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3차종주 14구간(원방재~백복령~댓재~닭목재~대관령)종주기
(원방재~백복령 780m~자병산 872.5~생계령~석병산 1055.3~두리봉 1033~삽당령 685m )
(삽당령 685m~석두봉 982 m ~ 화란봉 1069.1 ~ 닭목령 680 m)
(닭목령 680 m~서득봉 1052.6m~고루포기산 1238.3m~능경봉 1123.1 m~대관령 832 m)
○ 일시 : 2010. 8. 21 . 토요일. 맑음
○ 날씨 : 맑음. 최고 32.1 ℃, 최저 25.1 ℃
○ 교통편 : 김영복씨 차
○ 복장 및 준비 : 반팔티. 팔목토시. 여름바지. 비닐우의
○ 위치 : 정선군 임계면 가목리~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 두타산~백복령까지는 왼쪽은 정선군 오른쪽은 동해시 경계임
- 백복령~삽당령 왼쪽은 삽당령 직전까지 정선군 임계면, 이후는 강릉시 왕산면
- 백복령~두리봉 오른쪽은 강릉시 옥계면, 이후 삽당령까지는 강릉시 왕산면
- 삽당령~고루포기산 왼쪽은 왕산면, 이후 대관령까지 평창 대관령면<옛 도암면>
- 삽당령~대관령 오른쪽은 계속 강릉시 <왕산면,성산면>
○ 도달 : 3:20 hr( 20:00~23:20. 제천~ 태백~ 원방재 )
○ 대간 도상거리 및 산행시간 : 원방재~대관령. 53.60 km, 23:30hr<00:00~23:30>
▸원방재~ 백복령 = 8.00 km
▸백복령~ 삽당령 = 18.50 km
▸삽당령~ 닭목령 = 14.15 km
▸닭목령~ 대관령 = 12.95 km
☆ 누계거리 600.87 km/ 734.65 km = 81.78 %
○ 실행시각 : 실행 23:30 hr
○ 종주기
옛날이라고 해야할만큼 오래전에 함께 산행을 다니던 김영복씨와 이귀봉씨를 지난주에 만나서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때 나의 단독 백두대간 3차종주 이야기를 들은 김영복씨가 18 구간만에 백두대간 종주를 완주하겠다는 나의 계획은 엄청난 거라며 그 종주이야기를‘사람과 산’이나‘월간 산’에 기고 하라고 했고 이번주 종주에 차량지원을 해 주겠다고 했다
이귀봉씨는 백두대간 1차종주시 반쯤을 함께 했고 김영복씨는 한북정맥 반쯤을 함께 종주한 4명중 하나였다
그래서 내가 금요일 퇴근후에 준비하고 8시쯤 출발하기로 했다
김영복씨 네비에 좌표 검색이 없어서‘임계초교 군대분교’로 검색해서 백복령 2 km전방에서‘임계초교 군대분교’방면으로 우회전하면 된다고 하였으나 검색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부수베리’라는 원방재 입구 마을로 검색해 보자고 했으나 일단 가목리로 간단다
제천에서 태백방면 4차선 국도로 가다가‘문곡방면’으로 내려서서 미탄, 정선을 경유하여 백복령 2km 전방에서 원방재로 가는 것이 지도상으로는 빠른 길이지만 그 길은 구불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뻥 뚫린 4차선 국도로 태백까지 1시간에 도달하고 광동댐,임계면 방면으로 진행하여 동해,백복령 방면 42 국도와 만난 다음 백복령 2 km 전방에서 우회전하는 것과 시간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는데 야간 운전에는 4차선 도로로 태백을 경유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산타페 그의 차는 뒷좌석이 뒷바퀴 프레임에 걸려서 완전히 눕혀지지 않아서 조금 기울이고 잠을 청했는데 그는 태백에서 35 국도로 임계면 소재지까지 가서 42 국도 동해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부수베리 방면 우회전 지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부수베리’마을을 검색토록 했더니‘부수베리 농장’이 검색 되었고 가보니까 그 농장은 바로 원방재로 가는 길옆 이었다
정선군 임계면 가목리 부수베리 마을을 지나고 첫 번째 차량통행 차단기가 걷혀진 비포장 농로를 통과하여 원방재 1.5km전방까지 차를 타고 접근했는데 두 번째 차단기는 잠겨 있어서 통과할 수가 없었다
간편 아이젠의 쇠사슬과 아이젠 쇠굽을 모두 끊어낸 고무벨트를 등산화에 차고 치마각반과 끈으로 연결하여 발등을 덮어서 이슬에 신발이 덜 젖도록 한 내 차림을 보더니 김영복씨는 그것도 사진을 찍어서 종주기에 올리란다
그러나 오늘 시험 착용한 그 발등덮개는 한참 진행해본 결과 고무벨트가 끊어져서 무용지물이 되었고 사진을 찍었어도 도움이 되지 않을뻔 했다
그곳에서 여장을 꾸리자니 김영복씨가 밤길에 홀로 되돌아갈 길이 걱정되어서 함께 온 여자분이 ‘이 밤중에 혼자 저렇게 산에 가는 사람을 떼어 놓고 어떻게 되돌아 가느냐 ’고 했다
“ 도대체 원방재에서 대관령이 어디인데 이 밤중에 혼자 출발해서 하루에 간다는 거예요? 남들에게 얘기하면 믿지도 않을 것 같네요”하기에 “도상거리로 55 km 정도, 실거리는 75km내지 80km 정도 될겁니다”라고 했고
“내가 내일 대관령에 꼭 와봐야 되겠네요”하길래“내일 와 주신다면 고맙지요 뭐~”했다
원방재 직전에 야영장 50m 라는 이정표가 있는데 군데군데 있던 시멘트 포장이 끝나고 그곳에서 부터는 비포장 오르막길이 산을 따라 올라가고 있었고 지난번 내려올때 기억으로 그 비포장 오르막길은 내려온 길이 아니었으나 원방재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GPS를 켜고 짚어 보면 분명 원방재가 가까이 있지만 들머리가 보이지 않아서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면서 길을 찾다보니 희미하게 토끼길 같은 들머리가 보였다
그러니까 야영장 50 m이정표가 있는 안부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희미한 토끼길을 찾아야 하는 거였다
원방재에서 사진을 찍으려니까‘메모리카드 보호설정중’이라며 찍히지를 않았다
몇 번을 시도해 보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메모리 카드를 빼고 해상도를 낮추니 60~70장을 찍을수 있다고 나왔다
30장도 안찍을건데 그 정도면 충분하지 뭐 ~
나중에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알아보니‘메모리카드 보호 설정중’이란 메모리카드의 LOCK 잠금장치가 내려와 있었던 것이고 그것을 위로 올리니까 사진을 찍을수 있는 거였다
- 00:00 원방재 -
지금 시간 01:10 , 약 5분쯤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사진을 찍었는데 여기는‘사름봉, 해발 959m, 이우 백두5기, 뒤로 이기령 6.9 km, 앞으로 백복령 3.2km’라는 코팅 안내지가 걸려있다
- 01:10 사름봉 -
아까 이 이정표를 보았고 수풀이 우거져서 길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길바닥만 살피며 내려갔던 것인데 숲길이 점점 희미해지면서 길이 끊어지는 것 같았고 해드랜턴을 끄고 캄캄한 가운데 숨을 고르며 주위를 살펴보니 왼쪽 오른쪽으로 더 높은 능선의 실루엣이 보이는것 같은게 아무래도 분수령을 이루는 종주능선이 아닌것 같아서 되돌아 올라왔던 것이다
GPS를 켜고 위성신호를 수신하기를 기다려 확인해 보니 백두대간 길은 이곳에서 우회전 해야 하는데 다시 내려가면 길을 찾을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조심조심 살피며 가다보니 우측으로 표지기와 함께 수풀에 묻힌 길이 보였다
- 01:30 백복령 2.4 km 전방 -
- 02:48 백복령 -
백복령 표석 앞에서 사진을 찍고 포장마차 쪽을 바라보았으나 컴컴했고 물을 구할데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해드랜턴을 켜고 도로따라 공사용 도로 입구쪽으로 걸어가자니 순찰중인지 경찰차가 올라오는데 세우거나 물어보지 않고 지나쳐 갔다
이렇게 밤중에 걷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서 익숙한 탓이리라 ...
심각하도록 파 헤쳐진 자병산을 우회하는 공사용 도로로 들어섰는데 아이젠을 잘라서 등산화 위에 걸친 고무벨트중 오른쪽 발의 것이 끊어졌고 등산화에 박은 못들이 걸리적거리는게 바지가 걸려서 찢어질까봐 돌 2개를 주워 날카로운 면을 못에 대고 낑낑거리며 못들을 뽑아 내었다
더러워진 손은 공사용차량 바퀴 세정용 웅덩이 물에 씻었다
공사용 도로를 따라 가다가 생계령방면으로 들어가는 들머리는 와 본 사람이 아니면 밤중에 찾기는 정말 어려운 곳이었으나 지난 2차종주시의 기억이 또렷해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들머리로 들어서자 마자 물소리가 들렸고 파이프를 타고 흐르는 물이 보였다
해드랜턴으로 비추어보니 하얗게 보일뿐 어떤 물인지 구별이 되지는 않았다
일단 맛을 보고 괜찮다 싶어서 배가 부르도록 마시고 물병에도 채웠다
지난 2차 종주시 우리 종주대원들이 이곳에서 물을 받는 것을 본것도 같았다
수질이야 어떻든 목마름이 너무 심해서 탈수증이 되는 것 보다야 낫겠지 ...
- 03:20 광산지대 이후 백두대간 들머리의 생명수 -
생계령 가는 길은 임도를 따라가는 구간이 한참 있어서 이렇게 임도를 무심히 따라가다보면 대간길을 잃기 쉽다며 무척 조심조심 진행했는데 다행히 간간이 표지기가 보여서 안심이 되었다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서 04:56 도착한 생계령에 헬기장 안내 이정표가 보여서 사람 키만큼 자란 수풀길을 헤치고 이슬에 젖으며 내려갔는데 난데없이 2차 종주시 본 기억이 없는‘전사자 유해 발굴지’라고 군부대에서 설치해 놓은 안내판이 걸려있고 아무래도 계곡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서 되돌아 올라왔다
- 04:56 생계령 -
이정표 앞에서 다시 잘 살펴보니 왼쪽 숲속에 백두대간 표지기와 길이 보였다
밝은 낮이었으면 실수할 지형이 아닌데도 밤이다 보니 이런 상황이 자꾸 생긴다
그렇게 또 한참의 시간을 까먹고 능선길에 올라섰다
05시15분쯤에 강릉서대굴 안내판을 지나서 05:20 소봉에 올라섰을때 쉬고 싶어져서 주저앉아 이른 아침을 먹었다
05시25분쯤 되니까 날이 새었다
한참 빠를때는 05시면 날이 새었는데 그만큼 해가 짧아졌다는 것이 실감 난다
05:20~05:40 소봉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커피캔에 김치국물을 싸 가지고 왔더니 가스가 가득차서 마개를 열자마자 마구 뿜어져 나와서 많이 흘러 넘쳤다
요즘 몇십년만이라는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어서 낮에 햇볕을 그냥 쬐고 걸으면 목이나 팔뚝이 화상을 입는지 화끈거릴 정도인데 그런 열기 때문인것 같았다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아서 열대야로 잠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은 아주 이른 새벽인데도 이런것을 보면 얼마나 더운 날씨인지 짐작이 간다
보온병에 싸오면 괜찮을걸 그랬나 ?
강릉서대굴에서 석병산은 2시간40분, 약 3시간 코스이고 지금 시각은 5시40분인데 8시40분경에 도달할수 있을까 ?
이제는 날이 밝아서 길을 못찾아서 back하는 일은 없을것 같은데 그대신 다리가 많이 풀렸는지 힘이 없는게 느껴진다
종주산행 전날은 무조건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집에 가서 자야 되는데 어제도 그렇게 일찍 자지 못한 영향을 받는것 같다
종주산행 전날 일찍 집에 가서 잔다는게 왜 그렇게 잘 안되는지 모르겠다
다음부터는 정말 각별히 생각해서 산행전날 일찍 자도록 노력해야 겠고 특히 금요일날 근무하고 나서 잠을 잘 여유없이 밤샘 산행에 뛰어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토요일날 충분히 잠을 자고 밤샘산행을 하면 그렇게 졸리워서 애먹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토요일날 충분히 쉬고 밤샘산행을 할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으면 다음주로 미루자
평생 한번 도전이 될 백두대간 19 회 이내의 완주라는 위업을 앞두고 까짓것 한두달 늦어지면 그게 뭐 대수랴 ~
중요한건 이런 거대한 목표는 성공여부 이므로 절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는 것이며 만약 이렇게 무리하다가 실패라도 하는 날이면 그건 지금까지의 그 고생과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마는 것이 아니던가 ?
어느 뾰죽뾰죽한 바위봉에 오르니 편평한 돌이 딱 하나 있어 그 위에 앉아 쉬는데 사람들 소리가 나더니 등산객 2명이 올라왔고 세 번째 사람이 오길래 자리를 양보했다
“고맙네요, 제가 오자마자 방을 빼 주시고요~”
“아, 예 얼른 방을 빼 드려야지요”
하며 앞서 갔는데 길은 곧 키를 넘는 수풀이 우거져 신발과 옷이 다 젖기 시작했다
불과 얼마 가지 못했는데 빠른 걸음으로 그들 5명이 다가와서 얼른 비켜 주었다
그들이 앞서가며 이슬을 걷어줄 것이고 또 뒤에 따라가면 졸음을 이길수도 있으며 분위기에 도움을 얻어 걸음도 좀 빨라질 것 같았다
느린 나로서는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혼자 졸음과 싸우는 것 보단 나으니까 열심히 따라 붙었다
어느 깔닥 소봉을 올라 다소 넓은 공간을 만나자 그들이 쉬면서 간식을 먹었다
내게도 먹을 것을 권하여 빵과 포도등을 얻어 먹었다
그들은 백복령에서 삽당령까지 종주하는 것이라고 했고 내게 어디에서 출발했느냐고 물어서 원방재에서 자정에 출발했다니까‘난 이런분이 존경스러워~’하는 사람도 있고 대단하다며 격려해 주었다
대원들이 계속 올라오는걸 보니 그들은 버스로 한차 온 모양이었다
걸음이 느리니까 천천히 앞서 가겠다며 먼저 일어섰다
08시40분에 석병산 도달을 생각했었는데 08:35 에 석병산(일명 일월봉)갈림길 3거리에 도달했다
- 08:35 석병산 삼거리 -
불과 5분 거리에 깎아지른 암봉 석병산이 있고 바위봉 바로 아래에 보름달의 경치가 가히 절경이라는 일월문이 커다랗게 뚫려 있다는 것을 알지만 2차 종주시 충분히 보고 즐겼으므로 오늘은 다녀오는 것을 생략했다
석병산을 지난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들 5명이 다시 나를 추월했고 한참 따라 붙었으나 결국은 뒤로 처지고 말았다
두리봉에서 쉬는 그들을 만났는데 사진도 찍어주고 사과등 간식도 권해 주었다
- 09:20 두리봉 -
“사장님은 오늘 대관령까지 가실건가요?”묻기에“예”했더니“웬지 그럴 것 같았어요, 잘하면 6시쯤 도달되겠네요” 한다
“제가 속도가 느려서 어림도 없어요~”했으나“빨리 와도 이렇게 쉬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느리지만 꾸준히 걷는 사람과 차이가 없어요. 백담사에서 용대리로 내려갈 때에는 할머니들이 떠들어대면서 그렇게 느리게 내려갔는데도 나중에 보니까 쉬엄쉬엄 간 우리와 같이 도달되더라구요” 한다
입담 좋은 분이 재미있는 농담을 해서 즐겁게 해 주었다
‘산행은 술 마시는 재미로, 술을 마시기 위해 온다’
‘버스와 여자는 기다리면 온다’
‘산행을 열심히 하면 건강과 여자는 덤으로 온다’
‘자연보호란 00를 단련하여 00를 호강시키는 것이다’등 그는 넉살이 참 좋았다
그래서 좌중이 한참 웃었다
함께 출발했으나 삽당령 전에서 처졌고 한참후 삽당령에 홀로 내려서니 앞서온 종주자 5명이 남은 물과 음료수를 주면서 나머지 구간을 잘 하라고 격려해 준다
“오늘 대관령까지 가려면 힘들겠네요”
“가는대로 가 보다가 안되면 탈출하지요 뭐~”
삽당령 사진도“혼자 다니시니까 사진 찍기가 어렵지요?”하면서 그들이 찍어 주었다
- 10:55 ~ 11:20 삽당령 -
그들은 오늘 삽당령이 목표이므로 이제‘고생끝, 행복 시작’이다
삽당령, 물 인심이 고약하다거나 말거나 할머니의 주막집만 믿었는데 문을 닫았단다
아까 두리봉에서‘할머니의 물 인심이 고약하다’‘ 뭘 좀 팔아줘야지 안 팔아주니까 그렇지’라는 그들의 대화가 있었다
우리는 지난 2차종주시 그 할머니 주막에서 부치기와 동동주를 6 만원 이상 팔아주어서 그런 것은 몰랐었는데 ....
이곳에서 무언가 요기가 될만한걸 사먹고 물도 보충하려 했는데, 어쩌나 ...
삽당령을 내려올때에 계곡물을 받는 것으로 보이는 검은 PE관이 주욱 깔려 있어서 그 파이프가 할머니 주막으로 들어간 것이 아닌지, 옆의 계곡으로 흘러 나가게 되어 있지는 않은지 보러 가자니 차량통행 차단기 너머로 쫄쫄쫄 물소리가 들렸고 가보니 PVC파이프를 타고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아래에 괴인 물은 제대로 흘러 나가지 않고 일부가 고여서 퀴퀴한 냄새가 나지만 너무나 물이 아쉬운 상황이므로 그냥 먹어 주기로 했다
물을 유심히 보아서도 어떤지 알수 없었고 마셔 보니 괜찮은 것 같았다
배가 부르도록 물을 마시고 생각해 보니 불과 1시간 내에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일단 삽당령을 출발하면 물을 구할데는 전혀 없고 배낭에 가져간 물을 점심과 함께 먹으면 닭목재까지 이 뜨거운 날씨에 또 물이 모자라서 애를 먹을 것 같았다
물이 있는곳에서 점심을 먹자 ...
도로변 옹벽에 걸터 앉아서 떠온 물에 밥을 말아서 먹다보니 종주대 후미팀이 왔다
불과 20 여분 차이면 저렇게 후미도 다 오는걸 ...
그들은 좋겠다. 이 뜨거운 날씨에 더 이상 산행하지 않고 이제 먹고 마시며 즐긴뒤에 귀가길에 오르면 되니까 ...
김치국물 싸 온 것은 아까 많이 쏟아져서 모자랐고 튜브 고추장 2개로 밥을 비비고 물에 말아서 먹었다
먹다 보니 꼴뚜기를 한웅큼 가져왔는데 너무 짜서 먹지 않았던게 생각나서 그것으로 반찬을 삼았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소모하고 11:20, 삽당령을 출발했다
여기에서 대관령은 11 시간을 생각했는데 그러면 밤 10시반, 그때까지 갈수 있을까 ?
소봉에 올라섰는데 아까 두리봉에서 지나갔던 사람이 전화하고 있었는데 내가 졸음을 쫓으려고 드러누워 쉬자니“하루에 12시간 이상 걸으려면 피곤하지 않아요?”묻길래 “피곤하고 졸리네요”했다
그는 오늘 백복령에서 출발한 것 같은데 대화실산에서 하산할 계획이란다
먼저 가겠다며 출발하길래 함께 가면 덜 졸리울까 싶어 얼른 따라 붙었다
그러나 그는 또 전화하면서 내게 길을 양보했다
2차종주시에는 삽당령에서 출발하여 석두봉, 화란봉을 지나서 가는데 눈이 그렇게 많이 쌓여서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뚫다가 못해서 닭목재에서 탈출 했었다
오늘은 이렇게 나무와 숲이 우거지고 날씨가 뜨거워서 힘겨운걸 보면 계절의 변화가 참으로 무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전 업무상 현장답사를 하느라고 그 뜨거운 햇볕 아래서 모자나 목 덮개도 없이 4 km넘게 걸었더니 뒷 목이 화끈거리는게 화상을 입은 것 같은 증상이 며칠 지속되었다
오늘도 서둘다가 모자를 준비해오지 못했고 대화실산 갈림길에서 조금전의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난후 숲 그늘이 없는 산길을 한참 걷게 되었는데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도시락을 싼 수건을 풀어서 머리와 목을 덮었다
그 운동용 수건을 꺼내느라고 배낭을 벗고 앉았었는데 한참을 졸았다
이후에는 너무 졸리워서 잠시만 앉아도 바로 졸았고 그러다가 그렇게 잠깐씩 앉아서 졸아갖고는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아예 배낭을 베고 드러누워 자기도 했다
그렇게 산길에 드러누워 자는데 2명이 오다가“왜 그러세요, 어지러우세요?”물었고 나는 보지도 않고“아녜요, 그냥 좀 피곤해서 쉬는 중예요”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졸음과 싸워가며 간신히 간신히 2시반쯤 석두봉에 도달했다
- 14:28 석두봉 -
두사람을 석두봉에서 다시 만났는데 지도를 보더니 이곳이 반쯤 되는 거리란다
내게 어디에서 오느냐고 물어서 오늘 원방재에서 출발했다고 했더니 무척 놀랍단다
그들은 서울에서 왔고, 삽당령에서 닭목재까지 백두대간종주 땜빵을 왔단다
나는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어서 나도 닭목재까지 간다고 했다
대관령까지 간다고 하면 너무 황당해 하지 않을까 싶어서 였다
그들이 쉴때에 먼저 내려섰지만 홀로 걸으니 덥기는 하고 더욱 졸리워서 또 앉아 졸거나 드러누워 자기를 반복했다
어디쯤에선가 그렇게 누워 자는데 지나가는 사람의 소리가 가물가물 들린 것 같았다
그리고 계속 그들은 따라 오지 않았다
아까 지나간게 맞나 ?
화란봉 직전 공터에서 또 한잠을 자고 화란봉에 올라서니 그들이 먼저 와 있었다
석두봉에서 화란봉은 2시간20분을 생각했는데 자다보니 3시간20분이 걸렸다
- 17:40 화란봉 -
닭목재에 내려가면 물을 구할수 있나 물어보니 없을 것 같단다
그들은 재에서 10 분 거리에 민박집을 구해 놓았고 내일 대관령까지 간단다
물이 없냐고 묻더니 얼음이 녹지 않은 병에 조금 남은 물과 얼음까지 주었다
이제 곧 하산만하면 끝이 난다면서 ...
내게 앞서 내려가라고 양보해서 앞서 내려섰고 화란봉에서 닭목재는 1시간10분이라는 이정표를 보았는데 30분후 18:10 에 닭목재에 도달되었다
닭목재에는 나무조각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집이 있었고 지난 2차 종주시 그곳에서 누군가가 작품을 사고 우리는 음료수를 얻어먹은 기억이 있었다
그 집에 무작정 찾아가서 사정할 말을 몇 번씩이나 속으로 리허설 했었다
“안녕하세요, 배가 몹시 고파서 그러는데요, 뭐든지 먹을 것을 좀 구할수 없을까요? 먹다 남은 찬밥, 라면, 음료수, 뭐든지 살께요”
- 닭목재 5분전 거리의 민박 안내판 -
- 18:10~18:30 닭목재 -
그 목공예집 주인여자가 마당에서 풀을 뽑고 있었는데 사정을 하니“여기는 음식점이 아닌데요”한다
“알아요, 근데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러니 좀 부탁해요”
사정해서 라면을 먹기로 겨우 허락을 받았다
시원한 물을 부탁해서 순식간에 큰 컵으로 두컵이나 마셨다
응접실 나무 의자에 잠시 눈좀 붙이려고 누웠는데 라면이 금방 나왔다
라면을 먹는사이에 닭목재까지 온다던 사람중 하나가 와서 물을 부탁하길래 내가 받은 물병의 물을 부어 주었다
고맙게 라면을 먹고 나서“덕분에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했더니 여자가 웃으면서“아이 뭘요~”하더니 차가 한 10 분쯤 있으면 올거란다
벌써 저녁6시30분이 다 되었는데 지금 출발해서 대관령으로 간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어쨌든 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물을 보충하고 나니 용기가 생겼다
지금 산행을 포기하면 제천에서 김영복씨는 아직 출발도 안했는데 여기서 뭐하나 ...
그들이 8시쯤 출발하여 10시 대관령 도착까지 3시간30분쯤 시간이 있으니 더 가보자
여기에서 대관령이 4시간 코스이고 지금부터는 가다가 뭘 먹을게 아니기 때문에 잘가면 밤10시반쯤 도달될지도 모른다
일단 출발하자, 오늘은 좀 늦더라도 그들이 이해해 줄 것이다
더 갈수 있는데 여기에서 포기하면 다음구간 설정에 또 얼마나 애로사항이 많을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18:30 닭목재를 출발했다
해가 짧아져서 저녁 7시반이면 해드랜턴을 켜야 한다
19:30 에 왕산제1쉼터에서 해드랜턴을 꺼내느라고 잠시 앉았는데 또 졸았다
이후에도 가끔 졸면서 길을 벗어나 발길이 숲으로 향하는걸 발견하고는 안되겠다 싶어서 앉아서 잠깐씩 졸았다
그러니 4시간에 대관령에 도달하기는 틀린 일이었다
고루포기산 가는 길에는 능선이 아니라 물이 흐를수 있는 골로 산길이 이어지고 그 길에 키 큰 수풀이 자라서 이 길이 맞나 의심스러운 구간이 여러번 반복되었는데 밤중에 보기에는 그 지형이 비슷한게 왔던길을 또 가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 몇 번씩이나 GPS를 보며 점검해야 했다
- 21:15 고루포기산 -
힘이 드니까 그런 거겠지만 고루포기산에서 능경봉은 참으로 멀고도 지루했다
GPS 수평직선거리로 능경봉이 1 km 밖에 남지 않아서 30분이면 갈까 생각했으나 큰 착각이었다
돌로 만든 계단이 있어서 힘든 오르막길이 있는 산을 6개는 넘는 것 같았고 힘겨워서 기듯이 간신히 기어 올랐다가는 내려서기를 반복한 끝에 밤11시가 되어서야 겨우 능경봉에 도달되었다
- 23:00 능경봉 -
종주 전날에는 무조건 일찍 퇴근해서 자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은 댓가를 이번에 톡톡히 치른 것 같았다
그리고 산악울트라마라톤처럼 긴 구간을 단독으로 주파하는 나의 백두대간 3차종주는 일요일에만 해야겠다
날씨와 교통편 문제 때문에 일요일만 골라서 종주할 수가 없었고 또 그렇다고 한주일을 쉬자니 아쉬워서 토요일 종주를 밀어부쳤지만 언제나 너무 졸립고 힘들었다
금요일날 밤에 산행을 시작하려니까 아무래도 낮에 근무하고 나서 잠 잘 시간없이 밤샘산행에 뛰어 들어야 하고 피로와 졸음을 이기지 못해서 속도가 한없이 느려진다
게다가 목요일날 일찍 자지 못한 영향까지 겹쳐서 오후에는 너무 힘이 들고 다리가 잘 떨어지지 않는다
대관령 직전 샘터에는 물이 잘 나오고 있었다
하산후 시원한 캔맥주를 마실 꿈에 배 부르지 않을만큼만 물을 마시고 병에도 담았다
대관령에는 조금 머물면 추울만큼 시원한 바람이 불어대고 있어서 한여름에 피서를 온다는 뉴스를 보았던 기억이 새로웠다
- 23:30 대관령 -
김영복씨는 내맘을 알았는지 차가운 물병옆에 시원하게 캔맥주를 하나 준비해 왔고 옷을 갈아 입게 한뒤 배고플 거라며 횡계면에서 보았다는 24시 해장국집을 찾아 식사를 하도록 해 주었다
식사후 여자분과 함께 격려해 주는 말을 들으며 나는 뒷자리에서 잠에 빠져 들었다
02시경 제천에 도착했는데 오늘 06시경 대야산 산행을 떠난다는 그에게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