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적' 이라고 쓰면 우선 느낌이 든든하지요 ? 돼지국밥... 고령국밥식당에도, 파크국밥집에도 당당히 필적하는 맛내기 준수한 집, 탄탄한 기본기가 느껴지는 집, 먹음직한 고기 보기에도 그만인, 눈 먼저 즐거운 집... 잘 생긴 뚝배기 한그릇... <석전식당>(634-7029)집 돼지국밥(5,000원), 꾹꾹 눌러담은 국밥 한그릇 먹어본... 제 느낌입니다.^^ (상인동 성지아파트 정문 앞, 버거킹 뒤편 공영주차장 옆 개념) 달착지근한가하면 담백하고 구수한 맛깔스러움 배어있는 국물에, 부드러운 살코기(이건 제가 거의 처음보는 그림입니다^^)도 어렵지 않게 숟가락에 걸려드는 바닥, 굵직하게 썰어넣은 수육들이 마음의 문들을 설겅설겅 열어 줍니다.^^ 새우젓 녹아내린 우유빛 국물 속으로 시장끼 한달음에 풀려나는 즐거움 있었습니다.
다시 필적... 이라고 적어놓고 머릿속 새김질 되짚어가니, 이 필적은 다름아닌 다사 오르막길 어두컴컴한 구도로에 숨어있는 <오르막식당>(587-0063)입니다. 고추장양념석쇠구이(8,000원)... 이만큼 쫄깃한 집이 또 있을까, 지금도 여전히 입맛 다시곤하는 집입니다. 거기 부드러운 비계살 지글지글 노랗게 변신해갈 때 쯤, 소주 한모금 입에 물고 석쇠에서 뜯어먹는 즐거움^^ 잔잔하게 녹여주는... 푸성귀 한소쿠리에 차가운 물김치 한사발이 전부인 오르막식당, 저녁나절 어둠 이슥해지면 몸살을 앓는 소주파들^^ 줄서기 시작하지요. 저도 예외없이 한줄 차지하고 앉습니다. 십수년 지났건만 아직도 간이주막 면면, 찍찍 끌리는 녹슨 의자들이며, 투박한 닥트며, 임시변통 화장실에, 겨울이면 몰아치는 눈바람에 문소리도 요란한 집입니다만, 서민의 향기 가득한 따사로운 저녁 한때 여유로운 공간 부족함 없습니다.
그 집 오르막식당과는 고추장 버무린 겉모습은 대동소이,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군데군데 다른 모습, <석전식당> 면면입니다. 오르막은 애당초 고추장에 고기 버무린 후 식당 밖에서 애벌구이로 충분히 익힌 다음, 연탄불에 달구어진 석쇠 한판으로 올려주는데 비하여, 석전은 먼저 고기를 삶아낸 후 그릇에 넣고 고추장 양념 뿌려넣고 심하게 치댄 다음^^, 번개탄(그것이 숯불이었던가요?) 스타일 쏘시개에 석쇠 올려놓고 구워먹습니다. 그런데 그 맛이 아주 일품이지요.^^ 강렬하기로는 오르막이, 은근하기로는 석전이 더 앞선다 싶구요, 밑밭찬으로는 단연 석전이 비교 우위입니다. 새콤달콤 짭짤한 무채겉절이 솜씨, 한 접시가 금새 동나는 맛인가하면, 잘게 썰어내는 마늘이며 풋고추는 참으로 적절한 크기, 된장에 찍어먹는 맛도 그만이지요. 그 이름 정확하게는 '돼지 삼겹 고추장구이'(작은 접시 10,000원) 입니다^^.
견우님이 '죽인다...'고 하신 집^^, 그래서 소주 한잔 하고픈 날, 삼겹, 사겹으로 진을 치고 사는, 저희들 소주파 일행, 노을 깔리는 하늘을 지려밟고^^ 가 보았던 집입니다. 삼겹살 분위기인가 하면, 국밥 분위기이고, 연기 자욱한 술집 분위기인가도 싶게, 덩덜아 가슴에 불 댕기게 하는 풍경, 제 마음엔 그렇게 낯 익은 표정으로 다가와 주었습니다. 풍문보다 못했던 싸릿골보다도 더 압도적이었던 돼지국밥도 그렇지만, 썩썩 버무려 낸 '고추장구이' 구수한 느낌은, 이판사판 다 털고^^ 작정한 퇴근길 안주로... 더없이 좋았습니다. 참으로 좁은 실내 다리 펴고 앉으니 마음도 저절로 쭈욱쭉 펴지는 듯 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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