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지 음식은 정해진 종류가 없지만 옛 풍속으로는 12가지의 양념과 육류, 전, 찜, 조림, 과일, 떡, 한과, 술 등을 종류별로 한 가지씩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서너 가지라도 정성스럽고 맛깔스럽게 준비하면 된다.
예식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는 요즘은 특히 양보다는 질적인 부분에 신경써서 준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러므로 이바지 음식을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이 그 음식이 시댁 친지들의 상에 올랐을 때 신부댁의 정성을 얼마나 깊게 전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세종호텔의 왕실 폐백 이바지 ‘은하수’의 조리를 담당하는 김미경 주임은 “이바지 음식은 한 집안의 가풍을 볼 수 있는 상징적인 과정이며, 양가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죠. 그러나 허례허식으로 다양한 음식만 준비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신세대들은 집안의 가풍이나 문화에 맞춘 품격있는 요리만 선정해서 준비하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세트로 구성된 이바지 음식보다는 저렴하고 실용적인 단품 위주의 음식으로 맞춤 주문을 많이 합니다.”
떡은 잔칫상에 올렸을 때 분위기에 잘 어울리고, 그 미감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특성을 지녔기 때문에 이바지 음식의 기본 아이템이다. 또한 양이 푸짐하므로 참석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줄 수도 있다.
각종 전을 모듬으로 마련하는 것도 좋다. 전은 잔칫상에서 술안주로 인기가 높다. 기호에 따라 조림이나 찜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다. 다양한 해산물을 조린 것은 손님들에게 귀한 음식으로 느껴지며, 생선이나 갈비는 잔칫상을 화려하고 다채롭게 꾸며준다. 시아버님께 올리는 술은 필수이며, 굳이 전통주로 하지 않아도 된다. 취향을 미리 여쭤보고 즐기는 종류로 준비하면 된다. 이바지 음식을 보낼 때 주의할 점은 전통적으로 날것은 보내지 않는다는 것. 신선하게 조리하여 드시라는 배려에도 불구하고 생갈비나 굴비를 이바지로 보내는 것은 결례가 될 수 있으니 시댁에 미리 상의하는 것이 좋다.
이바지 음식 포장 및 전달
이바지 음식은 그릇이나 바구니에 담은 후 한지로 한 번 두르고 보자기로 싸서 보낸다. 폐백과는 달리 보자기의 색상에 제한이 없다. 이바지를 보낼 때 신부의 어머니가 시어머니에게 편지(이를 사돈지라고 한다)를 동봉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오늘날에는 대부분 생략하고 있다. 부족한 여식을 잘 돌봐달라는 당부의 말을 적는데, 현대에도 계속 이어갈 만한 아름다운 전통이다. 이 사돈지는 음식 중 가장 주가 되는 것에 올리고 보자기로 싸서 보내면 된다.
용기로는 칠기류나 대바구니, 또는 자기 그릇 등을 사용하며 플라스틱 용기는 성의가 없어 보이므로 가급적 피하자. 술은 보자기로 싸지 않고 술이 든 케이스 째로 점잖은 색의 포장지로 싸면 된다. 과일 상자를 싸는 종이 포장지와 색상을 통일하는 것도 센스 있는 방법. 이바지 음식은 신부의 동생이나 오빠 또는 그 비슷한 연배의 친척이 가져간다. 물론 신행 때 가져가는 것이라면 신랑 신부가 가져가면 된다. 직접 드리지 못할 경우 주문한 업체의 직원이 공손하게 가져다 드리는 것이 가장 적당하지만, 택배나 용달을 이용하는 업체라면 예절을 갖춘 전달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시댁이 멀리 있는 경우 가져가는 동안 음식이 상할 수 있으므로 신선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보자기로만 쌌을 때는 포개어놓을 수 없으므로 업체에 박스에 넣어달라고 주문하자.
+ 이바지 음식 활용하기
손님을 치르고 남은 이바지 음식은 잘 보관했다가 아침상 차리는 데 활용하면 된다. 떡 종류 중 팥앙금이 들어 있는 떡(경단, 화전 등)은 가급적 당일 다 먹는 게 좋다. 팥앙금이 상할 염려가 있고 냉장 보관하면 딱딱해져 먹기 힘들다. 약식이나 쇠머리떡, 인절미 등은 적당한 분량으로 나눠 비닐 팩에 밀봉한 후 냉동 보관하면 된다. 약식이나 쇠머리떡은 전자레인지로 해동해 먹고, 인절미는 버터를 두른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먹으면 더 감칠맛이 난다.
한과는 그늘지고 선선한 곳에 두었다가 귀한 손님이 오실 때 차상에 함께 곁들여 대접하면 별미가 된다. 각종 전류는 2~3일 이상 상에 올리기에는 식상할 수 있으므로, 요리책을 펼쳐놓고 신선로 요리를 만들거나, 간단하게 섞어찌개를 한다. 생선이나 조림 종류는 냉동시켰다가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