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억의 비즈니스 골프 |캐디는 비즈니스 우먼
골프장에서 제일 먼저 신경 쓰이는 것은 그 날의 캐디가 누구인가이다. 라운드 시작할 때부터 플레이어와 캐디 간에 탐색작업이 시작되고 2∼3홀 정도까지 호흡을 맞춰야 한다.
우선 사전 스트레칭 운동을 시키는데 이때 캐디가 얼만큼 숙련도가 있는지 탐색한다. 제대로 배웠는지 또 손님들을 리드하는 자질이 있는지 알아본다. 다음에는 대개 첫홀은 뒤 팀들 때문에 바쁜 홀인데 4명의 고객을 어떻게 조정하여 기분 나쁘지 않게 타임을 운영하는지를 주위해서 살펴본다.
그리고 유능한 캐디라면 그 날 자기 팀 플레이어의 성격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흉허물 없는 동창관계인지, 또는 두 사람 두 사람이 친구관계인지에 따라 리드하는 기법이 다르게 나타나야 한다.
흉허물 없는 친구 사이라면 너무 한 사람만 튀지 않게 4명의 플레이어에게 각 홀마다 위너(winner) 찬스를 주며 시의적절하게 립서비스를 해준다.
접대 내지는 비즈니스 골프라면 캐디도 호스트의 입장이 돼서 게임을 이끌어가야 한다. 상대방 기분이 좋게 그린에서 라인도 잘 봐주고 컨시드도 유도해 좋은 점수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두 사람 두 사람 소위 페어플레이일 경우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각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
필자는 골프장을 갈 때마다 유능한 캐디를 보고 감탄한다. 어느새 4명 플레이어의 골프채를 구분해 놓고 각각의 거리를 숙지해 남은 거리에 따라 클럽 선택을 해준다. 1명 개인의 점수도 계산하기 어려운데 4명의 점수를 정확히 계산해 스코어 카드에 적어 넣는다. 간혹 몇 홀을 한꺼번에 적기도 한다.
반면 유능하지 못한 캐디는 집중력과 정성이 없는 것 같다. 경험이 부족해 다소 서툴러도 열심히 발로 뛰며 노력하면 대부분의 골퍼들은 만족해한다. 그러나 라운드 시작 전 스트레칭 시범부터 대충 대충하고, 볼 위치를 파악하려 하지도 않고, 산만하게 진행을 하면 캐디로서는 낙제다.
경영에서도 똑 같다. 목표가 정해지면 ‘누구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알고 나왔나’하는 배짱과 열성으로 일을 해야 한다. 모르면 직장 선배에게 소주라도 대접하며 묻고 인맥을 찾아, 연고를 찾아 노력해야 한다.
‘하느님도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 면에서 유능한 캐디는 다음에 사회에 나와서도 유능한 경영자로 클 수 있는 소질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 문제는 세상을 사는 ‘열정’이다. 이 ‘열정’을 갖고 살다보면 모든 주위 사람들이 다 알아주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임무를 맡은 캐디에게 주어지는 권한은 너무 빈약한 것 같다. 배에서는 선장이 모든 것을 총괄하듯이 일단 필드에 나가면 캐디에게 모든 진행을 맡겨야 한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캐디의 진행에 전적으로 따라야 한다. 캐디에게 심판과의 역할도 부여해 룰을 놓고 플레이어들이 왈가왈부하지 말아야 한다. 경영에서도 책임과 권한을 같이 부여해야 하듯이….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회장 라종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