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섭문대보적정법경 제3권
7. 보살의 약
[보살이 가진 지혜의 약]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존자 대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국토에 패성(孛星)이 나타날 때 머리가 검고 비스듬히 누우면 그 국토에는 재난이 다투어 일어나 백성들이 괴로워한다.
그러나 가섭아, 그 국토에 만일 보살이 있으면 이런 재난이 사라져 아무 고뇌가 없다.
가섭아, 그러므로 보살의 행은 일체 선근을 두루 모아 중생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니라.
또 보살이 가진 지혜의 약은 사방에 흘러 퍼져 일체 중생의 번뇌 등의 병을 고치는데 이것은 진실하여 허망한 것이 아니니라.”
가섭이 아뢰었다.
“어떤 약으로 어떤 병을 고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중생들의 모든 탐욕ㆍ분노ㆍ우치의 병은 인연으로 생기는 것인데,
인연이 없는 자비로 저 일체의 혹업상(惑業相)을 관찰하되,
이치는 없는 것으로 본래도 생김이 없고 지금도 상(相)이 없어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가 적멸한 것도 또한 그렇다 한다.
또 일체의 전도(顚倒)를 멸하나니, 어떤 전도인가?
즉 4전도(顚倒)이니,
첫째는 저 유정들이 무상(無常)을 상(常)이라 헤아리기 때문에 일체가 다 무상이라 생각하게 함이요,
둘째는 그 괴로움을 즐거움이라 헤아리기 때문에 일체가 다 괴로움이라 생각하게 함이요,
셋째는 무아(無我)를 유아(有我)라 헤아리기 때문에 일체 법이 다 무아라고 생각하게 함이요,
넷째는 더러움을 깨끗함이라 헤아리나 일체는 다 더러움이요, 오직 이 열반만이 이 4덕을 다 갖추었다 생각하게 함이니라.
또 4념처(念處)를 시설하여 저 유정들로 하여금 몸은 소유가 없다고 관찰하여 아견(我見)을 파괴하게 하고,
감정은 소득이 없다고 관찰하여 아견을 파괴하며,
마음은 얻을 수 없음을 관찰함이니, 아견의 집착을 제거하기 위함이요,
법은 얻을 것이 없다고 관찰함이니, 그 법아(法我)의 집착을 파괴하기 위함이니라.
4정단(正斷)으로 끊는 일[斷事]을 닦는데 선을 닦되 부지런히 닦고, 악을 끊되 부지런히 끊는다.
4신족(神足)으로 신통력을 성취하고,
5근(根)과 5력(力)으로 저 믿지 않음과 게으름과 잃음과 산란과 우치 등을 다스린다.
7각지(覺支)로 일체의 우치를 다스리고,
8성도(聖道)로 저 일체의 무지(無知)와 8사(邪) 등의 허물을 다스린다.
가섭아, 이것을 진실한 고치는 법이라 한다.
가섭아, 이 보살을 보아라.
이 염부제(閻浮提) 안의 의사 중의 제일인 의사이니라.
가섭아, 모든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 중생들은 다 제 목숨을 보호하기 위해 저 보살을 의왕(醫王)으로 보느니라.”
[사견(邪見)에 사는 자들의 약]
가섭이 아뢰었다.
“이런 사견(邪見)에 사는 자들은 어떤 약으로 고치나이까?
원컨대 해설하시어 저들을 알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저 보살이 중생을 구원하여 치료할 때는 세간의 약을 쓰지 않고 세간을 벗어난 일체 선근의 무루(無漏)의 지혜의 약을 사방에 유통하여 저 일체 중생의 망상의 병을 고치는데 그것은 진실하여 허망한 것이 아니다.”
[출세간의 지혜]
가섭이 아뢰었다.
“어떤 것을 출세간의 지혜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그 지혜는 인연이라는 종자에서 생겨 온갖 분별을 떠났으므로 나가 없고 사람이 없으며 중생이 없고 수명이 없는 것이니,
이런 지혜의 법은 공(空)에도 집착이 없느니라.
가섭아, 너희들은 바로 구해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정진하는 마음을 내어라.
그는 어떻게 구하여 이렇게 마음을 쏟으며, 어떻게 마음을 쏟지 않는가?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어디에 마음을 쏟는가?
가섭아, 과거는 이미 없어졌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현재는 머물지 않는 것이다.
가섭아, 이 심법(心法)은 안에 있는 것도 아니요, 밖에 있는 것도 아니며,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니다.
가섭아, 또 이 심법은 온갖 색상을 떠나 머무는 곳이 없고 집착할 것도 없으며, 볼 수도 없는 것이다.
가섭아, 과거의 모든 부처님도 보지 못했고, 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보지 못할 것이며, 현재의 모든 부처님도 보지 못하느니라.”
가섭이 아뢰었다.
“만일 과거ㆍ미래ㆍ현재의 일체 부처님이 보시지 못한다면 어떻게 그 마음에 갖가지 행상이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저 마음이란 실체가 없고, 망상에서 생기는 것이다.
비유하면 요술이나 허깨비와 같아서 갖가지로 생겨 허망한 소견이 되는 것이다.”
[허망한 마음의 비유]
가섭이 아뢰었다.
“허망하여 진실하지 않다는 그 비유는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마음은 물에 뜬 거품과 같아서 생멸하여 머물지 않는 것이요,
마음은 부는 바람과 같아서 거두어 잡을 수가 없는 것이며,
마음은 등불과 같아서 인연이 화합한 것이요,
마음은 허공과 같아서 허망한 번뇌를 얻는 것이며,
마음은 번갯불과 같아서 찰나도 머물지 않는 것이요,
마음은 원숭이와 같아서 경계를 반연(攀緣)하고,
마음은 환쟁이와 같아서 갖가지 형상을 그리며,
마음은 생각 생각에 머물지 않고 일체 번뇌를 내고,
마음의 행체(行體)는 하나이니 두 마음의 작용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은 그 왕과 같나니 자재하게 일체 법을 반연하기 때문이요,
마음은 나쁜 벗과 같나니 모든 고통을 내기 때문이며,
마음은 큰 바다와 같나니 일체 선근을 떠내려 보내기 때문이요,
마음은 고기 낚는 사람과 같나니 괴로움을 즐겁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음은 꿈과 허깨비와 같나니 망령되게 나[我]를 헤아리기 때문이요,
마음은 파리와 같나니 더러운 것을 깨끗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요,
마음은 귀신과 같나니 갖가지 좋지 못한 일을 짓기 때문이요,
마음은 약차(藥叉)와 같나니 경계에 탐착하여 사람의 정기(精氣)를 빨기 때문이다.
또 마음은 원수와 같나니 항상 허물을 찾기 때문에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여 혹은 높고 혹은 낮아 진퇴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요,
마음은 미친 도적과 같나니 일체 공덕과 좋은 재물을 파괴하기 때문이며,
마음은 나비의 눈과 같나니 항상 등불을 탐하기 때문이다.
마음은 소리에 집착하나니 전쟁의 북소리를 탐하는 것 같기 때문이며,
마음은 돼지나 개와 같나니 그 더러운 것에서 향기롭고 아름답다고 탐하기 때문이요,
마음은 천한 종과 같나니 먹다 남은 음식의 맛을 탐하기 때문이며,
마음은 접촉하기를 탐하나니 파리가 비린 그릇을 탐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마음은 구할 수 없는 것이다]
가섭아, 마음은 구할 수 없고 구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과거는 있지 않고, 미래도 또한 없으며, 현재는 얻을 수 없다.
만일 과거 미래 현재를 얻을 수 없으면 3세가 끊어졌기 때문이요, 만일 3세가 끊어졌으면 그것은 없는 것이다.
만일 그것이 없는 것이면 그것은 곧 생기지 않는 것이요,
그것이 생기지 않으면 그것은 곧 성품이 없는 것이요,
성품이 없는 것이면 그것은 생멸이 없는 것이며,
생멸이 없으면 그것은 왕래가 없고,
만일 왕래가 없으면 주재(主宰)가 없으며,
만일 주재가 없으면 거짓도 진실도 없는 것이니,
이것이 곧 성성(聖性)이니라.
가섭아, 만일 그것이 성성(聖性)이면
계율을 얻을 것도 없고 계율이 없는 것도 아니며,
깨끗한 행도 없고 더러운 행도 없으며,
인행(因行)도 없고 과행(果行)도 없으며,
또한 심의(心意)의 법도 없느니라.
만일 심의의 법이 없으면 그것은 업도 없고 업보도 없으며,
만일 업보가 없으면 또한 고락(苦樂)도 없다.
만일 고락이 없으면 그것은 성자의 성품이며,
만일 그것이 성성(聖性)이면 그것은 상ㆍ하ㆍ중간도 없어 몸과 입과 뜻 등이 주착(住著)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성품도 허공을 두루하여 평등해 분별이 없기 때문이다.”
“분별이 없기 때문이다” 이하는, 여기에는 원래 한 잎의 범문(梵文)도 없다.