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다른 곳에 올렸다가 최근에 일철연에 전재한 것을 재전재(본인 작성)
어제 그러니까 16일, 바다건너 왜라는 나라의 고베(神戶)라는 도시에 공항이 새로 개항하였다.
고베라고 해서 어딘지 잘 모르겠다고 하면 1995년 한신대지진으로 폭삭 무너졌던 그 도시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공항개항 2주일 전인 2일에 공항연락철도가 벌써 개업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고베신교통 포트라이너선을 연장)
물론 이런 선행개업은 좀 특별난 예이기는 하겠지만, 왜국의 많은 공항들은 철도를
이용한 교통편이 발달해 있는 편이다. 뿐만 아니다.
왜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명색이 선진국이라 하는 나라들은 일찌감치 공항에의 철도교통편이 발달해 있다.
이미 20년도 넘은 일이지만 빠리에 갔을 때도 빠리 남북의 두 공항-오를리 공항과
르와씨-샤를드골 공항- 모두에 일종의 중거리 쾌속전철인 RER이 일찌감치
개통되어 있어 이용이 편리했다.
(적어도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오를리로 향하는 RER B호선의 남반부는 대단히 빨리 개통된 노선이다)
독일 같은 나라도 프랑스보다는 좀 못하지만 역시 주요 국제공항에는 당연하게도 역이 있다.
물론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철도가 발달한 나라들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문득 생각이 난 것은 이 나라의 여러 국제공항들이다.
현재 국내의 국제공항이라 하면 인천공항, 김포공항, 김해공항. 청주공항,
양양공항, 대구공항, 제주공항 정도가 있을 것이다.
애시당초 철도가 없는 제주도의 제주공항을 제외하면 6개소.
그 중에서 현재 궤도계 교통편을 이용하여 갈 수 있는 공항은 김포와 청주의 2개소 뿐이다.
그나마도 그 두 곳조차도 철도가 개통된 때, 또는 역이 생긴 때가 언제인가?
김포공항역은 1994년 5호선 방화∼까치산 구간 개통시 생겼다.
그런데 김포공항은 언제 개항했는가? 내가 알기로는 1958년 개항했다.
공항 개항이후 철도가 들어오기까지 35∼36년이 걸린 것이다.
1958년이라면 경인선 소사(현 부천)에서 분기하여 김포까지 가는 9.2km의
김포선(1980년 폐선)이 있었을 것이다. 왜 김포선을 연장 개량하여 김포공항에
철도를 접속시키지 않았을까?
나아가서는 김포공항에서 북쪽으로 더 연장하여 수색이나 화전 정도에서 경의선과
접속시켰다면 김포공항을 기준으로 남쪽으로는 인천 방면으로, 북쪽으로는 서울
방면으로 편리한 철도망이 구축되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경부고속선의 노선을 감안하면 시흥에서 광명으로 접속하는
현재의 선 외에 바로 소사로 빠지는 선을 만든다면 고양기지로부터 출고하여 과밀한
다이아의 서울 시내 구간을 피하여 행신, 김포공항 정차 후, 김포선으로 빠져 소사에
정차하여 인천, 부천권의 수요를 흡수하고 광명으로 바로 빠지는 열차의 설정도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경우 서울 시민들은 소사나 광명, 행신까지 와야하는 불편함은 있겠지만,
전체 열차를 이렇게 설정하는 것도 아니므로 크게 상관은 없을듯 하다)
이야기가 샜는데, 여하튼 1974년 수도권 전철 개통시 공항으로의 노선을 만들 생각을
왜 하지 못하였을까(이때는 아직 김포선이 남아 있던 때이므로 얼마든지 가능했으리라 본다).
국민들이 소득 수준이 낮아 비행기 이용은 사치스러운 것이라서?
그래, 1958년이나 1974년은 아직 우리나라가 가난한 나라였기 때문에 그렇다 쳐도
왜 아시안게임이며 올림픽같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둔 1980년대 중반에
김포공항에의 철도를 개통시키지 못하였을까.
김포공항역은 1994년에 개업하였고,
2001년에 인천공항이 개항되어 김포공항의 운용규모가 축소되었다.
그렇다면 국내로 들어오는 많은 외국인들이 철도를 이용하여 보다 쉽게
서울 시내로 들어올 수 있었던 시기는 실질적으로 7년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물론 지금도 김포공항에 국제선은 있으나 그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그렇다면 청주공항은 어떤가?
청주공항역은 2000년 10월 1일 개업했다. 청주공항이 1997년 4월 28일 개항했음을
감안하면 이쪽은 그래도 상당히 양호한 축에 든다고 볼 수는 있지만,
청주공항역의 실상은 승강장과 대합실만이 있는 무인역이다.
이 정도의 시설이라면 공항개항과 동시에 개업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또, 공항연락 철도라 함은 무릇 공항과 도심을 빠르게 이어주는 것이 최대의 목표이다.
그러나 청주공항역이 소속된 충북선은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도시철도로서의
역할과는 거리가 먼 광역철도이며, 그나마도 여객보다는 화물 중심의 노선이다.
당장 청주 시민들의 입장에서 봐도 철도를 이용하여 공항으로 가려면 교외 변두리에
위치한 오송역이며 청주역, 오근장역까지 가서 겨우 한 두 구간 열차를 타고 가야한다.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운행되고 있는 열차는 모두 무궁화호로 최소 운임이 2500원이다.
버스나 택시, 자가용을 타고 와서 다시 2500원 내고 무궁화호를 타고 가는 짓은
어지간히 할 일 없고 돈과 시간이 튀는 사람이 아니라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도 오송역은 현재 여객취급을 하고 있지 않다)
이래서야 누구라도 자가용 또는 버스를 이용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천안이나 충주, 제천, 대전 등지에서 열차를 이용하여 청주공항으로 가는가 하면
그렇지도 못할 것이다. 청주공항 자체가 노선도 별로 없는 한가로운 공항이기 때문에.
(국내선이 청주-제주 10왕복, 국제선이 중국쪽으로 2개 항로)
이래서야 그 누가 열차를 이용하여 청주공항으로 가겠는가.
(한성항공이 보다 다양한 노선에 취항하고 일본쪽으로 국제선도 개설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의 한성항공의 상황을 보면… 전망은 부정적이다)
나머지 공항들은 어떠한가?
일단 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양양, 김해, 대구공항을 보자.
양양공항은 일찌감치 철도와는 인연이 없는 곳이다.
(물론 옛날에 동해북부선이 있었기는 하지만)
양양∼저진간의 동해북부선이 복원되고 강릉∼양양간이 신규 건설될 때까지는
양양공항은 철도와는 전혀 관계없는 곳이라 할 수 밖에 없으니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하지만 김해공항은 이야기가 다르다.
김해공항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의 국제적 관문이라 할 수 있는 곳으로,
원래 현재의 BEXCO자리에 있었으며 현 위치로 이전한 때는 1976년이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반철도도 도시철도도 지나가지 않고 있다.
작년에 개업한 지하철3호선이 김해공항을 지나지 않게 된 데에는
김해경전철이 김해공항을 경유하게 되어서라고 하는데,
과연 김해경전철이 개업하려면 앞으로 몇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가?
김해공항은 개항40주년과 함께 경전철이 "겨우" 들어오는 촌동네 4류 공항으로 남고 싶은 것인가?
듣기로는 김해공항은 연간안개일수에 있어서 상위권이라 이착륙이 위험한
공항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는데, 이래서야 어디 위험할 뿐만 아니라 교통까지
불편한, 문자 그대로 항공사도 이용객도 마지 못해 이용하는 최저급의 공항이 아닌가.
이쯤되면 국가적 망신이다.
마지막으로 대구공항인데,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대구지하철1호선의 아양교역이다.
하지만, 아양교역에서 대구공항까지는 1.5km는 족히 떨어져 있다.
이래서야 누가 지하철을 이용하여 공항으로 가겠는가?
일반철도는 지하철에 비해 양호(?)해서, (구)대구선 동촌역에서 대구공항에 병설되어 있는
공군기지로의 인입선이 있지만, 군 전용선으로 불특정 다수의 여객을 실어나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도 장차 청천역∼공군기지로 이설될 예정이다)
(구)대구선의 아양철교 북단에서 대구공항으로 철도를 부설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
생각되지만,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대구시는 (구)대구선이 도시계획에
지장이 된다는 이유로 이설을 추진한 것이고, 철도시설공단과 철도공사의 입장에서도
화물취급도 불가능한 단거리선을 만드는 것이 채산성이 맞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글쎄, 대전쯤을 시발해서 정차역을 최소화하고 동대구에서 바로 대구공항선(가칭)으로
빠지는 직통의 속달형 열차를 설정한다면 채산은 맞을듯 하다만…
지하구간이 될 수 밖에 없는 대구공항선에 매연이 나오는 디젤동차인 DHC나 NDC를
투입할 수도 없고,그렇다고 해서 전기기관차 견인의 객차 열차도 지하에서 기관차를
돌려붙이는 입환작업을 해야 하므로 비현실적, 그렇다고 대구공항선 하나만을 위해
새로이 전기동차를 개발하는 것은 역시 아니올씨다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양양공항, 김해공항, 대구공항 모두 철도교통은 낙제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나라의 대표공항인 인천공항은 어떤가?
인천공항이 개항한지도 5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으로의 공공교통은 연륙교를 통한 버스와,
월미도 선착장과 영종도 선착장을 잇는 선박편 뿐이다.
인천공항과 서울을 잇는 인천공항철도는 도대체 07년이나 되어야 겨우 인천공항-김포공항간이 개통한다고 한다.
01년 개항한 공항의 연락철도가 무려 6년이 지나서야 겨우 부분개통이라는 것은 실로 엄청난 후진성의 반증이다.
(듣자하니 인천공항 개항 2일 전에 공항철도를 기공했다니 한심한 일이다)
07년에 부분개통하고 나서 몇년 지나면 또 인천공항을 버리고 또 다른 공항 만들어서 옮겨갈지는 모르겠다.
국민들이 해외여행 가는 것을 은연중에 억제하려는 국가정책의 일환인가?
그런 식으로 국민들의 해외여행을 억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이야말로 넌센스다.
하지만 자국민보다 더 중요한 이용객들이 있다. 바로 외국인들이다.
앞의 다른 공항들이야 까짓거 그래 외국인 이용객이 그다지 많지 않으니 그렇다 쳐도,
인천공항은 우리나라의 대표공항으로 많은 외국인들이 이용할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철도교통보다는 도로교통이 발달한 나라로, 공항 역시 많은 노선의
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 버스 노선을 알기만 하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도로 사정에 의해 운행시간이 들쭉날쭉할 뿐만 아니라, 행선안내만으로는 정확히
어디를 어떻게 경유해서 가는지 알 수 없는 버스에 비해, 비교적 정시성이 확보되며
노선이 상대적으로 간단 및 확실한 철도가 지리를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또는 외지인들)
에게 있어서는 더 도움이 될 것이 아닌가.
당장 흔히 볼 수 있는 시가지 지도만 보아도 버스 정류장까지 표시된 지도는
본 적이 거의 없지만 철도는 역과 노선이 확실하게 표시되어 있다.
정보가 별로 없는 외지인 또는 외국인에게는 버스보다는 철도가 훨씬 더 확실하고 안전한 교통수단인 것이다.
실질적인 사례를 몇 들고 拙文을 마치고자 한다.
올빼미 투어로 도쿄로 떠나면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다.
그러나 하네다 공항에서 버스를 이용하여 도쿄 시내 또는 기타 목적지로 향하는 한국인을 별로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이 여객터미널 지하의 하네다공항역(케이큐)으로, 그 외 소수가 모노레일의 역으로 향했다.
하네다 공항에 버스 노선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각지로 리무진 버스가 다니고, 시내버스도 대략 10개 이상의 노선이 다니고 있다)
또 외국으로 단독으로 여행을 간다 하면 대부분이 현지에서는 철도 교통을 이용한다.
여기저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언도 지하철을 어떻게 타라, 기차를 어떻게 이용하라,
또 JR패스를 구입해서 이용 운운, 이라든가 유레일 패스를 구입해서 이용 운운…
이런 류가 태반이다. 버스나 택시, 렌트카를 이용하라는 조언은 그 지역에 지하철이나
철도가 없을 때에나 보이는 조언이다.
그렇다면 많은 외국인들이 지금도 '인천 공항은 철도가 없는 불편한 촌 공항이니,
철도가 편리한 첵랍콕 공항(홍콩), 창이 공항(싱가폴), 간사이 공항(오오사카),
츄부 공항(나고야), 푸둥 공항(샹하이)으로 가자' 이러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인천공항은 상당히 분전하여 수송 여객수, 화물량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또한 시설 면으로도 세계 어느 공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연간 1억명을 수송하는 동북아 허브공항 운운하는 공항이 공항연락철도
하나 변변히 없음은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수송인원 중 환승객이 10% 정도에 불과함을 감안하면 더더욱 철도의 필요성은 크다.
- 마지막으로 비교
공항 → 도심 진입 소요시간 비교
인천공항 → 인천 도심(부평) : 좌석 버스로 대략 100분 정도 ← 인천시내의 도로혼잡이 원인인듯.
인천공항 → 서울 도심(서울역) : 리무진 버스로 최소 50분
첵랍콕 공항 → 홍콩 도심(홍콩역) : 공항고속전철(AEL) 이용 23분
창이 공항 → 싱가폴 도심(싱가폴 시청) : 지하철 동서선(East-West line) 이용 36분
간사이 공항 → 오오사카 시내(난바역) : 난카이 전철(南海電鐵) 특급열차 이용 38분
츄부 공항 → 나고야 시내(메이테츠나고야역) : 나고야 철도(名古屋鐵道) 특급열차 이용 38분
이쯤 되면 승부는 난 것 아닌가.
첫댓글 구 김포선은, 개항 당시에는 김포군이었던 김포공항의 유류 수송을 위해서 건설된 철도입니다. 부천 도심을 관통하는 문제로 인해 폐선되었지요.
동감합니다. 우리나라는 왜 그렇게도 도로에만 올인하려고 하는지 정말 이해를 할 수가 없죠, 철도 노선도 광복 이후나 지금이나 거의 변한 게 없을 정도니 정말 한심의 도를 넘어설 뿐입니다.
본인이 누차 강조하지만, 도로는 정부 입장에선 세금 벌어주는 '곱배기 항아리'입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것을 깨부숴야 합니다. 이것을 깨부수지 않는 한 철도의 발전은 없습니다.
정말 미금역님 말씀대로 철도보다는 도로가 국가 입장에서는 돈 벌기 쉬운 장사죠..;; 그러다보니 자연히 철도정책은 엉성하면서도 도로교통은 뭐 엄청나게 발전되 버린거겠구요..
door to door로 안 갈아타고 한 번에 택시나 버스타고 가는거 좋아하지, 기차타고 시간맞춰가면서 갈아타는것은 조선사람들에겐 직성이 안 풀리는 행동임....-_-;;;
도로는 단기간에 벌기는 쉬우나 장기간을 생각한다면 철도가 우세죠...정부에서는 단기간만을 생각하게되는 거죠
중간에 한가지 잘못된 내용이 있어서 첨부합니다. 김해공항을 두고 마지못해 이용하는 4류 공항에 국가적 망신이라고 하셨는데... 김해공항은 원래 미군이 만들어놓은 군공항을 우리가 옆에다 같이 개발한 겁니다. 지정학적으로 봤을 때 미군이 부산을 절대 포기못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심지어 괌에 있는 비행기가 중검수 받으러 김해로 옵니다. 나라망신하고는 별로 관계없는 이야기 같습니다.
정작 일본의 경우에도 오사카 (이타미) 나 나고야 (고마키) 같은 대표적인 (과거형) 공항에는 지금도 철도접속이 되지 않습니다. 삿포로 신치토세는 다소간 예외이지만, 나리타, 간사이, 주부의 경우 원래 공항에서 3km 이내에 철도시설이 되어 있었음을 감안해야 합니다. 만약에 영종대교 초입까지 철도가 있었다면 (간사이가 딱 그렇죠) 인천공항에 철도 접속이 되지 않았을까요? 유감스럽게도 철도, 특히 장거리철도의 건설은 전세계적으로 동결상태나 다름이 없습니다. 인천공항철도만 해도 보기 드문 경우입니다.
신치토세공항역은 미나미치토세역에서 3km 정도입니다. 그러니 예외는 아니지요. 그리고 나리타, 칸사이, 츄부는 애시당초 그런 목적으로 입지를 잡은 것이 아닐까요? 센다이 공항도 나름대로 3km는 넘는(7.1km) 철도가 새로이 건설되고 있습니다.
신치토세의 경우 조금 먼 줄 알았더니 아니었군요. 추가자료 감사합니다.
물론 일본은 이후 근교철도의 건설이 활발하며, 근래 쯔쿠바 익스프레스같이 수익성이 의문시되면서 비교적 긴 노선도 생겨났습니다만, 역시 드물지요. 단 3~4km만 뚫으면 되는 경우와 (지하철 연결되는 후쿠오카까지 포함해), 근 40km를 공항전용으로 건설해야 하는 경우를 동일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타미의 경우 역시 2~3km만 손대면 되는데 왜 철도연결을 하지 않는지 의문이지만요.
뒤집어 말하면, 왜 영종-용유도 같이 입지가 나쁜 곳에 공항을 새로 만들었을까요? 뻘을 메웠다는 것은 언젠가는 뻘이었던 곳이 조금씩 침하되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영종도는 현재 서해5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국토의 서북단에 해당하는 곳으로 접근성도 나쁩니다. 게다가 철새 도래지가 인근에 있어 버드 스트라이크의 위험도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 곳에 입지했다는 자체를 솔직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영종-용유도 부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이설이 많지만, 24시간 가동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고속도로를 개통하면 서울 시계에서 30분 남짓에 접근할 수 있으면서 500만평 이상의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은 영종도가 유일한 것과 다름이 없으며, 버드스트라이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도권 동부는 지형적으로 불리하고 서부는 어디 가나 철새 천지입니다. 그런다고 노태우정권 초기 정책대로 청주에 몰아버릴 수도 없는 일이었죠.
조금 다른 대안이 김포공항 확장인데, 그건 시기를 놓쳤습니다. 나리타보다 건설이 어려웠을 겁니다. 지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김포공항 14/32 활주로 접근항로상 거주 인구가 100만명을 가볍게 상회합니다. 그것도 32쪽은 신개발지죠. 철도 연결을 우선시한다면 당시 후보군에서는 시화가 약간 더 유력했겠습니다만 (4호선 연장으로 해소) 도로접근성은 오히려 불리한 게 사실입니다.
한가지 깜박한 게 있어 덧붙입니다. 김해공항이 악명이 높은 건 북쪽 (활주로 18R 방향) 접근항로상에 위치하는 산이 방해가 되는 탓이며 기상 조건은 한국에 있는 공항으로서는 딱히 나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중국국제항공 B767기 사고는 지형 숙지가 부족했던 조종사들의 과실로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공항을 시내 접근성 보고 고르는 승객은 거의 없습니다. O/D라면 애초에 부산 가는데 다른 동네 공항 쓸 필요 없고, 환승이야 공항이 어디 있든 무슨 상관일까요)
제 조사가 부족했군요. 기상 조건이 나쁘지는 않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굳이 말하면 말씀하신 대로 김해공항의 기상 조건은 '나쁩니다'마는, 한국에 있는 공항 치고 그만큼 되지 않는 데가 별로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