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4일, 토요일, Cuzco, Hostal Familiar (오늘의 경비 US $19: 숙박료 20, 점심 16, 저녁 2, 식료품 26, 환율 US $1 = 3.50 sole) Cuzco는 나에게는 "다시 올 곳이 못 되는 곳“으로 나쁜 인상이 박혀졌다. 볼거리는 많지만 보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간단한 해결책을 발견했다. Cuzco에서 어디를 걸어서 갈 때는 중앙광장을 거쳐서 가게 마련인데 거기에는 수백 명의 행상들이 거의 24시간 진을 치고 있어서 그들 사이를 지나가려면 힘이 다 빠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발견한 것이 중앙광장에서 한 블록 떨어진 뒷길로 다니는 것이다. 단 한 블록인데도 덤벼드는 행상이 하나도 없었다. 전부 중앙광장 안이나 광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멀게 돌아가게는 되지만 훨씬 편하게 다닐 수 있다. 오늘은 한가한 날이다. 아무런 특별한 계획이 없이 그냥 쉬는 날이다.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는 앞마당에 나가서 책을 읽으면서 한나절을 보냈다. 점심때 나가서 어제 관광버스를 타고가면서 본 아리랑이라는 한국 음식점을 찾아갔다. 음식점 문을 열고 들어가니 페루 여자가 나오면서 "안녕하십니까?" 하고 반갑게 맞는다. 한국 사람은 없느냐고 물으니 Lima에 가고 없단다. 메뉴 좀 보자고 해서 보니 비빔밥,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이 보인다. 두 사람이 먹는 된장찌개 값이 30이다. 페루 수준으로는 비싼 편이다 (약 10,500원). 가격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한국 사람이 없는 것이 더 마음에 안 들었다. 페루 여자가 제대로 음식을 해낼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떠났다. 며칠 전에 갔던 통닭 음식점에 다시 가서 점심을 들고 우체국에 가 보니 미국에서 딸이 부친 책이 와 있어서 찾았다. 여행 중에 편지나 소포를 받으려면 (요새는 편지는 이메일로 하지만) 어느 도시의 중앙 우체국 앞으로 보내게 하고 날짜를 맞추어서 가서 찾으면 된다. 우체국에서는 한 달간 보관했다가 찾아가는 사람이 없으면 폐기 처분한다. 날짜를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꼭 받아야 하면 그렇게 하면 된다. 우체국 근처에 한국 음식점을 또 하나 발견해서 들어가 봤다. 이곳에는 한국사람 주인이 있었다. 몇 마디 인사말을 나누고 육개장, 라면 몇 개를 사고 점심은 금방 했으니 또 먹을 수도 없고 해서 다음에 다시 오겠다 하고 나왔다. 그러니 Cuzco에 한국 음식점이 두 군데 있는 것이다. 한국사람 상대는 아닐 것 같은데 현지인 상대도 아닐 거고 도대체 누구를 상대로 하는 것인지 다음에 가면 물어 봐야겠다. 오늘도 저녁 식사는 싸고 (900원) 맛좋은 햄버거로 했다. 이 햄버거를 사먹으려면 줄을 서야 하는데 어제는 내 앞에 이스라엘 청년 두 명이 있었는데 오늘은 이스라엘 청년이 다섯 명이 있다. 기다리는 동안 앞에 서 있는 청년과 이스라엘 얘기를 했다. 내가 이스라엘 건국을 배경으로 하는 Exodus라는 소설책을 읽고 있다하니 그런 소설책이 있는 것도 모르고 Exodus의 뜻도 모른다. Exodus의 스펠링을 세 번이나 얘기하고 옛날에 모세가 이집트에서 유대인들을 이끌고 탈출하는 얘기라고 해도 이해를 못한다. 알 수 없는 일이다. 몇 년 전 중국을 여행 할 때 어느 중국 사람에게 "홍콩" 하니까 못 알아들어서 이상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북경 식 발음으로 "썅항" 이란다. 향기로운 항구란 뜻이고 우리 발음으로는 “향항”이다. 어쩌면 오히려 "홍콩" 이란 발음이 이상한 것인지도 모른다. Exodus도 그와 비슷한 경우일지 모르겠다. 이 친구 말에 의하면 이 음식점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많이 오는 이유는 어느 이스라엘 여행자가 몇 년 전에 이 음식점을 발견한 후 이스라엘에 돌아가서 선전을 해서 이스라엘 배낭 여행자들의 단골 음식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음식점 벽에 처음 보는 글이 붙어 있어서 페루 인디언 말인 Quechua어 인줄 알았더니 이스라엘 말인 헤브루어란다. 이스라엘 사람들 단골 식당이니 이스라엘 말로 메뉴가 되어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또 하나 신기한 것은 유대인 하면 한 종족으로 생각이 되는데 생긴 것이 다양한 것이다. 중동 사람같이 가무칙칙한 사람, 금발에 파란 눈, 까만 머리와 까만 눈에 하얀 피부, 흑인같이 새까만 사람 등 정말 다양하다. 2천 년 전에는 안 그랬을 것 같은데 세계 각처로 퍼져서 살게 되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나중에 또 이스라엘 사람들을 만나면 확인해 봐야겠다. 그렇게 생긴 것은 달라졌는데 종교는 변함없이 동일하게 지킨 것도 신기하다. 싸고 맛있는 햄버거를 파는 집 친구는 정답다 한국 음식점 2층 방에 걸린 태극기, 월드컵 때문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