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넓은 별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우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 정지용, 향수(시집 제목)
초등학생 때부터 나는 친구들을 사귀는 게 힘들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도 나와 잘 맞고 취향을 비슷한 친구들을 고집해온 것이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하게 된 이유들 중 하나가 됐다. 당시에 성격이 잘 안 맞는 친구들과 지냈는데 자연스럽게 어느날부터 친구들이 나랑 따로 놀더니 인사도 주고받지 않는 사이가 되어버린 게 많이 힘들었다. 그때 이후로 친구에 대한 기대가 낮아졌다. 중학생 때도 친구를 잘 못 사귈까 봐 걱정을 많이 하면서 입학을 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첫날부터 나에게 다가와 준 친구가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지금까지도 그 친구와는 다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다. 그때 친구는 나에게 내가 낯을 많이 가리는 것을 알고 조심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취미, 나온 초등학교 등을 먼저 물어봤다. 친구와 나는 좋아하는 것과 취미가 많이 겹쳐서 금방 친해졌다. 친구의 집에 가서 볶음밥을 만들어서 영화를 보면서 같이 먹는 등 많은 추억을 쌓아가면서 중학교 1학년을 정말 재밌게 보냈다. 2학년에 올라가면서 친구와는 다른 반에 배정을 받았지만 연락을 계속 이어나가고 가끔씩 만나서 놀기로 해서 큰 걱정 없이 2학년이 되었다. 중학교 2학년이 되고 나서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하루하루가 힘들고 우울했다. 친구 3명을 새로 사귀었는데 입학한 지 몇 주 되지 않았는데 친구 2명이 크게 싸워서 나와 한 친구가 눈치를 보면서 학교생활을 했어야 했다. 나는 싸웠던 친구 중 한 친구랑 이야기를 좀 더 많이 나누어서 자연스럽게 나중에 그 친구와 자주 다니게 되었는데 이때 친구가 점점 안 좋은 길로 빠지는 게 눈에 보였다. 친구에게 뭔가 말해주고 싶었지만 친구는 흔하게 질 나쁜 애들이라고 불리는 친구들과 계속 친해지고 싶다고 얘기를 해서 나는 제대로 조언해주는 걸 반포기한 상태로 친구랑 지냈다. 어느 날 친구랑 같이 하교를 하는데 친구가 나한테 주말에 그 친구들과 놀게 되었는데 친구들이 갑자기 담배를 피워서 자기도 그 상황에서 뻘쭘하게 있기가 뭐 했다면서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고 나한테 담배갑을 보여주었다. 친구가 그 말을 하면서도 평소에 나에게 말하는 것 같은 덤덤한 말투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이야기해서 충격적이었다. 나는 점점 그 친구랑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같이 하교하는 횟수를 줄이고 일부러 연락을 늦게 봤다. 그러면서 1학기가 끝나갈 즈음에 나는 반에서 혼자 다녔다. 이 시기에 나도 그렇고 원래 있던 친구들이 중학교 첫 기말고사가 시작되면서 모두 바빠지고 학업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해서 연락하는 수가 자연스럽게 줄었다. 시험이 끝나고 친구들은 각자의 이유로 바빠서 당시에 나는 몇 달 동안 친구들과 연락을 제대로 주고받지 못했다. 이런 날이 많아지니 힘들고 우울했다. 우울해지니 항상 무기력했고 입맛도 확 사라졌다. 밥을 먹으면 속이 울렁거려서 한 끼도 안 먹은 날도 많았고 이때 밥을 먹으면서 맛있거나 정말 먹고 싶었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약 5달 동안 13키로가 넘게 빠졌었다. 건강도 당연히 나빠졌다. 건강검진을 했을 때 빈혈 수치가 7이 나왔고 앉아있거나 누워있다가 일어나면 앞이 안 보여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거나 그대로 쓰러진 적도 많았다. 그리고 긴장되는 일을 앞두고 있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 가야 하면 식은땀과 복통이 심하게 일어났고 그대로 실신하기도 했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불안해하게 하고 걱정시키게 하는 내가 싫었다. 중학교 2학년을 이렇게 보내면서 졸업했고 친구를 사귄다는 기대를 하지 않고 3학년에 올라갔다. 3학년 1학기까지는 2학년 때처럼 친구를 못 사귀면서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지냈다. 그런데 여름방학에 같은 반 친구로부터 나와 친해지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이 친구가 자신의 친구들이랑 벌칙게임으로 나한테 연락을 보낸 게 아닌지 혼자서 의심까지 했다. 하지만 친구는 정말로 나랑 친해지고 싶어서 연락을 한 거였다. 친구와 나는 그 연락을 받은 후로 정말 빠르게 친해졌다. 당시에 연락으로 대화를 했어도 친구가 나에 대해 무언가를 물어볼 때 항상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적당한 장난을 섞어가면서 말을 했던 것 등에서 나를 많이 생각하고 말하는 게 눈에 많이 보였다. 개학을 하고도 친구와 학교에서 정말 친하게 지냈다. 그 친구랑 학교에서도 잘 지내게 되니 다른 친구들도 나한테 먼저 다가와 주면서 나랑 친해지고 싶었다고 말해주었다. 친구들이랑 친해지는 게 이렇게 쉬운데 내가 왜 못 다가가고 혼자서 지냈는지 이해가 안 가고 먼저 다가갈걸하면서 후회를 많이 했다. 졸업할 날이 다가오니 졸업하기가 싫고 친구들과 “차라리 유급하고 3학년 한 번 더 하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 하면서 재밌는 학교생활을 보내다가 졸업했다. 안 좋았던 경험과 좋았던 경험이 공존하는 중학교 시절로 다시 돌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지금은 다양한 인간관계를 보내본 이 경험이 언젠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이게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가장 아쉬운 감정 없이 중학교를 졸업할 것이라고 생각한 내가 가장 아쉬워하며 학교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