나... 성급해 하지는 않겠다. 언젠가는 나의 진정한 얼굴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
문득 그의 대소성이AT
멈춰졌다.
그렇다.
소연황의 기우는 확실히 예전과 달리 헌앙하기 이를 데 없었다.
허나 무엇보다도 아쉬운 점은 그의 얼굴이 여전히 추하고 흉측스럽다는
점이었다.
소연황이 석벽의 한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작은 빗금들이 수백여 개나 그어져 있었다.
시간의 흐름을 잊지 않기 위해 날짜를 표시해 놓은 것이었을까?
소연황은 예의 빗금들의 수효를 헤아려 보기 시작했다.
[ 음.... 이곳에서 생활한지 벌써 육개월이 넘었구나. 조부님이 돌아오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쩌면 벌써 돌아오셨는지도 모르고.... ]
소연황이 다시 미소했다.
조부 은림대학사 소위지를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왔다.
소연황의 칠양선천신맥의 절증이 치료된 것을 그가 알게 되면 얼마나
기뻐하겠는가.
[ 자.... 과연 나의 성취가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볼까....? ]
소연황이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우수가 수평으로 세워졌다.
우웅....
일순 그의 우수에서 휘황한 자색서기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형성되기 무섭게 곧바로 전면을 향해 밀려나가기 시작했다.
꽈릉....
은은한 폭음이 석실을 진동시켰다.
아아....
보라 !
삼장 저쪽의 석벽,
그곳에 너무도 선명한 장인이 다섯치 깊이로 새겨져 있지 않은가.
[ 무적패왕권.... 본문의 수많은 절예 중 하나다. 흠.... 저 정도면 칠성
이상의 공력을 실으면 만근거암도 부술 수 있겠지....? ]
소연황이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바로 이때였다.
크르르릉....
돌연 그의 발밑에서 기이한 음향이 터져 나왔다.
( ......? )
소연황이 놀라 눈을 돌렸다.
그의 발밑에는 천요삼색마표가 언제 나타났는지 모르게 털을 곤두세우고
서 있었다.
헌데 그 태도가 기이하지 않은가.
마치 당장이라도 소연황을 향해 덮쳐들 듯한 기세.
소연황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야야, 네놈이 지금 주인께서 좀 시끄럽게 굴었다고 시비를 걸려는
것이냐 ? ]
크르르릉....
천요삼색마표의 눈빛이 기이하게 변화되었다.
북망산의 귀화를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 눈빛은 너무도 사이해 보는 것만으로도 죽음의 공포를 느낄 정도였는데
[ 호.... 이제 알았다. 네놈이 나와 비무를 해보고 싶은게로구나. 네가
감히 이 주인의 성취를 시험해보겠다 이거냐? ]
소연황은 어이가 없는 기분이었다.
천요삼색마표의 태도가 영락없이 그러했던 것이다.
이때였다.
소연황의 말이 맞는다는 듯 천요삼색마표는 허공을 향해 낮게 으르렁거린
후 번개같이 덮쳐오지 않는가.
[ 엇! 요놈이.... 좋다. 어디 혼좀 나봐라! ]
우웅....
소연황의 장세가 기괴한 각도로 굴절되었다.
허공에서 덮쳐오고 있는 천요삼색마표를 단숨에 박살낼 듯한 기세였다.
사실 소연황은 만에 하나 천요삼색마표가 다칠까 두려워 이성의 공력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헌데....
카앙....
쓰읏 !
천요삼색마표의 몸이 허공에서 방향을 틀었다.
동시에 덮쳐들었던 속도는 조금도 줄지 않은 채 어느새 소연황의 가슴을
노리고 파고들어왔다.
[ 어엇? 요놈 봐라! 좋아, 좋아....! 일양지(一陽指) ! ]
소연황은 천요삼색마표의 몸놀림이 예상외로 민첩하고 그 움직임에 실려
있는 힘이 가공스러움을 느끼고 크게 소리쳤다.
동시에 무서운 지력이 십여 갈래로 허공을 난자해 들었다.
이번의 지력은 천요삼색마표의 바로 코앞에서 작렬한 것이었다.
여지없이 천요삼색마표의 몸이 퉁겨져 나갈 듯 했다.
허나 이번에도 천요삼색마표는 믿어지지 않는 움직임으로 지력들을 모조리
무산시키고 있었다.
허공에서 자유자재로 방향을 트는데 그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흡사 흑,
백, 황의 세 가지 색만이 허공에 유령처럼 번뜩이는 것 같았다.
휘이익!
[ 읏 ! ]
소연황의 입에서 당황성이 터져 나왔다.
어느새 천요삼색마표의 날카로운 발톱이 그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도 소연황이 황급히 유가일맥의 비전신법인 무허영영을 펼쳐 피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깨의 살점이 한무더기는 뜯겨나갔을 상황이
었다.
( 이거 저놈을 우습게 보았다가는 개망신을 당하겠는데.... 야야! 저 놈은
동물적인 본능으로 나의 공세를 가장 적절하게 피해내고 있다. )
( 기가 막힐 정도로 완벽한 본능적인 움직임이다. )
소연황은 신형을 바로잡았다.
더이상 천요삼색마표를 일개 미물로 보기보다는 무서운 실력을 갖추고
있는 비무상대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 좋았어. 한대 얻어맞고 며칠 동안 끙끙 앓지나 마라. 버릇을 단단히 고쳐
주마. ]
스스스슷....
소연황은 이내 절대자환신기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눈깜짝할 사이에 소연황의 전신이 자색거품의 서기에 휩싸여버렸다.
카 ---- 아앙 !
천요삼색마표의 눈빛이 다소 긴장된 빛을 띄웠다.
천요삼색마표는 영악하기 이를데 없는 영물인지라 이미 절대자환신기의
무서움을 깨닫고 있는 듯 했다.
우르르르.... 고오오.....
소연황의 우수가 허공에 떠올랐다.
일순, 엄청난 수영(手影)이 허공을 장악했다.
물샐틈 하나 없는 수영의 파도,
그 엄청난 수영의 해일이 일시지간 천요삼색마표를 덮어씌웠다.
카 ----앙 !
천요삼색마표가 크게 으릉거렸다.
동시에 그 신형이 오히려 소연황이 펼쳐놓은 미가소수조의 엄청난 공세를
뚫고 미끄러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파 ---- 앙 !
( 야야의 능력이 이정도였단 말인가! 천하의 영물인줄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만 미가소수조마저 뚫을 수 있을 정도라니! )
소연황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되자 소연황은 장난으로만 생각했던 천요삼색마표의 비무를 더이상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오십여 초가 흘렀다.
천요삼색마표의 비무가 길어질수록 소연황의 놀람은 더욱 커져갔다.
천요삼색마표는 천하의 어떤 병기로도 베어지지 않는 금강불괴의 몸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뿐이랴
한번 당한 초식에는 두번다시 당하지 않는 영악함마저 지니고 있지 않는가
( 으음... 잘됐다. 그렇지 않아도 홀로 고수체득하여 연마한 나의 무공이
과연 어느 정도의 경지나 되는가 궁금했던 참이었다. 그동안 익힌 것을 이
야야와 함깨 비무하며 실전경험마저 쌓아야겠구. )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일개 고양이와의 비무를 통해 실전경험마저 쌓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허나....
이 순간의 소연황은 한 가지 사실을 미처 모르고 있었다.
천요삼색마표,
이 천요삼색마표는 전설상의 영물이 아니겠는가.
천요삼색마표의 체구는 겨우 한 자에도 못미친다.
허나 그 몸놀림 하나하나가 야생의 법칙을 통해 쌓여진 생존능력이 수천년
간 혈맥을 통해 이어져 내려온 본능적인 것....
곧 천요삼색마표의 비무는 천하의 어떤 고수와 비무한다해도 깨우칠 수 없
을 실천경험을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것이었는데....
그렇다.
천요삼색마표와의 비무,
이것은 소연황에게 두 가지 이상을 주는 엄청난 것이었다.
먼저 자신의 성취에 자만하지 않고 오히려 아직은 부족하다고 느끼게 만들
어 더욱 분발케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철저한 실전경험마저 쌓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자만하지 않고 더욱 무공일도에 정진한다는 것,
이는 곧 더 큰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지 않겠는가.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