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핀 꽃 성유진… 박현경 꺾고 생애 두 번째 우승컵
김동현입력 2023. 5. 21. 18:36수정 2023. 5. 21. 19:21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서 우승
지난해 롯데오픈 우승 전까지 무명생활
올 시즌 LPGA 롯데 챔피언십서 준우승도
KPGA SK텔레콤은 무명 백석현이 우승
21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클럽에서 끝난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성유진이 그린 파악을 위해 걸어가고 있다. KLPGA 제공
201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데뷔한 성유진은 그렇게 빛이 나는 선수가 아니었다. 2019년 데뷔 동기인 임희정과 박현경, 조아연 등이 크고 작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도 성유진 톱10은 고사하고 컷 통과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선수였다.
임희정은 데뷔 시즌에 KLPGA 투어 3승을 거뒀고 조아연은 2승을 따내며 신인상을 차지했다. 신인상 부문 3위였던 박현경은 2년 차에 첫 우승을 신고하더니 2021년에는 KLPGA 챔피언십 2년 연속 우승으로 동기 중 가장 먼저 KLPGA 메이저 대회 2승이라는 성취를 거뒀다.
하지만, 성유진의 성장은 느렸다. 2020시즌 3차례 톱10을 기록한 성유진은 2021시즌에는 톱10에 여섯 번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6월 73번째 출전한 KLPGA 투어 대회였던 롯데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때도 성유진의 이름은 골프 팬들에게조차낯설었다.
우승을 했지만, 여전히 물음표가 붙었다. 지속적으로 성적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십수 년 동안 투어 생활을 하며 어찌어찌 우승을 한 번 하고 지나가는 선수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 동기들보다 늦었지만 결코 작지 않은 꽃을 피우고 있다.
티샷하는 성유진 - 성유진이 21일 강원 춘천에 위치한 라데나CC에서 열린 ‘2023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3,4위전 2번 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KLPGA 제공
성유진은 21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클럽(파72·6350야드)에서 끝난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9억원)에서 우승, 통산 2승째를 거뒀다. 지난해 6월 롯데오픈 우승 이후 1년도 안 돼서 생애 두 번째 우승컵을 따낸 것이다.
지난달 초청 선수로 출전했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도 준우승을 따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온 뒤 KLPGA 챔피언십 8위, NH투자증권 챔피언십 9위를 기록하며 샷을 점검하는 듯하더니 기어코 이날 결승전에서 동갑내기 박현경을 꺾고 우승했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성유진은 “제가 항상 한 발 뒤처져있던 것은 맞다”며 “그래서,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비슷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티샷하는 박현경 - 박현경이 21일 강원 춘천에 위치한 라데나CC에서 열린 ‘2023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티샷하고 있다. KLPGA 제공
준우승을 차지한 박현경은 2021년 5월 KLPGA 챔피언십 2연패 이후 무관이다. 박현경은 지난 2년간 8차례 준우승하고 톱10에 23차례 진입했다. 하지만, 우승컵은 없다. 3, 4위전에서는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홍정민이 나희원과 1차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편, 이날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1·7326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 최종 라운드에서는 백석현이 2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KPGA 코리안투어 56번째 출전 만에 우승이다.
신인상 포인트 14위로 출발한 성유진 "동기들과 비교하는 대신 나만의 스타일로 하루하루 최선" [KLPGA]
강명주 기자입력 2023. 5. 21. 20:42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
202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박현경 프로와 맞붙은 성유진 프로가 우승을 기록하며 '매치퀸' 타이틀을 차지했다. KLPGA
[골프한국 강명주 기자] 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간 강원도 춘천의 라데나 골프클럽(파72)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9억원)이 펼쳐졌다.
그 결과, 성유진이 21일 오후 결승전에서 박현경을 4&3으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새로운 '매치퀸'에 등극한 성유진은 공식 우승 인터뷰에서 "한 홀 한 홀 내 플레이만 잘하자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로 보답 받게 돼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성유진은"상대방에게 버디 찬스가 오면 파를 하든 보기를 하든 지는 것은 똑같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퍼트를 하려고 했다. 그리고, 매치플레이는 초반에 버디를 기록하지 못하면 후반에 힘든 경기를 하기 때문에 초반에 최대한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려고 했다"고 밝혔는데, 그 전략이 이날 잘 맞아떨어졌다.
최종일 '캐디가 큰 도움이 됐다'고 밝힌 성유진은 "저혈압이 있어 체력적으로 힘들 때 숨이 잘 안 쉬어질 때가 있다. 원래는 안 그랬는데, 최근 장거리 비행을 많이 하면서 생긴 증상이다. 오늘도 11번홀에서 그런 증상이 왔는데, 캐디와 얘기하면서 긴장을 풀고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왼쪽 엄지손가락 부상에 대해 성유진은 "오늘도 샷을 할 때마다 통증이 있었다. 하지만,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샷 하나하나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데뷔 4년 만에 첫 우승을 거둔 후 1년도 안 돼서 다시 우승을 추가한 성유진은 "항상 스스로 잘 치는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매년 발전하고, 지난해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는 게 목표였다. 이런 목표를 세우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발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성유진은 "기술적인 것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해외투어를 다녀와서 도전했던 마음가짐과 실패의 경험이 멘탈적인 부분을 포함해 한 사람으로서 더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202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박현경 프로와 맞붙은 성유진 프로가 우승을 기록하며 '매치퀸' 타이틀을 차지했다. KLPGA
'동갑내기 선수들의 활약을 보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어떻게 이겨냈냐'는 질문에 성유진은 "사실 한번도 내 동기들보다 잘해본 적이 없었다. 아예 클래스가 다르다는 생각으로 나와 비교하지 않았다. 나는 나만의 스타일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하루하루 살아왔더니 이렇게 좋은 날이 왔다"고 답했다.
성유진은 2019년에 조아연(신인왕), 임희정, 박현경, 이소미, 이가영 등과 나란히 데뷔했고, 첫해에 신인상 포인트 14위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대기만성형 골퍼'라는 얘기에 대해 성유진은 "루키 시즌에는 굉장히 힘들었다. 큰 꿈을 안고 정규투어에 왔지만 현실은 참혹했다. 시드전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래도 시드순위전을 거쳐 2020시즌 맥콜·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준우승했을 때 골프에 대한 열정이 다시 살아났다"고 힘들었던 시기를 돌아봤다.
'이번 시즌 앞두고 어떤 준비를 했나'고 묻자, 성유진은 "원래 전지훈련을 3년 동안 안 갔다. 올해 처음으로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는데, 확실히 전지훈련을 다녀오면 시즌 초반 샷감이 일찍 올라온다는 것을 느꼈다. 전지훈련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고 밝혔다.
202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박현경 프로와 맞붙은 성유진 프로가 우승을 기록하며 '매치퀸' 타이틀을 차지했다. KLPGA
유소년 골프에 꾸준히 기부해온 성유진은 "이번에도 기부할 예정이다. 유소년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많이 필요한 상황인데, 내가 기부함으로써 유소년 선수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이런 선배들을 보면서 꿈을 키워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유진은 시즌 목표에 대해 "메인 스폰서 대회인 한화 클래식에서 우승하는 것이 이번 시즌 가장 큰 목표다. 2주 뒤에 있는 롯데 오픈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는 것도 목표로 세우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