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2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한, 중, 일의 차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차·공예 박람회'가 열립니다. 이번 박람회에는 국,내외에서 차와 공예 관련 140여개 업체가 참가해 차 시연, 다악, 다무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열립니다.
그런데 이번 이번 박람회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은 중국 최대의 보이차 생산업체인 '대익그룹'이 한국 진출을 선언한다는 점입니다. 대익그룹(일명 맹해차창)은 중국 보이차 시장의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입니다. 이미 지난 9일 자본금 백만달러를 직접 투자해 (주)대익 인터내셔날코리아를 설립하고 부산 해운대에 한국지사를 마련해 11월 말쯤 운영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앞으로 판매 대리점 모집 등 유통망 구축, 신상품 개발과 함께 향후 차문화 교육을 위한 차도원을 설립하고 다양한 차문화 홍보 및 교류사업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대익그룹은 올해로 71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회사로 2010년 기준 8천톤의 원료 생산과 6천억 원의 연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2천여 개의 판매대리점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 제일의 차기업입니다. 대표상품인 '대익보이차'의 제조기법은 중국의 '국가 무형문화 유산목록'에 수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대익'의 한국진출은 점차 보이차 수요층이 늘고 있는 한국 보이차 마니아들에게는 희소식인데요. 국내 차 동호회원들사이에는 첫째, 가짜 보이차가 시중에 널리 유통되고 있는 현실에서 진품을 구할 수 있는 검증된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둘째로 중간 다단계 유통경로가 아닌 직판으로 보다 싼 가격에 보이차를 접할 수 있으며, 세째로 보이차를 둘러싼 다양한 정보와 다양한 상품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 입니다.
반면 중국의 거대기업이 들어와 한국 보이차시장을 석권할 경우 국내 보이차 수입상인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보이차 가격의 거품이 지나치고 가짜도 판을 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국내 보이차 시장의 투명성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한국지사를 왜 서울에 두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대익 관계자는 그러더군요. 인구 대비 보이차 수요층이 부산과 대구를 축으로 한 영남권이 훨씬 두텁다고 말이죠. 또 부산과 대구 시장의 반응이 국내 보이차 시장 전체의 바로미터가 된다고 하더군요. 아마 전통사찰이 많고 보이차 수요층이 불교계를 중심으로 두텁게 형성되는 것이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익그룹은 앞으로 국내 사정을 보고 서울 등지에 지사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대익그룹 우웬즈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익의 한국진출은 정상적인 국내 통관절차를 거쳐 거품을 뺀 정직한 가격으로 진품 보이차를 공급할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단순히 보이차 판매에서 벗어나 한·중·일 차 문화의 이해와 문화교류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회장은 "단순히 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문화를 파는것이 자신의 철학"이라며 중국 본사는 물론 2천여 대리점 모두 수익 금액의 10%를 사회봉사 기금으로 내고 있는데 이는 대리점 모집조건이기도 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보이차의 원산지인 운남성 성도인 쿤밍에서 '한·중·일 차문화 국제 교류전'이 열렸습니다. 여기에서 한국 차문화 동호회 2팀과 일본과 중국 차문화 시연단 각 한 팀이 참가해 자국의 차문화를 시연했습니다. 정말 세 나라 모두 독특한 차문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 시연단은 5백 년의 역사를 가진 '우라센케' 다도 시범을 했는데 엄숙하면서도 정신의 수련을 강조한 '다도(茶道)'를 선보였습니다.
한국의 A팀은 양반가 규수들의 다례를 선보였는데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에서 벗어나 차를 마시며 난을 치고 시를 읊고 동래 학춤을 추는 다문화를 보여 주었습니다. 예의를 중시해 한국의 다문화는 '다례(茶禮)'로 압축해 설명하더군요. 한국 B팀은 A팀과는 달리 생활속의 차문화를 선보였는데요, 간결하면서도 소박한 차문화를 선보여 실용적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중국 차 시연단은 현란한 손놀림으로 차를 우려내는 과정을 선보이면서 요가를 겻들여 심신수양을 강조했습니다. 중국의 차문화는 한마디로 차 맛을 강조한 '다예(茶藝)'로 요약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보시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