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또 좋은 소식이 있어 에케베리아 동호회 회원님들과 이를 나누고자 장문의 글을 써봅니다.^^
*칸테(Echeveria cante)
2007년에 처음 다육 생활을 취미로 시작한 이후로 여타 매니아분들과 다르지 않게 식물 시장에서 유통되는 다양한 다육식물들을 골고루 키워오다가 어느덧 2016년이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는 저도 모르게 공식적인 학명을 부여받아 학술적 가치가 있는 순수한 에케베리아 원종들(Echeveria species)을 중점적으로 수집하고싶다는 생각이 뇌리에 깊게 박혔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식물학자분들의 오랜 연구의 정수가 담긴 유산이자 보물과도 같은 순수 원종들에 대한 동경과 갈망? 비슷한 심리에서 이런 마음이 비롯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남들이 가지 않은 미개척지를 홀로 탐험하는 저만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역시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콜로라타(Echeveria colorata fa. colorata)
진품의 에케베리아 원종들을 구하려면 당연히 시장에서의 근거없는 유통명이 아닌, 학술적 근거를 기반으로 하며 라틴어로 지어진 약 200여 종이 넘는 수많은 에케베리아 원종들의 공식 학명(Scientific name)들을 외워야 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사항이었고, 거기에도 나름 오랜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공식 학명들을 전반적으로 암기한 이후에는 각각의 종마다의 공식 학회보고문(Description)들을 수십번을 반복하며 읽고, 각 종들만의 생김새, 특징, 자생지역, 보고연도, 보고자 등의 세부 내용을 숙지하려고 피나는 노력을 수 년간 지속해왔습니다. 이러한 저의 끈임 없는 노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해외의 유명 컬렉터분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점차 희귀한 원종들을 수집하는 일 역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원종들을 직접 키워보고 관찰할 수 있었고 덕분에 많은 사진 자료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공부를 하다보니. 이제는 제 이름을 직접 걸고 국제적으로 학술적 저술을 하고 싶다는 꿈이 제 마음속 한켠에 오랫동안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작년 3월에 독일의 학술지 아보니아(Avonia)지의 수장이신 독일의 예르크 에틀레트(Jörg Ettlet) 박사님께서 저에게 자신들의 학술지인 아보니아지에 제가 그동안 연구해온 에케베리아들에 관한 지식을 담은 학술 논문을 써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는 순간 제 눈을 의심할 정도로 놀랐지만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 흔쾌히 박사님의 제안을 수락했고, 최선을 다해 논문을 작성해서 기고해드리겠다는 확답을 드렸습니다.
*2014년에 발간된 아보니아지 32호에 실린 줄리아 에터(Julia Etter), 마틴 크리스틴(Martin Kristen) 내외분들의 학회보고문
독일의 아보니아지는 현직에서 에케베리아를 연구하고 계시며 학술단체인 크라슐라제닷컴(www.crassulaceae.com)을 운영하고 계신 식물학자 줄리아 에터(Julia Etter)님, 마틴 크리스틴(Martin Kristen) 내외분들, 전설적인 미국의 식물학자였던 고(故)마이런 킴낙(Myron Kimnach) 선생님을 비롯해 각종 다육식물과 선인장 연구에 일생을 바치신 유럽의 수많은 내로라하는 연구자분들이 논문을 기고하는 학술지입니다. 이런 곳의 수장이신 예르크 박사님께서 직접 저에게 부탁을 하셨다는 것은 제 자신을 넘어 저희 가문의 영광과 다름 없었습니다. 에케베리아에 대한 연구를 담은 논문을 유럽계 학술지에 기고한 사례는 제가 한국인 최초이자 동양인 최초일 것입니다. 물론 국내의 연구진분들도 에케베리아 연구에 관한 논문을 작성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원종들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 사례는 전무하다시피하며, 상업적 목적의 대량증식 연구나 식물의 발색 증진 등의 진부한 내용이 대부분이며 유럽이나 멕시코 현지의 학계와는 접점이 전혀 없는 동떨어진 상태라 아쉬움이 많습니다.
*원종롱기시마(Echeveria longissima var. longissima)
수 년 동안 제가 정성스럽게 촬영했던 사진들과 오랜 세월에 걸쳐 수집했던 학술 자료들을 총 동원해 지난 봄에 제 열정에 최고조로 불을 붙이며 밤낮으로 논문 작성에 매달렸습니다. 동양인 최초로 유럽 학술지에 에케베리아속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담는다는 사명감에 밥먹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매진했습니다.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일이었고, 염원하던 꿈이 현실로 다가오니 무척 설레면서도 떨리고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그동안 식물학자 분들의 논문을 읽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었지만 제가 직접 논문을 쓰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고 고된 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논문을 써내려가는 동안 계속 컴퓨터 앞에만 앉아 생활하다보니 고질병인 결막염이 도져서 눈이 지속적으로 충혈되어 매우 아팠고, 안약과 인공눈물을 몇 통씩 들이부었는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행복하고 기뻤기에 끝까지 버텨가며 제가 맡은 바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논문을 작성하느라 3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을 보낸 후, 총 3편의 논문을 완성해서 예르크 박사님께 보내드렸습니다. 그 중 첫번째인 에케베리아 원종들의 재배에 관한 내용을 담은 논문이 2023년 아보니아지 121호에 수록되어 공식적으로 출간되었고, 이번에는 123호에 제 두 번째 논문의 전반부인 Geographical distribution of Echeveria species Part 1. (USA and Mexico)가 공식적으로 출간되었고, 독일의 학술저널 아보니아(Avonia)지 123호 30~57 페이지에 수록되었습니다.
*제 두번째 논문의 전반부 표지입니다.
이 논문은 영국의 식물학자 존 필빔(John Pilbeam) 선생님 도감 (The genus Echeveria, 2008) 이후 처음으로 아메리카 대륙 전반의 에케베리아속(Genus Echeveria) 분포를 다룬 문헌으로 에케베리아속 원종들의 미국~멕시코 내 지리적 분포에 대해 최신 자료들을 토대로 한 상세한 설명을 제공했고, 수많은 에케베리아속 식물들의 사진 자료들을 첨부했습니다. 필빔 선생님의 도감이 출판된 이후, 현재까지 에케베리아 원종들의 포괄적인 지리적 분포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다룬 학술 자료가 출판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하고자하는 의도에서 두번째 논문 작성에 착수했습니다. 첫번째 논문은 맛보기 수준에 불과했다고 생각이 들 만큼, 이번 논문은 엄청나게 방대한 자료조사와 검증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작년에 세 편의 논문을 작성하면서 이 두번째 논문에 특히나 많은 공을 들였는데, 그동안 제가 쌓아왔던 지식들의 정수(?)를 담다시피 한 것 같습니다... ㅎㅎ
*존 필빔 선생님의 원종 에케베리아 도감, The genus Echeveria
이번 논문에서는 아메리카 대륙 전반에 걸친 220종이 넘은 모든 에케베리아 원종들의 자생 국가, 자생 지역을 다뤄야했기 때문에 학술 단체들에 수록된 과거의 문헌 자료들, 도감, 최신 학회보고문 등을 참조했고, 각종 원종들의 자생지 데이터 자료를 탐색했으며, 현직 식물학자분들과도 질의응답을 거치면서 논문의 내용을 충실하게 채워나갔습니다.
많은 고생 끝에 발표된 저술 작업이었던 만큼, 저의 이번 논문이 다육식물 애호가분들 및 연구자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논문에 수록된 멕시코의 주 지도
논문 본문에서는 미국 텍사스(Texas)주의 스트릭티플로라(Echeveria strictiflora)부터 시작해 멕시코의 여러 주들에 서식하는 북미 대륙 출신의 다양한 에케베리아 원종들의 지리적 분포를 다뤘습니다. 내용을 참조하기 용이하게 중간에 멕시코의 주 지도를 첨부했고, 각 주별로 자생하는 에케베리아 원종들의 리스트와 사진들을 수록했습니다.
*미국의 텍사스주에서 유일하게 자생하는 에케베리아 원종인 스트릭티플로라에 관한 논문 본문의 내용
*미국 텍사스주 데이비스산(Devis mountain) 출신 스트릭티플로라 개체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들에 전반적으로 에케베리아 원종들이 자생하지만, 멕시코에서 절대 다수가 발견되기에 리스트를 종별로 주마다 일일히 작성하는 일은 제 생각 이상으로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소노라(Sonora)주, 치와와(Chihuahua)주, 코아우일라(Coahuila), 두랑고(Durango)주 등 멕시코 북부 지역의 에케베리아 분포에 대한 본문 내용
논문 작성 과정에서 멕시코 북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분포하는 종들이 한정되어있어 비교적 수월했지만, 오아하카(Oaxaca)주를 위시로 한 멕시코 남부의 주들에는 엄청나게 많은 에케베리아 원종들이 자생하고, 자생 지역이 넓은 종들도 몇몇 존재하기에 더욱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 연구하고 본문을 작성했습니다.
*베라크루스(Veracruz)주, 오아하카(Oaxaca)주, 게레로(Guerrero)주 등 멕시코 남부 지역의 에케베리아 분포에 대한 본문 내용
진정으로 저의 17년 간의 에케베리아 연구의 성의를 담았고 열정을 다해 작성했던 논문이 최종적으로 공식 발표되어서 매우 보람있고 기쁩니다. 그리고 저의 신념을 지지해주시는 모든 연구자분들과 학술처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 다음 분기 후반부 논문에서는 중앙아메리카~남아메리카의 에케베리아속 원종들의 분포를 전반부에 이어서 상세하게 다룰 예정입니다. 다음 논문이 발표되면 그때 또 소식 드리겠습니다.
첫댓글 먼저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애쓰심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스와베님 덕분에 지난 시절 원종아이들을 많이 보고 배웠습니다
👏👏👏👏👏
축하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갱이님!
앞으로도 쭉 원종이들 연구에 정진하겠습니다... ^^
축하드립니다 큰일 하셨네요 몇년전 에케베리아에 대한 궁금증으로 네이버검색하다 스와베님을 알게됐어요 발견한 학자분들 이름을 딴 원종들의 서식지 환경과 표기법등 잘설명해주셔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스와베님 글 모조리 캡쳐도 했었지요 소중한 보물이라 생각했거든요 (또 글 없어질까봐서ㅋ) 나름 유레카였거든요^^ 원종에 관심이생기고 스에베님이 몇번이고 실패 했다던 울리에 반해 꼭 품고싶었었는데 자꾸 보니 눈에 익어 어느 농장에서 울리 하나를 발견했어요 소장품을 들고왔어요!! ㅋ
예전에 스와베님 글 찾아 읽으며서도 멋지다 했는데
지금은 더 멋지십니다
이젠 존경이겠네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을하늘님^^
예전에 울리를 들이셔서 무척 좋아하셨던 가을하늘님 게시글이 기억나네요 ㅎㅎ
앞으로 더 큰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늘 한결같은 자세로 제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멋지십니다
뵐때마다 뭔가 하실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일 내셨습니다~♡
축하드리며
애쓰셨을 일 생각하며
토닥여 봅니다
누군가의 열정이 있기에
우리가 편하게 정리된 것을 볼수 있겠지요
감사드리며
좋은소식 자주 들려주십시오~♡
꿈꾸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낸 만큼 무척 뿌듯하고 기쁩니다...^^
앞으로도 슈라님 말씀대로 좋은 소식이 있으면 에케 동호회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 👏 👏 👏 👏
대단하시고
훌륭하십니다~
원종 사랑이
이렇게 큰일을 해 내셨군요~
애 쓰셨어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커리어우먼님!
그동안의 노고에 보답받은 것 같아 뿌듯하네요 ㅎㅎ
와우~ 참말 멋집니다~~~
뭔가에 애정과 꿈을 갖는데 그치지 않고
더 갈고 닦아 학술적인 결과물을 내는 것은 정말로 고단하고 요원한 일인데 그 어려운 길을 스와베님이 가고 계시군요.
그런 분이 같은 에케동 회원이라니 괜히 제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이쯤되면 외국 저널 기고를 넘어
원종도감이라는 저서를 필생의 목표로 삼으셔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그 책 사 보고 죽을랍니다~~ 하하하
주성님은 이런 소식 다 아세요?
들으면 누구보다 기뻐할 거 같은데..ㅎ
학술적인 저술을 하기까지 참 오랜 세월이 걸렸네요..ㅎㅎ 그만큼 필요한 것들이 많고 단단히 준비해야했기 때문이겠죠.
요재님 말씀대로 전세계의 원종들을 수집하고 키우면서 새로운 에케베리아 원종도감을 저술하는게 제 평생의 목표네요 ㅎㅎ 나중에 출판되면 에케 동호회에 꼭 알려드릴게요~~
주성 사장님은 요즘 바쁘신지 연락 없으신 지가 오래 돼서 알고 계신지 모르겠네요...ㅎㅎ
@스와베(경기) 꼭 출판하셔서 저자사인본을 소장하게 해주세요~~
스와베님의 책이 알라딘과 예스24을 넘어 아마존에 걸리는 걸 보고 싶다요~~
아자아자!
스와베님
축하합니다.
그동안의 노고로 큰 열매를 거두셨네요.
대한민국의 자랑이십니다.
라온님 축하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뵈니 정말 반갑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또순이님! 즐거운 하루 되세요 ㅎㅎ
짝짝짝~~축하드립니다
오~ 미실님! 오랜만이시네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요거이...보는 사람들이야 쉽게 눈으로 보지만...이 방대한 데이타를 그것도 자생지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논문으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셨네요~~저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다육식물 100종?을 10년 넘게 찍은 사진으로 책을 어찌해보려다가... 맘만 가지고 있습니다. ㅎㅎ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
오랜 시간의 노력 끝에 값진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