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에게
1. 오늘, 집사람이 모임을 핑계하여 나가면서 지어 둔 밥이 없으니 혼자 점심을 해결하라면서 며칠전 홈플러스에서 사다 둔 스테이크와 양송이버섯, 마늘, 기름장, 먹다 남은 양배추무침, 된장, 상추(집사람이 인도한 천주교 예비신자가 텃밭에서 재배했다면서 삼계탕 대접하고 받은 답례품)등을 내어 놓고 익히는 방법을 설명, 듣고 처음으로 해보니 쉽지 않았다네, 아 음식이란 이래서 만드는 사람, 먹는 사람이 따로 구나 이 나이에 이제야 깨닫다니....
서툴긴 하지만 여기에다 작년에 담근 잘 익은 포도주 몇잔 곁두리니 재작년 겨울 미국 가서 아들넘 집에서 먹었던 스테이크 기억이 나더이다. 하지만 점심으로 떼 우긴 했지만 왠지 찜찜한 이 기분은 무엇인가? 여태껏 굶을 지언즉 밥 한번 차려 먹은 적이 없었는데, 3년 전 시골에 혼자 계시던 어머님(금년 93세)이 골반골절이라는 상해로 수술 후 치료를 받으셔도 거동을 못하시니 논공 가톨릭 요양원에 계시게 되어 집사람이 요양비를 벌어 대겠다는 이유로 태평양화학(아모레)설화수 방판원으로 취업 주말 없이 활동하니, 나야 고생 안 하고 귀하게 크고 자라 지각없는 생활을 해 온 나이지만 그래도 양심은 살아 있는지라 토요일이면 휴무로 사무실에 나기지 않는 지라 진공청소기 +한경희 스팀청소기로 몇 번 집안 청소를 해오는 터, 이러다 설거지까지 하게 되지 않을까 저으기 염려하고 있다네. 성인도 시속을 따라야 한다니...
2. 구입해 달고 나서 네 번 이사에서도 버리지 않고 옮겨 온 에어컨이 시원치 않아 동아쇼핑에 갔지만 욕심이 앞선 지 제대로 달려면 3백만 원을 호가하니 금년에는 선풍기로 여름을 나려고 부부간에 합의를 해두었는데, 맞딸내미는 서울에서 야자학습비로 번돈을 보내줄 테니 에어컨 구입안하면 집에 다니러 안 온다는 협박(?)을 제 엄마에게 하고 (이것을 효도라고 해야 하나 염치라고 하나요? ; 작년 서울 가서 제방에 우리도 없는 에어컨을 마련해 주었으니까)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고에 있는 아들넘 부부는 집을 마련했다기에 제엄마가 궁금하여 사진이라도 찍어 보내라 했더니 집안 내부만 촬영해서 첨부메일하고(아, 외관을 중시하는 우리와 내용을 더 중시하는 젊은 세대와의 차이인가) 부연할 것은 우리아들 내외가 함께 직장생활을 하긴 하지만 이제 정착단계인데 미국의 주택은 ①월세로 살든지 ②은행융자로 집을 구입하여 원금+이자를 부담하든지 하는 모기지론을 시작한 나라이니 소득세 절세를 위하여 집을 장만하였다두만......
3. 지난주 금요일 저녁 미사 후 레지오 주회(꾸리아단장을 지낸 뒤라 눈치 많이 보임)를 마치고, 예의 토요일 오전 집안청소를 당번처럼 마치고, 우리 동문 전체에게 보낼 ‘카페지기의 서신’을 초하고, 12시 예절원의 다도(茶道)입문 수업을 마치고, 회갑 진갑 다지나 이제 겉으로만 알았던 여러 가지 생활예절을 정리를 겸하여, 6대 주손으로 집안동생(사촌11명)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 입장이라 입교한 예절원에서 금주 교과인 현대상례와, 보학상식을 듣고 수련생들과 막걸리로 한 주일을 마감하는데 마누라 어김없이 문자 호출, 저녁먹고 다슬기 주우러 성주가자고 연락, 저녁 7시반에 출발 길이 멀어 친구부부와 함께 1시간 40분 달려간 곳, 이웃소개로 듣도 보도 못한곳 성주군 무흘구곡 선바위 부근, 초 열흘 달밤이지만 깜깜한 물속에서 전등으로 첨벙대며 주워도 2Kg남짓 주어 집에 도착하니 12시반 잠설치고 문화투어(카페에서 소개한)갈 욕심에 새벽에 일어나 6시반 미사드렸다네.
♡ 이 주간일기(6/11금 ~ 6/15수)는 세번에 걸쳐 싣는 그 첫번째라네.
첫댓글 백수가 과로사 한다 카드마~안, 엄청 복잡하게 재미있게 바쁘시넹, 부지런히 사는것은 장수의 비결이기도 하지...
나이들수록 마누라 눈치보며 살아야 집안이 편안한것잉께...다방면으로 훌륳한 상식 쌓아가며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 보기좋습니다.
그신세가 내신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