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달님
출판사 : 국민서관
송재찬 글, 이종미 그림
발제자 : 용회수
발제일 : 2021년 5월 27일
『옛이야이와 어린이책』(김환희지음, 창비, 2009)
제1부 우리 옛이야기
2장.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통해 본 옛이야기 그림책의 딜레마
「해와 달」의 눈 : 똥 마렵다던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p.45) 판소리에 그 고갱이를 보여주는 ‘눈’대목이 있듯이, 옛이야기에도 그 고갱이를 보여주는 눈이 있다. 주어진 옛이야기의 눈을 잘 잡아내야 좋은 그림책이 된다.
(p.47) 아이들이 자신들의 지혜와 용기로 호랑이와 맞서 처음으로 이기는 통쾌한 대목이 「해와 달」의 눈이다. ⓐ위기에 처한 오빠의 배짱과 침착성, ⓑ우스꽝스럽고 어수룩한 호랑이 모습, ⓒ이야기꾼의 익살스러운 사투리, ⓓ오누이와 호랑이가 나누는 긴장감 넘치는 대화등에서 옛사람들의 이야기철학, 삶의 지혜, 해학을 잘 느낄 수 있다. 이 대목이 생략된 탓에 그림책에서 오누이는 무기력해 보인다. 호랑이의 계략에 속아 문을 열어준 뒤에 하느님의 은총으로 겨우 목숨을 건지는 나약하고 의존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림책에서 이 대목이 한결같이 생략된 까닭이 무엇일까?
①어린이책 작가들이 입말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다양하게 수집해서 읽지 않고 기존 책을 참조해서 이야기를 구성한 것 같다.
(p.49) ②교육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고려한 것일 수도 있다. 어머니의 옷을 입은 호랑이가 갓난아기를 먹는 것, 오누이에게 똥을 그냥 방에다 누라고 하는 것 등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엇비슷한 대화가 여러 차례 반복되는 것이 문학성을 떨어뜨린다ᅟᅩᆨ 판단했을 수도 있다.
글과 그림의 소통과 단절
(p.55) 그림이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글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면, 또 글이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그림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면 내 생각에 그 그림책은 그리 좋은 그림책이 아니다. 글과 그림이 서로 지배하지 않으면서 대화를 나눌 때 그 그림책은 아름답게 느껴진다. 내가 살펴본 (시공주니어, 보림, 국민서관, 마루벌) 네 그림책 가운데 글과 그림이 조화를 잘 이룬 책, 글과 그림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있는 책은 내 생각에 국민서관에서 나온 『해님달님』뿐이다. 국민서관 본을 보다 보면 그린이와 글쓴이가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했다는 느낌이 든다. 글이 말한 것을 그림이 굳이 되풀이하지 않고, 그림이 말한 것을 글이 굳이 되풀이하지 않는다. 생략과 압축의 묘미를 잘 살려서 그림이나 글에 놀라울 정도로 군더더니가 없다.
(p.57) 보림 본의 경우, 호랑이가 오누이를 흘깃 보는 모습과 치마 밑으로 삐져나온 호랑이 꼬리를 보고 놀라는 오누이 모습이 동시에 그려진 왼쪽 그림과 “호랑이는 수건을 푹 눌러쓰고 부엌으로 들어갔단다. 그런데 치맛자락 사이로 꼬리가 삐죽 나온 거야”라는 글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오빠는 환한 해가 되고 누이동생은 은은한 달이 되었다는구나”로 처리한 서도 아쉬운 점이다.
(p.60, 시공주니어 본) 아무리 무서운 이야기라도 이야기꾼의 몸짓과 표정을 보면서 여럿이 함께 들으면 충격을 덜 받는 법이다. 어둡고 음산한 색조로 호랑이의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몸과 꼬리, 오누이의 겁먹은 표정을 보여주는 그림에서는 이야기판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오누이가 똥 마렵다고 둘러대는 대목에서 어린이 독자들이 그러한 그림을 보면서 해학과 익살을 느낄 수 있을까? 송수정이 그렸어야 할 그림은 달아나는 오누이의 겁먹은 표정이 아니라 어수룩한 호랑이와 기 싸움을 벌이는 오누이의 침착하고 당찬 표정이다. 그림으로 표현해야 할 분위기는 오누이의 마음속에 자리한 거대한 공포가 아니라 오누이의 호랑이가 벌이는 기 싸움을 어른들의 구수하고 익살스러운 입말로 들으면서 아이들이 느꼈을 이야기판의 분위기다.
(p.62 마루벌 본) 서구의 렌즈를 통해 우리 옛이야기를 들여다본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민화 속 ‘까치 호랑이’와는 너무도 다른 낯선 호랑이 그림만이 서구적인 것은 아니다. 글 곳곳에서 서구 설화의 영향을 읽을 수 있다. 아이들이 호랑이의 손을 의심하자 호랑이가 “어떻게 할ᄁᆞ 궁리하다가 집으로 가 앞발의 털을 깎고는 하얀 쌀가루를” 바른다는 설정, 아이들이 문을 열어주자마자 호랑이가 “어흥!”하고 덤벼들고 오누이는 있을 힘을 다해 달아난다는 설정, 위기에 빠진 아이들에게 구원의 줄을 내려주는 존재가 어머니라는 설정은 그림 형제의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를 연상시킨다. 최양숙은 「해와 달」이 ㉠우리 옛사람들의 우주관이 담긴 민간신화라는 사실, ㉡어머니의 품을 벗어난 오누이가 홀로서기를 하는 이야기라는 사실, ㉢오누이가 그림 형제의 아기 염소들과는 달리 지혜와 용기로 침착하게 ‘악’과 맞섰다는 사실, ㉣아이들의 도주가 역동적인 달리기가 아니라 ‘고요 속 움직임’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 같다.
네 그림책 가운데서 최약숙의 글이 가장 많은 문제를 지닌 것은 작가가 「해와 달」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 체험과 상상력에 의존해 글을 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양숙이 이야기를 잘못 해석했다는 사실은 책의 말미에 쓴 작자 후기를 읽으면 더욱 확실해진다. 그는 “기품 있고 용맹스러운 모습으로 오랜 세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호랑이를 기리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라는 어처구니없는 창작동기를 밝힌다. 그렇다면 다른 옛이야기를 선택했어야 한다.
‘들려준’이야기를 ‘보여주는’어려움
(p.64) 「해와 달」은 단순한 민담이 아니라 ‘음양(陰陽)의 조화’와 ‘천지인(天地人)의 조화’를 추구하는 우리 옛사람들의 무교적 세계관을 읽을 수 있는 민간신화다. 힘들고 암울한 삶을 버티어나간 우리 옛사람들의 아픔과 지혜가 담겨 있는 이야기다. 나아가 세계적인 보편성을 갖구초 있어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해와 달」은 어른이 아이에게 직접 들려주지 않고 그림책으로 보여줄 경우 조심성이 많이 필요한 이야기다. 몇 해 전 대학생들의 유년기 독서체험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의외로 여러 학생들이 「해와 달」을 유년기에 접했을 때 커다란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한 학생들은 대부분 ‘어른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이 아니라 ‘전집 속에 꽂혀 있는 그림책을 혼자 보던 아이들’이었다.
(p.65) 민속적·신화적 가치를 무시하고 잔혹한 화소들을 무조건 잘라낸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유익한 그림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 구전설화에서 화소들을 그대로 따온다고 해서 옛사람들의 이야기정신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야기판에서 작중인물들의 몸짓과 말투를 흉내 내는 이야기꾼으로부터 청중이 이야기를 들을 때 느꼈을 그 훈훈한 분위기와 사람들 사이에 오고갔을 내밀한 교감을 살려야 한다.
4. 이야기 나누기
㉮기존에 알고 있던 「해와 달」 옛이야기와 그림책의 내용에 차이가 있나요?
㉯본인이 읽은 「해와 달」 옛이야기 그림책의 글과 그림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해와 달」에서 살리고 싶은 화소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제목 | 출판사 | 출판 년도 | 글 | 그림 | 어머니의 희생 | 문앞 문답 | 갓난아기 | 똥 | 우물안 문답 | 나무위 문답 | 동아줄 문답 | 해와달 | 수수밭 | 글그림의 조화 | 비고 |
| 웅진닷컴 | 2003 | 이주혜 | 이혜리 | 개떡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 | ○ | △ | 그림 무서움 |
해님 달님 | 국민서관 | 2004 | 송재찬 | 이종미 | ○ | ○ | × | × | 조리 바가지 | 참기름 도끼 | ◎ | △ | ○ | ○ | 첫책으로 적합 |
| 보림 | 2006 | 이규희 | 심미아 | ○ | ○ | × | × | 조리 바가지 | 참기름 도끼 | ○ | 틀렸음 | × | △ | 긴박함 필요없음 |
| 시공주니어 | 2006 | 이경혜 | 송수정 | 수수 팥떡 | ◎ | × | ○ | 조리 바가지 | 참기름 도끼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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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 달님이 된 오누이 | 마루벌 | 2006 | 최양숙 윤정숙옮김 | ○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 | 옥수수밭 | △ | 그림이 너무 무서움 |
| 씽크하우스 | 2007 | 양연주 글 | 전갑배 | ○ | ○ | ○ | ○ | 조리 바가지 | 참기름 도끼 | ◎ | ◎ | ○ | △ | 엄마가 너무 할머니같음 |
해님 달님 | 미리내 | 2008 | 이호선엮음 박홍남감수 | 김세진 | ○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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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 달님 | 사파리 | 2008 | 박영만원작 운유순엮음 | 남주현 | ○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 | ○ | △ | 범 죽었다며? |
| 사계절 | 2009 | 김성민 | ○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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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솔교육 | 2009 | 박윤규 | 정성화 | 수수 팥떡 | ◎ | × | ○ | 두레박 손 | 참기름 도끼 | ○ | △ | × | △ | 미친 호랑이의 눈 |
| 보리 | 2015 | 홍영우 | ○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틀렸음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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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가우스 | 2016 | 박성아 | 강현주 | ○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 | × | ○ | 민화 호랑이 |
| 프뢰벨 | 2017 | 프뢰벨 | 양혜원 | ○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 | ○ | △ | 그림이 조잡 |
| 블루래빗 | 2018 | 양승현 | 날 | ○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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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출판사 | 출판 년도 | 글 | 그림 | 어머니의 희생 | 문앞 문답 | 갓난아기 | 똥 | 우물안 문답 | 나무위 문답 | 동아줄 문답 | 해와달 | 수수밭 | 글그림의 조화 | 비고 |
| 웅진닷컴 | 2003 | 이주혜 | 이혜리 | 개떡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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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 달님 | 국민서관 | 2004 | 송재찬 | 이종미 | ○ | ○ | × | × | 조리 바가지 | 참기름 도끼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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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림 | 2006 | 이규희 | 심미아 | ○ | ○ | × | × | 조리 바가지 | 참기름 도끼 | ○ | 틀렸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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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주니어 | 2006 | 이경혜 | 송수정 | 수수 팥떡 | ◎ | × | ○ | 조리 바가지 | 참기름 도끼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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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 달님이 된 오누이 | 마루벌 | 2006 | 최양숙 윤정숙옮김 | ○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 | 옥수수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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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씽크하우스 | 2007 | 양연주 글 | 전갑배 | ○ | ○ | ○ | ○ | 조리 바가지 | 참기름 도끼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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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 달님 | 미리내 | 2008 | 이호선엮음 박홍남감수 | 김세진 | ○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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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 달님 | 사파리 | 2008 | 박영만원작 운유순엮음 | 남주현 | ○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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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계절 | 2009 | 김성민 | ○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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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솔교육 | 2009 | 박윤규 | 정성화 | 수수 팥떡 | ◎ | × | ○ | 두레박 손 | 참기름 도끼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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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 | 2015 | 홍영우 | ○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틀렸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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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가우스 | 2016 | 박성아 | 강현주 | ○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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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뢰벨 | 2017 | 프뢰벨 | 양혜원 | ○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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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래빗 | 2018 | 양승현 | 날 | ○ | ○ | × | ○ | ○ | 참기름 도끼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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