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옮겨가나…” 벌써부터 걱정
신행정수도 ‘충남 연기·공주’ 주민반응
4개 후보지 가운데 최고 점수를 얻어 사실상 신행정수도 입지로 확정된 충남 연기·공주(장기)지역 주민들은 결과를 이미 예상한 듯 대체로 담담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해당지역 농업인들은 개발에 따른 생활터전 이주 등에 따른 불안감을 표시하며 우려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우 70마리를 사육하고 과수 등 밭작물 2,000평 농사를 짓는 박세종씨(49·공주 장기면 하봉리)는 “우리 지역이 새로운 행정중심지로 선정돼 개발된다니 반길 일이지만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토지 수용에 따라 공시지가로 땅을 팔고 옮겨가야 한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박씨는 “하봉리 130여가구 중에서 5,000평 이상 규모있게 농사짓는 농업인은 10농가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2,000~3,000평선에 불과하며 임차경작을 하는 농가들도 많기 때문에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온 토착민들 입장에서는 신행정수도 선정 결과를 반길 수만은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장기농협 이상훈씨 총무신용과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부터 행정수도로 거론됐던 지역이라 이미 예견했던 일”이라며 “그러나 농업인들 입장에서는 소규모 농지를 팔아봐야 업종전환을 할 만큼 돈이 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 이래저래 고민”이라고 말했다.
연기지역 주민들도 반응은 마찬가지다. 연기군 동면 내판리에서 6만평의 벼농사를 짓는 신정대씨(55)는 “최종후보지로 결정된 이상 공시지가로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이 지역 공시지가가 1만1,000~1만5,000원선에 불과하다”며 “이같은 보상비로는 다른 지역에서 이만한 농지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연기군 금남농협 오관세 상무도 “신행정수도 후보지 선정으로 농사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농업인들은 농업에서 손을 떼야 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특히 건축행위 제한 등 토지 이용이 엄격하게 규제돼 한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할 것에 대해 주민들이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지역 최고의 배후도시인 연기군 조치원읍과 공주시, 대전시 주민들은 지역 발전의 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임형재 충남도 정무부지사는 “대전 및 충남북 등 3개 충청권 지자체 모두가 크고 작은 수혜를 입을 지역이 선정돼 기쁘다”며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는 신행정수도 건설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충청도민들의 역량을 결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승인, 대전=이경석, 연기=한재희〉
연기·공주 소작농 수천명 빈손 쫓겨날 판
‘보상’ 없어 막막…“도시로 나가 구걸하나”
신행정수도가 들어설 충남 연기·공주 지구 일대 농민 수천명이 남의 땅을 경작해서 생계를 잇는 소작농이어서 관련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소작농들은 향후 1~2년내에 연기·공주 지역 토지가 수용될 경우 보상받을 재산이 없어 대거 도시빈민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있다.
8일 오후 충남 연기군 남면 진의리 장남뜰. 원수산과 금강 사이에 넓게 펼쳐진 들판에서 만난 농민 황윤석(60)씨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황씨는 “행정수도가 들어서면 집도 땅도 없는 소작농들은 알거지가 돼 빈손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다시 도시로 나가 구걸이라도 해야하는 건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황씨는 지난 91년 대전에서 막노동일을 그만두고 이곳에 정착해, 서울에 거주하는 부재지주의 논 50마지기를 임차해 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소작농이다. 그는 1년에 200가마 정도의 쌀을 수확해 50가마를 지주에게 부친 다음 나머지로 근근이 생계를 잇고 잇다.
그의 진의리 집도 외지인 소유의 빈집을 빌려 14년째 살고 있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실정이다. 황씨는 “행정수도가 들어서면 디스크를 앓고 있는 아내와 늦둥이 중3 아들을 데리고 구걸이라도 해야할 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연기군 남면·금남면·동면, 공주시 장기면 등의 땅 50% 이상은 외지인 소유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따라 황씨처럼 강제이주로 ‘뿌리 뽑힌 삶’을 살아야 할 처지의 소작농은 수천명에 달할 전망이다.
남면 양화리 2구 이장 임병수(60)씨는 “55가구의 농가중 토지 실제 소유자는 60% 가량”이라며 “나머지 20가구는 외지인의 땅을 얻어 무허가 집을 짓고 경작하고 있어 보상은 꿈도 꾸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행정수도 예정지 거주 전업 소작농의 실태 파악은 아직 정확하지 않다”며 “경작권을 보상하는 것 이외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첫댓글 부동산 투기꾼들때문에...여기까지와서 땅값만 올리고 다니는군요,농사는 누가 지으라고...ㅆ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