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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aldo Giaiotti: Recitativo & Il mio sangue la vita darei - Luisa Miller MET 1979
Bonaldo Giaiotti: Recitativo & Il mio sangue la vita darei — Luisa Miller MET 1979
Giovanni Furlanetto "Che mai narrasti, il mio sangue la vita vorrei" Luisa Miller di G. Verdi
Giovanni Furlanetto "Che mai narrasti, il mio sangue la vita vorrei" Luisa Miller di G. Verdi
"Il Mio Sangue, La Vita Darrei" (Walther's aria - "Luisa Miller" - Verdi)
Eugene F. Raggio (BassBaritone) and Michael Sikich (Piano)
At Knutson Studios, Berlin
Luisa Miller - SCENA II 장면 2
Sala nel castello di Walter. 발터 백작의 성의 큰 거실.
(Walter inoltrasi seguito da Wurm.) (발터가 들어오고 부름이 따라 들어온다.)
WALTER 발터
(6) Che mai narrasti! 그게 사실인가?
Ei la ragione a dunque smarrì! 그렇다면 그 아이가 정신이 나갔군!
WURM 부름
Signor, quell'esaltato capo voi conoscete. 영주님, 그는 젊고 혈기왕성한 분입니다.
WALTER 발터
La Duchess intanto mi segue! 공작부인이 여기까지 오셨어!
Digli ch'io lo bramo. 내 아들에게 여기로 오라고 전하라.
[Wurm si ritira.] [부름이 물러간다.]
Ah! tutto m'aride, 아! 모든 것이 잘되어가고 있는데...
tu, mio figlio, tu soltanto osi! 아들아, 너만 네 멋대로 하고있구나!
La tua felicità non sai quanto 네 행복을 위해 내가 얼마나 큰 고통을
mi costi! 겪어야하는지 너는 모르겠지!
Oh! mai nol sappia, mai. 오! 차라리 네가 모르는 게 낫다, 절대로...
Il mio sangue, la vita darei 네가 행복하고 강해지는 걸 본다면,
per vederlo felice, possente! 나의 피와 목숨이라도 바치겠다!
E a' miei voti, agli ordini miei 그러나 저 배은망덕한 아들은
si opporrebbe quel cor sconoscente? 내 소망, 그리고 내 지시를 따르지 않는구나!
Di dolcezze l'affetto paterno 아들을 사랑해도 내 마음은
a quest'alma sorgente non è . . . 전혀 기쁘지가 않구나, 기쁘지 않아...
Pena atroce, supplizio d'inferno 분노에 찬 하느님은
Dio sdegnato l'ha reso per me. 내가 지옥의 고통을 겪게 하시는구나.
루이자 밀러(Luisa Miller)
- 가정심리극: 신분차이와 음모에 희생당하는 여인 -
작곡: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
원작: 프리드리히 폰 쉴러의 <간계와 사랑 Kabele und Liebe>
대본: 살바토레 캄마리노
초연: 1849년 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
등장인물
발터 백작, 마을의 영주 Bs
로돌포(카를로), 루이자의 연인 T
밀러, 늙은 퇴역군인 Br
루이자, 밀러의 딸 S
페데리카, 오스트하임의 공작 미망인 M
부름(Wurm, 독일어로 '벌레'라는 뜻), 발터의 비서관 Bs
아리아
그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Lo vidi, el primo palpito) (S)
주여, 저를 벌하소서(Tu punisscimi, o Signore) (S)
해 저무는 고요한 저녁에(Quando le sere al placido) (T)
무덤은 침상이라네(La tomba e un letto) (S)
아버지, 나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받으소서(Padre, ricevi l’estremo addio) (S)
때와 장소 : 17세기 전반 티롤 지방의 작은 마을
짧은 줄거리
루이자는 백작의 아들이면서도 평범한 청년으로 위장한 로돌포를 사랑한다. 두 사람 사이에 아들을 부유한 미망인과 결혼시키려는 백작과 루이자를 탐하는 그의 비서관 부름이 둘 사이를 떼어놓기 위한 음모를 꾸민다. 루이자는 백작에게 체포되어 죽음의 위험에 빠진 아버지를 구하고자 로돌포가 아니라 부름을 사랑한다는 거짓 고백을 담은 편지를 쓴다. 이 편지를 본 로돌포가 배신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독약을 마시고 루이자에게도 준다. 두 사람이 독약을 나눠 마신 후에 편지의 사연이 밝혀지고, 둘은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죽어간다.
긴 줄거리
서곡: 3막의 동기를 주제로 소나타 형식의 소나타가 연주된다. 이 곡이 유명한 신포니아 이다.
제1막 사랑
1장: 퇴역군인 밀러의 집
밀러의 딸 루이자의 생일에 마을 사람들이 축가를 부르자 아버지가 감사를 표한다. 루이자는 연인 카를로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카바티나 <그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Lo vidi, el primo palpito>를 부르는데, 카를로가 나타나 카발레타에 해당하는 2중창을 부른다. 거기에 아버지 밀러와 합창이 가세하여 화려한 스트레타로 마무리 된다. 루이자의 화려한 콜로라투라는 그녀의 불타는 마음을 나타내 준다.
카를로와 사랑을 속삭이는 딸을 바라보는 밀러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카를로는 사실 백작의 아들 로돌포이지만 루이자에게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있다. 이 지역 영주인 발터 백작의 비서 바름은 밀러에게 루이자와 결혼하게 해 달라고 조른다. 난처해진 밀러는 아름다운 카바티나 <남편을 고르는 것은 성스러운 일 Sacra la scelta e d’un consorte>을 부른다.
루이자와 로돌포가 연인 관계임을 알고 있는 부름은 밀러에게 루이자의 연인이 발터 백작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폭로한다. 이 말에 밀러는 충격을 받는다.
2장: 발터 백작의 성
부름은 발터 백작에게 로돌포가 평민 처녀 루이자와 사랑하는 사이라고 고자질한다. 로돌포가 들어오자 백작은 자신의 질녀이자 공작 미망인인 페데리카와 결혼하라고 말한다. 그후 페데리카가 성에 와서 로돌포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지만 로돌포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질투심에 불타오르는 페데리카는 로돌포와 격정적인 이중창을 노래한다.
3장: 밀러의 집
루이자는 아버지에게서 로돌포의 정체를 듣고 놀란다. 신분의 차이를 이유로 결혼을 반대한다며 밀러가 딸을 설득하고 있는데, 로돌포가 나타나 자신의 순수하고 진정한 사랑을 호소한다.
그러나 로돌포를 따라온 백작은 분노에 차서 아들을 꾸짖는다. 이제부터 4 사람의 피날레 4중창 <아니, 당신이 이곳에 Tu, tu, signor, fra queste soglie>가 강열한 오케스트라로 시작된다. 아들과 아버지의 격렬한 논쟁이 시작된다. 로돌포는 자신들의 순수한 사랑을 강조하고, 아버지는 아들의 눈먼 사랑을 질타한다. 이에 딸을 보호하려는 밀러의 천둥과 같은 경고가 가세되고, 세 남자의 음성 사이에 루이자의 고음은 하늘을 향해 자신을 구해 달라고 간구한다. 이에 놀라 모여든 마을 사람들의 합창이 더해져서 대콘체르타토로 긴장은 최고조에 달한다.
발터가 루이자를 체포하라고 명령하자 로돌포가 칼을 뽑으며 “만일 그녀를 체포한다면 아버지가 어떻게 지금의 지위를 차지했는지 밝히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백작은 하는 수 없이 루이자를 풀어주고 퇴장한다.
제2막: 음모
1장: 밀러의 집
마을 사람들이 합창 <루이자, 어딨니? Ah, Luisa, dove sei?>를 부른다. 그녀가 나오자 마을사람들은 밀러가 영주를 모욕해서 잡혀갔다고 알려준다. 부름이 등장하여, 밀러의 사형집행이 곧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경악하는 루이자에게 부름은 “로돌포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의 신분을 알고 유혹하려 했다.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는 부름이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자기 앞으로 쓰라고 한다. 그래야만 아버지 밀러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루이자는 극심한 심리적 고통 속에서 아버지를 구할 일념으로 거짓편지를 쓰면서 <주여, 저를 벌하소서. Tu punisscimi>를 부르고 서명을 한 뒤, “당장 우리 아버지를 구해 오라.”며 그에게 절규한다.
2장: 발터의 성 안
부름이 발터 백작에게 루이자의 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곧 페데리카의 의심을 풀어주기 위해 루이자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발터와 부름은 둘이 공모해 발터의 사촌을 죽이고 그의 지위와 재산을 모두 가로챈 과거사를 회상하는 2중창 <나는 사촌의 재산을 탐냈었다. L’alto retaggio non ho bramato>와 <네가 나와 함께 살든지.>를 격렬하게 부른다. 곧 페데리카가 들어오고, 루이자가 등장하여 페데리카에게 자신은 로돌포가 아니라 부름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페데리카는 안도감을 느끼며 크게 기뻐한다. 이제부터 네 사람은 독특한 앙상블로 후반부가 진행되는 4중창을 부른다.
제3장: 성 안의 정원
부름의 계략으로 부름에게 전달되려던 루이자의 편지가 로돌포의 손에 들어온다. 편지를 읽은 로돌포는 루이자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믿고 슬픔과 분노로 이성을 잃는다. 그는 배신당한 자신의 심정을 <고요하고 별 밝은 저녁에 Quando le sere al placido>로 나타낸다. “루이자의 고백과 맹세가 모두 거짓이었나?”라고 한탄하는 이 대목은 이 작품의 백미일 뿐 아니라 베르디의 모든 테너 아리아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곡이다.
로돌포는 부름을 불러내 결투를 청하지만, 사람들과 발터 백작이 나타나 말린다. 로돌포가 루이자가 배신했다고 말하자 발터는 페데리카와 결혼함으로써 루이자에게 복수하라고 조언하고, 그는 결혼을 승낙한다. 로돌포는 카발레타 <나에게 무덤이든 왕좌든>으로 자포자기한 심정을 노래한다.
제3막 독약: 밀러의 집
마을사람들이 몰려와서 슬퍼하는 루이자를 위로하는 합창을 부른다. 밀러가 석방되어 돌아오자 루이자는 아버지에게 자살할 결심을 이야기하지만, 아버지의 간곡한 애원에 마음을 돌리고는 아버지와 함께 멀리 떠나기로 결심하고 이중 2중창 <저의 침대는 꽃으로 장식된 무덤으로 La tobaa e unletto sparso di fiori>와 <가난하고 자유롭게 떠나리. Andrem, ramihghi e poveri>를 부른다. 이 대목은 앞으로 나올 베르디의 명작 리골레토의 2중창을 연상시키는 음악과 내용이다.
밀러가 나간 뒤 루이자는 <나의 마지막 기도 Ah! L’ultima preghiera>를 부른다. 그때 로돌포가 찾아와 독약을 몰래 포도주 병에 타놓은 후에 정말 루이자가 부름에게 보낸 편지를 썼느냐고 묻는다. 비밀을 지키기로 맹세한 루이자가 어떨 수 없이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자 로돌포는 독이 든 포도주를 따라 마시고 루이자에게도 건네준다. 루이자는 그포도주를 받아 마시고 최후의 2중창을 부른다.
격렬한 설전을 벌이다가 로돌포가 둘 다 독약을 마셨다고 털어놓은 후에 마지막으로 루이자에게 "부름을 사랑했는가?"라고 묻는다. 루이자는 죽음 앞에 해방감을 느끼며 그제서야 모든 것이 부름의 계략에 의한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루이자는 이무런 죄가 없기에 죽음을 택한다고 말하며 발터 백작과 부름의 음모를 말해준다.
로돌포는 “내가 당신을 죽였군.” 하면서 격분하며 2중창의 후반부 <나의 출생과 혈통을 저주한다.>를 급박하게 부른다. 로돌포의 분노가 폭발한다. 하지만 죽어가는 시간에 무엇을 어떻게 할수 있겠는가?
두 사람이 하늘나라에서의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죽어갈 때 밀러가 들어와 경악한다. 루이자는 아버지에게 안겨 최후의 3중창 <아버지, 이게 저의 마지막입니다. Padre, ricevi l’estremo addio>로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자기를 용서하여 줄것과 로돌포를 축복하여 줄것을 부탁한다.
백작과 부름과 마을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려고 성당 안으로 들어온다. 루이자는 이미 싸늘한 몸이 되어 있다. 로돌포는 부름이 들어서는 것을 보자 마지막 힘을 다하여 그를 칼로 찌른다. 그리고 자기 아버지인 발터백작을 보고 "이 모든 하늘의 벌을 눈을 들어 보시오."라고 말하면서 숨을 거둔다.
참고자료
전원극
루이자 밀러의 배경은 산 속 마을 티롤 지방으로서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산골마을을 그려낸 독특한 지방색이다. 음악의 분위기나 내용은 마치 로시니의 윌리엄 텔이나 도니제티의 연대의 딸 같은 스위스의 목가적인 분위기가 난다. 사실 베르디는 지방색을 별로 쓰지 않았던 작곡가인데 여기서 처음으로 티롤지방의 색채를 그려내려고 했으며, 그것은 나중에 <포스카리 가의 두 사람>으로 이어진다.
시민비극
루이자 밀러는 베르디가 처음으로 당시대의 시민계급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과거의 베르디 오페라는 주로 귀족이나 왕족이 등장하는 것이었으나 이 오페라는 일반 평민들의 얘기를 다룬 것이다.
원작 <간계와 사랑 Kabele und Liebe, 1784년>은 '독일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불리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신분이 높은 귀족의 아들 페르디난트와 시민계급에 속하는 악사의 딸은 서로 사랑하지만 신분의 차이 때문에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고, 여기에 여주인공을 차지하려는 다른 남자의 교활한 방해가 섞여 남녀주인공이 다 죽게 되는 비극이다.
그래서 '시민비극'이라는 문학장르에 속하는데, 이 장르는 프랑스, 영국, 독일에서 18세기에 유행하던 것으로, 부패한 귀족계급이 도덕적이고 선량한 시민계급의 삶에 끼어듦으로써 일어나는 비극을 그렇게 불렀다. 시민비극의 내용은 대개 슬픈 사랑이야기였지만 점차 정치사회 비판적인 작품들로 발전해 나갔다.
심리극
대체로 이탈리아의 오페라들은 이태리 사람들의 기질과 비슷하게, 슬픔과 기쁨 또한 격렬하게 표현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 작품은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인물들의 근원적 고독과 적막한 슬픔을 담담한 필치로 섬세하게 묘사하여, 베르디 작품 세계에 있어 일대 전환의 계기를 마련한다.
<루이자 밀러> 발표 2년 후에, 곱추 바리톤의 심리묘사가 뛰어난 위대한 명작 <리골레토>가 탄생했다는 것은 우연으로 보기 힘든 일이다.
비교: 루이자 밀러, 리골레토, 아이다
아버지와 둘이서 살고 있는 딸, 신분을 숨기고 접근하는 남자를 사랑하는 딸 등 이 작품과 <리골레토>는 스토리 전개에 공통점이 많다. 그래서 <루이자 밀러>를 뒤에 작곡한 <리골레토>를 위한 전단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아이다>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세 작품 모두 부녀관계를 다룬 베르디의 걸작들이며, 신분과 처지에 맞지 않는 사랑으로 고통 받는 딸의 연인을 아버지가 반대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베르디 오페라 중 특별히 아름다운 서곡들
베르디의 작품들 중에서 루이자 밀러, 운명의 힘,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나부코의 서곡들이 특히 아름답다.
음악적 특징
이 작품의 음악은 실로 구구절절하며 내용과 상관없이 음악적 느낌이 본능적으로 살아나는 그런 오페라이다. <리골레토>와는 다른 시골 목가극이며 음모에 의해 야기되는 비극이다.
이 작품은 극의 내용에는 향후에 작곡되는 리골레토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리골레토의 산파역을 한 작품이라고 하는 평론가들이 있다. 그러나 음악은 일 트로바토레와 닮은 점이 더 많은 벨칸토 오페라로서 음악적으로는 루이자 밀러의 음악이 일트로바토레에 계승되었다고 평가된다.
다른 벨칸토 작품들처럼 루이자 밀러의 아리아는 대부분 반복된다. 또한 바로크 음악의 다카포 형식(A-B-A)처럼 처음 아리아는 가볍고 부드럽게 부르고 두번째 반복 때는 좀더 기교를 발휘하는 형태를 보인다. 이 오페라에서 베르디는 루이자가 등장할 때 주로 클라리넷을 쓰는 등 악기를 각 인물의 표현에 사용했다.
비인기 -> 인기
초연은 성공적이긴 했지만, 그렇게 압도적이고 열광적인 것은 아니었다. 가정극이고 서민극이며 또한 심리극이기도 한 작품이 나부코나 롬바르디아인같은 불록버스터 작품들과 같은 수준의 대성공을 거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초연 다음 해에 비슷한 스타일의 가정 심리극 <트타펠리오>를 발표했으나 둘 다 중간에 사장 되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도리어 이 작품들이 없었으면 베르디의 작품세계가 단조롭다는 소리를 들었을 만큼 새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 이 작품은 베르디 초기의 오페라들 중에서 <나부코>, <에르나니>, <멕베스> 등 초기의 3대 인기작 다음가는 인기와 공연 횟수를 자랑하고 있다.
비교: 소설 소멸
로돌포는 자신의 죽음이 아버지에게 내리는 벌이라고 외치며 죽는다. 자신을 소멸시킴으로써 가문의 비도덕과 비이성을 단죄한 것이다. 토마스 베른하르트(Thomas Bernhard,1931~1989)의 소설 ‘소멸’의 결말처럼 죽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완성하고 도덕적 정의를 실천시키는 미학을 루이자 밀러에서 본다.
경솔한 로돌포의 동반자살
아버지와 함께 멀리 떠나기로 결심한 루이자 앞에 로돌포가 나타나 독약을 몰래 포도주 병에 타놓은 후 변심여부를 묻는다. 비밀을 지키기로 맹세한 루이자가 변심했다고 말하자, 그는 독이 든 포도주를 마시고 루이자에게도 마시게 한다. 경솔하게 독약을 먹인 후에 죽어가면서 하는 대화에서 그녀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서 거짓 편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지만 이미 루이자는 죽어가고 있다. 설령 변심했거나 변심하지 않았더라도 로돌포를 잊어 버리기로 하고 멀리 떠나가더라도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채 몰래 독약을 먹이는 것은 살인이자 범죄행위이다.
루이자는 변심하지 않았기에 죽음을 택한다고 말하면서 기꺼이 강요된 동반자살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듯이 받아들이지만, 로돌프의 행위는 귀족 남자의 평민여자에 대한 생사여탈권이 있다는 월권의식이 진정한 사랑보다 앞서 있음을 보여준다. 귀족계급 남자가 도덕적이고 선량한 시민계급 여자의 삶에 끼어듦으로써 일어나는 가엾은 루이자 밀러의 진정한 비극은 사랑하는 연인 로돌프에 의해서 본인의 의사에 상관없이 강제로 동반자살을 하게 되는 것이다.
파토스
쉴러의 <간계와 사랑>의 남녀 주인공은 진실하고 숭고한 사랑을 하지만 심리적 고통의 극한을 경험하게 된다. 쉴러의 문학은 파토스(pathos)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데, 파토스는 두 주인공이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완전성을 추구할 때 발생한다. 이 극에서는 순수한 사랑과 계층적 격차 사이에서 고통을 받는 남녀주인공의 격정적인 대사에 관객이 감동을 받게 된다.
원작의 사회비판 약화, 러브스토리 강조
베르디는 신분의 차이나 사회의 관습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특히 남자주인공이 부패한 귀족인 아버지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베르디 오페라의 부자관계나 부녀관계의 좋은 예이다. 원작을 쓴 쉴러는 남자주인공의 아버지가 아들을 공작의 정부와 결혼시켜 궁정에서 자신의 세력을 더 확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설정했는데, 이 같은 부도덕함이 오페라 무대에서는 관객의 지나친 분노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해 베르디는 공작의 정부를 공작의 미망인으로 바꿔놓았다. 더구나 남자주인공과 이 미망인은 친척 관계이면서 어린 시절 친구 사이이기까지 하다. 쉴러 원작에서는 부름이 다른 남자에게 편지를 쓰도록 여주인공에게 강요하지만, 오페라에서는 부름 자신에게 쓰도록 하는 것도 차이점이다. 루이자 아버지의 직업 역시 원작의 악사에서 퇴역군인으로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오페라에서는 원작의 강렬한 사회비판이 약화되고 두 주인공의 러브스토리가 좀 더 비중을 차지하게 바뀌었다.
악역 부름
철저한 악인인 부름은 <오텔로>의 이아고와도 비교되는 인물이다. 부름(Wurm)의 이름이 원래 독일어로 '벌레'를 뜻한다는 것도 흥미롭다.
죽음의 미화: 낭만주의 예술의 특징
여주인공 루이자는 진실을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맹세에 갇혀 있다가, 연인이 자신에게 독약을 먹인 것을 알게되자 그 의무에서 풀려나면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다. 이런 죽음의 미화는 이승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죽음을 통해 이루려는 낭만주의 예술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남녀주인공이 함께 기쁨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베르디의 <아이다>나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인 낭만주의 죽음 미화 작품들이다.
연출가 모신스키
상하이에서 태어난 러시아계 유태인 엘리야 모신스키(Elijah Moshinsky, 1946~2021)는 호주의 멜버른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호주 오페라, 영국 왕립 오페라 하우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에서 활동했으며 2021년 1월 코로나로 사망했다(향년 75세). 그는 Berg의 Wozzeck제작으로 호평을 받은 후, Boris Godunov, Werther, Dialogues des Carmélites, Don Carlos, Lohengrin, Tannhaüser, The Rake's Progress, 등의 주목할 만한 작품과 Stiffelio와 Attila와 같은 Verdi의 희귀 작품을 연출했다.
평론가 Peter Davis는 그가 2001년에 제작한 Luisa Miller를 '수년간 제작된 Met의 베르디 작품 중 가장 만족스러운 오페라'라고 격찬하면서, 그는 '합리적이지만 분위기있는 환경에서 작업하면서 기술, 유연성 및이 출연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확실한 이해'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모신스키는 "가수가 최고의 연기를 낼 수 있도록 연기자의 기질에 참여하는 것이 연출가"라고 말했다.
쉴러의 원전 오페라 작품들
독일 고전주의 극작가 쉴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 1759~1805)는 괴테와 더불어 독일의 2대 문호로 손꼽힌다. 그는 괴테와 세익스피어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그의 시를 베토벤이 9번 교향곡 4악장의 환희의 송가에 차용하였다. 베르디는 쉴러의 오를레앙의 처녀(조반나 다르크), 도둑(산적), 간계와 사랑(루이자 밀러), 돈 카를로스(돈 카를로), 발렌슈타인(운명의 힘 바탕) 등을 오페라화 시켰다. 베르디의 작품 이외에도 도니제티의 마리아 스투아르다와 로시니의 기욤 텔(윌리암 텔)도 쉴러 원전의 작품이다.
쉴러의 문학적 향기
이 작품을 통하여 사랑의 완성과 도덕적 정의를 이루어 내는 실러표 감상문학이 베르디의 음악을 입고 오페라로 탄생했다. 이성과 감성의 줄타기를 하며 끊임없이 고뇌하는 햄릿 같은 주인공들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이들이다. 노랫말을 통하여 쉴러의 대사를 살펴보면:
- 아리아: 남편을 고르는 것은 성스러운 일
남편을 고르는 것은 신성한 것이라네.
오직 루이자의 뜻에 따라 결정될 것이네.
죽음만이 갈라놓을 수 있는 그 매듭을
어찌 억지로 맺을 수가 있겠는가?
나는 폭군이 아니라네. 그냥 아비일 뿐이지.
자식들의 마음을 지배하는 사람은 없다네.
아비가 이 세상에서 하느님을 닮아가는 길은
엄함이 아니라 자애로움을 통해서라네.
- 논쟁 중에 딸이 백작 앞에 무릎을 꿇으려 하자 밀러의 분노가 벼락치듯 하는 대목
안된다.
지금은 오만불손한 영주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할 정도로
결백한 사람들이 억압당하는 시절이 아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있지만
짐승의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악한 인간들을 응징하시는
하느님 앞에서만 머리를 조아려라.
- 아리아: 해 저무는 고요한 저녁에
저녁 무렵 별이 희미하게
반짝이는 고요한 하늘 아래서
그녀는 나와 함께 사랑스럽게
하늘을 바라보았고,
나는 그녀가 살며시 잡아주던
그 손을 느낄 수 있었지.
........
아! 그녀가 나를 배반하다니!
조용한 황홀감에 휩싸인 나는
그녀가 하는 모든 말에 도취되었고
그녀는 천서의 목소리로
사랑해요. 당신만을 사랑해요
내 영혼은 천국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아! 그녀가 날 배반하다니!
유튜브 자료
전곡
Ricciarelli, Domingo, Bruson, Connell, Maazel 연출, Royal Opera House Covent Garden
https://www.youtube.com/watch?v=CTqAUMee4Ws&t=2s
서곡
Abbado 지, Orchestra Gran Teatro "La Fenice" - Venezia,
https://www.youtube.com/watch?v=zy3N5dUPPiQ
그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Lo vidi, el primo palpito) (S)
Montserrat Caballé, Met,
https://www.youtube.com/watch?v=FjmtLrC1VWI
주여, 저를 벌하소서(Tu punisscimi, o Signore) (S)
영어자막, Sonya Yoncheva, Elijah Moshinsky 연출. Bertrand de Billy 지휘, 2017,
https://www.youtube.com/watch?v=O-uJReRKpbA
해 저무는 고요한 저녁에(Quando le sere al placido) (T)
Placido Domingo, James Levine 지휘, Met, 1979,
https://www.youtube.com/watch?v=iNAKKjOUfqQ
무덤은 침상이라네(La tomba e un letto) (S+Br)
Katia Ricciarelli & Louis Quilico, San Francisco Opera, 1974
https://www.youtube.com/watch?v=cxE5dBDNd78
아버지, 나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받으소서(Padre, ricevi l’estremo addio) (4중창)
Caballé, Pavarotti, Milnes & Giaiotti, Peter Maag 연출, London National Opera,
https://www.youtube.com/watch?v=XEbBpZLhSCk
아니, 당신이 이곳에(Ah, fu giusto il mio sospetto) (4중창)
Sherrill Milnes, Levine 지휘, Met. 1979
https://www.youtube.com/watch?v=u8npJS0wGPg
한 곡 추천: 해 저무는 고요한 저녁에
두 곡 추천: 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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