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빨간 티셔츠
종화는 긴장해서 그 빨간 티셔츠의 여인을 주시했다.
이윽고 자리에 앉은 그녀는 맥주를 한 잔 벌컥벌컥 들이켜고 나서 뭐라고 떠들어댔다.
그러자 다른 두 여인이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키득거리고 웃어댔다.
종화는 슬그머니 동희를 돌아보았다.
묻지는 않고 그냥 돌아보기만 했는데 동희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
저 여자가 틀림없어요! 틀림없는 저 아줌마예요!
" 다급하게 속삭이는 소리였지만 종화한테는 그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그는 당황해서 손가락을 세워 입을 가렸다. "
목소리가 너무 크다.
자세히 봐, 그 여자가 틀림없는지 자세히 보란 말이야.
" "
틀림없어요.
그 여자가 틀림없어요.
저 여자가 아기를 업고 장미하고 함께 택시를 타고 갔어요.
틀림없는 그 여자예요.
" 세 명의 여인들은 뭐가 그렇게도 우스운지 연방 웃어대고 있었다.
그들과는 대조적으로 양미화와 동희의 어머니는 얼어붙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밴드가 다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무명 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왈츠 곡이었다. 플로어는 금방 사람들로 가득 찼다.
종화는 백만 원짜리 수표를 꺼내 동희의 손에 쥐어 주었다. "
넌 지금 화장실에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저 아주머니가 나타나면 이걸 전해 줘.
그리고 엄마하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장미 엄마는 가지 말고 그대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
" 동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가는 것을 보고 포주도 슬그머니 일어서고 있었다.
동희가 소변을 보고 나오니 포주가 거울 앞에 서서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화장실 안에는 마침 그들뿐이었다. 포주는 홱 돌아서서 동희를 쏘아보았다.
사나운 눈초리에 동희는 주춤하고 물러섰다. "
돈 가져왔어?
" 그녀는 다짜고짜 그것부터 물었다.
그리고 동희가 겁먹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없이 수표를 내밀자 거칠게 그것을
낚아채서는 액수가 맞는지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이윽고 그녀는 만족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지 주머니 속에 챙겨 넣고 나서 출입문 쪽을 한 번 살핀 다음, "
그 여자가 맞니? 빨간 옷 입은 여자가 맞니?
" 하고 물었다. 동희는 여전히 겁먹은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종화는 오지애 앞에 서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정중히 목례를 보내고 나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
실례합니다.
함께 추시지 않겠습니까?
" 오지애는 담배에 불을 붙이다 말고 그를 힐끗 올려다보았다.
그때 포주가 자리로 돌아왔다.
오지애는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 연기를 깊이 빨아들였다가 종화를 향해 그것을 후우 하고
내뿜었다. 그녀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흰 옷을 입은 여인이 그녀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
빨리 나가라 얘.
서 있는 사람 체면도 생각해 줘야 하지 않겠니? 빨리 나가 봐.
" 그러자 포주도 덩달아 그녀를 부추겼다. "
폼 잡지 말고 빨리 나가 봐.
신사 스타일 구겨지기 전에 빨리 나가 줘.
" "
웃기지 마, 나가고 싶으면 너희들이나 나가! 난 술이나 마실래.
" 그녀는 빈 잔에 맥주를 따랐다.
맥주 거품이 잔 밖으로 흘러 넘쳐 테이블 시트를 적셨다.
음악은 블루스 곡으로 바뀌고 있었다. "
그럼 내가 나간다.
" 흰 옷 입은 여인이 대신 일어섰다. "
저하고 추실래요?
" "
네, 그러죠.
" 종화는 조금도 내색을 하지 않은 채 그 여인과 함께 플로어로 나갔다.
그녀는 니그로처럼 입술이 두껍고 몸에 군살이 많았다.
기본 동작도 제대로 익히지 않는 상태에서 마구 몸을 밀착시키고 비벼대기만 하는 것이어서
종화를 무척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싫은 기색을 보이지 않은 채 인내심을 가지고 그녀를 리드해 나갔다. "
아저씨는 뭘 하세요?
" 그녀가 술 냄새를 풍기며 물었다. "
장사하고 있습니다.
"장사하는 분 같지 않은데요? 무슨 장사 하세요?"
"집 장사 합니다."
"어머, 그러세요? 그럼 돈 잘 버시겠네요?"
여인의 물컹한 살집이 온몸을 짓누르는 것같이 느껴졌다.
"아주머니는 무슨 일을 하시나요?"
"우리야 뭐 먹고 놀지요. 벌어 놓은 것 까먹고 있어요."
그러면서 그녀는 킬킬거리고 웃었다.
화장품 냄새가 역겨웠지만 종화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의 태도는 부드럽고 점잖았다.
그것이 그녀에게 호감을 준 것 같았다.
"다른 친구분들도 마찬가지인가요?"
"네, 셋 다 과부예요. 끼리끼리 모여서 즐기러 온 거예요. 즐기러 온 게 뭐 나쁜 건가요?"
"아아뇨! 즐긴다는 건 좋은 일이죠. 누구나 인생을 즐길 권리가 있는 거죠. 나도 즐기러 온 겁니다."
"제 친구한테 마음이 있나 보죠? 빨간 옷 입은 애 말이에요."
"마음에 있다기보다 빨간 옷을 입고 있으니까 두드러지게 눈에 뜨인 모양이죠."
"저는 어때요?"
"정말 매력적입니다."
"거짓말이라도 듣기 좋은데요?"
어느새 플로어로 나왔는지 빨간 셔츠가 젊은 남자의 품에 안겨 돌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과 사이가 가까워졌을 때 빨간 셔츠의 여인이 흰 옷 입은 여인을 향해 말했다.
"흥, 재미가 좋군."
그러자 흰 옷 입은 여인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누구보고 하는 말이야, 너무 진하게 굴지 말라고! 아니꼬워 못 보겠어."
빨간 셔츠는 아주 능숙하게 스텝을 밟아 나가는 것 같았다.
몸매도 늘씬해 보였다.
종화는 아내 쪽을 얼른 쳐다보았다.
양미화는 혼자 테이블을 지키고 앉아 종화 쪽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종화는 아내가 걱정스러웠다.
그 자리에 졸도해 버릴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극도로 몸이 허약해진 데다 신경 쇠약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조금만 충격을 가해도
쓰러질 것만 같이 보였다.
종화는 아내를 기다리게 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차라리 아내가 돌아가 주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아내는 쉬이 그럴 것 같지가 않았다.
"아저씨는 혼자 오셨어요?"
"젊은 애하고 함께 왔는데 날 내버려두고 가버렸어요."
"왜요?"
"우린 여기 오기 전에 좀 다퉜거든요."
"애인이세요?"
"아니, 그렇지는 않아요. 심심해서 데리고 다니는 애이지요."
"아저씨, 바람둥이군요?"
여인이 눈을 흘겼다.
"즐긴다는 게 나쁩니까?"
두 사람은 소리 내어 웃었다.
곡이 바뀌면서 템포가 빨라졌다.
종화는 여인의 허리에서 손을 풀었다.
"디스코는 출 줄 모릅니다."
두 사람은 제각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종화는 플로어 쪽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빨간 셔츠는 유난히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번쩍이는 불빛 사이로 드러나는 그녀의 웃고 있는 모습은 마치 악귀 같았다.
양미화 역시 빨간 셔츠를 주시하고 있었다.
종화는 빈 잔에 맥주를 따랐다.
흰 옷은 혼자 앉아서 종화 쪽에다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포주는 이미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흰 옷이 종화에게 자기 자리로 오라고 손짓을 했다.
종화는 술잔을 들고 자리를 옮겼다.
"우리 한잔 해요."
자리에 앉자 흰 옷이 맥주를 권하며 말했다.
"한잔 합시다."
종화도 여인의 잔에 술을 부었다.
"아저씨는 너무 점잖으신 것 같아요."
"그렇지도 않아요."
"아저씨는 젊은 애들을 좋아하나 봐."
"그렇지도 않습니다."
"우리같이 늙은 여자는 싫죠?"
"원, 무슨 말씀을……."
빨간 셔츠는 여간해서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엉뚱한 여자를 상대하고 있자니 종화는 초조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상대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서 빨간 셔츠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지만 그녀는 좀처럼 걸려들어오지 않았다.
빨간 셔츠는 물론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도 집에서 하는 일 없이 먹고 논다는 것 외에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
음악이 그치자 플로어에 있던 사람들이 흩어졌다.
빨간 셔츠도 자리로 돌아왔다.
플로어에 반라의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음악에 맞춰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두 여인은 종화를 앞에 놓고 귀엣말을 나누었다.
종화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려고 귀를 세워 보았지만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저 치 뭐 한대?"
빨간 셔츠가 흰 옷의 귀에다 대고 물었다.
"집 장사 한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아무려면 어때, 그것만 달렸으면 됐지 뭐."
"내가 양보해 줬으니까 잘해 봐."
"넌 젊은 애 좋아하다가 제 명대로 못 살 거다. 몸 생각해서 적당히 해."
"할 수 없지 뭐. 내 눈에는 젊은 애만 보이는데 어떡하니?"
"오늘 밤 시끄럽겠구나."
"내일 만나서 감상을 말해 줄게. 이번 애는 아주 근사해.
서른 살이라는데 온통 근육질이야. 자, 나 먼저 간다. 잘해 봐."
빨간 셔츠가 일어섰다.
그녀는 종화를 한 번 힐끗 쳐다보고 나서 자리를 떴다.
종화는 당황했다.
노골적으로 따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아내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저 애 젊은 애 물어 가지고 재미 보러 가는 거예요."
여인이 옆으로 바싹 다가앉으며 말했다.
빨간 셔츠의 모습이 출입구 저쪽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아내를 다시 한 번 바라본 다음 일어섰다.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종화는 화장실 쪽으로 급히 걸어갔다.
화장실로 통하는 좁은 복도에 서서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데 아내가 허둥지둥 나타났다.
그는 담배를 집어 던지고 아내를 쳐다보았다.
"나는 지금 자리를 뜰 수가 없어.
방금 나간 빨간 티셔츠 입은 여자가 바로 그 여자야. 빨리 따라가 봐!"
"그 여자가 우리 장미를 유괴해 간 게 분명해요?"
"그렇다니까! 빨리 가봐, 놓치면 안 돼!"
종화는 아내의 어깨를 밀었다.
뚱뚱한 남자가 통로를 가로막고 있는 그들을 밀어붙이듯이 하면서 지나쳐 갔다.
양미화는 굳은 표정으로 종화를 바라보다가 잠자코 돌아섰다.
종화는 그녀의 뒤에다 대고 소리쳤다.
"집으로 전화를 걸어! 나도 집에다 전화를 걸어 놓을 테니까!"
양미화는 뒤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출입구 쪽으로 사라졌다.
종화는 그 자리에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다가 자리로 돌아왔다.
아내에게 못할 짓을 시켰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 자신은 이미 얼굴이 팔려 있어서 빨간 셔츠를 미행하기가 어려운 형편이었다.
대신 그의 아내는 아직 얼굴이 팔려 있지 않았다.
아내나 그가 겪는 것쯤이야 문제가 아니었다.
장미가 겪고 있을 고통을 생각하면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
그가 자리에 돌아와 앉기가 무섭게 흰 옷 입은 여인이 그의 소매를 잡아 끌면서 다시 한 번
춤을 추자고 말했다.
종화는 그녀의 손을 밀어내면서 양해를 구했다.
"미안합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나가 봐야겠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인의 안색이 확 변했다.
그녀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그를 흘겨보다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정말 재수 옴 붙었어!"
하면서 홱 돌아앉았다.
"미안합니다."
종화는 중얼거리면서 일어섰다.
허둥지둥 밖으로 나오니 빨간 셔츠도 아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갔을까? 아내가 제대로 미행을 해낼 수 있을지 생각할수록 걱정이 되어 그는 한동안
그 앞에서 안절부절못한 채 서성거리다가 로터리 쪽으로 힘없이 걸음을 옮겼다.
로터리 일대는 밤의 열기로 충만해 있었다.
네온사인의 휘황한 불빛, 로터리를 중심으로 똑같은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는 무수한 차량들,
보도에 넘쳐흐르는 사람들의 물결…….
그 속에서 그는 장미의 얼굴을 찾으려고 애썼지만 딸의 얼굴이 거기에 있을 리 없었다.
장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어디서 무슨 고통을 당하고 있을까?
얼마나 엄마와 아빠가 보고 싶을까? 종화는 길가에 서서 지나가는 차량들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다가 길을 건너 어느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 안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그는 스탠드 앞에 앉아 스카치를 얼음에 타달라고 주문했다.
바로 옆에 전화기가 있었다.
그는 전화기를 끌어당겨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처제가 전화를 받았다.
"언니한테서 전화 오지 않았니?"
"안 왔어요. 형부하고 함께 계시지 않나요?"
"헤어졌어. 언니한테서 전화가 올 거야. 전화가 오면 이쪽으로 전화하라고 일러 줘.
여긴 신촌 로터리에 있는 여로라는 카페인데 전화번호는……."
전화 번호를 일러 주고 나서 그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실내에는 낙엽이 떨어지는 것 같은 피아노 곡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잔을 입으로 가져 가서 혀끝으로 액체를 건드렸다.
씁쓰름한 맛이 혀끝을 통해 입 안으로 번져 왔다.
"손을 왜 그렇게 떠세요?"
여자 바텐터가 눈을 크게 뜨면서 물었다.
그는 잔에서 얼른 손을 떼어 밑으로 내려놓았다.
그가 두 잔째 주문해서 반쯤 마셨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바텐더가전화를 받아 김종화를 찾았다.
그는 재빨리 손을 뻗어 수화기를 받아 들었다.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은 아내였다.
그녀는 숨가쁜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오세요! 지금 가까운 곳에 있어요!"
"그 여자 놓치지 않았어?"
"놓치지 않았어요. 지금 그 여자 어떤 젊은 남자하고 호텔에 들어 갔어요. 빨리 오세요!"
종화는 위치를 물어 본 다음 급히 술값을 치르고 밖으로 나왔다.
택시를 잡아타고 오 분쯤 달리다가 육교 밑에서 차를 내렸다.
B호텔은 맞은편에 있었다.
양미화는 호텔에 들어가지도 않은 채 맞은편 육교 밑에 동상처럼 서 있었다.
종화는 평상시 걸음걸이대로 육교를 건너가 아내를 만났다.
"그 여자 호텔에 투숙한 게 틀림없어?"
"네, 틀림없어요. 프런트까지 따라가서 숙박비를 내고 방 열쇠까지 받아 가는 걸 분명히 봤어요."
"몇 호실인지 알아?"
"네, 알아냈어요."
여자가 커피숍에 앉아 있는 동안 동행한 젊은 남자가 프런트에 가서 수속을
밟았다고 했다.
그때 양미화도 프런트에 다가가 방을 하나 얻는 척하면서 젊은 남자가 프런트 계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엿들었다는 것이다.
"815호실이에요. 프런트 계원이 데스크에 올려놓은 열쇠에 분명히 815호라고 적혀 있었어요.
그리고 저도 만일을 생각해서 방을 하나 얻어 놨어요. 908호실이에요."
"누구 이름으로 얻었어?"
"가명으로 얻었어요."
걱정했던 아내가 생각과는 달리 놀라울 정도로 솜씨를 발휘한 것을 알고 종화는 내심 적잖게 감탄했다.
"자, 그럼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싫어요! 제가 있어서 방해되는 건 없잖아요."
아내는 절대 혼자서는 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난 당신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장미만 찾을 수 있다면 몸이 가루가 된들 어때요."
종화는 할 말이 없었다.
그 호텔은 신축된 지 몇 달밖에 되지 않은 제법 큰 호텔이었다.
높이는 20층이 넘었고 객실 수가 삼백 개 가까이 되었다.
종화는 아내를 데리고 908호실로 들어갔다.
방 안은 쾌적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는 커튼을 젖히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잠자리가 좋은들 잠이 편히 올 리 있겠는가.
흘러가는 불빛들을 보고 있는데 아내가 소리도 없이 다가와 그를 뒤에서 껴안으면서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종화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그대로 목석처럼 서 있었다.
아내의 흐느끼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 왔다.
그래도 그는 가만히 서 있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가슴이 쓰리네요.
언제나 잘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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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