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선교 현장에서 에큐메니칼 선교에 반하는 선교사 중심의 선교사역이 진행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 7개 장로교단에서 파송된 선교사들의 모임인 필리핀 장로교 연합추진위원회(회장:김유식)가 오는 10월 필리핀에 선교사들이 중심이 돼 연합장로교단 총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 21세기 세계선교의 방향이 점차 에큐메니칼 선교를 지향하고 있지만 오히려 필리핀에선 선교사들이 중심이 돼 장로교단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는 것. 특히 필리핀 현지에는 현지인 중심으로 교단이 설립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교사들이 교단을 설립하겠다는 것은 자칫 현지 교회를 분열시킨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 현지인이 설립한 필리핀 연합교회(United Church of Christ in the Philippine)와 동역관계를 맺고 있는 본교단으로선 에큐메니칼 선교에 반하는 일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실정. 본교단과 동역관계를 맺고 있는 필리핀 연합교회는 장로교와 감리교 등 교파를 포함한 연합교회 형태로 세계교회와 함께 에큐메니칼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본교단 총회 세계선교부는 연합장로교단의 설립이 필리핀 현지 교회를 분열시킬 뿐만 아니라 에큐메니칼 선교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교단 설립을 반대하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국내 교단 파송 선교사들이 필리핀에 연합장로교단을 설립하기로 한 동기는 본교단을 비롯한 합동과 고신 대신 개혁 합동정통 합신 등 7개 장로교 교단의 선교 실무자들이 연례 모임을 가지면서 시작됐다. 필리핀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는 이들 교단들은 그동안 현지에서 선교사간의 갈등과 선교사역에 대한 중복투자 등으로 연합선교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장로교 실무자 모임 총무인 나성균목사는 "선교 현장에서 선교사간의 과다경쟁과 불미스러운 일을 자제하자는 논의가 진행됐다"면서 "이를 위해선 우선 선교사들이 세운 장로교단이 여러 개로 나눠져 있을 필요가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모임에선 장로교 실무자 모임에선 선교사들이 세운 신학교에서 배출된 현지 교역자들과 이들이 설립한 교회는 반드시 현지 교단인 필리핀 연합교회로 보내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본교단 총회 세계선교부 총무가 사임한 뒤, 6개 장로교단 실무자들이 현지 파송 선교사들과 함께 장로교 연합추진위원회를 조직하면서 필리핀 장로교단 총회를 설립하는 계획이 급속도로 진행돼 왔다. 이와 관련해 장로교 실무자 모임의 이헌철총무(예장 고신)는 "필리핀에서는 그동안 여러 교단에서 파송한 선교사들이 각각 교단을 설립하고 독자적으로 선교사역을 펼쳐왔다"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로교 실무자 모임에선 장로교단 선교사들이 운영하던 교단들을 연합해 하나의 교단을 설립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장로교단 설립에는 국내 장로교단의 보수적인 신앙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보수적인 신앙을 갖고 있는 국내 장로교 선교사들로서는 자유주의적인 신학을 갖고 있는 필리핀 현지교단과 쉽게 어울릴 수 없었다는 것. 현지 선교사들의 입장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에서 선교사로 사역하다가 최근 영남신학대 교수로 부임한 안승오목사는 "선교사들이 세운 장로교단이 그동안 난립해 왔는데 이번에 하나의 교단을 설립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면서 "그러나 현지 교단을 배제한 상황에서 교단을 설립하는 일은 장기적으로 볼 때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본교단 파송 선교사들의 경우엔 대부분 총회의 선교정책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 장로교단 설립에 탄력을 받은 필리핀 장로교 연합추진위원회는 오는 10월 교단 총회 설립에 앞서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필리핀에서 선교사들과 현지인 목회자 대표 등 3백여명이 참석해 선교대회를 갖기로 하고 교단 설립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대해 본교단 총회 세계선교부 관계자는 "에큐메니칼 선교 정책에 따라 장로교 연합추진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장로교단 총회 설립에 대해 재론을 요청했다"면서 "신학교를 졸업한 교역자는 반드시 현지 교단인 필리핀연합교회에 소속하도록 하는 원칙을 재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총회 세계선교부는 관계자는 또 "필리핀에는 교단을 초월해 현지인을 중심으로 연합교회가 설립돼 있다"면서 "필리핀에 선교사들에 의해 장로교단을 설립하는 일은 현지 교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성진 ksj@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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