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멋진 후기를..
요즘 인터넷에서 이렇게 정식적인(?) 후기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데... ^^
통영에서 오신 분이군요..
어제 데스크에서 입금증 확인했던 사람 중에 한 명인데요..
통영에서 오신 분이 한 분이어서 기억을 하고 있었어요. ^^
잘 가셨을라나..
암튼.. 반갑습니다~~~
--------------------- [원본 메세지] ---------------------
혼자서 길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일이다. 그렇게 혼자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게 되는게 내 인생의 목표였다. 그다지 모험을 즐기진 않았지만. 혼자 하는 일은 그만큼 매력적이니까. 하지만 결정적이게도 난 겁이 많았다. 남들이 말하는 소심함의 결정판이라고나 할까...? 혼자선 결코 길을 떠날 수 없는 절대적인 소심함이 언제나 내 앞길을 가로막아 왔다.
경상남도 통영시. 이 곳을 아는 사람이 스벳 여러분들 중 몇 명이나 될까?
약속시간과 장소를 정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곳... ‘밥 먹고 시내에서 만나~’라고 해도 충분히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곳. 난 그 좁은 곳을 어느새 내가 발 디딜 수 있는 공간의 전부라 믿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좋아하던 가수의 콘서트도, 동호회 정모도, 하다못해 대입 실기고사까지.(실기나 면접을 보러 한번 더 타지행을 택한다는 것은 내 성격상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소심하다기보다는... 게으른 것이 분명하다.=-=;) 매번 포기해 가며 난 내 안위만을 중요시했고, 그 나름의 여유와 나른함. 중심에서 배제된 듯한 주변인이라는 기분에 차차 만족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384.9km" 멀고 먼 길을 무모하게도 혼자서 떠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굳이 밝히진 않겠다. 그간 내가 좋아한다 말해오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사모함의 정도가 결코 태우님에 비해 준하지 않는다고 믿는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는지 나도 알고 싶다. 민망하게 ‘태우님에 대한 크디큰 사랑이 저에게 용기를 줬어요~’ 라고 말할 수는 없는일 아닌가? 정말 그것이 전부라면 그간 내가 살아온 삶의 족적은 죄다 오류란 말인가?
난 무미건조하고 나른한 녀석이다. 이렇게 불타오를 리가 없단 말이다. +ㅁ+;;
그야말로 ‘무작정’ 이였다. 부모님께는 기분전환 삼아서 떠나는 거라고 거짓말했다.(부모님은 완고한 분들이시다. 당신의 딸의 목적을 아시는 날엔 그간의 믿음이 산산이 부서져 내리실 것이다.) 내 젊은 날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아예 꿈꾸지 조차 못했던, 팬미팅에 나이든 이 시점에야 비로소 팬이라는 이름으로 그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출발하기 전 수십 번도 더 고민했다. 내가 가야할 곳이 아니라는 생각. 난 언제나 그런 부류와는 격리되어 주변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예전에 없던 이 열정이라면 열정일... 묘한 무모함이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나완 다르게만 느껴지는 팬들과 함께 줄이란 걸 서 있는 것만으로 내 얼굴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 그야말로 적응하기 힘든... 불편함 이였다. 여전히 난 주변인 이였고, 선뜻 다가서기엔 내 소심함의 정도가 심각했다.=-=; 행사장까지 나와 동행 해준 언니 역시 그랬을 테고, 그런 이유로 내 기분은 더욱더 절망적 이였다. 기대보다는 후회가 더 컸던 그 시간... 무엇이 날 지탱해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서울행 버스의 요금이 아까웠던 탓 일거다.)
지방에 근거지를 두었다는 이유로 내게 주어진 혜택은 앞에서 세 번째 줄에 앉게 되는 것이었다. 안락하진 않지만 훌륭한 지점이었다. 정면으로는 아니였지만 간간히 고개를 돌리는 태우님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고, 통영과 서울이라는 거리를, 브라운관이라는 유일한 연결통로를 극복하고, 같은 공간에 그리고 고작 3m 남짓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방금 전의 초조함과 불편함은 금새 잊어버리다.=-=;; 단순빵!)
그러나 그런 흥분된 행복감이 나의 소심함을 격파시킬 수는 없었으니... 무대에 올라 태우님과 마주하고픈 열망에 손을 들며 몸부림쳤던 여느 팬들과는 달리. 난 소심하게도 안타까워하면서 바라만 보고 있었으니. 이일을 어이할꼬.ㅠ-ㅠ;(누구인지 알수는 없으나 내 옆에 앉아있던 분은 목청도 좋으시더군. 부러워라~ 신이여, 저에게 대범함을 주옵소서...) 태우님과 포옹을(=-=;) 했던 분들에게 부러움의 시선을 마음껏 보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기에 허탈하긴 했지만. 후훗. 만약 누가 나를 불러올린다 하더라도 난 절대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차라리 도망가고 말지. 난 그런 녀석이고. 용기를 내어 서울까지 내달려 왔지만 더는 어쩔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대범함을 가장한 객기는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진솔함이 묻어나는 태우님의 선한 웃음이 인상적이었다. 평소 좋아하던 축복송(당신은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사람.)을 태우님께 들려드릴 수 있었다는 것, 교회에서 찬양하던 모습으로 손을 들어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한 공간에 정태우라는 공감대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팬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뜻 깊은 일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 훌륭하고도 멋진 경험이었다.
더 말할 수 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너무 예쁘다~”를 연발하는 옆의 분의 대사에 나도 속으로 맞장구를 쳐가며 마음껏 즐겼다. 행복감에 지나가는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그러고 보면 난 참 어쩔 수 없는가보다. 마냥 행복해 해도 모자랄 시간에 아쉬움으로 안타까워했다니... 이제껏 주변인으로 살아오는 것에 대해 아무런 불만은 없었다. 그러나 그때 그 순간 행복함이 안타까움이 되어 돌아왔다. 스벳에서 태우님께 들려주었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의 내용처럼 욕심내지 말아야 하는데. 받고 싶어 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간의 내 모습과는 반대로 욕심이 생겨버렸다. 이번 팬미팅 참석이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낸 무모한 용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앞으로 난 더 무모해져야(?) 하겠다며 다짐 했다.
내일이면 다시 통영으로 내려가야 한다. 난 그곳에서 해야할 일이 있고, 앞으로의 학업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한다. 그간 너무도 무의미하게 살아왔다고 느낀다. 나를 각성하게하는 힘. 그것을 난 이번에 배워가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난 더 이상 주변인이 아니라는 것. 난 스벳의 가족이고. 정태우의 팬이라는 이름으로의 주인공이다. 무모하기만 했던 이번 여행(?)이 나를 다시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어줌을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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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함이라는 보석을 던져준 태우님께 그리고 나라는 못난 녀석을 한 울타리 안에 품어준 스벳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팬미팅에 쫓아다니는 가문에 없는 동생을 이해해준 나의 언니에게 고맙고, 미안하단 말 전하고 싶다.
그리고 혼자라는 어려움의 뒤켠에 조용히 지켜봐 주셨을 주님께 감사드린다.(서울로 놀러온 와중에도 교회에 들러 예배드렸어요. 착하죠?^0^; 사랑의교회 무지크더라..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 지루하셨죠? 소심한 저. 이제 거듭납니다. 열심히 활동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