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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신화'를 주인공으로 한 팬픽션이 원작입니다.
[원 제] 청춘을 불사르다
[연재기간] 2002/02/20 - 2003/02/14
[원 작 자 ] 베르사유 (hohoya830@hanmail.net)
[연재공간] 카페 블루하와이 http://cafe.daum.net/bluehawaii
※ 원작자의 허락없는 불펌, 내용수정, 캐릭터 변경 등을 일체 금합니다.
71. 해피엔드
"……!"
아픈 줄도 몰랐다.
무언가가 휙 날아와 나의 뺨을 때리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멍하니 서 있다 천천히 고갤 내려 보니 작은 음료수 병이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눈앞을 본다.
잔뜩 성이나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씩씩거리며 나를 힘차게 노려본다.
나는 또 한참을 멍청하게 서 있다 고작 한다는 말이.
“너 왜 여깄어…?”
“……”
그러자 하! 하고 기가 차다는 듯 허공으로 웃음을 뱉는다.
희뿌연 공기가 아이의 입에서 퍼져 나온다.
파랗게 질린 입술이 열리며 이내 잔뜩 으르렁 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 시계 볼 줄 몰라, 이민우?”
“볼 줄 아는데.”
또 등신같은 소릴 해댔다.
“지금이 몇시야.”
“세시 넘었는데.”
“일부러 나 골탕 먹이는 거야?”
“아닌데.”
나는 계속 등신 머저리 같은 소리만 쏟아댔고,
아이는 기가 차서 하늘만 본다.
비에 흠뻑 젖은 녀석의 턱 끝으로 주르르 빗물이 흘러내린다.
그리고는 다시 고갤 돌려
무언가 억울하고 또 무언가 아련하고 또 무언가 뭉클하게 만드는 얼굴로
나를 노려보다 혼잣말처럼 그런다.
“내가 이래서 싫었어. 내가 이래서 안간힘 썼었는데.
너처럼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애. 밀어내려고 내가 안간힘을 썼는데.“
나는 그대로 다가가 섰다.
말없이 점퍼를 벗어 녀석의 머리 위로 씌어 비를 막아주려 하자
야멸치게 손을 밀치며 점퍼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친다.
그제야 멍했던, 아득했던 정신이 좀 돌아온다.
이 은근한 성질머리를 보니까.
“지금이 몇 시야!!!”
“알아, 안다고!!! 미안하다고!!!”
“내가 왜 너 같은 놈한테 이렇게 휘둘려야 해! 내가 왜!!!”
“뭐, 놈?!?!”
“그래, 어쩔 건데!!!”
어쩌진 못 하고 그대로 녀석의 목을 당겨 와락 품에 안는다.
비는 여전히 미친 듯이 내리고,
한 번도 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적 없던 신혜성이 미친 듯이 화를 쏟아내고,
나는 미친 듯이… 심장이 뛴다.
“미안하다고… 잘못 했다고.”
“이거 안 놔?!”
“안 놔.”
“야! 이민우!”
“무서워서 그랬어.”
“……”
“네가 없을까봐. 무서워서 올 수가 없었어.”
순간, 품을 벗어나려 안간힘 쓰던 신혜성의 두 팔이 아래로 힘없이 떨어진다.
“겁이 나서 미치겠는 걸 어떡해.”
너를 생각 못 했어.
내가 상처받을까봐 그냥 그게 무서워서, 나는 너를 생각 못 했어.
“나는… 나는 뭐 안 그런 줄 알아? 나는 여기 오는 게 쉬웠는지 알아…?”
“고마워.”
“……”
“…고맙다, 신혜성.”
들릴 듯 말 듯 작게 속삭였다.
진심이었다.
그리고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미안하고 그렇게 고마운 적이.
씩씩거리던 녀석의 어깨가 조금씩 고요해진다.
“백번도 더 생각했어.”
신혜성이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그런다.
“천번도 더 망설였어. 나도 무서웠어. 네가 두려웠어.
내가 누군가와, 아니 너와 ‘우리’가 된다는 게. 겁이 났어.”
그런데.
“어쩔 수가 없어. ……좋아. 네가 좋아, 이민우.”
“……”
“듣고 있어? 나 네가 좋…”
“알았으니까 그만 말해. 나 의외로 감수성 예민하다고.”
젠장. 끝까지 쿨한 척 애쓰고 있었는데,
녀석의 ‘네가 좋아’ 그 한마디에 울컥 해 그만 목소리가 떨려온다.
젠장, 쪽팔리게.
순간 신혜성의 피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너 우는 거야, 이민우?”
“울긴 누가. 말했잖아. 나 보기보다 감수성 X나 풍부하다고.”
“내 고백 받고 너 우는 거지? …풉! 귀엽다, 너.”
“에이, 진짜! 아니라고!! 이럴 거면서! 왜! 그 때 왜 그랬어! 기대하지 말라고!
네가 그렇게 말하는데 내가 어떻게… 난 당연히 너 안 올 줄 알았단 말이야.“
"바보야. 그게 아니잖아. 네가 도시락 끝내주게 싸오라며. 나 요리는 소질 없다고.“
“야! 그 타이밍에 그런 말을 하면 누가 그런 소린 줄 알어!
내가 그래서 얼마나… 얼마나… 슬펐다고.“
신혜성이 또다시 키득거리며 웃다 가만히 내 눈을 본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내 볼을 감싼다.
“감기 걸리겠다.”
그 작게 속삭이는 입술에, 내 입술을 가만히 가져가 포갠다.
조금 놀라는 듯 싶던 신혜성은 이내 말없이 눈을 감는다.
작게 부딪히는 입술 사이로 속삭인다.
“내가 잘 할게.”
“……”
“내가 뭐든 할게.”
“……”
“우리 둘이 함께 할 수만 있으면.”
“……”
“나 뭐든 할게.”
나름 절절한 내 고백에 신혜성이 순간 웃음을 터트리곤, 내 볼을 꼬집으며 장난을 친다.
“느끼해, 이민우. 너 영화 많이 봤구나.”
“사람 진지한데… 근데 너 이 나무상자는 뭐야.”
“피크닉 바구니. 이거 준비하느라 죽는 줄 알았잖아. 닭살 돋아서.”
“풉! 너야말로 영화 많이 봤구나. 무슨 사이렌 오브 뮤직도 아니고.”
“사운드 오브 뮤직이겠지.”
“오늘 같은 날 그냥 좀 넘어가면 안 돼?”
“아, 춥다! 뛰자, 택시 타는 데까지.”
“업어줄까?”
“기분은 충분히 알겠지만 비오는날 광녀세트 취급 받고 싶진 않아.
그리고 나...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됐으니 고백하는 건데, 나......별로 안 착하다?”
그러자 민우가 뚱한 눈으로 혜성을 빤히 본다.
마치 '다 아는 뻔한 얘기를 왜 새삼스럽게 하지?' 하는 얼굴로,
그러다 민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다.
"나도 실은........ 좀 무..무식하다? 상식이 쪼오오끔 짧다고나 할까. 아.. 이거 아무도 모르는건데."
그 말을 멀뚱히 듣고 있던 혜성 역시 작게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본다.
"그렇구나.. 애초에 우린... 서로에게 비밀 따윈 없었던 거구나.
각오 좀 해두는 게 좋겠다."
각오? 얼마든지 해주지. 천번만번이라도 좋아.
그렇게 빗속에서 두 소년이 웃는다.
손을 맞잡고, 어느새 비가 멈추어 간다.
물 먹은 꽃잎들이 소년들의 위로 흩어져 내린다.
좋아.
오늘은 이렇게 하루종일 비가 내렸으니 내일은,
무지개 떴으면 좋겠다.
아주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런 무지개가.
72. 84의 꿈
"동완아."
"왜."
"너 정말 영어가 84점이야?"
"보면 몰라?"
동완이 순간 빨간 색연필로 무식하리 만치 더덕더덕
큰 동그라미를 쳐놓은 시험지를 정혁의 코앞에 들이민다.
그것도 아주 거만한 표정으로.
신나는, 시험이고 뭐고, 그들에겐 단지 3교시만 한다는 이유로 너무나도 신나는
중간고사 기간의 마지막 토요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종례시간, 봉구쌤이 가채점 된 영어 점수표를 들고 교실로 득달같이 뛰어 들어왔다.
"김동완. 일어나."
“예?”
봉구쌤의 표정은 살벌하기 그지없었고, 동완은 영문을 모르는 듯 어리둥절해서 자리에서 일어선다.
순간 교실은 묘한 긴장감의 정적이 흐른다.
"오늘 김동완 앞자리, 뒷자리 앉은 놈들 누구야."
"이민우하고 문정혁인데요."
"흠, 그렇담 아니군."
“뭐가요?”
“커닝.”
그 순간, ‘이민우’와 ‘문정혁’이란 이름에 순식간에 험악했던 봉구쌤의 표정이 풀린다.
아우 씨, 저 인간이 진짜.
순간 엎드려 자고 있던 민우가 인상을 구기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동완이 녀석이 영어 시험이 끝나고
우리 반 일등하고 시험지를 맞춰보는, 생전 안하던 짓을 하길래
저게 왜 저러나 싶었는데 갑자기 영어를 4개밖에 안 틀렸다나 하면서
책상 위를 들뛰고 난리도 아니었다.
저게 4개 맞은 걸 충격이 너무 커서 저러나 하고 넘어갔는데,
봉구쌤 하는 꼴을 보니 정말 김동완이 영어를 4개밖에 안 틀린 건가?
도저히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우리의 봉구쌤은
가채점표를 들고 교실을 뛰어 들어왔고,
시험기간 때 녀석의 앞과 뒤에 앉은 게 나와 문정혁이라는 걸 확인하고는.
저렇게 안심한 표정을 짓는다.
어머? 이건 의심 받는 것보다 기분이 더 엿같고 상콤하고 그렇잖아?
아니 대체 나랑 문정혁이 어디가 어때서?
"야. 문정혁 기분 더럽지 않냐?"
“응. 벚꽃 향기 좋다.”
"아니, 쫌! 기분 더럽지 않냐고."
"응. 나두 더워."
휴우, 말을 말아야지. 내가.
그리고 봉구쌤은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별 표정 없이 서있는 동완을 향해
아주 장하다는 듯 뿌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보아라. 이것이 바로 고3의 필승(必勝)정신이란 말이다.
24점에서 단번에 60점을 끌어올리는 저 저력!
누가! 그것도 김동완에게서 누가 저런 저력을 예상했었겠냐.
바로 나. 나 강봉구다. 난 진즉에 예감했었지. 김동완이 크게 될 놈이라는 걸. 아암!"
허, 봉구씨 참 무서운 사람이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어쩜 저래.
싹수가 노랗다며 기술이나 배워서 공장에 취직하라고 할 땐 언제고
자기가 무슨 예감을 했어. 예감을 했길. 가증스러운 인간.
그런데 정말 김동완이 영어를 84점을 맞았단 말이야?!
나 쫌 이거, 언짢네?!?!
-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무척 기분이 나쁘다.
김동완이 내 세과목 합친 점수보다 높은 84점이란 점수를 받았다니.
우리 몰래 공부를 한 건가, 저 시키가?
"김동완. 너 진짜 니가 풀었어?"
"니들까지 왜 이래. 나 빵점이면 빵점 그냥 맞고 말지 허튼 수작은 안 한다는 거 알잖아."
그런 동완을 의아한 듯 바라보던 정혁이.
"니가 어디가 그런데?"
"후, 말을 말자. 샘나면 니들도 공부를 해. 괜히 나 같은 모범생에게 시비 걸지 말고.
오늘 집에 일찍 들어가서 EBS 인강 봐야해."
“인강이 뭐냐, 정혁아.”
“인간 강제 성행위 영상 같은 거.”
“아아, 김동완 잘 보는 거?”
“죽고싶냐. 니들 진짜!!!”
하고 무지막지한 팔뚝을 휘저이며 달려오자 또 까불거리며 민우가 부리나케 도망 간다.
그러다 정혁의 옆구리를 툭 치며 묻는다.
"저거 왜 저런다니. 진짜."
"신화대."
"신화대? 그게 뭐야."
"캠퍼스"
"……?"
"이선호."
“뭐라는 거야.”
못 알아듣겠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리며 정혁을 보는 민우의 표정에 그저 피식 웃는다.
"김동완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들."
순간 멍하니 있던 민우가 알았들었다는 듯 혼자 씨익 웃어보인다.
“오호라, 신화대 가셔서 이선호와 함께 캠퍼스를 거니시겠다?
생각보다 꿈이 야무지네, 우리 동숙이?”
“꿈은★ 이루어진다.”
“꿈도 꿈 나름이다~ 거긴 우리 선호나 혜성님 같은 분이나 가실 수 있는 데야.”
“풉! 혜성님? 민우 너… 애처가가 다 됐구나.”
“에휴, 그럼 뭐해. 독서실이다 학원이다 바쁘셔. 무척.”
“하긴, 이제 슬슬 날도 더워지고 시간이 얼마 없구나. 고3이란 시간도.”
멍하니 서있던 민우가 문득, 눈 위로 손을 가져가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을 피할 눈 그늘을 만든다.
그리곤 파랗게 부셔져 내려앉을 것만 같은 푸른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러게.
어느새 여름이 오고 있다.
73. -세- 발자전거
"개나리."
"개애애나아리이."
"개.애.나.아.리.이 가 아니라 개나리."
"알아. 나두!"
"아쭈, 이것봐라? 큰형아께서 말씀하시는데 아까부터 어따 자꾸 토를 달아?"
"쳇. 읽기나 하셩!"
"아후~ 요걸 그냥 진짜! 마지막 10번이다. 세발자전거."
"세..세,세발자전거…?"
"세세세발자전거가 아니라 세발자전거. "
“아, 진짜!”
아, 고소해. 우리 막둥이의 저 표정을 보아하니, 지금 상당히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이거, 7살씩이나 먹은게 세발자전거도 못쓰고 대체 뭐가 되려고 저러나.
난 저 나이에 천자문을 떼었지, 아마? (꿈에서?)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천자문이고 나발이고 간에 나는 왜.
18세 이 꽃다운 청춘을, 그것도 황금 같은 일요일,
집구석에 처박혀서 어린 동생 받아쓰기나 불러주고 있는 걸까?
왜. 애인도 있는 내가 대체 왜!!!
"형아~"
"애교 안 통한다. 콧소리 빼고 얘기해라."
“아잉, 세상에서 최고 잘 생긴 큰 형아~ 좀만 갈켜주라. 응?"
동그란 볼에 보조개가 쏙 패여 환하게 웃는 저 얼굴. 그냥 보면 천사가 따로 없지.
모르는 사람들은 저 애기 같은 얼굴에 그냥 속아 넘어가겠지.
저 속에 얼마나 많은 계산과 영악함이 들어있는지는
집에서 나처럼 매일 당해보지 않고서야 누가 알겠어?
“싫은데?”
"쳇. 치사해. 자기는 내 나이 때 가나다라도 몰랐던 주제에!"
“뭐! 누가 그래, 임마! 형아는 네 나이 때 천자문을 뗀 사람이야!”
“누가 믿어, 형아 말을?!”
“아, 이게 또 아침부터 스팀 받게 하네, 진짜!”
“때려 봐! 때려 봐~! 다 이를 거야, 작은 형아한테!!!”
내 인생도 참 슬프다. 슬퍼.
7살 먹은 애랑 받아쓰기 힌트 흥정한답시고 이러고 있으니, 휴.
"아효, 짜증난다. 빨리 끝내자. 뭐? 뭘 모르는데?"
"맨 앞 글자. 물론 다 아는데~ 조금 헷갈려서 그래!"
아아, 이게 세발자전거의 '세'가 어이인지(ㅓㅣ) 아니면 아이인지(ㅏㅣ)
확신이 안 서는 모양이다.
‘세’발자전거 인가, ‘새’발 자전거 인가.
헷갈리지, 임뫄?! 그렇다고 내가 순순히 가르쳐 줄 것 같냐?
가만, ‘아이’ 발음보다 ‘어이;가 발음이 더 강한가?
"발음이 더 쎈 거."
"..........? 발음을 더 세게?" 하고 눈을 깜빡깜빡 하며 나를 올려다보다가.
“진짜 맞어?” 하고 되묻길래, “아, 그렇다고~!” 하고 성질을 버럭 냈더니,
지우개로 뭔가를 슥슥 지우곤 연필을 꾹꾹 눌러서 뭔가를 열심히 쓰더니,
"다 했다! 받아쓰기 끝났으니까 나 이제 나가 놀아도 되지?"
하고는 연필을 던져버리고 얼른 손바닥만 한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뛰쳐나가버린다.
벌써 끝냈어?
내가 그렇게만 말했는데 알아들었단 말이야?
지가 ‘세’발 이 더 발음이 센지 ‘새’발이 더 발음이 센지 벌써 어떻게 알아?
맞춤법도 다 모르는 게 벌써 그런 걸 어떻게 아냐고.
그렇게 의아해진 내가 똘똘이의 받아쓰기 공책을 들여다 본 순간,
“……!!!”
그렇게 난 그대로 굳어버렸다.
가운데 아(ㅏ)를 쓸지 어(ㅓ)를 쓸지 고민이 됐는지
가운데 틈을 좀 주고 'ㅅ l 발자전거' 라고만 써놓았던 똘이박사님이,
'발음을 더 세게 한 거' 라는 나의 말에.
- 씨발자전거.
라고 써놓고는 그대로 사라져 버렸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저게 진짜.
누굴 닮아서 (당신을)
커서 뭐가 되려고 (당신보다는 나은)
내가 아주 앞이 캄캄하다, 캄캄해. (본인 앞 가름이나)
74. 옆집남자.
♪자기야~ 전화받아~ 사랑하는 자기야~ 전화받아~♬
어우. 진짜 비유상해서. 이놈의 벨소리 바꾸던가 해야지.
"누구냐."
[나야. 오빠의 동숙이!]
"토 쏠리니까 집어치우고 용건이 뭐야?"
[크크크… 케케케…!]
"이게 미쳤나. 왜 또 변태같이 웃고 지랄이야. 용건이나 말하라고!"
[오빠 나 있잖아. ……이사가.]
"이사? 어디로? 그런 얘기 없었잖아. 개새끼야. 아, 넌 새끼가 항상 이딴 식이야!
어디로 가는데? 멀리 가? 전학도 가냐? X발, 근데 뭐가 좋다고 웃고 지랄이야?!"
[우후후…! 속으론 이사 가면 나 못 볼까봐 그렇게 걱정되면서.
괜히 겉으로 욕지거리하고 지랄이니, 오빠. 나 속상하게! 으흐흐흐…!]
이게 지금 속상한 새끼 목소리야?
갑자기 이사는 또 왜 가? 이거 또 뭐 사고 쳤나?
얘가 나 모르는 사고를 칠 리가 없는데.
뭐든지 김동완이 말리는 사고의 원인은 나로부터 시작하니까.
"야! 너 거기 어디야! 짐 싸고 있어?! 너 꼼짝 말고 기다려!"
그렇게 혼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발악을 하고 있는데.
[오빠! 흥분 가라앉혀. 진정하라구. 그리고..........................뒤를 봐.]
마치 공포영화 마지막 대사 같은.
‘뒤를 봐’ 따위의 말을 던지며 여전히 음흉하게 웃는다.
웬지 모를 불길한 기운에 떨리는 몸을 가누며
천천히 고갤 돌려 등지고 앉아있던 소파 뒤로 페어글라스 밖을 내다본다.
그리고 그 순간,
…툭!!
내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난 또 다시 극심한 현기증을 느끼며 소파 위로 쓰러져버렸다.
우리집 맞은편, 초록색 지붕의 아담한 집으로
김동완의 살림살이가 들여가는게 보였고,
그 앞에서 한쪽 귀에 휴대폰을 들고, 징그러운 미소와 함께
살랑살랑 손을 흔들고 보이는 김동완이 보였다.
세상에나 맙소사.
어쩌자고, 어쩌려고
저게 우리 옆집으로 왔을까!!!
.....................
75. 초록은 동색
"난 우리 아부지가 참 좋아."
"왜?"
"돈이 많으니까."
"아, 참 좋으시겠네."
“문정혁, 너 왜 요즘 툭하면 저 새끼를 달고 나와, 거슬리게?”
“툭하면 따라붙어. 쟤가.”
“뭐요?! 자고 있는 거 억지로 깨워서 끌고 나온 게 누군데?”
발끈하는 전진을 거들떠도 안 본다.
뭐, 언제나 늘 그렇듯.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는 스탠드에 느긋하게 앉아
세 남자는 매점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생전 누구 심부름이라곤 해 본적이 없는 전진에게
억지로 사오게 시켜 먹는 아이스크림은 퍽 달다.
반면 생전 팔자에도 없는 소위 ‘꼬붕’ 내지는 ‘매점셔틀’로 전락한 자신의 신세에 대해
전진은 제법 진지하고 착잡하게 고민한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전진.”
“왜…요?”
“……”
“왜 그렇게 사람을 뚫어지게 봐요. 심장 떨리ㄱ… 음음!!”
하마터면 ‘심장 떨리게’ 라고 말할 뻔 했다.
자칫하면 문정혁의 속을 알 수 없는 그윽한 눈빛에 그렇게 쏟아낼 뻔 했다.
미첬구나, 전진.
아주 정신이 나갔어.
그렇게 혼자 고개를 도리질 치는 전진의 어깨로 정혁이 손을 턱 얹는다.
그리고는 볼이 닿을 듯 느릿하게 얼굴을 가져오더니,
“…바꿔먹자.”
“……에이 씨! 드럽게 뭘 바꿔먹어요, 치워요!”
"네가 먹는 게 더 맛있어 보여. 나랑 바꿔먹어."
“에이, 아, 면상 치워요. 자요 자! 다 먹어요!”
거기서 더 가까이 오지 마라, 문정혁.
나 속 시끄러우니까.
그렇게 전진은 느려터지고 게이르지만 식탐 강한 맹수에게
고깃덩이를 던져 주듯 휙 아이스크림을 건넨다.
"참. 김동완 너 아침에 선호랑 같이 오더라?
골목에서 학교 가는 거 기다리고 뭐, 그런 유치한 짓 한 건 아니지?"
"무슨 소리!! 하!하!하! 내가 그것 때문에.
우리 퓨어보이와 한시라도 더 가까이 있고 싶어서. 단지!! 온니!! 그것 때문에!
돈 많은 우리 아부지 졸라서 이사를 했다는 거 아니냐!
내 이 지극정성과 열성! 정말 대단하지 않니, 얘들아?"
라고 나름 기합이 단단히 들어가서 떠들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혀끝을 차는 전진과 안쓰러운 듯한 정혁의 눈빛.
"스토커 돋네."
“처절하다. 우리 동완이‥”
"입 닥쳐. 이것들아. 이건 사랑의 힘이라고!
하긴 너희같은 것들한테 내 아름답고 고귀한 감정을 이해시키려고 해봤자 입만 아프지. 쳇!"
그렇게 자리를 털고 일어서서는 성큼성큼 멀어져가는 동완의 뒷모습을 보며,
"이선호가 넘어가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내기 할래. 선호가 끄덕도 안 한다 에 아이스크림 열개."
"겨우 열개?! 장난하시나. 난 백개!"
아니, 저것들이 진짜.
다 들려. 다 들린다고 이 새끼들아!
촤라락…!
동완이 그대로 달려와 주머니 속에서 든 동전을
한 움쿰 집어 후려갈기듯 둘에게로 집어던졌다.
"자! 자! 아이스크림 백 개 사 쳐 먹어라!
이거 먹구 떨어져! 확 배탈 나서 저 세상 가라고! 제발 내 눈앞에서 사라지라구!
특히! 특히 너! 문정혁! 나 힘들어 진짜!! 나도 너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그렇게 울컥하고 쏟아지는 눈물을 애써 감추기라도 하는 듯
팔등으로 슥슥 얼굴을 훔치며 달려가는 동완을 대수롭지 않은 듯 보더니,
그대로 ‘와아!’ 소리를 내며
화단 풀숲과 계단사이에 뿌려진 동전들을 줍기 바쁜 정혁과 전진 콤비.
"저 선배도 형 만만치 않게 특이한 사람이네요."
"나 만나서 저렇게 된 거지 원래는 멀쩡한 친구였어."
"쯧쯧. 어쩌다…"
진심 안쓰럽다는 듯 혀를 차는 전진을 정혁이 묘한 얼굴로 보다 씨익 웃으며 그런다.
“과연 동완이 만의 얘기일까?”
순간 바닥을 열심히 살피며 굽어 있던 허리를 휙 일으킨 진이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그렇게 무서운 말을 표정 없이 하지 마요.”
"이상한 얘야. 어차피 줄 거 좀 곱게 주지. 왜 돈을 바닥에 던지고 있어."
“어차피 줄 거는 무슨. 있는대로 열 받게 해놓고 이제 와서.”
“난 안 그랬어. 너가 그랬지.”
“어디다 또 뒤집어 씌워요, 진짜?”
“거기다.”
“아오, 내가 진짜 이 양반들하고 말을 섞지를 말아야지!”
그 둘의 모습을 보며,
막 학교건물 안으로 들어서려던 동완이 피식 웃는다.
어쩌면..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저렇게 되리라 예감했는지도.
그래서 정혁이 먼저 손을 내밀었는지도.
두 사람. 닮아가고 있으니까.
대망의 공원씬과,
우리 준희의 C발 자전거가 등장했네요.
이제 슬슬 청.불의 공공의 적. 국민밉상 신우씨가 등장할 차례입니다.
하지만 오리지널 버젼처럼 그렇게 밑도 끝도 없이 얄미운 훼방꾼은 아닐거에요.
(난 몰라, 신우씨가 세상이 있는 인물도 아닌데 애착이 가...ㅠ 내 이상형인가 ㅋㅋㅋㅋㅋ)
다음편은 저녁즘에나 찾아 올라나요?
오늘 동생 기일이라, 부모님과 지금 동생을 보러 갑니다.
오늘 제겐 좀 특별한 날이라 머릿속으로 생각이 많습니다.
나쁜 생각들은 아니고 그냥, 그동안 무심했던 것들에 대해서요.
사람간의 만남, 헤어짐, 인연, 운명. 그런 본연의 것들,,
우리는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이 공간에 함께하며, 소중한 추억들을 공유하고 있기에.
평소 자주 표현하진 못 했지만.
정말.....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곁에 있을 때 소중히 지켜갈게요.
주말이네요. 다들 즐거운 시간 되시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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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사이 너무변했어...여
난 원본이 더좋아여ㅠ흐엥
어디갔어요 씨발자전거에서
하느님 매일은아니고
가끔기도하자나여
준희가 저(민우)말고 선호닮게해달라구
이대목도 없구ㅠ바락바락대드는 혜성이컨셉이아닌데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