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거시적 시각으로 본 영성의 정의
넓은 의미에서 영성은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상황을 고려하는 가운데 추구하여야 한다. 여기에는 각 개인의 내면적인 삶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삶의 치열한 생존 경쟁과 투쟁이 벌어지는 사회, 더 나아가서는 지구와 우주를 포함하는 영성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소위 사회적 체계에 대한 변혁을 야기하는 집단적 영성, 지구와 우주의 조화와 전체적 균형과 보존 등에 관심을 두는 생태적 영성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거시적 시각으로 볼 때, 영성은 좁게는 한 개인의 삶의 자리에서 시작하여, 어떤 사회적 체계 속에서 신음하고 억압받는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돌보며, 실제로 필요한 것을 공급하는 제반 행위와 그러한 삶의 양태를 의미하며, 더 나아가서 사회의 체계를 바로잡고, 지구와 우주의 생태적 환경보존과 온 피조물의 조화를 추구하는 실천적 삶이다. 이것을 기독교 교육적인 용어로 풀어 말하면, 거시적 영성은 조지 A. 코우(George Albert Coe)가 주창한 것처럼 '사회의 변혁'을 꾀함에 일차적 목적을 두고, 나 자신, 나의 가정, 나의 교회보다는 우리 민족, 사회, 국가, 지구촌의 보존과 평화와 조화를 추구하는 일종의 '공적인'(public) 삶에 우선을 두는 것을 의미한다.
4) 미시적 시각으로 본 영성의 정의
미시적 시각에서 영성은 한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각, 형성되는 성품, 삶의 모습이 성경에 의거한 자기 성찰과 근면, 절제와 금욕생환, 기도와 노동 등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자라며(엡 4:13),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는 자(벧후 1:4)로 변화되어, 성숙한 자아와 긍휼히 여기는 마음과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함으로써,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서 생활하며, 자기를 비워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을 갖고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하여 살아가는 온전한 삶의 추구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정의는 벨라의 구분을 따르면 공적인 영역보다는 '사적인 영역'(private realm)과 내면생활(interior life)에 더 초점을 맞추는 영성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5) 삼위일체 신학에 입각한 통전적 시각으로 본 영성의 정의
어떤 사람도 환경을 떠나서는 살 수 없고 또 환경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삶을 평생토록 영위한다는 것이 하나님의 창조질서나 조화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 물론 일시적으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훈련을 통하여 재정비하고 자신의 욕심과 허망한 생각을 하나님의 은혜의 빛 아래서 온전히 지우고 회개하며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나고자 하는 소망으로 얼마 동안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운둔 생활 내지는 금욕 생활을 통하여 영성훈련을 하는 것은 중요한 영성훈련 중의 하나라고 본다. 그러나 영성은 거시적인 시각이나 미시적인 시각 중 하나만을 선택하여 치우쳐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각자가 받은 재능과 개성대로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한쪽에서 시작하여 다른 한쪽까지 섭렵해 나아가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으며, 사실 이론처럼 모든 면을 종합적이고 전체적인 시각으로 영성을 추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삼위일체 신학에 입각한 통전적 관점에서 내리는 영성의 정의는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어떤 강요나 무거운 짐을 지우려는 무책임한 시도는 전혀 아니며, 단지 이러한 영성을 추구해야 우리의 삶이 조화롭게 운영되리라는 소망을 갖고 시도하는 것이다.
삼위일체 신학에 입각한 통전적 시각으로 내리는 영성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영성은 내면적으로는 하나님과의 긴밀한 관계와 거룩한 성품을 추구함으로써,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성부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며, 이러한 추구의 과정 가운데서 늘 성령 하나님의 인도에 귀를 기울이고 인도하심에 순종하는 삶을 사는 것이며, 외현적으로는 공동체 내에서 자신의 위치와 사명을 늘 상기하는 가운데 사랑과 봉사를 실천함으로써 신앙공동체의 안녕과 사회 속에서 신앙인이 어떻게 처신하여야 하나님의 뜻을 조화롭게 이루어 드리는지와 공적인 기관인 교회가 어떻게 활동하여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식을 갖고, 신앙공동체에 속해 있는 각 신앙인이 작게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고려하며, 크게는 사회와 지구촌 전반의 상황을 깨어 있는 가운데 직시하고 분석하여 자신의 사명을 찾아 자기가 존재하는 목적을 따라 주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또한 영성은 인간관계 속에서 평화를 추구하고, 신앙공동체의 번영과 존재목적의 성취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사회와 지구촌의 모든 생태와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 주고,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잘못된 사회체계를 바로잡는 데 주력하며, 망가져 가는 생태환경의 복원과 조화를 위하여 연합하여 함께 존재하며, 일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출처]
기독교 영성교육, 김도일, 장신근 공저, 도서출판 동연, 2009, 52-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