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출점 경쟁 다시 불붙는다
올 상반기에도 할인점 시장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신규출점과 행사에 의존한 것이다.
하반기 역시 경기회복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설상가상으로 할인점 영업규제를 위한 입법 추진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한편, 업체들은 신규점 출점을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 기회도 엿보고 있다.
올 상반기 할인점 업계 매출 규모는 전년대비 10.5% 가량 증가한 11조 4천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총 점포 수는 지난해보다 8개가 증가한 2백84개점으로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매출 10.5% 성장할 듯 >>>
지난해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점포들이 다수 있었던 데 비하면 올 상반기 할인점 영업 실적은 약진세를 보였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대형 할인점 판매액 추이를 보면, 1월을 제외하고 2월 27%, 3월 11.7%, 4월 11.7%로 매달 증가세를 보였으며, 지난해 경우 설 명절이 1월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명절 기간을 제외한 1월 매출도 전년대비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규 출점, 행사 전개, 24시간 영업점 증가와 함께 반짝 회복세를 보인 소비심리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하반기다. 연초 각 기관에서 발표한 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3사분기 이후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점치고 있지만, 막상 업계 시각은 회의적이다. 사정이 상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 매출 추이를 보더라도 4월까지 상승세를 타던 것이 4월 중순 이후 다시 주춤해졌다는 것이다.
동일상권 내 경쟁점이 늘어나면서 고객을 지키려는 기존점들의 눈물겨운 사투가 벌어지고 있지만, 대대적인 행사를 내세우는 신규점들의 개점발에 마이너스 성장을 모면하는 것만도 버거운 실정이다.
업체별 기존점 성장률을 보면 홈플러스 성장률이 6.7%로 롯데마트 5%, 이마트 1.1%를 제치고 가장 높았다. ‘고객에게 상품이 아닌 가치를 판매한다’는 가치점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홈플러스는 고객 서베이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이를 상품구색이나 매장 운영에 반영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평이다. 중국산 김치 취급, 부산 지역 입점업체들과의 갈등 등 악재가 있었으나 고객들의 신뢰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안산점, 영등포점, 상동점 등 치열한 접전 지역에 있는 점포들이 선전하고 있는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또한 ‘가전 6개월 무이자 할부판매’ 행사가 1백 년 만에 찾아오는 무더위라는 올여름 기상관측과 맞물려 매출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빅 3를 제외한 다른 업체 경우 기존점 매출은 제자리걸음이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점 매출 성장률을 보면 롯데마트가 22%로 가장 높다.
상반기에 양주, 진해, 수지, 구로점 등 4개점을 개점하며, 할인점 업체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출점을 전개한 롯데마트는 요즘 ‘달라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후발주자로 할인점 진출 초기 자사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찾지 못했던 롯데마트는 성정점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고급화 컨셉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6월 1일을 기점으로 구매고객이 10억 명을 돌파한 이마트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대비 11.3%(5월말 기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점 경우 1.1% 성장에 그쳤으나 지난 하반기 이후 출점한 점포 수가 10개인 점이 10% 이상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마트 경우 지난해 신용카드사와의 수수료 분쟁으로 올 3월말까지 BC카드를 받지 않은 것이 기존점 매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고무할만한 사실은 지난해 8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온라인 쇼핑몰이 2년차에 접어들며 매출에 탄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 경우 현재 옥션을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경영이지만, 이마트 경우 전국에 분포한 점포를 물류 기지로 활용함으로써 판관비를 대폭 줄여 흑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할인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소구 행사 규모도 확대됐다.
그러나 00 돌파 기념 사은행사, 원플러스 원 등 행사 성격이나 테마도 업체별로 차이가 없어진 점이 고객들이 식상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일부에선 “저가격을 소구했던 할인점이 지나친 가격 행사를 실시하면서 오히려 고객들에게 신뢰를 잃게 되는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초기 전단행사 상품은 없어서 못팔았던 데 비해 지금은 전단지 상품에 개의치 않고 쇼핑할 만큼 행사에 대한 고객 반응이 무뎌지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수합병으로 몸집 불리기 가속 >>>
지난해 경우 업체들의 출점이 당초 계획에 미달하며 부진했던 반면, 올 상반기 출점은 대부분 계획대로 진행됐다. 롯데쇼핑이 계획했던 4개점을 모두 개점했고, 이마트가 중국 인뚜점을 포함해 4개점, 삼성테스코 2개점, 메가마트가 중국 남경 서하점을 포함해 2개점을 개점했고, 하나로클럽, 까르푸, GS마트도 각각 한 개의 신규점을 추가했다.
홈플러스 경우 2개 신규점 외에도 아람마트로부터 인수한 12개점 가운데 영도점, 동김해점, 서면점 등 7개점을 홈플러스로 리뉴얼 운영할 예정이다.
GS리테일도 인수한 코오롱마트 10개점 가운데 1개점을 GS마트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까르푸도 탑마트 대구점을 인수, 지난 4월 19일 까르푸 내당점으로 재개점했다. 까르푸는 지속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해 2008년까지 점포 수 70~80개를 구축, 업계 3위로 도약하겠다고 단언한 바 있다.
이렇듯 신규 부지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업체들의 몸집 불리기 방편으로 인수합병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전개하고 있는 업체는 이랜드다. 이천일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는 이랜드는 2003년 12월 뉴코아 인수에 이어 지난 5월에는 그랜드 백화점 강서점을 인수했고, 법정관리중인 해태유통 매각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업계를 또 한번 긴장시키고 있다. 이랜드는 경쟁 아웃렛 업체 세이브존에 대한 인수 야심도 숨기지 않고 있다.
할인점 업태의 승승장구에도 아랑곳않고 백화점 사업에만 주력했던 현대백화점도 드디어 할인점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5월 농협유통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하나로-현대클럽을 만들기로 했다. 자사 강점인 의류, 잡화와 농협 하나로클럽의 강점인 식품을 결합해 고품격 할인점으로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넘어서겠다는 포석이지만, 할인점 시장 전체 구도를 변화시킬 만큼 그 파급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빅 3 중심으로 하반기 출점 활기 >>>
지난 6월 30일 오픈한 통영점을 포함해 상반기에 4개점을 오픈한 이마트는 하반기에 7개점을 추가 오픈해 연초 출점 목표를 완수할 계획이다. 7월 순천점을 시작으로, 춘천, 서수원, 죽전, 남양주 호평, 용인, 오산점까지 하반기 출점을 완료할 경우 올 연말 기준, 이마트 전체 점포 수는 중국 점포 3개를 포함 총 82개점이 된다.
홈플러스도 강서점, 전남 광양점, 서귀포점, 청주 중원점, 안산 선부점 등 5개 점포를 출점 다점포화 기세를 이어간다.
상반기 4개점을 오픈한 롯데마트 경우 연초 계획된 안산점, 부산 엄궁점, 여수점, 구미점 외 한 두개 점포가 추가 개점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말까지 10개점을 신규 오픈하라는 이철우 대표이사의 지시 때문이다.
까르푸도 8월 중순에 전주점, 9월 중순에 화정 병점점 등 두개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마트와 함께 유일하게 중국 점포망을 확충해가고 있는 메가마트는 이달 중순에 중국 3호점인 상주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메가마트 기획팀 박종호 주임은 “상주점은 중국 유통시장 개방 이후 독자 법인으로 최초 개점하는 점포여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며 “매장면적 1만6천5백㎡(5천 평)으로 테넌트 매장을 31개 유치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 점포를 운영 중인 이마트, 메가마트 외에도 롯데마트가 베트남과 중국 등지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할인점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향후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예정된 점포가 모두 개점할 경우 올 연말 기준 국내 할인점 점포 수는 3백 개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할인점 영업규제 입법화에 촉각 >>>
할인점 업체들이 서비스와 상품, 시설 면에서 고급화 전략을 구사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 홈플러스와 이마트에 이어 까르푸, 롯데마트도 매장 고급화 대열에 합류해 매출에 재미를 보고 있고, 특히 지난 2월 강남 상권에 개점한 이마트 경우 다양한 전문점과 명품 아웃렛을 입점시켜 할인점 고급화의 절정을 보여줬다. 할인점 고급화에 대해서는 로코스트 오퍼레이션이라는 할인점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과 한국 소비자 기호에 맞는 한국형 할인점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는 시각이 양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목할 것은 할인점 매장의 고급화 바람의 출발선을 끊었던 홈플러스가 내실 위주 점포 설계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1998년 영국 테스코와 합작한 홈플러스는 후발주자로서 단기간에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하드웨어 측면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2003년부터 방향을 수정, 매장 효율에 우선한 점포 설계에 들어갔다. 홈플러스 점포 설계팀 강태안 차장은 “내실 우선 점포 설계가 편의성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 편의시설은 줄이지 않고, 마감 재료를 실속형 소재로 바꾸는 등 건물 외관에 소요되는 비용을 최적화하는 선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내실 위주 설계는 내년 개점 예정인 시화점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국내 최고 업태로 올라선 이후 할인점을 둘러싼 이슈들도 그만큼 여러 각도와 계층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끌어온 신용카드 수수료 분쟁은 특정 신용카드 안받기 정책으로 비화되며 장기화 조짐을 보였지만, 다행히 한발씩 물러선 양측의 합의로 상반기 중 일단락됐다.
하반기 할인점 업계 가장 큰 이슈는 역시 각종 규제와 관련한 정책이다.
영세 자영업 보호의 일환으로 열린우리당이 대형 할인점의 영업시간 규제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단 관련부처인 산자부는 시장 원리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최근 들어 시민단체와 중소상인들이 대형점 영업 규제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 그 향방에 업계 관심이 쏠려 있다. 또한 대형 할인점 출점 규제 완화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지난 5월 입법예고될 예정이었으나 중소상인들의 거센 반발로 보류되기도 했다.
할인점 다음 포맷은 무엇인가 >>>
현재 할인점 업계의 고민은 ‘할인점 다음 컨셉은 무엇인가’로 모아지고 있다. 대형점 부지 확보가 더 이상 어렵고, 시장이 점차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할인점을 이을 차세대 업태의 출현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할인점 이마트를 선보인 신세계백화점도 향후 10년 후 업태를 고민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미국 첼시와 제휴를 통한 명품 아웃렛 시장 진출로 그 가능성을 타진해본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 경영기획팀 최성재 부장은 “첼시는 이미 일본에도 합작 형태로 진출해 점포 5개점을 운영 중”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의 명품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1인 1명품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명품 아울렛 시장 규모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이후 오픈 예정인 이마트 부산 센텀시티점도 시험 모델이 될 것이다. 이마트 측은 부지면적 7만 2천6백㎡(2만 2천 평) 규모의 부산 센텀시티점은 해운대 지역 특성을 반영해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한 쇼핑센터 형태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경우 도심형 슈퍼인 수퍼 익스프레스와 별도로 아람마트로부터 인수한 4개점을 콤팩트형 할인점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분명한 것은 SM이 됐건, 아웃렛, 혹은 쇼핑센터가 됐건 차세대 부각될 업태는 할인점 포맷의 연장선일 거라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하반기 할인점 업계는 불투명한 경기회복 여부와 한계에 이른 가격 경쟁, 각종 규제 입법화 움직임 등 악재 속에서 11% 대의 성장률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