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부 입상작
[장원]
가을비
덕산중학교 3학년
도하영
“툭툭” 옆에서 내 어깨를 치듯 툭툭 소리와 함께 가을비가 내린다. 여름과 같이 우르르 내리지 않고 보슬보슬 조용히 내린다. 나밖에 없는 집안에 슬퍼하지 말라며 내 귀 옆에서 조용히 내린다. 음악만이 내 외로움을 달래고 가을비만이 정적을 깨워준다. 음악소리만 날 감싸 안아 쓸쓸함을 채우고 머리위에 시계는 날 놀리듯 째깍째깍 소리 내며 울린다. 거실, 안방 모두 나와 같이 침묵을 지킨다. “끼익~” 침묵을 깨는 소리가 고요한 집안에 울렸다.
가을비가 갑작스럽게 오듯 엄마가 갑작스럽게 내 옆에 오셨다.
“밥은 먹었니?” 이 말만 남기시고 홀연히 업만 주방으로 가셨다. 의문도 모른 체 엄마를 지켜보았다. 엄마는 분주해 보이고 밀가루가 옆에 풀풀히 흩어져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엄마는 쟁반에 부침개를 담아 오셨다. 엄마는 웃으시며 “난 이렇게 가을비가 재리는 날이면 이게 생각나더라” 그런데 엄마는 외할머니 얘기를 해주셨다.
어렸을 때에 할머니께서는 가을비만 내리는 날이면 엄마와 동생들에게 부침개를 해 주셨다고 한다. 아직도 그 고소한 기름 냄새는 잊을 수 없다 하신다. 할머니께선 항상 부침개를 하시면서 흥얼흥얼 비에 관한 콧노래를 부르곤 하셨다. 그리고 할머니께서 처음 부쳐서 따끈하고 맛있는 부분을 엄마에게 주시며 “이건 부침개가 아니야, 이건 가을비야” 라고 하셨다고 했다.
엄마는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던 그 말을 나를 낳고 이제 깨달았다고 했다. 부침개를 먹으며 가을비를 생각하고 비가 내리는 것을 보며 할머니가 해주신 부침개의 고소한 냄새를 그리워하셨다. 그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부침개를 나에게 만들어 주시며 할머니를 생각하니까 가을비라 하신다.
가을비가 세상에 오듯이 추억 또한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다는 뜻에 할머니는 가을비라 하신 거라며 엄마는 쓸쓸하게 웃으셨다. 할머니가 늦게 돌아가셨더라면 가을비 내리는 날에 같이 또 부침개를 먹었을 텐데 할머니는 막내이모를 낳다 돌아가셨다고 했다. 나를 보고 쓸쓸히 웃으시며 엄마는 다음 가을비 내리는 날 또 먹자하셨다. 엄마는 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가을비는 땅만 적시는 것이 아니고 기억 또한 젖게 만든다고 하셨다.
엄마는 나도 커서 나의 딸에게 얘기하며 엄마를 그리워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며 장난스레 웃으셨다. 나도 커서 가을비를 보면 엄마와 같이 그리움과 쓸쓸함이 내 마음에 내릴 거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차상1]
햇살
단양중학교 2학년
김나율
아침 풀잎으로
반짝이는 나는 초록입니다
새의 날개를 달고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쉴 때
나는 한낮의 바람입니다
아주 먼 곳에서
아주 가까운 곳으로
나는 늘 다시 태어납니다
잠시의 구름
잠시의 어둠
풀잎이 비를 기다릴 때
둥지에서 새가 잠들 때
나도 나를 감춰둡니다
내가 데려오는 새날을
아침이 라고
내가 남겨 두고 떠나는 그늘을
저녁이 라고
언제부터 그렇게 불렀는지요
하루의 반만 품고 사는 나
[차상2]
집
덕산중학교 2학년
김미소
작년까지도 난 집 때문에 자주 부모님께 투털거렸다.
“엄마, 우리 언제까지 이런 조그만 집에 살아?”
나는 방 하나에 부엌, 거실밖에 없는 이곳에 대해 싫증을 느끼게 되었다. 엄마는 내가 이렇게 말하면
“가족끼리 화목하게 사는데, 집이 크건 작건 무슨 상관이 있어? 집이 크면 가족기리 대화도 거의 안하게 될 뿐이야” 라고 말하시곤 했다. 나는 엄마가 이런 말을 하실 때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집이 커지면 더 화목하고 가족끼리 더 잘 지내게 될 거라고 생각 했었다. 그리고 당연히 내 입장에서는 나의 방이 따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왜냐하면 중학교에 들어온 이 후 나도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동생과 다툴 때마다 그것은 더욱 절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전혀 이사 갈 생각이 없어 보이셨다. 그런데 지난 여름방학 엄마는 지금보다 더 큰집으로 이사를 간다는 말을 하셨다. 그리고 내방도 생긴다고 하셔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정말 좋았다. 집에 딱 들어가니 방도 넓고 거실도 넓고 내가 생각했었던 그런 집이었다.
한동안은 내가 원했던 집이라 그런지 잘 생활했다. 단연히 동생과 다투는 일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예전 집에서는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 얘기도 많이 했었는데 이 집으로 이사 온 후 가족들끼리 다정한 대화 한 번 나누어 본 적 없게 된 점이었다. 이런 변화를 생각해보니 엄마가 하셨던 말이 생각났다. 집이 크면 가족끼리 대화도 거의 안하게 될 거라고......
그리고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동생과 나란히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일도 없어졌다. 내 마음에 생기기 시작한 작은 비밀들을 함께 공유하기도 어려워졌다. 동생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어느 날은 나에게 함께 자면 안 되냐고 물어왔다. 동생과 내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정말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난 그런 생각을 하였다.
가족이 화목한 것은 집의크기와 상관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