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외곽에 있는 당림초등학교. 올해 유일한 신입생인 최지효 양이 모습을 드러내자 재학생들은 왕관을 씌워 주며 입학을 반겼다. 교장 선생님은 체육복과 장학금을 전달하고, 최 양과 함께 축하 케이크도 함께 커팅했다."
- 연합뉴스, 2017.3.2.
참 경이로운 입학식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저런 축복을 받으며 입학하는 어린 최 양의 마음은 어떨까? 설레고 들뜬 마음이 하늘에 닿아 풍선처럼 터지는 기쁨을 맛보기에 부족함이 없겠다. 입학 첫날부터 자신을 여왕처럼 받드는가 하면, 체육복과 장학금까지 덤으로 받게 되는 행운은 평생 동안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잊지 못할 추억임에 틀림없다.
갑자기 부모의 품을 떠나 생면부지의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생활해야 하는 어린 아이에게 학교는 낯설고 두려운 공간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고 껴안는 입학식 풍경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이 개운치 않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최 양이 나 홀로 입학한 당림초등학교 정태식 교장의 말에서 그 '피치 못할 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신입생이 매년 1명씩이라도 들어오기 때문에 학교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 "신입생은 보배"라는 말까지 곁들였다. 우리는 정태식 교장의 말을 통해 농촌 학교에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신입생이 감소하면서 올해 강원도에만 24개 학교가 '나 홀로 입학식'을 개최하였고, 그마저 입학생이 한 명도 없어서 입학식 없이 새 학기를 시작하는 학교도 14개교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강원도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신입생 없는 학교가 120여 개교가 넘는다. 이들 학교의 폐교는 이제 시간 문제가 되고 말았다.
무엇이 문제인가? 전문가들은 저조한 출산율과 이농현상을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한다. 이농현상은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지방균형발전정책과 귀농정책 등을 보다 짜임새 있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는 문제지만, 출산율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가계와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와 밀접하게 관련된 데다, 교육과 복지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복잡하고 다층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혼과 가정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사회 성원들의 의식과 태도도 개선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처방이 아닌 범국가적인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고, 국민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한다.
이제 농촌에서 예전처럼 골목을 누비며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들의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웃음이 사라진 자리를 병들고 쇠약한 노인들이 대신 채우고 있다. 그나마 몇 안 되는 농촌 학교의 폐교와 함께 우리 농촌도 폐촌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왕관을 쓰고 체육복과 장학금을 선물 받은 '나 홀로 입학생'인 최지효 양은 행복하기만 할까? 또래 친구 하나 없이 공부해야 하는 심심하고 재미 없는 최 양의 학교 생활에서 대한민국의 쓸쓸하고 그늘진 미래를 미리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