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6일 부산의 한 당뇨환자가 저혈당으로 인한 무의식 상태에서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8중 추돌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운전자는 쇼크 상태에서 운전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장거리 여행이나 등산 등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가을은 당뇨환자들이 각별히 주의해야 할 계절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저혈당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고 외출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나들이 전 저혈당 대비 챙겨야 할 것들
단풍구경이나 가을산행 등 야외활동은 평상시에 비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혈당이 급격히 낮아질 위험이 높다. 따라서 평소 약이나 인슐린 주사로 혈당을 조절해 오고 있다면 ‘공복 상태’를 철저히 피해야 한다. 산행 전 든든히 요기를 하고, 생수나 야채 등은 수분보충에는 도움이 되지만 혈당과는 관계가 없으므로 탄수화물이 든 사탕 등의 간식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자가혈당측정기를 배낭에 휴대해 어지러움 증이 발생했을 때 저혈당으로 인한 증상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데 사용한다.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을 경우를 대비해 ‘당뇨병 환자’라는 내용의 메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좋다. 이밖에 당뇨병 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상처가 나면 회복이 어려우므로 응급처치가 중요하다.
만일 산행 등에서 피부에 상처를 입었다면 생수 등으로 해당 부위의 흙, 먼지 등을 씻어내고 빨리 병원을 찾는다. 응급처치에 필요한 간단한 소독약, 붕대, 일회용 반창고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앙대용산병원 내분비내과 안지현 교수는 “대수롭지 않은 상처라고 생각해 하루 이틀 방치했다가 악화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확인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운전 전엔 과일주스, 설탕물 미리 준비
장거리 여행에 따른 장시간 운전도 주의해야 한다. 당뇨를 오래 앓아 온 환자나 평소 저혈당을 자주 겪었던 경우 저혈당 상태를 자각하지 못하고 무덤덤해지는 ‘저혈당 무감지증’이 오기 쉽다. 특히 운전 중에는 이러한 증상을 감지하기 어려워 전조증상 없이 바로 경련을 일으키거나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 사고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당뇨의 합병증인 망막병증을 앓고 있는 경우 심하면 사물이 군데군데 안 보이기도 해 운전 중 시야를 가릴 수 있다. 안지현 교수는 “평소 생활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을 수도 있지만 교통신호가 잘 안 보이거나 시야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자칫 참사를 불러올 위험이 크다”면서 “평소 시력저하 등의 증상이 없더라도 당뇨 환자들은 1년에 한 번 안과에서 망막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장시간 운전 전에도 든든히 요기를 하고 반드시 혈당을 체크해 봐야 한다. 또한 차 안에 혈당을 단시간에 높여주는 간식을 준비한다. 흔히 초콜릿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초콜릿에는 지방성분이 많아 혈당이 올라가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흡수가 빠른 과일주스나 탄산음료, 요구르트, 설탕물이 더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