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역사문화도시김해
도시의 활동가 ㄱ-ㅎ
(김경희) ‘김해’라는 이야기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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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문화도시센터
2022. 1. 18. 14:00
2021 문화도시조성사업 ‘김해문화인물 「ㄱ-ㅎ」’ 은 현재 김해를 이끌어가고 있는 예술가, 기획자, 지역리더, 문화시민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사업입니다.
김경희, 1958년생.
활동분야: 수필가, 김해수필문학회 회장, 수로문학회 회장.
주요활동 : 수필집 발간, 지역 작가 조명 및 문학 활성화.
김경희 수필가는 ‘김해는 삼대가 보시를 해야 살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한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호박꽃, 가을에는 감, 겨울에는 철새까지, 계절마다 다른 풍경은 물론, 이슬을 털어내는 풀, 개구리가 우는소리까지 곳곳에 서정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도 해반천을 걸으며, 김해를 누비며, 김해의 이야기를 찾고 있다.
김경희 수필가는 김해시 한림면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수필가로서 수필을 쓰고, 가르치며, 또 스스로 공부하고 있다.
“수필이 자신을 삶을 담는 글이다 보니, 제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김해에 관한 수필도 많이 썼습니다. 지금은 한림면이 된 제 고향 이북면에서 살았던 이야기도 썼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김해의 모습을 담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김해에 나환자촌이 있는데 그걸 주제로 쓴 적도 있습니다. 아주 소소한 것도 모두 소재가 될 수 있죠.”
김 수필가에게 문학은 어린 시절부터 가까운 친구였다. 단상과 습작을 쓰거나 편지 또는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 종종 사연을 보내며 글을 써왔다.“어릴 때는 누구나 문학소녀였지만, 저는 감성지수가 유달리 높아 삶이 무척 힘들었어요. 감성으로 인해 행복하다가 감성으로 인해 슬픔도 더했죠. 그런 감성이 바탕이 되어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그는 다음 카페 ‘벨라들꽃’을 개설해 운영했다. ‘벨라들꽃’은 문화 예술 단체로, 2001년부터 매월 1회 수필 및 에세이 명사 강연, 독서토론회 운영, 시낭송회 개최 등 지역 문학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지금은 가야문화예술진흥회로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벨라들꽃 사무국장으로서 활동을 추진했습니다. 동시에 제 개인적으로 카페 개설 초창기에 단상들을 써서 올렸고, 일상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이 보였습니다. 더 공부하고 다듬어서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2014년 정목일 교수님께 수필 쓰기에 대해 사사했죠.”
다음해 그는 ‘선수필’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에 매달리며 2018년에는 첫 번째 수필집 ‘방을 꾸미는 여자’를, 2021년에는 두 번째 수필집 ‘깐촌에서 만난 봄’을 펴냈다. 특히, 두 번째 수필집을 발간하기까지 2년간 그는 그간의 외부 활동을 중단하고 수필 쓰기에만 골몰하며 작법에 충실했다,
“첫 번째 작품집은 꽃으로 방을 꾸미는 친구에게서 영감을 받아 ‘나는 수필로 방을 꾸미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작품들을 모았고, 두 번째 작품은 ‘깐촌’이라는 삼랑진에 있는 마을을 주제로 모은 책입니다. 초기에는 인물에서 영감을 받아쓴 글이 많다면, 지금은 풍경으로 사물로 주제를 넓혀 나가는 중이에요. 특히, 두 번째 수필집은 수필 쓰기에 더 집중하고 싶어 공부도 많이 하고 고심하며 쓴 작품들이 담겼습니다.”
최근 그는 다시 다양한 활동에 나섰다. 현재는 수필 쓰는 법을 가르치며 작가들을 배출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동안 작품을 쓰면서 고민했던 내용을, 수필을 쓰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 기꺼이 나누는 것이다. “사실 강의계획서를 쓰거나 교육 자료를 만들다 보면 새벽 3시가 넘어 잠드는 경우도 많아 몸이 힘들기도 하고, 수강생들을 글을 읽으면서 첨삭하는 과정들이 조심스럽고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행복해요. 수강생들의 더 잘 쓰고자 하는 마음을 알기 때문에 저도 진지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김해수필문학회 회장과 수로문학회 회장으로서 지역 문학 활성화를 위해 애쓰는 중이다. 2019년 시작한 수필문학회는 수필 작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단체로, 김 수필가가 수필 작법의 기본을 강의하고, 곽흥렬 수필가가 심화 강의를 맡았다. 수필문학회가 수필을 쓰는 데 집중한다면, 수로문학회는 지역작가를 조명하고 글을 쓰는 단체다. 등단한 사람, 공부하는 사람, 저서가 있는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함께 글도 쓰고, 또 문학 행사 등을 진행하면서 지역 문학 활동을 확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김해가 문화도시로 지역의 문학인들이 활발하게 문학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지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문학인들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그렇게 문학인과 김해가 함께 노력하면 지역의 문학이 더욱 풍부해지지 않을까요?”
동시에 김 수필가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문학을 알리는 데도 관심이 많다. 북 토크나 강연을 통해 문학을 더욱 쉽게,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시민들이 지역 문학을 함께 읽을 때, 지역 문학 활성화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초·중·고 학교에 강연을 나갈 때면 학생 중, 시 한 편 외우고 있는 친구를 만나기가 어려워요. 아쉽죠. 이해는 됩니다. 문학이 어렵게 풀면 한없이 어려울 수 있는 분야잖아요. 그래서 저는 강연에 나가면 학생들이 그 시간을 통해 시 한 편 외우고, 써보는 기회가 되길 바라요. 이왕이면 학생들, 또 시민들까지 문학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더 좋겠죠.”
김 수필가에게 수필은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치유하면서 삶을 정리하는 과정이며, 자신의 삶을 통한 의미와 가치를 최상으로 높이는 도구다. 수필을 쓰는 것뿐 아니라 수필을 가르치고 공부하는 것, 더 나아가 수필을 쓰는 사람들과 모여 문화 예술을 활동하는 것까지 모두 의미한다.
수필은 영혼을 비춰 볼 수 있는 거울입니다. 그래서 늘 깨끗이 닦아 두어야 하죠. 그래서 수필을 쓰려면 무엇보다 겸허하고 진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앞으로도 계속 수필을 쓸 것입니다. 더 깊이 문학에 몰입하고 공부해, 저 스스로 작가라는 명함에 부끄럽지 않은 작가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