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이야기
엄마 찾아 삼만리
어머니는 가정불화로 제가 13살 때 가출을 하는 바람에
아버지는 빈 깡통 하나 머리맡에 두고서 술로 채우고 비우며 하루하루 망가져 가다 보니 하루 때끼니를 걱정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야! 나가서 너희 엄마 찾아오란 말이야 자식 키워 났더니 밥값을 못해”
주정 반 하소연 반인 넋두리를 곰 삭이며 저는 늘 잠들 수밖에 없었구요
어느 날 학교를 다녀와 보니 우렁찬 아버지의 모습은 간데없고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계셨습니다
야윈 두 어깨에 앙상한 광때뼈와 초점 없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든 아버지는 결국 간 경화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요
세상에 내동댕이쳐져 지나는 바람에도 기댈 곳이라곤 없던 저는 그렇게 애태우며 기다렸든 엄마의 모습을 장례식장에서도 끝내 볼 수 없었고
강가에 아버지의 유골을 뿌리고 돌아온 뒤 숱 한밤을 건너온 목 끝에 걸린 아픔 앞에 또 내일은 어떤 가슴으로 안아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어릴 적 슈퍼를 하며 세 식구가 한때 행복하게 살았던 기억이 내 안에 묻혀 녹이 슨 못들이 되어버린 지금
학교가 끝나면 내일의 삶의 쉼표 하나 찾으려 통닭집 주방에서 밤 1시까지 알바를 하면서도 새끼줄 처럼 서로를 부둥켜안고 몽실몽실한 얘기 꽃 피우며 저녁상 한끼 마주해보는
그 행복 하나 찾기위해 엄마의 그리움이 찌든 발가락을 세우며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집을 비워 달라는 통보서 ”나가 살 곳이 없는데...
“ 언제나 저의 전부가 되어버린 눈물은 막막함 앞에 또다시 흘러내립니다
늘 좋은 추억만 골라 말해주고 싶은 저의 마음과는 다른 하루 하루를 보내며
엄마를 봤다는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듣고는 뾰족한 가시로 돋아버린 엄마를 찾아 나섰습니다 “
그동안 엄마는 어떻게 변하셨을까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렇게 가슴 저리게 될 줄이야 ...
“엄마를 찾았으면…. 엄마가 돌아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꿈꾸고 있었지만
어느새 서러운 눈물은 간절한 바람되어 두볼을 타고 내렸습니다
반딧불이 유성처럼 대문 앞을 날아다닌 허공엔 잊힘므로 사라진 날들 앞에 바람만 들락날락하며 주인행세를 하고 있었고
손가락 접어 헤아려도 모자란 날들을 뒤로한 채 그리움이 화석이 되어버린 엄마는 결국 나타나질 않았기에 자꾸만 뒤돌아보며 집으로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매일 엄마의 그림자라도 밟아보려 그집을 찾아가는 인연의 줄다리기는
이젠 발꿈치에 박힌 가시가 되었기에
오늘도 일을 마치고 어제 가본 그곳에 왔습니다
아무도 없는 빈집 앞에 눈물로 등불 하나 세워놓고 대문 앞에 어제와 같이 우두커니 앉았습니다
엄마를 만나면 축축이 젖은 가슴 뒤로하고
돌담 밑에 묻어둔 사연 하나 꺼내어 도란도란 얘기하고 싶은데
좀처럼 엄마의 모습은 보이질 않습니다.
깊어가는 밤도 잊은 채 낯선 시간 속을 더듬어 보고 있을때 내 긴 그림자 앞으로 겹쳐지는 또 다른
그림자
"엄마다 “ 어..... 엄마” 5년 만에 처음 만나는 엄마 부둥켜 안으며 반겨줄 줄 알았는데
”왜 왔어 “ 엄마의 첫마디 나의 삶이 엄마에게 웃음일 줄 알았는데...
“엄마니깐 찾아왔지 낳아주신 엄마잖아 한 번은 봐야지 ”
병든 몸이라 이제 와서 아들의 짐이 될 수 없는 게 엄마의 마음이었기에
"다시는 여기 오면 안 돼 찾아오지도 말고 생각하지도 마 "
“근데 엄만 왜 울어..” 울지 마….
엄마 나도 울음 참고 있단 말이야 "
어찌 엄마의 마음이 다를까 말을 하면서도 눈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이 떨어져 내립니다
"너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봐 "
아련함에 말없이 숨죽이며 울다 지친
저는 영원히 건네 보지 못할 말을 울먹이며 하고 있었습니다
"안아줘 한 번만 안아주면 안 돼 "
"아니 그냥 가 난 그럴 자격도 없어
엄마도 아니야 " 사랑하는 사람의 향내를 맡고 싶어서였을까요
그런 엄마에게 불쑥 다가가
엄마 가슴에 얼굴을 묻은 저는 하얀 손등에 벌써 슬픈 눈물방울을 떨구고 있었습니다
"엄마 잠깐만 이러고 있을게 엄마 원망 안 할게 힘들게 사는 거 알아 그래도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냐고 물어보면 안돼 미안하다고 말하면 안 돼 "
늘 누구에겐 옆에 있는 엄마를 보는 게 왜 나에겐 숨죽인 울음이 되어야 하는지....
슬픔의 자리 동여맨 상처가 참 맵기만 합니다
“엄마 맘 편하게 엄마 잊을게 “
다가서면 다가선 만큼 더 멀어지는 것 같은 엄마를 보며 바람막이로 버티며 그렁그렁 눈물만 꾹꾹 눌러 담을 줄밖에 모르는 저는 작별 끝에 사랑하는 것은 꼭 눈물이 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새까맣게 탄 그림자는 엄마 옆에 놓아두고 온 길을 되짚어 내려오며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엄마의 그림자라도 한 번 더 보고 싶어 자꾸만 걷다 뒤돌아 봅니다
눈을 감고도 부르고 싶은 이름 엄마를 향해 ”엄마 고마워“라는 말이 빈 허공에 메아리쳐 치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엄마 꽃과 자식 꽃 ”인 걸 알지 못한 채
두 사람은 영원한 이별을 하고 말았습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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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이야기 엄마 찾아 삼만리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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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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