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산 31세(만29세)
예정일 - 2월 12일 / 출산일- 2월 12일
원주 21세기 산부인과 / 자연분만
출산비용 39만8천원(특실사용, 청력검사 및 선천성대사이상검사 46종 포함)
아들, 3.24kg
이슬 본 다음 한달 동안 있었던 일 기록한 수첩이 있어 다행이네요..
다음에 울 아들 보여주면서 너 태어나서 이랬다~ 이야기 해주려 적어놨던 내용들을 여기다 좀 풀고 갈게요 ㅎㅎ
2월 10일
12일이 예정일인데 10일 밤까지도 아무런 소식도 없다..
다른 예비맘은 일주일 전에 이슬을 봤다느니, 가진통이 심해졌다느니.. 그러는데..
이러다 예정일 확 넘겨서 수술하는거 아닐까 정말 겁이 났었더랬다.
어제 병원 마지막 정기검진때 아기가 전혀 내려오지도 않았다고 해서 순간ㅇ ㅏ찔했다.
아기 몸무게도 3.04 정도로 나와서 중독증 때문에 좀 작게 나오겠네.. 그러신다..
2월 11일
새벽에 배가 당기면서 화장실을 갔더니만 이슬이 보였다.
처음에는 잠결에 이게 뭔가 하고선 물끄러미 보고만 있었는데 순간 "아~ 이게 이슬이구나..!" 싶더라.
생리대 하고 서방님을 깨워 이슬 봤다고 했다.
서방님 후다닥 일어나서 하는 말 "얼른 옷 입어. 병원가자. 준비다 되었어?"
조용조용 타일렀다. 이거 보고 빠르면 하루 이틀, 늦으면 일주일 안에 아기 만난다고..
고개를 주억이던 서방님 바로 자리에 누워 코를 드르륵~~ 곤다 ..ㅡㅜ
아침에 시댁에 전화드렸더니 먹고 싶은거 다 먹이라 신다.
아기 만나면 한동안 교회 못갈 것 같아서 교회부터 들렀다. 아기 잘 낳게 예정대로 이끌어주십시오.. 기도했다.
집에 와서 병원과 조리원 갈 짐 정리 좀 하고 사람들에게 줄 것 다 돌렸다.
그리고 그리 먹고 싶었던 짜장면..한그릇을 뚝딱 해버렸다.. 남편 몫이었던 삼선우동 국물까지 후루룩~~
만삭사진 찾으라 사진관 들리고 시댁에 가져갈 것들 이리 저리 사느라 시장통 막 돌아다녔다.
이러다 진통오면 어쩌냐는 서방님 걱정은 귀에도 안들어온다..
아기 낳음 꼼짝없이 조리원에 같혀버리는데 지금 아니면 언제 바깥 구경 신나게 할까..^^
밤에 시어뭉 추어탕 먹자고 하신다... 근데 계산은 결국 우리 몫이다..(젠장..ㅡㅜ 그럴려면 생색은 왜 내시는지 ㅠㅠ)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에스프레소도 한잔 마셨다..^^
임신중독증 이후 못먹었던 것들이 그리 많았는데 결국 짜장면과 커피만 겨우 먹을 수 있었다..
쩝.. 내일 아기 못만나면 내일도 무지 먹으리라..
집에 돌아와 다시 집을 싹 청소했다. 많이 움직이면 순산한다는 말보다..ㅡㅜ
내가 집 비운 사이 집안 꼴이 상상이 갔기 때문에 서방님에게 청소하는 것 가르쳐주느라 다시 청소한 거지 뭐..
2월 12일
너무 많이 움직였는지 엄청 피곤했다.
울 서방님 샤워시켜주면서 배모양이 좀 바뀌었다고 하더라..
잠깐 잠이 들었는데 배가 막 당긴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참아보다가 서방님 깨웠다. 우선 머리부터 감고 병원에 전화 했더니만 진통간격을 물어본다.
근데 그게 일정하지가 않다..ㅡㅜ 어떤 때는 5분, 어떤 때는 10분, 어떤때는 15분 간격으로 온다..
그리 말해주었더니 가진통이라고 10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면 병원 오란다. 지금 오셔도 다시 돌아가셔야 하거든요<< 이런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통오는게 맞는 것 같은데.. 사람의 직감이라는게 있지 않느냐.. 젠 장..
혹시나 해서 옷 챙겨 입고 가방 챙겨놨다. 첨에는 놀라서 허둥거리던 서방님은 병원통화 하더니만 곧 수면모드로 돌입해버리더라..
코까지 신나게 골아가면서.. 쩝.. 짜증은 나는데 그래도 지금 푹 자라.. 싶은 맘에 놔뒀다..
시계로 간격 재가면서 티비 보고 있는데 이젠 배에 바늘뭉치를 꼽아 넣는 것 처럼 아프다..
배를 끌어 안고 바닥에 엎드렸다.. 진짜 방바닥을 박박 긁으면서 기어다녀도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
시계는 새벽 5시.. 여전히 진통간격은 일정하지 않다. 하도 아파서 서방님 깨웠다..
얼굴 보더니만 병원 가자고 한다.. 가서 쫒겨나면 어쩌냐고 했더니만 그게 겁나서 못가는건 더 바보라고 한다..
계단 내려가는게 발이 덜덜 떨린다.. 차 손잡이 꼭 잡고 병원으로 미친 듯이 달렸다..
병원 도착했더니 6시 20분.. 내진을 하는데 왜 간호사가 하냐!! 순간 열받더라..
담당선생님 진료일이 아니어서 남자샘이 아기 받는거 아닐까 걱정했는데 마침 당직이시더라..^^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났다..
솔직히 남자샘에게 볼거 안볼거 다 보여주기 너무 싫다..ㅡㅜ
NST검사하고 서방님 불러 간다. 나중에 해준 말인데 아직 제대로 진통이 오는게 아니지만 우선 입원 시켜놓으라고 하셨단다. 입원실 잡고 짐 옮겨놓고 수속밟으러 남편이 나간사이 관장하고 면도까지 해버린다 ..
우 .. 씨... 7시 되어가는데 점점 아파오면 아찔아찔하게 현기증까지 느껴진다.. 간호사 왈 "벌써 이리 아파하면 나중에 진짜 진통오면 힘들어서 안되요. "
근데 NST검사결과 진통이 1분간격이란다.. 그럼 지금까지 느낀 진통이 진진통 맞다는 말이잖아!
자궁이 1cm 열려 있단다. 옆자리 있던 산모는 정말 조용히 있다 아기 낳으러 떠났다.. ;;
근데 건넛자리 산모의 신음소리는.. 꼭 소울음소리 같다.. 움어어어~~ 움어어어~~~
8시.. 시어머니께서 도착하셨다. 그때 난 곁에 앉아 있던 서방님 손 꼭 잡고서 진통을 참고 있었다.
너무 너무 아파 정신 놓칠 것 같은데.. 소리도 못내겠다..
병원 도착한지 이제 2시간.. 분만 1기도 제대로 진행 안 될 시간인데.. 나중에 3기까지 넘어가면 정말 어쩌지 하는 생각에 정신이 아찔하다.
그래도 보고 배운 건 있어서 진통이 오면 호흡법을 해가면서 참았다.. 깊고 느리게 호흡하기가 이리 힘들었었나..;;
(근데 황당하게도.. 나중에 안 일이지만 라마즈 호흡은 복식호흡이 아니라 흉식호흡이란다..;; 그럼 난 뭐한거냐.. )
8시 반..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근데 화장실에서 진통이 온다.. 정말 환장하겠다.. ㅠㅠ
나올 때 벌벌 기어 나왔다.. 간호사들 눈에는 얼마나 엄살이 심한 걸로 보였을까
(난 아직도 1기 인줄 알고 있었는데.. 사실 이미 그때 3기였다..ㅡㅡ;; 그러니 하늘이 깜깜하고 노랗게 변하지..;;)
돌아 와서 서방님에게 나 도저히 못견디겠다고.. 이런 진통이 앞으로 더 심해진다는데.. 이 상태를 몇시간 더 참을 수 없다고 무통분만 하고 싶다고 했다.
간호사에게 말했더니 좀 더 열린 후에야 주사 놓을 수 있는데 마취과 선생님이 아직 출근 전이라 좀 더 참아야 한단다.. ;;
(주사 맞았음 얼마나 아까왔을까..ㅡㅡ; 이미 자궁 다 열려 있었는데.. 언제 애를 낳아봤어야 진행상태를 스스로 파악하지..ㅡㅜ)
9시 10분..
서방님 손 꼭 붙들고 진통 참는데 저절로 발이 동동 굴러진다.. 꼭 뒤집힌 거북이 발 버둥이듯 허공에 대고 발만 박박 긁었다..
진통이 멈추면 순간 순간 깜빡하고 정신을 놓아버릴 것만 같다..옆에서 서방님이 뭐라고 일러주는데 귀에 하나도 안들어온다..
9시 15분
촉진제 놓겠다고 간호사가 들어온다..
그때 "양수 터진 것 같아" 이랬더니만 간호사 왈 "아직 멀었구요, 이슬이 나오는 수가 있어요" 하고 링거병에 촉진제 찔러 넣으려 하는데 우리 서방님 비명을 지르더라.."아래가 다 젖었어요!!"
간호사 옹니.. 직업정신 투철하더라.. 그 판국에 촉진제 다 찔러 넣고 아래 보더니만 "어머나.. 진짜네. 남편분 나가 계세요!!"
내진 하더니만 왈 "벌써 다 열렸거든요! 이제부터 힘주셔야 해요!!" "분만실 준비 해주세요!!"
정신이 하나도 없다.. 무슨 자궁이 벌써 다 열려?? 병원 온지 세시간인데??
힘 주라고 해서 힘 주는데 자꾸 목이 뒤로 넘어간다.. 간호사 옹니 막 꾸짖는다. 디따 무섭다..ㅠㅠ
"그러면 아기가 위험해요! 힘! 힘! 정신차리고 힘!! "
옆에 서 있던 서방님 발만 동동 구르더니 손 잡고서 힘내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동동 떠다니는 것 같다..
배까지 막 눌러가면서 힘주라고 하는데 으아..;; 세상에...;; ....;;; 그 느낌을 뭐라 설명해야 할까...
그동안 참고 있었던 비명이 막 나온다. 이씨.. 쪽팔리는게 어디있어.. 힘주면서 비명이 나오면 막 악을 써버렸다..
25분.. 아기 머리가 보인단다..
분만실로 옮긴다고 휠체어 준비하란다.. 아우.. 아기가 다 나왔다는데 휠체어에 어케 앉냐고 ..ㅡㅜ
하필 분만실에서 가장 먼 곳에 누워있었던지라 거리가 참 멀다 ..ㅜㅜ 가는 길에 있는 침대에 한번 박아주는 센스까지 발휘한다..
분만대 올라가는데 에베레스트보다 높아보였다 ..ㅜㅠ
선생님은 아직도 안오시고.. 그때 메스를 트레이에 정렬하고 있더라.. 순간 아파 죽을 것 같아도 또 짜증이 확 올라온다..
아직도 분만실 준비가 안되어 있다니.. 아기 태어나면 어쩔려구??
그래도 손잡이 잡고서 혼자 알아서 힘주고 있었다 ..
선생님 허둥허둥 하면서 수술복 입으며 뛰어 들어오신다. "보고 받은지 얼마 안되었는데.." 밥 드시다가 오셨단다..;;
우리 남편 불러주세요.. 그랬더니 "아직 준비가 덜 되어서요.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남편 정신없이 불려 오더니만 머리맡에 세워둔다..
선생님 장갑 끼시는 사이 알아서 힘주고 있었다.. 쩝.. 두번 더 힘주니 뭐가 쑥.. 빠진다..
머리 나왔다고 이제 힘주지 말라고 한다..
갑자기 응아!! 하고 누가 악을 쓴다.. 간호사 왈.. "오전 9시 45분, 아들, 3.24키로 입니다~"
아기 다 나오고.. 난 바로 아기 안겨줄 줄 알았는데.. 웬걸.. 조치 할 거 다하고서야 안겨준다..
으아앙~ 하고 우는 아기 보고 울 서방님 "무~ 아빠야.. 아빠 목소리 들려?? 아빠 알겠어??"
그말 듣자 마자 울음 뚝 그치는게 너무 신기하더라..
머리는 완전 콘헤어였는데 내 눈에는 세상에서 젤 이쁘다..^^
아기 첨 보고 남편 보고.. "자갸.. 자기랑 입 이 똑같아.."하고 막 웃어버렸다..
미쳤지.. 미쳤어.. 그 기운에 웃을 힘이 남아 있다고 웃냐..;;
서방님 머리 맡에서 뽀뽀해주며 수고했어 수고했어.. 만 되뇌이고 있다 탯줄 자르라고 불려간다..
후진통까지 기다려줄까 했더니만 태반도 걍 손으로 끄집어 내버린다..;;
자연의 섭리를 왜 무시해버리실까..ㅠㅠ
우째 진통보다 후진통이랑 회음부 꼬매는게 더 아프더라..ㅡㅜ 회음부 쨀 때는 아픈줄도 모르겠더니만..
지금은 아기 건강하구요~ 완모하고 있답니다^^
태어난지 15일 만에 몸무게 700g 이 늘어난 완전 우량아가 울 아들인데..
사진은 다음에 올리도록 할게요 ㅎㅎㅎ
첫댓글 생생한 중계(?)였습니다.. 재밌기도 하구요... 축하드려요....
아~~생생한 후기다...이제 얼마안남은 분만이 정말 두려워용~
정말 리얼하군요...ㅎㅎㅎ 전 3주남았어요.. 추카추카
옆에 산모분 진짜 소울음소리였나요?? 움어어어어~~~ ㅋㅋ 무서버용.
저도 오늘 병원갔다왔는데 진통이라고 5분간격으로 아프면 오라는데 아직 36주3일째라 걱정이에요 그래도 울 사랑이 건강하게 잘 출산했으면 좋겠어요 3시간짜리 바이러스 저도 받아가요 추카~~~
저 이글읽으면서 웃겨죽는줄 알았어여 님한테 죄송하지만 ㅎㅎㅎㅎ"가는길에 있는 침대에 박아주는 센스까지 발휘한다"저 여기서 넘어가는줄 알았어여 그래도 순산하셨으니 다행이네여 축하드려요~
추카드려요~ 글 그리고 너무 재밋어어요 ㅎㅎ 순산 바이러스 만땅 가져갑니다~
부럽삼...예정일에 딱 나와주고 지금 얼마나 이쁠까요? 그쵸? 저도 오늘이 예정일인데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진통이제대로 와서 님처럼 아가 만났음 좋겠어요. 초스피드분만 바이러스 가져가요~~~~~
아..눈물이 핑 돌아요. 엄마들이 이리 힘들게 낳아 키우는거 아기들이 알겠죠?ㅎㅎ
넘 잼있게 잘 쓰셨네요~ 순산 추카드려요~ 이뿌고 씩씨가게 키우세요~ ㅋㅋ
대단하세요....저도 예정일기다리고있는데...아가가 잘 나와줘야할텐데...순산바이러스 잘받아갈께요~
3시간 바이러스 정말 고맙습니다. 근데 초산인데 3시간만에 가능한가봐요? 너부 부럽네요. 아가 예쁘게 자라고 님도 건강하시길 빌어요^^
바이러스 잘받아갑니다 ^^ 애기 이뿌게 키우세요 ㅋ
축하드려요~너무 잼나게 잘 읽었습니다..저두 후딱 순산하고파여~ㅋㅋ
넘 재밌게 읽었어요...소 울음소리...압권입니다..ㅋㅋ
재미와 감동이 교차하네요!!~~~ 순산 축하드려요!!! ^^
그러게.. 잼나게 잘 읽었는데.. 저도 곧 닥처올 일인지라.. 내심 걱정이 되네요 ..
추카추카.. 저도 잘할수 있겠죠..^^
넘넘 잼나게 잘 읽었는데 병원서 대처하는게 좀 그러네요..^^;;; 예쁘게 키우세요~~
축하드려요..저두 짧은 시간내에 낳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중..ㅎ
ㅋㅋ 님 고생하셨는데 죄송한대여~~이글 끝까지 보면서 웃겨죽을뻔했어여~~ㅋ ㅑㅋ ㅑㅋ ㅑ 너무 재밌게 잘봤어용~~츄카드려용~~^^
바이러스 받아갈께요~~ 아가 잘 키우세요~~~ 축하드립니다.
저두 순산 바이러스 받아가요...우리 아긴 언제 나올지...이쁜 아기 건강하게 키우세요^^
눈물이 핑~~~!!! 순산바이러스받아가용~~아가 이쁘게 잘키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