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여행 중 먹었던 촌닭으로 만든 능이버섯백숙
이 가을은 자꾸만 집밖으로 나오라고 나를 유혹한다.
길따라 떠나는 여행.
그 길 위에서 만나는 맛은 특별할 수 밖에 없다.
일상에서 늘 먹는 음식이 아닌
조금은 색다른 음식을 먹고 싶은 욕심 정도는 부려봐도 좋을 듯 하다.
그래서 조금은 수고로움을 더해 찾아냈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고 '여행'이라는 단어와 썩 잘 어울리는 음식!
촌닭으로 만든 능이버섯백숙!
구례여행 중에 만난 구례맛집의 아주 특별한 메뉴이다.
지리산 자락을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닭의 무리!
빵빵~ 하고 크락션을 울릴까 하다가
한적한 시골마을에 와서까지 조급함을 내세우진 말자 싶어 기다려봤는데,
거대한 자동차 앞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 간 큰 닭들.
그 닭들을 웃으며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여행이 주는 여유이리라.
그렇게 우리로 하여금 한참을 기다리게 하고 살짜기 비켜선 닭들.
그 때 우리가 점심 메뉴를 백숙으로 정한 건
그 닭들에 대한 복수심에서 발로한 건 절대 아니다.
구례여행하면서 지리산에 간다고 했더니 지인이 추천해준 맛집!
한적한 도로변에 있어 알고 찾아가는 집이 아니라면 쉽게 찾기 힘든 집이다.
뒷뜰에 석류나무가 너무나 탐스러워 잠시 그 앞에서 서성이게 되는데...
가을은 이렇게 소리 없이 익어가고,
아직 덜 익은 나는 배가 고프다!!
입구에선 담금주가 반기는 운치 있는 집!!
그런데 이 집, 특별한게 하나 있다.
방 앞에 있는 방이름!
방이름이 사성암, 섬진강, 노고단...
이렇게 셋으로 나눠 있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그 아래로 작은 글씨가 적혀 있다.
사성암을 바라보고 있어요.
노고단을 마주보고 있어요.
섬진강을 옆에 끼고 지리산을 닮았어요.
방이름 하나에도 이런 감성을 담을 수 있는 여유...
음식보다 먼저 만난 그 감성이 참 좋았다.
감성넘치는 놓아기른 촌닭집의 메뉴!
닭을 잡고 손질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는게 필요하다.
우리는 목적지가 이곳이었기 때문에 미리 예약해두었던 관계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요즘 식당에 가면 잔반을 재활용하는게 아닌가 하고 의심스러운데가 많은데,
먹던 반찬 재사용을 안 한다고 표방하고 있는 착한 맛집!
반찬이 세팅되는 순간 첫느낌!
시각적으로도 정갈하지만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그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건 효소로 담근 양파 장아찌.
그리고 고소함으로 무장한 방풍나물!
나물은 몇접시나 "더주세요~" 해서 먹었다는...
마침내, 구례맛집 놓아기른촌닭의 메인 메뉴,
능이버섯백숙이 나왔다.
닭한마리가 각종 영양재료들을 품고 있는 모습.
백숙이 끓기 시작하자,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다들 젓가락만 들이대고 있을 때,
구세주가 나타나셨으니...
장갑을 이중으로 장착한 식당 아주머니!
뜨거운 닭을 거침없이 뜯어주신다.
능이버섯이 들어간 백숙의 냄새는 일단 한방백숙 같은 느낌.
"놓아기른" 촌닭으로 만들었다니,
살점이 얼마나 쫄깃할지...먹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여름엔 여름대로 보양식이 되고,
요즘처럼 찬바람 불 땐 뜨끈한 국물이 매력적인 능이버섯백숙!
촌닭이라 그런지, 닭한마리가 꽤 크고 양이 많다.
백숙 앞에 붙은 수식어의 주인공, "능이버섯"
산의 능선에서 자란다고 해 능이버섯!
능이버섯은 추석전후로 한달동안만 채취할 수 있는 버섯이라 꽤 귀한 버섯으로 대접받는다.
버섯을 두고 순위를 매긴다면
1 능이
2 표고
3 송이
라고 할만큼 그 맛과 향이 버섯 중 으뜸으로 꼽을만하니,
백숙보다 앞서 다들 능이버섯 한 점씩 쟁탈전을...
그렇게 다들 능이버섯 한 점씩 먹고 나서야 백숙에 손이 가는데...
상큼한 양파 장아찌와도 곁들여 먹어보고
새콤한 김치에도 싸 먹어보고
그냥 먹어보기도 해 본 결과
닭고기의 육질이 엄청 부드럽다.
보통 시골닭은 다소 질긴 식감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닌듯.
이곳 놓아기른 촌닭에서 맛본 능이버섯백숙 속 닭고기는
입에 넣으면 살살 녹을 만큼 부드럽고 맛있었다.
능이버섯백숙 국물은 마치 한약재 다린 물을 먹는 듯 한방의 향이 강했는데,
닭고기의 진한 육수가 어우러져 영양진국 같은 느낌!
잠시후 삼베 주머니 하나가 왔는데...
그 안에는 여러 곡류와 야채, 그리고 견과류가 들어간 밥이 나온다.
재미있는 건, 저 밥으로 죽 만드는 방법!
보통 전골 냄비에 부어 끓여 먹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집의 죽은 백숙 국물을 떠서 밥에 넣어 살살 풀어어서 먹으면 그게 죽인 것이다.
낯선 조리법으로 만든 죽이라 먹어보기 전에 그 맛이 궁금했는데...
담백한 국물맛이 살아있는 것어 더 맛나다.
대추 은행 녹두 잣 등 영양 덩어리들이 합체를 했으니,
집에서 먹는 밥과는 비교가 안 된다.
고기를 배불리 먹고 죽도 한그릇씩 뚝딱~
시원한 매실차로 마무리~
구례여행 중 먹었던 촌닭으로 만든 능이버섯백숙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여행 내내 생각났다.
사성암을 바라보고 노고단을 마주보고
섬진강을 옆에 끼고 지리산을 닮은 이곳,
놓아기른 촌닭.
다음에 또 구례여행을 하며
사성암 노고단 섬진강 지리산 근처에 오게 되면
다시 한번 들르고픈 그런 음식점이었다.
첫댓글 허생은 촌닭 먹으러 언제 또 가남?......^-^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요~^^
귀한 능이백숙을 드셨네요 고기가 연하여 살살 녹는다니 영양식이따로 없겠네요 김작가님 저도 데려가주시길ㅋㅋ
ㅎㅎㅎ 이렇게 혼자 먹고 자랑질해서 죄송스럽네요. ^^
능이백숙은 먹고 나니 확실히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답니다. ^^
깜풍낭자를 응원합니다.
너무 많이는 드시지 마세요.
깜풍낭자!!
그 별명이 매우 오래 가네요~^^
고분벽화님!! 잘 지내시죠???
안부도 자주 여쭙지 못하고 죄송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말이 살찌는 계절에 제가 살쪄서 내일부터 다이어트 할 생각입니다! ㅎㅎㅎ
@김작가
예. 이것도 제가 사는 방식입니다.
자신을 냉정히 평가해보면
여러모로 우수하다기보다 저열한데,
이런 처지에서 최선이라 할 게 무엇이겠습니까?
그저 역량에 넘치게 일 벌이지 말고
몇몇 가지는 옹호하고 고수해야
그나마 뭔가 이루는 바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여기에서도 회원님들 가운데 두어 분만 챙기자.
이 고분벽화가 실성한 작자로 소문나도 좋다!
뭐, 따지고 보면 이게 어려울 것도 없지 않느냐.
이래서 제가 깜풍낭자와 방글낭자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찬양하고 고무하기로 작심은 했는데
하아...
이것도 영 시원치가 않습니다.
달마다 책 5권씩 읽는 것도 겨우겨우 이행하는 터입니다.
@고분벽화 한달에 5권의 책을 읽으신다면 나름 다독가라 자부하셔도 될듯요.^^
꽃방글님께도 고분벽화님의 마음을 전해야겠어요. ㅎㅎㅎ
@김작가
예. 제 마음을 방글낭자께도 꼭 전해주세요.
<내가 두 분께 실지로 유익한 뭔가를 할 수 있을까?>
제가 가끔은 이러기도 합니다.
결론은 <사람을 은근히 웃게 하자.>는 것입니다.
여기서 제가 굳이 '은근히'라 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혹시라도 낭자들께서 너무 크게 웃으면 얼굴에 주름이 질 수도 있으니까.
그러다가 누구처럼 얼굴에 무슨 수술인지 시술인지를 했느니 마느니 하면,
깜풍낭자는 해외로 망명을 가야 하고
방글낭자는 제주도로 유배를 가야 하는데
이러면 고분벽화인들 속이 편하겠습니까?
@고분벽화 크하하하~ 아침부터 큰 웃음을~~~ㅋ
주름 생기겠어요! ㅎㅎㅎ
깜풍낭자는 해외로 망명을 방글낭자는 제주도로 유배라~ 참으로 절묘한 생각이십니다~^^
먹고 싶어요
어라연님도 오랜만입니다! ^^
야심한 시각에 식욕이 땡겨서 어떡하셨나요? ㅎㅎㅎ
보는것 자체가 짱입니다
맛은 더욱 짱이었답니다~ 유딩크님! ^^
오늘처럼 쌀쌀한날 더욱 당기네요^^
날씨가 추워질수록 따끈한 국물이 더욱 땡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