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의 파골 이야기) 파크골프 클럽창립 1주년
성병조
(클럽 창립 1주년) 학창시절 유명인물의 출생년을 묻는 시험문제가 있었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나는 숫자와는 거리가 먼 편이다. 행사가 있으면 바로 달력에 표시해 놓아야 안심이 된다. 집안 대소사는 연초에 모두 기록해둔다. 그중 아내 생일과 결혼기념일도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결혼 초기에 비하면 많이 허약하지만 작은 정성이라도 기울이면 약효가 꽤 지속된다. 아내 생일(1.11)과 결혼기념일(6.6)은 기억하기 쉽게 만들었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탤 게 있다. 요즘 한창 물이 오른 파크골프이다. 10월 9일이면 OO클럽 창립 1주년이 된다. 한글날과 겹치는 행운도 안았다. 회원들의 창의를 모아 10월 월례회 때 뜻깊은 자축행사를 치르고 싶다.
(고향 선배 만나다) 여느 때처럼 새벽 파크골프장에 갔다. 추석 전날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다.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과 합류했다. 라운딩 중 고기 잡는데 사용되는 역국대 얘기가 나왔다.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풀 이름인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역국대를 아는 걸 봐서 비슷한 고향일 듯싶어 물어보았다. 창녕, 성산면... 자꾸 지역이 좁혀진다. 알고 보니 인접 마을에 살았던 중학교 선배다. 졸업 후 처음이다. 마스크 끼고 눈만 내놓고 있으니 더욱 알기 힘들다. 고향 이야기가 식당에까지 이어진다. 참고로 역국대는 주로 물가에 자라는 풀이며 돌로 빻아 고기 잡는 데 자주 사용되었다. *추석 새벽입니다. 웃음과 행복이 가득한 날 되기 바랍니다.
(파골장에 만개한 상고대?) 추석 잘 지내셨지요. 오늘 새벽 파크골프장에서 신기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높은 펜스는 물론 소나무에 걸린 거미줄마다 아롱다롱 이슬이 맺혀 보기 드문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겨울 산에 보이는 상고대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새벽이면 이슬이 많아 공이 풀 위를 잘 구르지 않는 경우는 자주 경험하지만 이같이 눈 덮인 듯한 정경은 처음이었습니다. 다들 감탄사를 쏟아 내며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내가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아 함께한 여성에게 부탁했지만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이색 광경을 전해 드리지 못해 아쉬움이 큽니다. (9월 22일 새벽 팔현 파골장에서)
(그녀, 서울로 떠나다) 경상도 대화는 대체로 거친 편이다. 이에 비해 서울 여성들은 상냥하기 그지없다. 경상도 남자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그런 상냥한 여자 있었다. 팔현 파크골프장 C-8 번홀 옆 골프용품 판매 여성이다. 고운 얼굴에 친절, 미소가 넘친다. 홀인원하면 선물까지 준다. 얼마 전 농담을 던졌다. ”여사님이 안 보이면 남자들이 많이 섭섭해한다“ 답인즉, ”며칠 있으면 경기도 양평으로 이사 갑니다“ 궁금하여 좀 더 물었다. ”양평에 81홀 파골장이 생기는데 우리 건물에 남편과 샵을 엽니다.“ 어제, 23일 낯선 여성이 나왔기에 물어보았더니 그녀 고향이 서울이란다. 섭섭하더라도 이제 맘을 접어야 할 것 같다.
(파골장이 내 집인가?) 어떤 일에 전문가가 되려면 미쳐야 한다는 말을 한다. 좋아서 하는 일이 건강에도, 사회에 도움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누구나 자기 전공 분야에 미칠 정도로 심취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어 하는 일에는 성과가 적은 법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즐겁게 하자는 말을 누구나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음을 경험한다. 파크골프에 입문한 지 1년이 지나는 나를 돌아본다. 틈만 나면 승용차에 올라 파골장으로 달린다. 이처럼 좋은 운동 있을까. 새벽에, 낮에 또 할 때도 있다. 파골장이 집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실력은 별로지만 좋은 걸 어쩌겠는가. 파골장이 내 집처럼 익숙해지고 있다.
(우산 속 세 여인?) 영화 제목이 아닌 실제 상황입니다. 어제 새벽하늘을 바라보니 경상도 말로 꾸리무리 하였습니다. 파크골프장에 갈까 말까 망설이다 평소처럼 나갔습니다. 입구에서 짝꿍 찾느라 두리번거리는데 다가온 여인이 있었습니다. 우리 클럽회원이었습니다. 어둠을 뚫고 신나게 휘둘렀습니다. 열심히 라운딩 중 갑자기 쏟아지는 가을비? 빗속으로 막가기에는 부담이 따랐습니다. 마침 A-6홀에는 넓은 파라솔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보낸 시간이 너무도 달콤하였습니다. 우산 속에서 나누는 정담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래서 파골은 어디 하나 버릴 게 없는 소중한 놀이인가 봅니다. 파골장에서 자주 만납시다.
(인사성 밝아야 한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인사를 열심히 한다고 여긴다. 농촌서 자랄 때는 인사성 밝다는 칭찬이 제일인 줄 알았다. 요즘 한창 물이 오른 파크골프장에 나가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모자와 마스크 쓰고 눈만 내놓으니 누군지 식별하기 어렵다. 아이들 말처럼 ‘갠또’ 짚어 웬만하면 인사한다. 많이 주다 보니 돌아오는 인사도 푸짐한 편이다. 열심히 인사는 주고받는데 누군지 알 재간이 없다. 이럴 때마다 지기처럼 여길 수 있게 대화를 섞는다. 여성의 경우에는 더욱 조심스럽다. 자기는 기억하는데 내가 모르는 표정을 지으면 얼마나 민망할까 해서다. 사람 기억에 소질 없음을 항상 탓하는 내가 겪는 오늘의 고충이다.
(파크골프, 기분이 좋다) 어느 운동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컨디션에 많이 좌우된다. 잘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지독히 풀리지 않는 날도 있다. 어제 수성구협회 산하 35개 클럽 대항 리그전이 있었다. 몇 개월에 걸쳐 벌어지는 장기전이어서 하루 경기에 일희일비할 계제는 아니다. 하지만 선수로 뛰는 사람에겐 큰 부담이다. 새벽 조깅을 하면서 맘의 기도를 올린다. 제발 평소 성적만큼 실수하지 않고 잘 풀리기를.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나가 동료 선수와 연습 라운딩하면서 다시 한번 맘을 다진다. 시합에 들어가 몇 홀을 도니 자신감이 생긴다. 컨디션이 괜찮다. 네 명이 함께 뛴 경기 결과가 참하게 나왔다. 클럽성적 종전 28위가 2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파골보다 비행기 구경?) 파크골프가 좋지만 더불어 좋은 게 있다. 비행기 구경이다. 아이처럼 군다고 할지 몰라도 사실인 것을 어쩌겠는가. 수성과 팔현 파골장은 대구비행장과 그리 멀지 않다. 비행기 이착륙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여러 대의 비행기가 떨 때는 넋 놓고 바라본다. 특히 전투기의 편대 비행은 볼 만하다. 전투기 네 대가 연이어 나타난다. 줄지어 나르더니 한 대씩 차례로 내리는 모습이 가관이다. 한참 있으니 이번에는 헬기 편대 비행이다. 무슨 일인가 살폈더니 국군의 날이다. 포항 해병 1사단이 주관한 국군의 날 행사 참가하고 귀대하는 비행기들이다. 조금 시끄럽긴 해도 라운딩과 비행기를 함께 볼 수 있는 파골장이 너무도 좋다.
(파골클럽 창립 1주년) 좀 빈약한 것일지라도 그럴듯한 명분을 부여하면 폼이 나기도 한다. 파크골프에 입문하고 너무도 깊은 애정에 빠졌다. 40여 년 해온 테니스만 운동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이곳으로 인도한 아내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클럽 회장이란 큰 감투까지 썼다. 책임감이 따른다. 10월 9일이면 창립 1주년을 맞는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식순을 회장 인사, 축사 (협회장, 교육위원장), 경과보고, 축시 낭송, 축가 (듀엣), 기념품 증정, 행운권 추첨, 기념 케익 절단 순으로 정하고 공지했더니 찬조가 쏟아진다. 파크골프 공, 기념 타월, 상품권, 서적 등 선물도 다양하다. 한글날과 겹치는 클럽 창립기념행사가 기다려진다.
(성황리 끝난 1주년 행사) 이렇게 신나는 날이 있었던가. 파크골프클럽 창립 1주년 기념행사를 계획할 때부터 걱정이 없지는 않았다. 어느 클럽도 하지 않은 행사인 데다 회원들의 참여와 반응도 신경 쓰였다.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클럽회원들끼리 웃고 즐기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하였다. 프로그램을 짜고, 회원들이 참여하여 끼를 발휘하는 자축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 행사를 끝낸 심정은 대단히 만족스럽다. 전 회원이 참여하였고, 또 맡은 역할 수행을 위해 땀 흘린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에 뒤질세라 회원들의 호응도 대단히 높았다. 우천과 장소 문제로 다소 어려움이 있어도 전체 회원의 협조로 성공적인 행사가 되어 무척 기분이 좋다.
첫댓글 파크 골프 입문 1년 동안 파골 장에서 쓴 일기입니다.
왕 초보의 좌충우돌 기라 생각하고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기록 하시는 좋은 습관 가지신네요
전.파골에서 만난 분들중
겸손한 분을 못 만나서
왠지.씁쓸 합니다
어떤분은 자기가 神이래요
보내고싶은 곳으로 보낼수 있는 ㅎ
나이먹고 그러고싶은가 싶네요
성병조님의 글이 뜨면 꼭 읽어 보고 넘어 갑니다~~왜냐하면 너무 현실감 있는 스토리 전개라서 ~~ㅎㅎ
지나간 시간의 이야기까지 올려 주셔 재미나게 보고 갑니다.
늦게 입문한 저도 틈만 나면 가방메고 파골장 여기 저기로~~ㅎㅎ
아유, 고맙습니다.
평소 호작질 하는 습관을 버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읽어주시는 분이 계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두 분의 댓글이 큰 활력소가 됩니다.
파크 골프와 함께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