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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 영 여행객원기자 laddersy@hanmail.net 덕적도 비조봉(292m)에 오르면 남동쪽 바다에 붓으로 획을 그은 듯 소야도, 소이작, 대이작도, 승봉도, 풍도가 연이어 달린다. 남서쪽으로는 먹물을 떨어뜨린 듯 점점이 흩어진 수많은 섬들이 꽃송이처럼 피어 있다. 수심이 깊은 바다에 자리한 큰물섬인 덕적도를 위시한 덕적군도인 섬 속의 섬들이다.
우연한 고립을 꿈꾸는 곳 시끄럽고 어수선하던 도시를 떠나 한 두 시간 만에 벌써 바다 바람에 익숙해져 있다. 배가 만들어 내는 포말이 바다를 가르며 섬들은 나타났다 다시 사라진다.
섬을 찾을 때면 전설 속 ‘이어도’를 떠 올리며 우연한 고립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이생진 시인의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는 시구를 생각하며 푸른 바다의 코 끝 시린 감촉을 느낄 즈음, 바다 한가운데 배의 방향에 따라 한 개, 두 개, 또는 세 개로 보이며 남매의 애달픈 사랑을 간직한 채 서 있는 선단여는 파도를 하얗게 부수어 내고 있었다. 여객선은 선단여가 보이는 바다를 비껴가듯 원을 그리며 문갑도, 지도, 울도, 백아도, 굴업도를 짝수 날과 홀수 날의 항로를 반대 방향으로 바꾸며 지나간다. 여러 섬들에 대한 공평한 배려에서 만들어진 운항 노선이다. 갈매기만 앉아 있는 섬, 기암괴석이 즐비한 섬, 바람을 피해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이룬 섬, 푸른 구릉에 나무 한 그루가 그늘을 만들며 서 있는 섬. 섬들.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곳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75㎞ 해상에 덕적도가 있고 그곳에서 다시 남서쪽으로 13㎞ 거리에 작은 섬이 있다. 사람이 엎드려 있는 형상이어서 굴업도라는 지명이 붙여진 섬이다. 선착장에서 사람이 사는 큰말을 가려면 언덕을 넘어 20분 거리의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걷거나 좌측 바위 언덕을 올라 등산하듯 해안으로 간다. 트럭이 서 있다면 아무 차나 올라타면 된다. 대부분 민박집에서 마중 나온 차이니 손쉽게 마을로 가는 방법이다. 굴업도는 1990년에 핵 폐기장 선정문제로 한번 몸살을 앓았다. 근래에는 대기업의 리조트개발 계획으로 환경단체의 반발과 함께 주민들 간 보이지 않는 이권 대립까지 있었다. 그러나 마을 앞 해변을 보면 세상사 이야기는 사라진다. 시멘트로 포장된 마을의 골목을 지나 송림 숲을 빠져나오면 눈부신 해안이 펼쳐진다. 하얀 모래펄은 수백여 미터의 원형을 그리며 바다를 품었고 해안은 잔잔해 멀리 선단여까지 수평을 이루듯 스며든다.
해안의 왼편 끝 지점에 깊은 바다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해식와지형의 토끼섬은 파도의 염분과 침식으로 생긴 작은 동굴들로 이뤄진 섬이다. 썰물 때를 이용하면 다양한 동굴을 볼 수 있다. 해안의 오른편 바위지대를 지나면 바다가 양 옆으로 보이는 잘록한 언덕을 만난다. 억새능선이다. 오솔길 따라 피어 있는 억새꽃은 해풍이 꽃 마디 마디를 흔들때면 더욱 하얗다. 그 길 끝에는 소사나무가 하늘을 덮어 침침한 포물선 같은 깔닥 길이 있다. 숨이 차게 잠시 오르면 시야가 환하게 트인 푸른 구릉지대가 펼쳐진다. 봄이면 연초록의 초지가 푸른 바다와 삼삼히 어우러지고 가을이면 하얗게 피어오르는 수크렁 꽃들로 눈이 부시다. 수크렁은 강아지풀처럼 생긴 큰 벼과의 식물로 9월에서 10월 사이 꽃이 핀다. 바다가 사면으로 보이는 구릉은 밤이면 섬 속에 또 다른 섬을 만든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밤하늘이 푸르게 깊어진다. 환한 빛 속에서도 깜박이는 북극성과 북두칠성은 바다로 떨어질듯 하고, 멀리 서쪽 수평선을 가득 메운 수 백척 고기잡이 배의 집어등과 억새꽃 속으로 부서지는 달빛들과 어울려 바다 위에 천구의를 그리기도 한다. 굴업도는 선착장을 기점으로 구릉으로 이뤄진 서섬과 산이 우뚝 솟은 동섬으로 나뉜다. 목기미해변은 서섬과 동섬을 이어주는 모래 길이다. 모래가 만들어낸 해안선이 섬과 섬을 연결한 연륙사빈 지형이다. 모래 길에는 나무 전봇대 몇 개가 줄지어 있다. 동섬에 사람이 살았었다는 흔적이기도 하다. 전신줄은 없지만 아직 과거와 교신 중인 전봇대는 큰 밀물 때면 잠시 잠기기도 한다. 동쪽 섬의 작은 언덕 너머 붉은 모래 해변으로 가는 길목에는 왼쪽의 연평산(128m)과 오른쪽의 덕물산(138m)이 키 재기하고 있다.
| ▲남매의 애달픈 사랑의 전설을 간직한 돌기둥 ‘선단여’ |
연평산에 오르면 목기미해변이 끊어질듯 서섬과 이어지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검은 기암절벽과 만난 바다가 햇빛에 반사돼 눈부신 은빛을 가득 뿜어내며 굴업도 풍광의 정점을 찍기도 한다. 물이 차오르면 해안 사구 아래 코끼리 바위가 바다로 걸어들어 가며 섬은 바다와 한 몸이 된다. 굴업도는 홀수 날이라면 덕적도에서 1시간 정도 거리지만 짝수 날은 2시간 정도 걸린다. 배가 반대편으로 돌아서 가기 때문이다. 그런 날은 30분 간격으로 나타나는 섬들의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때론 객실에 누워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 일찍 서두른 보상일 것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낮선 곳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는 것은 섬 여행의 매력이기도 하다. 여행정보
북의 연평도 폭격 이후 발길이 끊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옹진군은 전략적 관광을 위한 옹진섬 나들이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매해 3월부터 7, 8월을 제외하고 예산 소진 시까지 5개면(연평, 백령, 대청, 덕적, 자월)을 여행 목적으로 방문 시 여객선 운임의 50%(보조금 30%, 선사 15%)를 지원하고 있다. ◈인천→덕적도 : 쾌속선 스마트호와 코리아나호가 평일 2회(09:00, 15:00), 주말 4회(08:20, 09:00, 13:40, 16:00) 왕복 운항 ◈덕적도(진리선착장)→굴업도 : 평일 1회 / 성수기 2회 운항 (홀수일과 짝수일에 따라 운항 거리시간에 차이가 있다) ◈민박 : 장할머니 민박(☎032-831-7833) 등 9개 정도의 민박이 있다.(해초 및 산나물로 이뤄진 백반 주문 가능) 바로가기 ☞ 굴업도 http://www.hapt.co.kr/sub_read.html?uid=29504§ion=section66 |
첫댓글 멋진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