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양신(陽神)
도계(道界)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양신(陽神)을 이루어야 한다. 양신은 천지간을 날아다니며 도계를 넘나들 수 있는 도체(道體)이며 수련자의 분신(分身)으로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유체(幽體)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것이다. 양신은 말 그대로 빛의 몸으로 유체가 아닌 도체라는 것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양신을 하는 데 있어서 우선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것은 정신집중의 중요성이다. 양신수련을 하려면 반드시 정신을 한 곳에 집중시켜 흩어지지 않게 하여야 한다. 의식은 심법에 머물러 있어야만 하고, 눈에 보이는 빛이라든가 여의주의 변화 등에는 절대로 정신과 의식을 빼앗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운기수련이 기감에 의식을 빼앗기지 않고 단지 느끼기만 하면서 진행되어 왔던 것처럼, 양신수련 때에도 눈에 보이는 현상, 다시 말해서 빛이나 여의주의 변화에 대해서는 그저 자연 경관을 바라보듯이 무심하게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그 각각의 현상에 집착하거나 의식을 빼앗기게 되면 도심(道心)이 흩어져 빛과 여의주가 보이지 않게 된다. 결국 보려고 하면 보이지 않고, 보려 하지 않는 가운데 보이게 되는 이치와 같다. 이러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헤매이다가 길을 잃어버리게 되면, 오히려 더 집착하게 되고 그럴수록 상황은 더 악화되어 아예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의 조급함이 만든 집착에 빠져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면 조금 전에 봤던 기억만이 남게 되어 처음에는 보였는데 지금은 왜 보이지 않는가? 수련이 오히려 퇴보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빨리 이루고자 하는 욕심에 더욱더 심리적인 허상에 집착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집착하면 할수록 자신도 모르는 아집과 오기가 생겨 오히려 잠재의식 속에 있는 과거의 기억, 즉 빛과 여의주를 봤던 기억들이 표출되거나 엉뚱한 환상을 좇게 되어 수련은 점점 더 마(魔)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누가 곁에서 올바른 조언을 해 주어도 스스로 만들어낸 관념의 환상에 빠져, 환상이 실제로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양신수련부터는 스승이나 공부가 먼저 된 선배를 찾아 지도를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좋은 방법이다.
만일 무리하게 혼자 수련을 하다가 자신이 만들어낸 관념의 마(魔)에 빠지게 되면 이루표현하기 힘든 혼란스러움을 겪게 되므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수련자가 기화신을 이루어 여의주의 빛을 본 이후부터는 양신수련에 들어간다. 양신수련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의식을 사용하여 도계의 빛을 받는다. 빛을 받는 곳은 백회(百會)이다. 이렇게 백회로 빛을 받아서 하단전에 보이는 여의주로 보낸다. 다시 말하면, 양신수련은 의식을 사용하여 도계의 빛을 백회로 받아 하단전 여의주로 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도계의 빛이 여의주에 닿게 되면 여의주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때 앞에서도 누누이 강조했듯이 여의주의 변화에 의식을 빼앗겨서는 절대 안 된다. 그저 관망만 해야 한다. 이것은 유념하고 유념해야만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수련자들이 여의주의 변화가 눈앞에서 어른거리면 줄곧 의식을 빼앗기곤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의식을 빼앗기게 되면 도계의 빛에 두었던 의식이 여의주의 변화로 옮겨지게 되므로 백회를 통해 들어오던 도계의 빛이 끊어져 공부의 진전을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던 여의주의 변화도 점점 가리워져 보이지 않게 된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나약해서, 보이던 것이 보이지 않으면 더욱 집착하게 되고 집착할수록 더욱 보이지 않게 되는,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나오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관념에 의한 환상, 마경(魔境)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수련자는 이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만 한다. 즉, 수련중에 의식이 도계의 빛에서 다른 곳으로 옮아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고, 눈앞에 어른거리는 여의주의 변화는 그저 관망만 해야 한다.
이렇게 관망만 하면서 도계의 빛을 백회로 받아서 여의주로 계속 보내면, 여의주는 빛을 발하며 닦여져 수련이 더욱 깊어지게 된다. 이 여의주의 빛은 다섯 가지이 오묘한 색깔로 순서 있게 변하여 나중에는 다섯 색깔 모두가 어우러진 빛을 발하게 된다. 이 다섯 가지 색깔도 그 나름대로 순서와 서열이 존재하는데, 제일 높은 색은 황금색(黃色)이다. 그 다음이 붉은색(赤色), 푸른색(靑色), 흰색(白色)의 순이며 마지막으로 제일 초보적인 빛의 색은 검은색(黑色)이다.
여의주가 닦임에 따라 여러 가지 색깔의 빛을 발하게 되는데, 그 순서는 도계의 오색(五色) 서열에서 낮은 것부터 높은 것으로 변화한다. 즉, 여의주가 발하는 오색의 순서는 검은색에서 흰색, 흰색에서 푸른 색, 푸른색에서 붉은색, 붉은색에서 황금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도계에는 이 마지막 서열인 황금색보다 더 높은 서열의 빛이 있는데, 이 빛의 모양과 색깔은 뭐라 표현하기가 불가능하므로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다.
여의주의 빛이 황금색을 발하는 것을 본 이후에도 계속해서 수련정진하면, 이 황금색 여의주의 빛을 뚫고 여의주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수련자가 각고의 노력으로 여의주의 속을 들여다본 이후로 계속 수련에 정진하다 보면, 어느 날 순간적으로 사람의 형태를 한 이상한 무언가를 여의주 속의 희뿌연 가운데에서 발견하게 된다. 이 사람의 형태는 갈수록 또렷해져 나중에는 그 형태가 수련자 자신의 모습으로 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즉 여의주 속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 자신의 모습이 바로 양신이며 빛으로 만들어진 도체이다. 이 때의 모습은 얼굴은 자신의 얼굴이고 몸은 간난아이의 것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양신이 탄생은 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숙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양신이 탄생하면 의식을 양신과 합일시킨다.
이렇게 양신이 탄생하여 합일한 후에는 도계의 빛을 백회에서 받아 곱다로 양신으로 보내도록 한다. 그러면 양신은 도계의 빛을 받아 성장하여 빛의 힘으로 하단전 여의주(下珠)를 뚫고 중단전 여의주(中珠)로 올라오게 된다. 이때 하주에서 중주로 올라오는 모습이 마치 연꽃 속에서 솟아오르는 모습과 흡사하다.
하주에서 양신을 중주로 밀어 올릴 때, 빛이 양신의 가부좌한 다리에 부딪혀 흩어지면서 마치 연꽃의 잎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양신이 하주에서 중주로 올라올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앞서 운기수련에서 의식이 진기를 앞서면 진기가 생기로 화해버리고 말 듯이 욕심이 앞서 양신을 미리 끌어올려서는 안 된다. 수련자의 의식과 양신이 합일되면서 자연스럽게 서서히 올라오게 되는 것이므로 무리하게 양신을 끌어올리지 않도록 하자.
양신이 중단전의 중주로 올라오게 되면 이제는 백회로 받은 도계의 빛을 중주에 있는 양신으로 보내야 한다. 그러면 양신은 다시 힘을 얻어 상단전의 상주로 오르게 된다. 이렇게 양신이 성장하여 상단전까지 오르면, 이제는 양신이 두정(頭丁)을 열고 몸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두정을 여는 데는 앞서보다 훨씬 더 많은 빛의 힘이 필요하다. 양신이 상주에 자리잡게 되면 백회에서 받은 도계의 빛을 바로 상주의 양신에 보내야 한다.
그러면 양신은 그 빛의 힘으로 두정을 열게 되고, 드디어 빛을 타고 머리 위로 나오게 되는데, 이를 출신(出神)이라고 한다. 양신이 두정을 열고 출신할 때는 빛이 먼저 두정을 열고 나오며, 뒤따라서 그 빛을 타고 양신이 나온다. 두정을 뚫고 나올 때의 빛의 형상은 두정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활짝 펼쳐지게 되는데, 그 빛을 타고 나온 양신의 크기는 수련자 자신의 주먹 크기만 하다.
처음 양신을 출신하면 머리 위에서 약 20센티미터 정도 떨어져서 떠있게 된다. 이때 의식을 양신에 두면 수련자 자신의 몸이 밑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의식을 육체로 옮기면 이번에는 머리 위에 있는 양신이 20센티미터 정도 떨어져 떠있는 것을 보게 된다. 물론 이때 보는 것은 육안(肉眼)이 아니라 심안(心眼)으로 보는 것이다.
이제 수련자의 의식은 자유자재로 육체와 양신 사이를 오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수련을 할 때 의식은 육신에 두어야 한다. 양신이 두정을 열고 나와 출신한 뒤로는 도계의 빛을 백회에서 받을 필요가 없다. 의식만 육신에 두고 도계의 빛은 바로 머리 위의 양신으로 보낸다. 그러면 주먹만한 크기였던 양신이 빛의 힘으로 점점 성장하여 마침내 수련자 자신의 몸과 똑같은 크기로 자라게 된다. 이때도 양신과 육신과의 거리는 20센티미터 정도이다.
이처럼 양신과 육신의 크기가 같아지면 비로소 의식을 양신에 옮겨 조금씩 움직이는 수련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몸 주위를 돌아다니는 데에도 상당한 힘이 필요하지만, 수련이 보다 깊어지면 방안을 돌아다니게 되고, 더욱 깊어지면 집 주위를 다닐 수 있으며 나중에는 천지간 어느 곳이든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즉 우주 공간 저 너머에서부터 이글거리는 태양 속이나 깊은 바다와 지각 속까지 걸림 없이 다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양신 요결
양신이 천지간을 돌아다닌다는 것은 이제 양신이 완전히 성장하여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 때부터는 도계에 입문할 준비를 해야 한다. 결국 양신이 성장하여 곧바로 찾아가야 할 곳은 도계인 것이다.
만일 도계에 입문하지 않고 천지를 돌아 다니는데 재미를 붙여 줄곧 여행만 하게 되면 천지간에 수없이 존재하는 잡신과 잡기에 물들게 되고, 그러다가 자칫 잘못하면 지금껏 어렵게 수련하여 얻은 양신이 음신(陰神)으로 변해버리게 된다. 음신이 되면 양신의 밝은 황금빛이 점차 어둡게 되어 검게 변하고, 나중에는 완전히 검어져서 양신자체가 소멸되고 만다. 이렇게 한번 양신이 소멸되면 다시 양신을 하주에서 형성하여 탄생시켜야 하는데, 이렇게 다시 형성시키는 데에는 처음 형성시킬 때보다 정확히 세배가 더 힘들게 되므로 아주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