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이삼일 만에</div><div>아침부터 햇볕이 제법 강하다.</div><div>미딛이 창문을 열어 제키니</div><div>차갑고 신선한 공기가</div><div>온몸을 애무하는 듯 하다.</div><div>잠옷 차림으로</div><div>토방을 건너 마당 가장자리를 서성거리다</div><div>이내 들어 왔다.</div><div>추워서다.</div><div><br></div><div>뭘로 </div><div>아침을 할까....</div><div><br></div><div>그렇치...</div><div>사골국물이 있지.</div><div>팻병에 담아져 냉장실에 넣어둔게 생각난거다.</div><div>보름여 넣어 두웠던 터라</div><div>혹 변해 있을지도 몰라</div><div>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으니</div><div>별반 아무런 이상이 없는 둣하다.</div><div>전기냄비에 죄다 붓고 스위치를 넣었다.</div><div>아무래도 그냥 먹기에는 민밋할 것 같아</div><div>먹다 남은 무우를 꺼내</div><div>빗살치 듯 얇게 칼로 치면서</div><div>얼마간 무우를 깎어 넣었다.</div><div>파 같은걸 넣으면 좋으련만</div><div>있는거라곤 내 몸둥아리 뿐이다.</div><div><br></div><div>아무리 봐도</div><div>오늘은 날씨가 좋을 듯하다.</div><div>어렵지 않는 일이라</div><div>무우를 만진짐에 </div><div>무우 말랭이를 만들기로 했다,</div><div>몇푼 안되는 돈으로 주식을 하고 있어</div><div>지난주 요동치는 세계증시의 흐름도 궁금하고 해서</div><div>장이 시작 되기를 기달려</div><div>얼마간 지켜 본 후 </div><div>팔을 걷어 부쳤다.</div><div><br></div><div>고추밭 가장자리를 깨끗히 정리하여</div><div>그곳에 심어든 무우가 제법 자랐다.</div><div>어느 슈퍼에서 사는 무우나 다름없이</div><div>튼실하고 먹음직 스러워</div><div>푸른 록색 부분을 약간 썰어 한입 하고나니</div><div>특유의 무우 내음과 함께</div><div>온 입안을 무우의 신선한 아삭함이</div><div>풍만하다 못해 가득하다.</div><div><br></div><div>옛적</div><div>어머님이 하던 모습대로</div><div>무우를 대충 토막을 내서</div><div>가로와 세로로 칼질을 하기를 한동안...</div><div>햇빛 강렬하게 내리쬐는 토방에</div><div>망사깔천을 펼쳐서 널었다.</div><div>울 두식구 일년동안 원없이 먹을 양이다.</div><div>마루 한켠에 따다 둔 호박도</div><div>내친김에 후딱 해 치웠다.</div><div>무우를 더 뽑아서 더 만들가 하다가</div><div>무말랭이 요리하는걸 별로인 마누라를 생긱하니</div><div>관두기로 하고</div><div>마무리 할려고 하다</div><div>갑자기 시레기 생각이 나는거다.</div><div>가만.... </div><div>어떻게 만들더라?</div><div>쌂던가?</div><div>삶은 뒤로는 어찌하지?</div><div>그냥 냉동실에 넣나?</div><div>아니면?</div><div>아무래도 자신이 없다.</div><div>마누라는 여행을 떠난 뒤라</div><div>상의할 수도 없어</div><div>서을 인근에 사는 처형에게 전화를 해</div><div>알려 달라고 했더니</div><div>뜨거운 물에 살짝 담가서</div><div>햇뱥에 말린 후</div><div>서울 올라올 때 가지고 와 </div><div>동생한테 주면 된다고 한다.</div><div>노느니 염불한다고</div><div>한시간여</div><div>약간의 손놀림을 하고서</div><div>휼륭한 밑반찬거리를 만들어 놓은 셈이다.</div><div><br></div><div>사실</div><div>이런 반찬들은 나만 먹는 편이다.</div><div>마누라는 </div><div>크면서 전혀 가까히 하지 않았던 움식이라</div><div>이런 것들을 요리할 실력이 없다.</div><div>물론 </div><div>누군가 해 놓으면 그런대로 먹긴 하지만</div><div>요리해서 먹게 하는건</div><div>한마디로 젬뱅이다.</div><div>그러니까 입만 살아 있는 여자?</div><div>뭐 그렇타.</div><div>지난번 토란을 케서</div><div>전리품으로 갖다 줬을 때도</div><div>토란국 안 끓여 줄건가? 하고 말 하기 전까지는</div><div>토란국을 끓여줄 생각 자체를 안하는 여자다.</div><div>이유는 단 하나.</div><div>자기가 좋아 하지 않으니까...</div><div>나이 차이가 </div><div>그리 많이 차이가 안 나는데도</div><div>동시대에 같이 살아 가고 있건만</div><div>왜 이리 식성이 다른건지...</div><div>알다가도 모를 일이다.</div><div><br></div><div>삼시세끼를</div><div>사골국으로 해 치웠다.</div><div>간식으로 대봉감 홍시로 한입하고...</div><p><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264D303F54578F7D03' class='txc-image' /></p><p><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230DE03554578F891C' class='txc-image'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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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땀흘려 내가 가꾼것이라 소중도 하거니와
맛도 다르더라고요 ㅎ
맞아요. 친구들이 간혹 텃밭 하년 수확할 때 마다 좀 그냥 달라는데 솔직히 마음과 같질 않더군요. 힘들게 수확한걸 생각하면 말입니다.
별걸 다하시는군요 저는 생각도 못할 일입니다 그나저나 서울에 가지고 가시면 맛있겠습니다 무우가 천식을 고치는 보약이고 무우청이 섬유질이 많고 여러양분이 많아 좋은 식품이지요
시골엔 아직 어릴적 부터의 친구라곤 전혀 없으니 시간이 많아요. 허여 심심해서 이것저것 해 봅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