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23 (화) ‘신이 내린 자리’ 공공기관장… 29명은 대통령보다 많은 연봉
지난해 공공기관 상임기관장 340명 중 300명은 공공기관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부처 장관보다 연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이 중 29명은 대통령보다 보수를 더 받았다. 상임감사도 97명 중 71명은 장관보다 연봉이 높고, 7명은 대통령보다 높았다. 고액의 연봉이 보장되는 공공기관 상임기관장과 상임감사 자리는 정치권이나 고위 관료 출신이 차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소위 ‘낙하산’, ‘관피아’(관료+모피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제기돼 왔다.
5월 2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상임기관장 연봉 수치를 공시한 공공기관(부설기관 포함) 340곳 중 300곳은 상임기관장의 연봉이 장관보다 높았다. 지난해 장관 및 장관급에 준하는 공무원의 연봉은 1억3718만9000원이었다. 공공기관 340곳 중 88.2%인 300곳의 상임기관장 연봉이 이보다 더 높았다. 이 중 134명은 국무총리(1억8656만2000원)보다 보수를 더 받았고, 29명은 대통령(2억4064만8000원)보다도 연봉이 높았다.
공공기관 상임기관장들의 평균 연봉은 1억8500만원 정도로 장관보다 높고 국무총리와 비슷하다. 상임기관장 연봉이 가장 높은 공공기관은 중소기업은행(4억3103만원)이고, 한국투자공사(4억2476만3000원)도 4억원이 넘었다. 이어 국립암센터(3억8236만1000원), 한국산업은행(3억7078만2000원), 한국수출입은행(3억7078만2000원), 기초과학연구원(3억3160만원), 한국해양진흥공사(3억930만7000원), 신용보증기금(3억774만원), 한국주택금융공사(3억630만7000원) 등 순이었다.
지난해 상임기관장 340명 중 66.8%인 227명은 전년보다 연봉이 올랐고, 31.8%인 108명은 내렸다. 5명은 동일했다. 지난해 상임감사도 10명 중 7명 이상이 장관보다 더 높은 보수를 가져갔다. 상임감사 연봉 수치를 공시한 공공기관 97곳 중 73.2%인 71곳의 상임감사 연봉이 장관보다 높았다. 상임감사 연봉이 가장 높은 곳 역시 중소기업은행으로 3억1049만6000원에 달했고, 한국투자공사도 3억624만6000원으로 3억원이 넘었다.
한국산업은행(2억7888만2000원), 한국수출입은행(2억7888만1000원), 기술보증기금(2억5010만9000원), 신용보증기금(2억4227만1000원), 한국주택금융공사(2억4119만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2억4096만9000원), 예금보험공사(2억3859만2000원)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공공기관 상임감사들의 평균 연봉은 1억6200만원으로 장관보다 높고 국무총리보다는 약간 낮다.
공공기관의 상임기관장·상임감사 중에는 해당 공공기관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부처의 고위 간부로 재직하다가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아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단숨에 연봉이 2∼3배 오르기도 한다. 대선 캠프에 몸담은 정치권 출신이거나 정치권과 연이 닿은 인사가 보은성 인사로 자리를 차지하기도 해 낙하산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지방대 5곳 중 1곳… 신입생 80%도 못채워
5월 16일 전남 광양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순천 방향으로 10분쯤 달리자 산 중턱에 자리 잡은 6동짜리 대학 캠퍼스가 나타났다. 광양에서 유일하게 남은 대학인 광양보건대다.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은 벤치가 부서진 채로 방치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낡은 농구대가 서 있는 농구장은 이용하는 학생이 없어 주차장으로 쓰고 있었다. 대학 본부가 있는 건물은 보건행정과, 항만물류과, 안경광학과 등이 있지만 수업 중인 강의실은 한 곳도 없었다.
재학생이 없어 사실상 폐과된 학과들이다. 건물 3층 안경광학과 강의실엔 2016학년도 기말고사 시험 문제지가 교탁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실습용으로 사용한 낡은 안경테 위로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 광양보건대는 신입생 감소 등으로 인해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이른바 ‘한계대학’이다. 이런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 사업 등에 참여할 수 없고,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지원도 못 받거나 일부 제한된다. 광양보건대와 같은 올해 재정지원 제한 대학은 4년제 일반대 9곳, 전문대 12곳 등 총 21곳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들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여기에 설립자의 횡령 등 비리가 겹친 일부 지방대는 경쟁력 있는 학과가 있어도 휘청이는 경우가 흔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2학년도 기준 지방대 214곳 중 44곳(20.6%)은 신입생 충원율이 80%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생 충원율이 80% 미만이면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고, 다시 신입생 충원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계대학은 퇴로를 열어주는 한편 옥석을 가려 지역대학이 지역사회 발전의 허브가 되도록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1992년 설립된 광양보건대는 간호학과 등 보건의료 계열로 특화하면서 지역에선 ‘취업 잘되는 학교’로 불렸다. 하지만 이 학교 설립자가 다른 학교를 짓기 위해 교비를 빼돌린 ‘사학비리’가 터지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최근 10년간 경영평가나 대학기본역량 진단에서 낙제점을 받으며 학생들의 지원율도 급감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수 자체도 계속 줄었다. 2021학년도부터 입학성적이 가장 높았던 간호학과마저 신입생 모집이 중단되면서 학교는 더 위축됐다. 간호학과가 간호교육기관 인증을 받지 못하면서 사실상 폐과된 것이다.
2018년 358명이던 총 신입생 수는 지난해 33명, 올해는 30명까지 급감했다. 한때 3000여 명에 달했던 학교 구성원은 약 200명으로 줄었다. 수년째 임금이 체불되면서 현재는 교수 25명, 교직원 8명만 남아 학교를 지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의 다양한 학내 활동이나 낙후된 시설 개선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페인트칠이 다 벗겨지고 금이 간 복도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물리치료과 3학년생 학생은 “장학금 지원이 안 되니 학생들의 부담이 크다”며 “실습 기구가 낡아 못 쓰는 장비도 많고, 동아리 활동 등 선후배 간 교류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 폐교 후 인근 상권도 타격
광양보건대 정문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한려대가 있었다. 1995년 세워진 학교지만, 경영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2월 문을 닫았다. 학생 400여 명은 인근 대학 유사 학과로 편입 조치됐다.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높은 펜스를 세워 놓은 한려대 내부엔 낡은 휠체어와 수레가 나뒹굴고 있었다. 교문 밖으로 드러난 건물은 창문이 다 깨져 흉가처럼 보였다. 두 학교의 폐교와 신입생 감소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인근 상권이다. 순천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이 지역은 학교 설립 전에는 거의 다 논밭이었다.
학교가 들어선 뒤 인근에 주거지와 상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원룸촌의 건물만 약 170개 동에 이른다. 치킨집과 카페, 당구장 등 상점 30곳도 학생 장사를 위해 터를 잡았다. 하지만 학생이 사라지면서 이들 상권도 타격을 입었다. 7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곽모 씨는 “시험 기간에는 학생이 꽉 차 손님을 받기도 어려웠는데, 이젠 학생 손님이 많을 때의 10분의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를 하는 양재훈 씨는 “한려대가 문을 닫으면서 공실이 30∼40%쯤 생겼다”며 “지금은 인근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중년들만 있고, 학생 입주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 폐교→인구 감소→슬럼화 악순환
대학이 사라지면 지역소멸도 빨라진다. 1991년 강원 동해시에서 개교한 한중대도 부실 운영으로 2018년 폐교했다. 학생 2000여 명이 빠져나가자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학교에 내는 등록금뿐 아니라 지역에서 월세, 식비 등으로 쓰는 돈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2017년 9만2851명이었던 동해시 인구는 이듬해 9만1272명으로 1579명이 줄었다. 직전 3년간 연평균 570명가량이던 인구 감소 폭이 갑자기 3배로 늘어난 것이다. 동해시 인구는 지난해 8만9426명으로 9만 명대가 무너졌다.
폐교 후 캠퍼스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면 주변이 슬럼화될 우려도 있다. 한중대는 대학 부지가 23만 ㎡에 이른다. 현재 일부 건물을 동해시 창업보육센터로 운영 중이지만, 나머지 건물과 부지는 활용처를 찾지 못해 마치 폐가처럼 방치돼 있다. 동해시는 종합병원이나 대기업 연수원 유치를 통해 침체된 지역을 되살린다는 계획이지만 5년째 이렇다 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 ‘대학도시’ 전략도 필요
2021년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재무구조가 부실하거나 학생 모집이 어려워 이른바 ‘한계대학’으로 분류된 대학은 전국 84곳에 이른다. 개발원은 2010∼2020년 정부의 대학평가에서 한 번이라도 부실대학에 포함돼 재정 지원과 학자금 대출 등이 제한된 적 있는 대학을 한계대학으로 정의했다. 지역별로는 비수도권대가 62곳(73.8%), 유형별로는 사립대가 79곳(94%)을 차지했다.
비리가 심각하고 경쟁력을 잃은 대학은 솎아내야 하지만 지금같은 대학의 위기를 방치한다면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를 더욱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은 “지방대들이 백화점식 학과 운영으로 수도권 대학과의 차별화에 실패한 경우가 많다”며 “지역 기반 산업에 맞춰 특성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학이 지역 문제에 더 적극 참여해 존재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 충청권 대학 총장은 “지방의 작은 도시들이 모두 산업 기반을 갖춰 자생력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대학 중심의 ‘대학도시’로 성장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대학이 지자체와 함께 지역 발전 전략을 세우는 모델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취업 후 다시 대학에 오는 성인 학습자나, 중장년 평생교육 수요를 통해 교육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신분증 없이 비행기 탄다… 스마트탑승권 운영
엔데믹 전환 이후 활기를 되찾고 있는 공항들이 여객 수요 회복세에 맞춰 투자를 늘리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가 하면, 공항 내 인프라 확장에도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미래 공항’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보기술(IT) 분야 투자에도 아끼지 않고 있다. 5월 22일 국제공항협의회(ACI)가 발표한 ‘2022년 글로벌 공항 IT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공항의 93%는 IT 관련 투자를 유지하거나 늘릴 것으로 응답했다. IT 관련 투자는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에 88억 달러에서 41억 달러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는데, 이후 매년 상승 중이다. 지난해 투자액은 68억 달러(9조 1100억원)를 기록했다.
루이스 펠리페 데 올리베이라 ACI 사무총장은 “각 공항은 공항 고객 이용에 편안함을 주고, 자신들은 효율적으로 공항을 운영하길 바란다”며 “이것이 디지털화와 IT 관련 투자를 증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들은 여행객 수요 증가에 따른 병목 현상을 줄이기 위해 생체 인식, 셀프서비스 기술 등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셀프 체크인과 셀프 백드랍 서비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혼자 수속을 마치고, 짐을 부칠 수 있게 하면 고객들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공항에선 인력난 해소가 가능하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 등 한국을 대표하는 공항들도 공항 스마트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여객 생체정보를 활용한 차세대 비대면 신원확인 서비스인 스마트패드 서비스를 구축 중이다. 여행객이 얼굴 사진, 여권, 탑승권 정보를 토대로 한 일종의 ID를 생성하면 출국 심사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공항 내 로봇 서비스도 확대한다. 현재까지 청소와 식음료 배송 서비스 등을 진행했었는데, 셀프 체크인과 안내 로봇 등도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공항공사도 ‘스마트 공항’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탑승권과 신분증을 통합한 스마트탑승권을 마련 중이다. 하나의 QR코드만 제시하면 탑승권과 신분증을 따로 내던 절차 없이 탑승 수속을 통과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공사는 여행 여정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AI) 기반 공항 운영 서비스도 구현한다. 공항 이용객들은 공항 도착 예상시간, 내 항공기 위치 찾기, 여객 터미널 혼잡도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한 편리한 공항을 변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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