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물의 길>
반복과 차이, 욕망과 한계
유지나(영화평론가, 동국대 교수)
<아바타: 물의 길>(2022)은 테크놀로지 중심 SF액션 볼거리로서 영화의 정체성을 성찰하게 만든다.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앞당긴 OTT 영화세상에서 영화전용 극장들이 연이어 문 닫는 상황이 진행중이다. 그 와중에 극장용 대형 스케일 관람으로 등장한 이 작품은 다양한 포맷 (3D, IMAX 3D, 2D, 돌비 시네마 등) 중에서 선택 가능한 테크놀로지 중심에 초점을 맞춘다.
원작 <아바타>(2009)가 재현해낸 놀라운 3D CG효과의 성공에 힘입어 시리즈로 기획되어 13년 후 등장한 이 작품은 3편과 동시 제작된 2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그 흥행여부에 따라 시리즈 지속성이 5편까지 보장된 예고 속에서 제작비와 흥행수익 담론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를테면 원작 <아바타>가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수익 신기록인 30억 달러에 가까운 수입을 올렸는데, 또 다시 3D 테크놀로지에 투자한 엄청난 제작비 대비 20억 달러 이상 흥행수익을 올려야 5편까지 제작/상영이 가능하다는 식의 자본규모 중심 담론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아바타: 물의 길>은 19세기 말 흥미로운 볼거리로 탄생한 영화의 물적 토대가 애초부터 테크놀로지였다는 점을 21세기판 3D 이미지 테크놀로지로 입증한 셈이다. 그런 신기한 구경거리 영화가 단순한 테크놀로지 볼거리에 그치지 않고, 감독 자신만의 고유한 관점과 스타일에 근거한 이미지 서사의 독창성은 차이의 미학을 성취해왔다. 한 세기 이상 변이생성해온 영화사의 흐름 속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주도한 ‘아바타 시리즈’는 무엇보다도 테크놀로지 혁신 보여주기에 동원된 서사의 반복적 한계를 입증하기도 한다.
3시간이 넘는 192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통해 진행되는 서사는 원작보다 진화된 현란한 3D리얼리티로 판도라 대양을 재현하기 위한 바탕이자 명분으로 작동한다. <아바타: 물의 길>은 원작의 서사를 그대로 이어받아 계승해 가는 점에서 정통 시리즈다운 ‘아바타 2’에 해당한다. “원작보다 나은 2편은 없다”라는 속설은 수많은 시리즈 영화들이 증명한 경험론적 속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외도 존재한다. 원작의 성공에 힘입은 2편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서사와 핵심 이슈를 전복적으로 돌파하며 또 다른 독창성을 재현해내는 2편도 소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연출한 <에일리언 2>를 원작과 예외적인 차이를 달성한 창의적인 2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원작의 공포 장르 패러다임을 전복시키면서 주인공 리플리의 캐릭터에서 모성애 클리셰를 넘어서는 변이생성에 성공한 점이 전편에 속박당하지 않는 2편의 창의적 덕목인 셈이다.
<아바타: 물의 길>은 시리즈물답게 원작의 서사와 중심 캐릭터의 본질적 속성을 이어가면서 심지어 협소하게 몰아가는 착오적 한계를 반복한다. 원작보다 늘어난 주요 캐릭터들의 특성과 그들 사이의 갈등을 재현해내는 서사구조는 스위트홈 판타지와 부자간의 갈등, 숲속 나비족장 아들과 바다 나비족장 아들 사이의 갈등,
시공간적 설정은 원작과 같은 판도라 행성에서 15년 후인 2169년에서 벌어지는 제이크 가족의 생존을 위한 도주와 결투의 연속이다. 나비족 네이티리와의 만남으로 나비족장으로 변이생성란 제이크는 입양아를 포함한 4자녀와 더불어 인간 정체성을 유지한 채 나비족화 된 스파이더까지 포함한 대가족의 가부장이란 정체성에 충실하다. 그에겐 나비족 중 하나인 오마티카야부족장으로서의 소명감보다 가족 생존을 지켜내는 가부장으로서의 소명감이 근본적인 정체성으로 작동한다. 그와 그의 가족의 위치가 알려지면 (백업인격 아바타로 부활한) 쿼리치 대령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탈주여정과 그로 인한 연속적인 결투가 벌어지게 된다.
스펙터클한 볼거리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연결고리이자 서사 패러다임은 탈주와 결투가 동반된 액션 서사이다. 그것은 제이크 가족이 오마티카야족 거주지인 광대한 숲을 떠나 대양을 중심으로 거주하는 멧카이나 부족 속으로 도피하며 적응해가는 과정을 그려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스파이더의 납치와 더불어 제이크의 아들과 멧카이나 부족장 아들 사이의 대립, 제이크와 둘째 아들의 대립도 극적 갈등을 제공하는 구성점으로 작동한다. 이 모든 갈등은 핵심적 갈등인 쿼리치 대령 아바타를 중심으로 한 침략자 인간과의 결투로 해결된다. 판도라 행성에서 (노화방지용) 암리타를 채취하기 위해 대형 고래 툴쿤을 사냥하는 또 다른 인간 사냥꾼들도 쿼리치의 동맹세력 악당역으로 한 몫 한다. 원작에서 인간 악당이 판도라 행성을 침략한 이유가 (핵융합 초전도체) 언옵티늄 채취란 점이 암리타로 변화된 차이를 보이며 반복된 것이다.
대립과 갈등이 점철된 스펙터클 서사에서 부자관계는 흥미롭게 제시되지만 내면심리 묘사 차원에서 문제제기에 그치는 아쉬움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자신의 인간 해골을 부수며 새로운 나비족 아바타로 탄생한 쿼리치 대령이 스파이더를 납치해 나비족 언어 통역사로 활용하면서 적시에 그를 처치하지 못하는 대결투 장면은 쿼리치의 아킬레스건을 목격하게 해준다. 나비족 언어 통역사가 필요할 만큼 소통 문제에 무게를 둔 언어 사용 측면에서도 영어로 대변되는 인간 언어와 나비족 언어가 신의 설정과 무관하게 오락가락하며 반복되는 부분도 서사 진행의 연결 지속성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지난한 서사적 반복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핵심적 볼거리는 대해양 풍경이다. 탄생에서부터 그레이스/에이와와 영적 관계를 내재한 키리를 중심으로 한 판도라 행성의 ‘물의 길’ 세상이 화려한 3차원 리얼리티/판타지 영화세상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 길은 한 세기를 조금 지난 짧은 역사를 가진 대형 스크린 중심이자 흥행 중심 영화세상이 ‘쇼 비지니즈’라는 물적 토대란 점을 동시에 입증한 셈이다.
『2023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
첫댓글 "테크놀로지 혁신 보여주기에 동원된 서사의 반복"에 공감합니다. 이 영화를 반복과 차이로 풀어낸 것도 정말 흥미로워요👍 글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공감에 힘을 얻으며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