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개념: 마음은 상호 작용하는 여러 부분들로 이루어진 복잡한 체계이다.
다양한 문화의 감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솔직한 얼굴 표정은 세계 어디나 똑같은 반면, 어떤 문화권의 사람들은 정중한 자리에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할 줄 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정서 프로그램은 모든 사람에게서 같은 방식으로 얼굴 표정을 유도하지만, 표정이 밖으로 드러나는 경우에는 “과시 규칙들(desplay rules)"로 이루어진 별도의 체계가 우세해진다.
두 메커니즘의 차이는 인지 혁명이 간파해 낸 또 다른 진실을 더욱 분명히 보여 준다. 혁명 이전에 해설자들은 “지성”이나 “오성”과 같은 거대한 블랙 박스에 의존했고, 인간 본성에 대해 가령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상하다거나 본질적으로 비열하다는 등의 총괄적인 선언을 남발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마음이 일월론적인 힘들 또는 종합적인 특성들이 부여된 균질의 구(球)가 아님을 알고 있다. 마음은 일련의 생각 또는 유기적 행동을 생산하기 위해 여러 부분들이 협력하는 일종의 모듈이다. 마음은 산만한 요소들을 걸러 내고, 기술을 습득하고, 신체를 제어하고, 사실을 기억하고, 정보를 일시적으로 보관하고, 규칙을 저장․실행하는 등의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독립된 정보 처리 체계들을 가지고 있다. 이 정보 처리 체계들을 하나하나 분리시키면 가령 언어, 수, 공간, 도구, 생물 등과 같이 서로 다른 종류의 내용을 전담하는 정신 능력들(때로는 다중 지능(multiple intelligences)이라 하기도 한다.)이 나온다. 이스트폴의 인지과학자들은 내용에 따른 모듈들이 주로 유전자에 의해 분화된다고 추측하고, 웨스트폴의 인지과학자들은 그것들이 처음에는 작은 선천적 경향으로 시작한 다음 감각적 입력물의 통계적 패턴에 따라 굳어진다고 추측한다. 그러나 양쪽 모두 뇌가 균일한 고기 덩어리가 아니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리고 정서 프로그램들에서는 또 다른 층의 정보처리 체계들, 즉 동기화와 감정을 위한 체계들이 발견된다.
최종 결론은, 어떤 습관이나 충동이 한 모듈에서 나오더라도 다른 어떤 모듈에 의해 각기 다른 행동으로 나타날 수―또는 완전히 억압될 수―있다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인지 심리학자들은, 가령 인쇄된 말을 보고 소리 없이 발음하는 경우처럼 습관적인 반응을 생산하는 경향의 기초에는 “습관 체계(habit system)”라 불리는 모듈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감독 주의 체계(supervisory attention system)"라 불리는 또 다른 모듈이 그 모듈을 압도하면, 가령 인쇄된 말의 잉크 색깔을 말하거나 그 말의 내용에 해당하는 행동을 생각하는 등 특정 문제와 관련된 정보에 집중하게 된다. 보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한 번도 실행해 본 적이 없는 멋진 복수전을 상상하거나 마음 속으로 부정한 관계를 그리는 등의 일들이 정신 체계들의 상호 작용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인지 혁명에서 비롯된 인간 본성 이론은 행동주의나 사회 구조주의와 같은 빈 서판 이론들보다는 유대-기독교의 인간 본성 이론이나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심리 분석 이론에 더욱 가깝다. 행동은 방사되거나 유도되는 것도 아니고 문화나 사회로부터 직접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각기 다른 의제와 목표를 가진 정신 모듈들의 내적 갈등에서 나온다.
마음이 보편적이고 생성적인 연산 모듈들의 체계라는 인지 혁명의 개념은 인간 본성에 관한 논쟁들을 통해 수세기 동안 정립되어 왔던 문제 제기 방식을 철저히 파괴하고 있다. 인간은 유연한 존재인가 미리 설계된 존재인가, 행동은 보편적인가 문화에 따라 다른가, 행위들은 학습되는가 선천적인가, 우리는 본질적으로 선한가 악한가 등의 문제 제기는 오늘날 잘못된 것으로 간주된다. 인간이 유연하게 행동하는 것은 미리 설계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마음에는 무제한적인 생각과 행동을 생성할 수 있는 조합 소프트웨어가 갖추어져 있다. 행동은 문화마다 다를 수 있지만, 그것을 생성하는 정신 프로그램들의 설계는 다를 필요가 없다. 우리가 지적 행동을 성공적으로 학습하는 것은 그 학습을 수행하는 선천적 체계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선한 동기와 악한 동기를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그것을 똑같은 행동으로 전환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